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6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61화
레트로풍으로 시작하는 멜로디.
처음에 사람들은 요즘 흔히 듣는 80-90년대의 복고풍 멜로디라고만 생각을 했다.
켈리 넬슨이 마이크를 잡기 전까지는 말이다.
운전할 때 음악을 틀면
너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꺼버리곤 했지
나의 80년대 명곡 리스트가
구리다(suck)고 말했어
그제야 왜 곡이 복고풍 멜로디인지 이해가 됐다.
“아, 저거 진짜 최악인데.”
“옛날에 저런 남자 한 번 만난 적 있었는데, 최악이었어. 내가 좋아하는 거에 훼방을 놓더라고.”
켈리 넬슨이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마이크를 든 우주가 가볍게 그녀 곁을 맴돌며 속삭였다.
신경 쓰지 말고
너의 음악을 들어
마치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듯이.
하지만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켈리 넬슨이 노래를 이어 불렀다.
별똥별을 보러
애리조나로 여행을 갔던 날
기억해?
키스를 하던 중에
내게 지금까지 몇 명의
남자친구를 만났는지 물었지
TV를 보던 사람들이 남녀 가리지 않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
“최악이군.”
“대체 왜 사귄 거임?”
켈리 넬슨이 노래를 이었다.
조심스럽게 대답한 나에게
넌 화를 내며 차에서 내렸어
너만이 나의 사랑이라고
한참 속삭인 후에야
너의 화는 풀렸지
그제야 너는 내가 사랑하는 모습으로 돌아왔어
처연하게 마이크를 내리는 켈리 넬슨.
그녀의 곁에 서 있던 우주가 다시금 마이크를 들고 읊조렸다.
That ain’t love (그건 사랑이 아니야)
“그건 사랑이 아니… 어?”
“어, 내 말이!”
중얼거리던 사람들이 자신의 속마음과 똑같은 우주의 가사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었던 것이다.
그제야 사람들이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좀 알겠다.’
처음에만 해도 노래의 화자로서 우주가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긴가민가했다.
그래서 하이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떠올렸다.
주인공의 곁에서 ‘너는 지금 잘못된 사랑을 하고 있어’라고 말해 주며 짝사랑하는 포지션 혹은 주인공의 곁에서 묵묵히 지켜 주고 있다가 사랑을 쟁취하는.
하지만 가사가 이어지면서 그게 아니란 걸 알았다.
‘켈리 넬슨의 마음속 목소리구나.’
[Error>라는 곡에서 우주가 맡은 파트는 바로 켈리 넬슨의 또 다른 자아였다.지금 무대 위의 켈리 넬슨이 사랑에 빠진 소녀라면.
우주가 맡은 것은 사랑에 빠진 소녀를 객관적으로 관조하고 있는 자신의 또 다른 속마음인 셈이었다.
‘연출 끝내준다.’
신곡 무대를 감상하던 음악 매니아들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잘못된 연애를 해 본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겪는 일 아닌가.
마음속 한구석에서 또 다른 자아가 ‘이건 아니야, 벗어나야 해’라고 말하지만, 사랑에 빠진 자신은 그걸 애써 무시하는.
“근데…….”
그때 누군가 TV를 보며 말했다.
“써니가 저 목소리를 맡으니까 진짜 설득력이 넘치지 않아?”
“그러게.”
TV 속에서 켈리 넬슨이 노래를 하는 동안 우주가 곁을 계속 맴돌고 있다.
객관적으로 봐도 콜린 에반스보다 훨씬 더 잘생긴 얼굴.
저런 얼굴로 ‘그 관계는 아니야’하며 속삭이고 있지만, 무대 위의 켈리 넬슨은 사랑에 정신이 팔려서 우주의 목소리를 계속 무시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무대 분위기가 확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저런 외모의 인물이 속삭이는데도 무시한다는 게 당시 켈리 넬슨이 얼마나 사랑에 빠져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듯했다.
