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65)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65화
말도 안 되는 뉴스란 건 알고 있었다.
-뉴블랙 우주, 어린이날 맞이 대선출마 선언.. “큰 꿈을 가져라”
하지만 0.5초 동안 멈칫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이가 아직 안 될 텐데?’
대통령 출마 나이 제한이 만 40세가 아니었나- 하고 생각한 사람들은 이내 뉴스를 보고 빵 터졌다.
봉황 로고가 뒷배경으로 그려져 있는 대통령 집무실.
거기에 뽀송뽀송한 토끼 인형이 해맑게 웃는 얼굴로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출마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ㅡㅡ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토끼 삼촌을 응원합니다^^
-어그로 미쳤네
-기사 내용에 ‘토끼 왕국 대선 출마’인거 개킹받네ㅋㅋㅋㅋㅋ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기사의 조회수.
어르신들의 단톡방을 비롯해 다양한 곳으로 기사 링크가 퍼져 나갔다.
‘나만 당할 순 없지!’
공휴일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있던 사람들이 기사를 클릭하고 나서 빵 터졌다.
복잡한 시사 이슈 속에서 등장한 토끼 삼촌의 존재.
시끌시끌한 뉴스를 보다가 귀여운 동물이 나오는 미튜브 영상을 보고 힐링하듯이, 어린이날 행사에 나타난 토끼 삼촌은 무언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느낌이 있었다.
‘근데 오늘 행사하는구나.’
자연스럽게 어린이날 행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한편.
토끼 삼촌의 활동에 대한 소식이 또 한 가지 뜨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14억 뷰 동요” 토끼 삼촌, 오늘 청와대 행사에서 신곡 공개한다
어쩌다 보니 전 세계 2000만 명의 시청자들 앞에서 신곡을 공개하게 된 토끼 삼촌이었다.
* * *
“이곳입니다.”
경호처 직원 분의 안내에 따라 대기실에 입장한 우리는 곧장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
“헉.”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인형탈을 벗은 우리가 숨을 몰아쉬었다.
뜨끈한 열기가 내 머리에서 이글이글 솟아오른다.
이미 머리는 축축하게 젖어 있고, 목에는 땀이 메말라 있었다. 매니저들이 건네주는 생수를 받아 들자마자 벌컥 들이켰다.
“와.”
목젖이 선명하게 튀어나올 정도로 숨을 몰아쉬던 막둥이가 벽에 뒤통수를 기대고 말했다.
“와. 이거 장난 아니네요. 진짜. 와.”
“그니까.”
인형탈을 쓴 채 어린이들에게 쉴 새 없이 팬 서비스를 하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눈을 질끈 감은 채 숨을 몰아쉬던 리혁이가 말했다.
“아마 시차 적응도… 영향이… 있을 거예요. 우리가 아직 몸이 적응 못한 상태에서 인형탈 쓰고 활동하는 거니까.”
“그치.”
“그래도 힘들긴 하네요. 진짜 신인 때 이거 어떻게 했지.”
사실 피지컬적인 난이도만 치면 데뷔 초에 펭귄 탈을 쓰고 춤을 췄던 게 더 힘들긴 했다.
한여름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명동 거리에서 K팝 메들리로 춤을 춰야 했으니까.
그럼에도 오늘이 더 힘들다고 느끼는 건.
“부담감 때문 아닐까요?”
비주가 목을 주무르며 말했다.
“천만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부담되는 것 같아요. 행동 하나하나 조심해야 할 것 같고.”
맞는 말 같았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데다가, 사소한 실수 하나하나가 다른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국가 행사.
게다가 당구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이들이 주변에 가득하다 보니 몸도 바짝 긴장해 있었다.
중현이가 말했다.
“아까 뒤에서 어떤 애기들이 와락 달려들어서 안겼는데 저 인형탈 벗겨질 뻔했어요.”
“아, 나도.”
