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59)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59화
“리혁아.”
“네?”
“옛날부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는데… 못된 사람들은 뭔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지 않아?”
“……왜 그 얘기를 나한테 하는 거죠?”
괜히 찔려하는 리혁이에게 내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너 말고 아예 못된 사람들. 방송국에서 우리한테 못되게 굴던 그런 사람들 있잖아.”
“아아.”
“내가 그 사람들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한 것 같아.”
바로 자기가 한 행동은 까먹고 자기가 당한 것만 기억한다는 점.
멀찍이서 턱시도를 입고 있는 문라이트의 프로듀서 테리 오스틴과 콜린 에반스가 나를 노려보는 게 느껴졌다.
리혁이가 그쪽을 흘끔 보고는 음료가 담긴 잔을 들이켰다.
“아까부터 저쪽에서 뚫어져라 노려보던데, 그거랑 관련이 있나 봐요.”
“콜린이랑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고.”
음반 업계의 거물이 거는 기 싸움이라고 하면 왠지 고상한 말싸움이어야 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유치한 행동이어서 당황했다.
하기야 사람의 성공과 인격의 성숙함은 별개가 아니던가.
성숙함 하니 떠오른 건데….
“에헤헤헤-!”
멀찍이서 할리우드 배우들과 수다를 떨며 경박하게 웃는 막내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대체 언제가 돼야 진중해질지.
“머리에 꽃 장식 달고 그런 표정 지어 봐야 설득력 하나 없어요.”
“조용히 하고 굴 접시나 먹어.”
“굴 못 먹어요.”
“여기 건 괜찮더라. 향긋하던데.”
군산에서 살 적에 할머니가 가끔 정말 싱싱한 굴을 가져오곤 했는데 그 맛과 비슷했다.
중현이는 벌써 몇 접시를 먹고 있다.
“근데 비주는…….”
“화장실 갔을걸요.”
복잡한 파티장이라 괜히 길을 잃지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손 씻고 온다고 했는데 한참이나 지난 상태였다.
그때 뒤에서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왔어요.”
손에 남은 물기를 털던 비주가 주변의 웨이터가 건네주는 논알콜 음료 잔을 받아 들었다.
리혁이가 물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또 길 잃었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화장실에서 다들 셀카 찍고 있더라고요. 붙잡혀서 사진 찍느라 한참 걸렸어요.”
“아아.”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실내에서 사진 및 동영상 촬영 금지.
세계 최대의 패션 행사 중 하나로 불리는 멧 갈라의 엄정한 규칙 중 하나다.
아마 외부로 행사 내용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 듯한데, 그 때문에 셀럽들도 셀카를 찍고 싶으면 삼삼오오 화장실로 가서 사진을 찍고 오곤 했다.
대체로 어느 현장에서든 안하무인으로 행동해도 제지할 수 없을 만큼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이 자리에 모여 있지만, 이곳에서는 모두가 그 규칙을 존중하고 있다.
괜히 이런저런 걸 어겼다가 헤일리 블루처럼 행사에서 밴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형, 저 왔어용.”
막내가 총총거리는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검은 셰프복을 저고리처럼 만들어서 허리에 끈을 묶은 패션이 눈에 들어오는데, 정말 누가 봐도 옷태가 좋다.
그런데….
우르르-
막내가 걸어오면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온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있는 배우들.
헤일리의 남편인 크리스 카일을 비롯해 지호가 출연하는 히어로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소속 배우들이 우리를 보고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
“다들 인사하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어요.”
“잘했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가벼운 수다를 떨었다.
빌보드 수상 축하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당신이 상을 타는 걸 보았다, 딸을 위해 사인을 부탁해도 되냐 등등등.
하나둘 우리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면서 점차 불어나기 시작했다.
「헤이~ 내 친구!」
반갑게 인사하며 포옹을 해 오는 로니 루카스, 루퍼트 딘 등과도 인사를 나누고.
“인사할래? 중국에서 유명한 친구들인데.”