내게 정말 힘든 일이 있었을 때
너는 ‘힘내’라고 짤막하게 메시지를 보냈지
전화를 걸려고 하면
스튜디오에서 녹음 중이라 바쁘다고 했지
하지만 너의 친구들이 올린 SNS에서
넌 수영장 파티 중이었지
“으으으으!”
“아, 진짜 듣는 내가 괴롭다.”
다행히
너는 얼마 안 가 다정한 모습으로 등장했어
많이 힘들었냐고 하면서
나를 5분 정도 안아줬지
그러곤 너의 일상에 대한 불평을 하기 시작했어
인기 투표에서 1위를 못했다는 이야기였지
다들 입을 틀어막았다.
여자친구가 힘들어서 위로를 해 주러 온 게 아니라 자신이 짜증 났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온 콜린 에반스의 행태.
팝콘을 뜯고 TV를 보고 있던 대학생 중 하나가 팝콘을 내려놓았다.
“팝콘 먹을 사람? 나 입맛이 좀 떨어진 것 같은데.”
“난 됐어.”
“나도.”
그때 우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사랑은 똑같은 것을 주고받는 법이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콜린 에반스의 주옥같은 행적들이 흘러나오는 동안, 마침내 노래가 1절의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래미에 노미네이트된 날
같이 시상식에 가자는 나에게
넌 미친듯이 화를 냈어
태양이 떠오르고 있는 곳에
나의 부속품처럼 갈 수는 없다는 거였지
‘Sun rise’라는 태양이 뜬다는 부분의 가사에 다들 ‘아’하며 납득했다.
비유적으로 말했지만, 말뜻을 알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써니 이야기인가?”
“그런 거 같아.”
말하지 않아도 바로 그려졌다.
-지금 나보고 걔가 그래미 대상 후보가 된 곳에 너의 파트너로 가라는 거야? 자존심 상하게?!
TV를 보던 이들이 극대노했다.
“저저…….”
“반대로 생각해 봐. 지가 그래미 후보 됐으면 켈리한테 왜 같이 안 가 주냐고 난리 쳤을걸.”
“백 퍼센트.”
곡에서 드러난 행적들을 보았을 때 훤히 그려졌다.
그래미 후보가 된 콜린 에반스가 후보에 오르지 못한 켈리 넬슨에게 ‘왜 같이 안 가 주냐’하면서 심술을 부렸을 게 뻔했다.
그래서-
켈리 넬슨이 가볍게 고음으로 목소리를 올렸다.
뒷배경의 LED 스크린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오는 날
나는 너의 집 앞에서
3시간을 떨었어
너의 친구가 건네준 담요가 아니었다면
난 얼어붙었을지도 몰라
“…….”
“…….”
창문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보였지
너는 내가 널 못 봤다고 생각하겠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림자만 봐도 알 수 있어
한 템포 쉬던 켈리 넬슨의 푸른 눈동자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That was you. (그건 너였어)
다들 입을 멍하니 벌렸다.
‘최악이다.’
화가 날 수 있어도 3시간 동안 사람을 추위에 벌벌 떨게 만들 일까지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켈리 넬슨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우주는 말없이 서 있었다.
후렴이 나올 듯한 분위기.
하지만 후렴이 나오지 않는 대신 노래가 착 가라앉았다.
그때
너의 사진이 떴어
나의 심장은 얼어붙었어
우주가 마이크를 들어 화음을 더했다.
얼어붙었지
그 무엇으로도 녹일 수 없을 만큼
차갑게
켈리 넬슨이 가볍게 눈을 감는 동안 무대에는 아무 반주 없이 침묵만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침묵이 사람들에겐 노래처럼 들렸다.
3초 정도의 짧은 시간.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을 상징하듯 파란 조명이 우주와 켈리 넬슨을 내리쬔다.
잔잔한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동안 온라인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마침내 진상이 밝혀진 것이다.
#He_cheated_on_her
‘그가 바람을 피웠다’고 SNS 등에 올라오는 해시 태그.
처음에는 메간 키너가 유혹을 해서, 콜린 에반스가 멀쩡히 연애를 하다가 홀라당 넘어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 걸 깨달은 것이다.