“저두요.”
반가워서 여기저기서 달려드는 어린이들을 상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토끼 삼촌으로서의 일정이 절반쯤 끝났다는 거였다.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탐방은 끝이 났고, 이제 토끼 삼촌으로서 공연을 하면 첫 번째 일정이 끝난다.
그다음은 이제 탈을 벗고 뉴블랙이 되어서 어린이들과 열심히 야외에서 놀면 된다.
그… 또 뭐가 있더라.
“어으으.”
뻐근한 목과 어깨를 주무르고 있는 동안 목에 출입증을 건 우리 매니저들이 봉투를 들고 왔다.
“도시락 왔습니다.”
“네~”
내가 동생들에게 말했다.
“밥부터 먹자.”
“좋은 생각이에요.”
“비주야, 일으켜 줄까?”
내가 비주의 손을 붙잡고 일으켜 주고, 중현이와 지호가 리혁이를 붙잡고 일으켜 줬다.
테이블에 세팅된 따끈따끈한 도시락.
영빈관에서 어린이들이 점심 식사로 먹고 있는 도시락인데, 우리도 같은 종류였다.
치킨과 불고기 등이 들어 있는 도시락.
하지만 우리도 그렇고 매니저들도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내가 민기 형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의 매니저답게 평소 어디서든 밥을 잘 먹는 사람인데 오늘따라 숟가락질이 느리다.
“형, 왜 이렇게 깨작깨작 드세요?”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그래.”
매니저가 멍한 얼굴로 말했다.
“청와대 행사라니.”
“그러게요.”
“나는 분명히 가수 매니저로 취업을 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까 청와대에 와 있네. 목에 출입증 걸고.”
민기 형의 말에 다들 공감이 간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적부터 매번 TV에서 보던 파란 기와지붕의 건물에 우리가 와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얼떨떨하다.
“뭐.”
매니저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사실 너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너희는 조금 이따가 공연을 해야 되니까.”
“그것 때문에 걱정이에요.”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입맛을 잃지 않는 우리가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 건 시청자 수 때문이었다.
지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일이 커져도 너무 커졌어요.”
[토끼 삼촌>의 후속곡을 어린이날 행사에서 공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다.하지만 적당한 화제성 정도를 기대했지, 지금처럼 세계에서 2000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쇼케이스를 하려던 계획은 절대 아니었다.
부담이 되긴 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그래도 다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맞아요. 할 수 있어요.”
이 정도까지는 예상하진 않았지만 우리에게도 플랜이 다 있었다.
지금 우리가 부담감을 가지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
-랄랄라라! 삼촌이 컴백한단다!
-우와아아아!
[토끼 삼촌>의 후속곡에 대해 눈을 반짝반짝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곡을 공개하는 것.그런데 어떤 곡을 내놔도 부담스럽다.
[토끼 삼촌>만큼 큰 인기를 얻는 곡은 아무 때나 쉽게 터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그렇다면….
-여러 곡을 공개하면 되잖아?
[One Song>에서 얻었던 아주 훌륭한 교훈.여러 곡을 하나로 합친 메들리를 발매해 버리면 땡인 것이다.
17대 1로 싸우게 된다면 반드시 17이 되는 아이돌, 그것이 바로 우리였다.
“자, 밥은 여기까지 먹고 연습하자. 졸개들아.”
“예.”
“다 같이 랄랄라라!”
“랄랄라라~!”
* * *
청와대 영빈관.
저마다 티셔츠에 이름표를 단 어린이들이 도시락 식사를 마치고 바닥에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졸려.’
후아암- 하면서 하품을 하는 어린이들.
식곤증이 몰려 왔다.
어린이집이었다면 이제 밥을 먹고 슬슬 잠을 잘 시간대.
“…….”
초등학생 나이대의 어린이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았다.
아침부터 뛰어다니고, 낯선 공간에서 긴장을 조금 해서 그런지 졸음기운이 솔솔 몰려온다.