한별이가 데려온 중국 출신 스타들과도 통성명을 하고.
뭔가 무도회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잔뜩 모여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나를 뚫어져라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마치 이런 느낌의 신호.
-아아! 메이데이! 메이데이! 들리나?! 관제탑?! 비상 상황이다!
간절한 신호에 시선을 돌리니 누군가 보였다.
호감 가득한 시선에 둘러싸여 있는 내향성 배우.
머리를 쉼표 스타일로 만들어서 오늘따라 댄디해 보이는 스타일을 자랑하는 월드 스타 이견우였다.
‘우주야! 우주야!’
나와 눈이 마주치자 동공이 흔들린다.
‘도와줘.’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화제의 인물.
[사운드 오브 선>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하는 유명인들이 이견우 선배를 보고 눈을 빛내고 있었다.내가 고개를 저었다.
‘선배님, 저는 선배님을 그렇게 약하게 키우지 않았습니다.’
‘!!’
‘주경기장에서 4만 명 앞에서 노래했던 그 자신감이라면 무엇이든 이겨 낼 수 있어요.’
…라는 의미를 보냈지만 별로 닿은 것 같지 않았다.
음.
역시 아직 이견우 선배는 텔레파시 소통이 무리인가.
동생들처럼 내가 눈빛만 보내도 대충 무슨 뜻인지 알아듣는 단계까지 가진 못한 모양이다.
“후우.”
내가 한숨을 쉬며 꽃 장식을 정돈했다.
5월의 장미를 상징하는 예쁜 꽃 장식을 가다듬고는 이견우 선배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중현이가 물었다.
“형, 어디 가요?”
“견우 선배님 도와주러.”
“아, 저희도 갈게요.”
하지만 내가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일단 내가 움직이면 우리 졸개들은 자연스럽게 나를 따라온다는 것이고, 그리고 지금 우리 졸개들의 곁에는…….
우르르르르-
정말 무수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였다.
자연스럽게 내 뒤를 따라 군단처럼 이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눈을 깜빡였다.
“아.”
다시 고개를 돌리자 이견우 선배가 눈빛으로 필사적으로 ‘X’를 표해 보였다.
‘취소! 취소!’
하지만 취소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
내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관점을 달리하는 것이다.
물이 반컵이나 남았구나! 하는 것처럼, 선배님의 성공을 위해 사교를 지원하는 것도 도움이 아니겠는가.
‘갑니다.’
‘오지 말라고!’
‘꺄르륵!’
마음속으로 아이고를 외치는 상대를 위해 나는 열심히 I go를 실천했다.
* * *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덴두르 신전.
평소엔 전시 공간이지만, 오늘만큼은 새하얀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이 세팅된 만찬장으로 변신했다.
-요리와 패션이 만나다.
그런 주제를 상징하듯 이 널찍한 전시 공간은 다양한 조형물로 채워져 있었다.
마치 동서양의 요리가 한 지점에서 만난 것처럼 한쪽은 동양적인 소품들로 채워져 있고, 한쪽은 로마의 황제나 프랑스의 절대 군주가 식사했을 법한 공간처럼 다양한 서구의 소품들이 섞여 있었다.
언뜻 보면 이질적인 것들이 섞여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올해 멧 갈라의 만찬장은 마치 세계 지도처럼 꾸며져 있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소품들이 붙어 있고, 중국과 인도의 소품이 붙어 있고, 인도는 아라비아 쪽과 붙어 있고, 아라비아 쪽은 또다시 유럽과 붙어 있고, 유럽과 미국이 붙어 있는.
‘진짜 잘 꾸몄구나.’
‘근사하다.’
분명 중국과 극과 극에 붙어 있는 미국 쪽 소품들은 이질적인데, 만찬장을 한 번 주욱 훑어보면 그 연결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라 괜히 기분이 들떴다.
“와인 더 필요하십니까?”
“주세요.”
서버들이 따라 주는 와인을 마시며 근사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
만찬장의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고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 무대는 누가 한다고 했지?”