온라인에서 한바탕 난리통이 벌어지는 가운데, TV를 보고 있던 많은 이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멜로디를 듣고 있는 동안 저마다 자신이 겪었던 좋지 못한 연애들을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바로 그때.
츠츠츠-
켈리 넬슨과 써니의 뒤에 있던 밴드가 본격적으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둔탁한 드럼 소리가 울리고.
1절에 비해 살짝 템포가 빨라진 분위기.
우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지금까지 켈리 넬슨의 잘못된 연애를 말렸던 또 다른 자아가 입을 떼면서 주인공인 켈리 넬슨이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러게 내가 말했지.
…같은 말이 튀어나오는 게 보통이니까.
하지만 남자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주는 건 전혀 다른 내용의 이야기였다.
햇살이 밝았어
밖으로 나갈 시간이야
오늘 LA의 날씨는 59°F
바람이 선선하고
바다 구경하기 좋은 날씨지
마치 우울한 얼굴로 누워 있는 누군가에게 커튼을 촥 걷으며 말해 주듯이.
써니의 햇살 같은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현장 관객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우주가 자신의 뒤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켈리 넬슨의 크루가 미소를 지으며 연주를 이어 간다.
키보디스트 에이바가 경쾌한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하고, 기타리스트 맥이 리프를 연주하며 씩 웃는다.
우주가 마이크를 들고 노래했다.
달콤한 팬케이크는 어떨까
네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잖아
녹은 버터가 올려져 있고
달콤한 메이플 시럽을 뿌리는 거야
마치 그 목소리가 이런 말을 하는 듯했다.
-너의 일상으로 돌아와.
처음에만 해도 목소리가 안 들리는 척하고 있던 무대 위의 켈리 넬슨이 시선을 조금씩 움직인다.
TV 앞에 앉은 이들은 저도 모르게 켈리 넬슨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래! 털어 버려.’
분명 지나갔던 과거의 이야기인데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리하여 마침내 켈리 넬슨이 마이크를 다시 잡고 눈을 뜨면서 현장 방청객들이 환호를 보냈다.
그래서 나는
팬케이크를 먹기 시작했어
네가 바쁘다며 거부했던
산책도 하고
켈리 넬슨의 입가에 후련한 미소가 나타난다.
점점 멜로디가 경쾌해진다.
힘없는 미소가 아니라 힘이 실린 표정에 TV를 보던 이들이 신이 나서 어깨를 들썩였다.
화단에 꽃을 키우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도 하고
세상에 즐거운 일들이 많다는 걸
덕분에 알았어
조용히 스탠딩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부르던 켈리 넬슨이 마이크를 빼고 앞으로 걸어 나온다.
현장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뒤에 선 밴드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이 미소를 지었다.
‘밴드 표정이 너무 좋다.’
켈리 넬슨의 절친들이라서 그런 걸까.
훌훌 털어 내고 다시 일어선 그녀를 바라보는 기타리스트 맥의 표정이 마치 친오빠 같고, 키보디스트 에이바의 눈에서는 언니가 동생을 바라보듯 꿀이 떨어진다.
그녀가 다가서서 노래를 부르자 그들이 화답했다.
끝내주는 기타 리프.
스트레스가 쫙 풀리는 드럼 소리.
결심했어
정말로
켈리가 우주에게 다가가자, 무도회의 신사처럼 우주가 그녀의 손을 잡고 한 바퀴 빙글 돌려 준다.
슬쩍 몸을 돌린 켈리 넬슨이 카메라를 보고, 우주도 마이크를 들고 합창했다.
당분간
사랑은 하지 않을 거야
거기서 넘어가는 후렴구.
켈리 넬슨이 가볍게 리듬을 타며 자유를 상징하는 춤을 추는 동안, 우주가 후렴의 멜로디를 불렀다.
Bom Gam Za-
Bom Gam Za-
계속해서 반복되는 단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쾌한 멜로디와 맞물린 단어가 자꾸만 귓가에 들어온다.