그때 대통령 할아버지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우리 어린이 여러분들 식사는 맛있게 잘 했나요?]“네!”
[오늘 어린이 여러분을 위해 아주 멋지고 근사한 무대를 준비했어요. 다들 재미있게 볼 준비되셨죠?]“네-!”
무대가 있다는 말에 다들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누가 나올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토끼 삼촌!’
‘뉴블랙!’
그것은 전 세계의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느슨하게 앉아 있던 어린이들이 소파에 정자세로 앉아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기 시작했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몇몇… 아니, 수백만의 어린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토끼 삼촌 인형을 쥐고 섰다.
국내에서도 인증글이 여럿 올라올 정도.
[실시간 우리집](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딸의 뒷모습.gif)
난리 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끼 삼촌은 대체 어린이들에게 뭘까
-뭔가 동심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있는 것 같긴함
-귀여운 얼굴 + 노래/춤 본업존잘 + 팬 서비스 = 아기들 최애 아이돌
-글케 말하니까 일리 있다ㅋㅋㅋㅋㅋ
-우리 집도 지금 조카 난리 났오ㅋㅋㅋㅋ 토끼삼촌 무대 나온다고
그런 이야기에 어른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대체 어떻길래?’
지금까지 [토끼 삼촌>이라는 동요를 몇 번 들어 본 게 전부인 어른들로서는 아이들이 왜 저 정도로 열광하는지 궁금했다.
이윽고 영상 속에서 토끼 삼촌 일행이 등장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익숙하게 환호를 즐기는 토끼 삼촌.
손을 들어 ‘워워’ 하고 진정시킨 새하얀 토끼가 마이크를 들고는 외쳤다.
[우리 어린이들! 준비됐니?!] [네-!] [다 같이 신나게 뛰어 보자!]시작은 당연하게도 [토끼 삼촌>.
화려하게 율동을 추기 시작하는 사슴을 비롯해 동물들이 백업 안무를 추기 시작하고, 토끼가 마이크를 들었다.
[폴짝폴짝 토끼춤-]현장에서 울려 퍼지는 어린이들의 합창.
-부흥회야??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애기들 떼창
-장난 아니다 진짜
-애기들한테는 애국가 같은 거니까 (끄덕)
처음에만 해도 열렬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의 반응에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토끼 삼촌>의 무대가 끝나고.
[삼촌이 오늘은 어린이들을 위해 재미있는 곡을 준비해 왔단다. 제목은 [랄랄라라>라는 곡인데…….]어린이 애니메이션의 성우처럼 익살맞은 목소리로 말하던 토끼 삼촌이 어린이들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자, 삼촌이 이렇게 마이크를 내밀 때마다 ‘랄랄라라’ 하고 외쳐주면 된단다. 할 수 있지?] [네.] [그럼 해 볼까?] [랄랄라라!] [조금 더 빠르게 가 볼까?]뉴블랙 멤버들이 마이크를 슥 내밀 때마다 아이들이 ‘랄랄라라!’ 하고 외친다.
여우가 장난스럽게 마이크로 허공을 두드리듯 세 번 흔들었다.
[랄랄라라! 랄랄라라! 랄랄라라!]이번에는 다른 멤버가 여섯 번 흔든다.
[랄랄라라! 랄랄라라! 랄랄라라! 랄랄라라! 랄랄라라! 랄랄라라!]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깡총깡총 뛰며 환호했다.
토끼 삼촌이 마이크를 들었다.
[그래. 가 보자.]익살맞은 목소리가 아니라 평소 우주의 랩을 할 때 나오는 낮은 목소리가 나와서 그런 걸까.
울림 있는 목소리에 아이들의 시선이 확 집중되면서 곡이 시작됐다.
세련된 K팝 스타일의 동요.
무대 조명이 화려하게 반짝이면서 인형들의 뽀송뽀송한 털이 빛났다.