“뉴블랙이었던 걸로 기억해.”
“오~”
뉴블랙이 오늘 멧 갈라의 하이라이트인 무대를 한다는 이야기에 다들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무대에서 에너지가 넘친다면서? 잘 모르는 사람들도 무대를 보면 팬이 된다고 하던데.”
“뉴블랙이라….”
“이번에 갈라 측에서 꽤나 거금을 들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친구들 몸값이 장난이 아니라고.”
주변에서 뉴블랙에 대한 이런저런 가십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테리 오스틴은 조용히 와인 잔을 들이켰다.
‘건방진 애송이.’
아니꼽다.
그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아니꼽다는 말이 적합할 것이다.
아니, 더 나아가 불쾌했다.
테리 오스틴은 이 업계에서 여태까지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던 전설의 프로듀서였다.
여태까지 그가 보이밴드를 만들었다 하면 그 보이밴드는 해당 세대에서 최고의 인기 그룹이 되었고, 그의 품에 들어온 가수는 누구든 빌보드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여기에는 프로듀싱 실력과 함께 그가 구사하는 전략도 한몫했다.
-경쟁자는 죽이고, 내 가수는 띄운다.
90년대와 2000년대에는 그것이 잘 먹혀 왔다.
평론가들을 구워삶아 경쟁 가수의 노래를 혹평하고, 라디오 등 미디어 거물들과 협력해서 자신의 가수를 띄우고.
불법이 아닌 한에서, 그야말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 경쟁자를 제거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서 혜성처럼 나타난 뉴블랙이란 밴드는 도무지 대처를 할 수가 없었다.
‘초반에 싹을 밟아 놨어야 했는데.’
만약 뉴블랙이 북미에 진출했던 극초반이라면 그가 손을 썼을 여지가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무엇도 통하지 않았다.
뒷공작도 체급이 작을 때나 먹히는 법이지, 이제 뉴블랙 정도 체급의 가수를 거꾸러뜨리는 건 본인들이 갑자기 ‘뉴블랙 해체할 거야~!!’ 라고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바닥에서 그의 힘이 아무리 막강하다고 해도 저 정도 규모가 되면 여기저기 걸린 돈의 액수가 커지기 때문이었다.
-음, 테리. 당신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뉴블랙이 우리에게 벌어다 주는 돈이 크거든요.
은근슬쩍 발뺌하는 이들까지.
그런 자본들이 뉴블랙과 얽히고설키면서 이제는 뉴블랙과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후우.”
개탄할 노릇이었다.
그의 힘이 가장 막강했던 2000년대였더라면 절대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와인 잔을 빙글 돌리던 테리 오스틴이 와인을 통째로 털어 넣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분명 문라이트를 프로듀싱했던 초반만 해도 그의 전략은 잘 먹혔다.
-뉴블랙이란 K팝 그룹이 인기라고?
뉴블랙이 인기를 끌었을 때 딱 그 생각이 들었다.
명맥이 끊겼다고 생각한 보이밴드 장르의 인기가 부활했다.
그렇다면….
-저거 내가 먹을 수 있을 거 같은데? K팝 스타일을 적극 융합해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든다.
그래서 K넷이라는 한국의 음악 채널에서 인력들을 섭외해 와서 노하우를 열심히 빼먹고.
넷플러스와 협업해 글로벌 오디션을 런칭하면서 삽시간에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데뷔 초부터 문라이트는 북미에서만큼은 뉴블랙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팬덤 규모를 형성하며 뉴블랙을 위협했다.
거기까지는 그의 예상과 같았다.
-뉴블랙을 꺾고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 문라이트가 된다.
분명 그랬다.
뉴블랙에겐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K팝 스타일을 본떠 연습생들을 혹독히 트레이닝시켜 기존의 보이밴드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갖추게 만든 그룹.
거기다 뉴블랙이 가끔 오는 영미권에서 1년 내내 활동할 수 있는 이점까지.
그런데 문제는 그의 전략에 대한 상대의 대응이었다.