노래를 듣고 있던 미국의 수천만 시청자들이 흥얼거렸다.
“Bom Gam Za~ Bom Gam Za~”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외국어인가 보다 생각했다.
가끔 힙합에 스와힐리어 문구가 들어가거나, 노래에 라틴어 가사 등이 짤막하게 들어가듯이.
그렇게 후렴구가 끝난 후.
노래를 서서히 후반부로 흘러갔다.
마침내 모든 걸 털어낸 켈리 넬슨이 마이크를 들고 웃었다.
다른 소식을 알게 된 건
기사에서였지
잊지 못했다더라
돌아오고 싶다더라
모두가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 때문에 잊고 있었지만, 왜 최근에 켈리 넬슨 이슈가 불타올랐는지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메간 키너와 헤어진, 아니 지금 상황으로 보면 100퍼센트 차였을 게 분명한 콜린 에반스가 갑자기 그녀에게 돌아가고 싶다며 언론에다가 계속 운을 띄웠기 때문이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는 메간 키너의 유혹에 잠시 넘어간 콜린 에반스가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거나, 혹은 켈리 넬슨과 헤어지고 나서 힘들어했던 것처럼 보였던 상황.
켈리 넬슨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그래서 이 곡을
쓰게 됐지
이게 나의 대답이야
자기야
마지막의 Darling이라는 부분이 상대를 놀리는 것처럼 들린다.
너와의 관계는
그저 오류(error)였음을
켈리와 우주가 함께 노래를 부른다.
당분간 사랑 따윈 하지 않을 거야
아니
이런 사랑은 하지 않을 거야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
다시금 후렴이 흘러나온다.
Bom Gam Za-
Bom Gam Za-
우주가 손을 들고 현장 호응을 유도하면서 현장 관객들도 정체가 불분명한 멜로디를 함께 불렀다.
SNL 크루들도 같이 따라 부르고.
TV로 보고 있던 이들도 무의식적으로 ‘봄감자~ 봄감자~’ 하는 멜로디를 흥얼댔다.
그렇게 기타 사운드에 맞춰 춤을 추던 켈리 넬슨과 우주가 노래를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현장에서 환호가 터져 나오고.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던 우주와 켈리의 관계자들이 각자 환호하며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됐다!’
이건 백 퍼센트 터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마지막 회의 실시간 시청률 최고치를 갱신한 SNL의 스태프들도 환호했다.
“태양 만세! (Praise the Sun!)”
첫 회와 마지막 회의 시청률을 모두 견인해 준 뉴블랙의 리더에게 다들 찬사를 보냈다.
그렇게 곳곳에서 환호가 터지고 있는 가운데.
[Kelly Nelson – Error (feat. Woojoo)]세계 곳곳의 음원 사이트에 켈리 넬슨과 우주의 콜라보 곡이 업로드 되었다.
가만히 SNL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멍한 얼굴로 주변을 더듬어 핸드폰을 찾았다.
왠지 다시 듣고 싶은 곡이었다.
자꾸 귓가에 맴도는 환청에 사람들이 홀린 듯한 얼굴로 곡을 스트리밍하기 시작했다.
Bom Gam Za-
Bom Gam Za-
작년도의 [Answer>와 마찬가지로 2019년 상반기 빌보드 차트를 뒤집을 곡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 * *
모두가 켈리 넬슨의 신곡 [Error>를 듣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
발매하자마자 역대급 추이를 보여 주고 있는 음원에 켈리 넬슨과 우주의 에이전시가 환호성을 터뜨렸다.
“대박이야!”
“진짜… 초대박이다.”
모두가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써니가 또 해냈군.’
물론 곡의 서사와 주인공은 켈리 넬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었던 이들은 켈리 넬슨이 쓴 초기 버전의 곡을 들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때도 나쁜 건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무언가 심금을 울리는 명곡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미 대상을 수상한 프로듀서가 오고 나서부터 벌어진 변화가 지금의 초대박을 터뜨린 느낌.
곡의 작곡 단계부터 시작해서 각종 인터뷰와 멧 갈라 등에서의 이슈 몰이 등등.