-문라이트는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다!
그렇게 외쳤는데 뉴블랙이 맞장구를 친 것이다.
-맞아! 문라이트는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야!
-????
-우리 이번에 [Answer>라는 곡이 나왔거든요? 그리고 [Overcooked>라는 신곡도 나올 거예요~! 많관부!
리더인 써니가 [Answer>로 힙합의 제왕과 콜라보를 하면서 대중들에게 ‘어라?’ 하는 이미지 변신을 보여 주더니, [Overcooked>라는 음악적으로 뛰어난 성취를 보여 주는 곡을 들고 왔다.
수많은 북미 리스너들에게 뉴블랙이란 그룹이 기존의 보이밴드와 무언가 다르다는 점을 확고하게 보여 준 장면.
뉴블랙이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하면서 그의 계획이 어긋났다.
-어라…?
원래는 뉴블랙 가게 옆에 바로 크게 가게를 차려서 단물을 쪽쪽 빨아먹으려고 했다.
뉴블랙 측에서 ‘아닌데? 보이밴드 최고는 우리인데?!’ 하고 발끈할수록 그가 이득인 구조.
그런데 상대가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그 이후의 상황은 모두가 알고 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 사운드 오브 선의 대흥행… 그래미와 아카데미 수상.
이제는 이 자리의 사람들이 뉴블랙을 인기 많은 보이밴드가 아니라 제법 진지한 아티스트로서 취급하고 있었다.
헤일리 블루나 콜드 브라운, 맨디 스파이스 같은.
‘도무지 방법이 없군.’
선우주를 만났을 때 그가 으르렁댄 것도 그런 답답함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평상시 우아함을 가장하고 있는 그가 절대 안 했을 행동.
바꿔 말하자면 선우주의 귀에다가 ‘건방진 애송이’라고 속삭인 건 다음처럼 번역이 가능했다.
-선생님의 전략과 전술에 참으로 감탄하고 탄복했습니다. 정말 게임을 더럽게 하시는군요. 앞으로의 플레이에서 제발 안 마주쳤으면 좋겠습니다.
갑갑한 마음을 정리하던 테리 오스틴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전략으로 가야겠어.’
그가 믿고 있는 것은 시간이었다.
뉴블랙은 그룹.
거기다가 이미 데뷔한 지 5년이나 지났다.
지금까지 미국 가요계에서 그는 7년 이상 넘어가는 보이밴드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최근 들어 유독 써니가 잘나가고 있지.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한 명이 계속 잘 되면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써니의 독주가 계속될 거야.’
그리하여 뉴블랙이 몇 년 내로 활동을 느슨하게 할 때.
그가 심혈을 기울여 키워 낸 문라이트의 멤버들은 각자 솔로로 데뷔하며 뉴블랙을 위협할 것이다.
“후훗.”
그가 웃으며 빈 잔을 들자 서버가 와인을 따라 주었다.
그리고 그가 가장 믿고 있는 건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콜린 에반스였다.
“콜린?”
“네?”
“괜찮니?”
“네, 그럼요.”
테리 오스틴의 눈이 콜린 에반스의 시선을 쫓았다.
멀찍이서 독특한 복장을 입고 얼굴에 쥬얼리를 스티커처럼 붙인 켈리 넬슨이 주변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있다.
‘그러게 켈리 넬슨과 계속 만났어야지.’
바보 같은 선택을 한 자신의 가수를 보며 그가 속으로 혀를 끌끌 차고 있을 때.
멧 갈라 만찬장의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환호성이 일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오늘의 무대를 맡을 주인공들이 등장할 시간.
이윽고 하이라이트 조명이 켜지면서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발랄하고 경쾌한, 뉴블랙을 상징하는 듯한 멜로디가 울려 퍼지면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파앙-
파앙-
이윽고 한 무리의 수레가 만찬장 안으로 들어섰다.
양파, 당근, 감자 등등.
다양한 식재료 소품이 실린 곳에 농부 복장을 입은 뉴블랙 멤버들이 앉아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
특히나 농부 복장이 잘 어울리는 중현이 마이크를 든 채 사람들의 환호에 눈을 찡긋했다.
[Hello.]가볍게 운을 뗀 중현이 마이크를 들으며 [Answer>의 도입부를 부르자, 현장이 흥분으로 들썩였다.
전 세계를 누비는 여행 중이라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콜드 브라운을 대신해 랩 파트를 부르는 중현.
콜드가 자신만의 가사를 썼듯이 중현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며 랩을 불렀다.
그리고 합류하는 우주.
“와아아아아아아-!”
모두의 예상대로 [Answer>에서 듀엣을 한 두 멤버가 자리에 서면서 다른 멤버들도 합류했다.
[Hot Sauce>의 경쾌한 라틴팝 멜로디.히스패닉 셀럽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춤을 추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흠, 영리하군.’
테리 오스틴이 뉴블랙의 무대를 바라보며 객관적으로 감탄했다.
덴두르 신전 앞에서 펼쳐지는 무대.
동선이 좁은 만큼 평소 파워풀한 안무를 자랑하는 자신들의 퍼포먼스는 살리기 힘들다.
그래서 뉴블랙이 보여 주는 방향은 다음과 같았다.
-보컬로 압도한다.
[Hot Sauce>에서 리혁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현장에서 환호가 아닌 ‘와…’ 하는 소리가 튀어나왔다.‘편곡도 잘했군.’
널찍하게 울리는 공간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웅장한 분위기를 주는 사운드로 바뀐 음악들.
거기에 무대 구성도 좋다.
처음에 농부 복장으로 등장한 중현과 우주가 옷을 가볍게 찍- 뜯으면서 안에 있던 의상이 드러났다.
마치 상인이나 선원들이 입을 법한 복장.
농부들이 식재료를 키우고, 그 식재료를 다양한 이들이 운반하고.
Overcooked- Overcooked-
오버쿡에 이르러서는 요리사 복장으로 변신했다.
현장의 열기가 완전하게 뜨겁게 달아오른다.
아예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부르고 있고, 덴두르 신전의 화려한 조명 앞에서 뉴블랙 멤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로 사방을 압도하고 있다.
잠시 토크 타임이 되었을 때도 모두가 여전히 환호하고 있을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들께 인사 드립니다. 다들 멋진 밤을 보내고 계신가요?]마이크를 든 써니의 인사말에 모두가 화답했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정말 다양한 곳에서 온 분들이 보이네요. 모로코, 중국, 파키스탄, 일본, 영국, 프랑스….]패션계의 행사를 위해 ‘우리 모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하는 감성의 스피치에 다들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테리 오스틴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말솜씨 하나만큼은 영화에 나오는 자기 아버지를 쏙 닮았군.’
화려한 무대와 멋진 스피치, 미튜브 등에 올라가게 되면 꽤나 주목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마지막으로 들려 드릴 곡은 모두가 알다시피 ‘Like The Sun’입니다.]“와아아아!”
[많은 분들이 이 곡에 대해 묻곤 하죠.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느냐. 모두가 영화를 보셔서 알겠지만,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태양처럼 빛나는 나를 보아라.]써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치 무언가 갑자기 떠올랐다는 듯.
[사랑이라고 하는 키워드를 떠올리니 여러분에게도 들려 드리고 싶은 곡이 하나 떠오르네요. 안타깝게도 그 곡은 아직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곡이라서… 정말 아쉽네요.]궁금증을 유발하는 멘트.
조만간 나올 신곡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언급하던 우주가 손을 부드럽게 저어 인사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Like The Sun>입니다.]부드러운 피아노 연주와 함께 무대 위로 등장하는 이견우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멍하니 바라보는 테리 오스틴과 콜린 에반스에게 보여 주듯 우주가 생긋 웃으며 잔을 들었다.
[보아라.]관객들이 잔을 들고 화답했다.
「당신의 개쩌는 태양을-!」
올해 멧 갈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