한 편의 잘 짜인 연극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정교하고 촘촘하게 짜인 연극을 보고 호평하는 사람이 있다면 혹평하는 이도 있는 법.
“…….”
널찍한 독채의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콜린 에반스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당했다.’
처음에는 그리 생각했다.
노래에서 무슨 말로 속풀이를 하든 간에 켈리의 마음이 풀리면 그만이라고.
그러나 적나라한 저격이 담긴 곡의 내용을 들으면서 그의 안색은 곧장 창백해졌다.
‘켈리가 이런 애였던가…?’
항상 조용조용하고 수줍어하는 성격이라서 이렇게까지 적나라한 디스곡(?)을 쓸 줄은 몰랐다.
전부 다 그의 이미지에 해가 되는 심각한 내용들.
얼마 안 가 그가 쓰고 있던 사랑꾼 가면이 떨어져 나갔다.
전여친의 마음이 풀리거나 용서를 받는 것은 그의 커리어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떡하지? 내 이미지는? 아니, 이 곡이…….’
온갖 생각이 휘몰아친다.
그러다가 문득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굉장히 잘생긴 얼굴.
켈리 넬슨의 곁에서 얄밉게 노래를 부르던 누군가.
Bom Gam Za-
Bom Gam Za-
화를 참지 못한 콜린 에반스가 소리를 질렀다.
‘열받아!!’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열 받는 건 노래의 후렴구였다.
사람들에게는 뜻 모를 후렴구처럼 들리겠지만, 그는 저게 뭘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번역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에헤헤헤! 콜린아~ 콜린아~ 네가 제일 열받아 하는 단어야~ 에헤헤~!
더욱 열받는 건 이게 왜 열받는 건지 아무에게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걸 설명하려면 자신이 선우주에게 시비를 걸었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욕설은 아니지만, 욕설처럼 들리는 단어.
“젠장….”
그가 초조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대한 저택의 거실.
어마어마한 부를 상징하듯 다양한 소품들이 가득한 멋진 공간이었지만, 오늘따라 빈 공간이 두렵게 느껴졌다.
‘아니야, 희망이… 있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희망은 노래가 생각보다 히트를 치지 않는 거였다.
그 생각에 그의 얼굴에 잠시 화색이 떠올랐다.
‘뭐, 좋은 노래인지도 모르겠던데.’
유치찬란한 80년대의 올드한 멜로디가 계속 나오는 곡이었다.
사람들의 귀가 그와 같다면 아마 큰 인기는 끌지 못할 것이다.
그런 희망으로 버텨 보고 있을 때였다.
요란한 EDM 벨소리가 울리면서 그가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문라이트의 PR 담당인 소나였다.
“여보세요.”
-어, 콜린…? 통화 가능한가요?
“네. 소나, 상황이 어때요?”
-Umm…….
말끝을 흐리던 문라이트의 홍보 담당자가 그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음 주에 토크쇼 일정이 있잖아요. 그것들을 일단 캔슬해야 할 것 같아요.
“왜요?”
-그….
“내 입장도 나가서 설명을 해야죠. 지금 저 곡에 나온 것도 저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니까, 이걸 진실 공방처럼 끌어서…….”
-안 돼요.
홍보 담당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상황이 굉장히, 정말 굉장히 좋지 않아요. 콜린.
“얼마나요?”
-당분간 몸을 수그리는 게 좋겠어요. 아무 음원 사이트나 지금 들어가 보겠어요?
콜린 에반스가 자주 들어가는 음원 사이트를 켰다.
거기에 바로 보이는 실시간 순위.
#1. Kelly Nelson – Error (feat. Woojoo)
처음에만 해도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던 콜린 에반스가 그 옆에 적힌 스트리밍 수치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최근 3년 동안 최고 스트리밍량이에요, 콜린.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당신도 알 거예요.
“…….”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걸.
콜린 에반스가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치 환영이 보이는 듯했다.
Gam Za-
Gam Za-
거대한 감자의 해일이 그를 향해 들이닥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