고양이가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은
무슨 일이 생길까
두근두근하는
내 마음
마이크를 가볍게 내밀자 아이들이 ‘랄랄라라!’ 하고 외쳤다.
이윽고 사슴이 안무를 추면서 앞으로 나오고, 토끼 삼촌과 함께 듀엣으로 불러 주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동안 어른들이 오- 했다.
‘메들리 같은 거구나.’
얼마 전에 나왔던 [One Song>이라는 곡처럼 [랄랄라라>는 여러 곡들이 하나로 섞여 있는 느낌이었다.
중현이 노래를 불렀다.
어린이로 산다는 건
쉽지 않아
어른들은 모르지
거기에 우주가 화음을 넣었다.
선반 위의 그릇에
손이 닿지 않아
고민을 이야기해도
어른들은 웃는걸
가사를 들으며 어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린이들의 고충!
어른들은 우리 마음을 몰라- 하는 어린이들 나름의 마음고생(?)을 담은 곡이었다.
어른이라 공감은 안 되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리니 나름 납득이 갔다.
방에서 불을 끄면 귀신이 나올 것 같아서 괜히 무서워한다거나, 유치원에서 친구랑 싸워서 마음이 힘들다거나.
토끼 삼촌이 마이크를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슬플 때도
기쁠 때도
노래를 하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다 같이’ 하면서 마이크를 내밀자 어린이들이 ‘랄랄라라!’ 하면서 합창했다.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랄랄라라!
온라인으로 지켜보고 있던 네티즌들 중 하나가 말했다.
-근데.. 진짜 잘하긴 한다
-ㅇㅇ
처음에만 해도 ‘귀엽다’ 하고 지켜보던 어른들이 감탄했다.
왜 토끼 삼촌이 인기가 많은지 알 것 같았다.
-어른도 신이 나는데 애기들은 오죽하겠나 싶음ㅋㅋㅋㅋㅋ
-빌보드 접수한 세계 정상급 가수가 말아주는 동요 => 여태까지 없었음
-김비주가 율동을 추고 서리혁이 노래를 불러 주고 선우주가 센터인 동요 아이돌
-그냥 대기업도 아니고 다국적 글로벌 기업의 동요업계 침략ㅋㅋㅋㅋㅋ
-저기 현장 진짜 재밌겠다ㅠㅠㅠㅠ 나도 랄랄라라 할 수 있는데,, 나도 32살 아기인데
-근데 진짜 독기 쩐다.. 저 연차에 동요 말아주는 아이돌
본체의 실력으로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도 접수한 아이돌이 동요 시장에 진출했다고 생각하니 인기 비결이 절로 납득됐다.
스타디움 투어를 도는 가수들이 어린이들의 흥을 돋우니 안 버티고 넘어갈 수 있겠는가.
[랄랄라라! 랄랄라라!]현장에서 부흥회가 펼쳐진 것처럼 쉴 새 없이 랄랄라라- 가 울려 퍼지는 한편.
여러 이유로 토끼 삼촌의 인기를 분석하는 어른들과 달리 어린이들은 그런 부분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 거 몰라!’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는 그런 구절이 있다.
어른들과 아이들의 관점이 다르다고.
-예쁜 집을 보았어요.
-그렇구나.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
-오오오!
뉴블랙의 실력이나 노래의 퀄리티 등을 주목하는 이들과 달리 어린이들은 그냥 토끼 삼촌이 좋았다.
‘토끼 삼촌!’
그냥 토끼 삼촌과 동물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뭔가 재미있고, 좋고, 행복했다.
집중하기 좋은 반복적인 율동.
친구들끼리 노는 듯한 발랄한 분위기.
귀여운 얼굴.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토끼 삼촌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삼촌이지만 친구!’
왠지 모르게 자기와 수준이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어른인데 어린이들이 보는 그런 어른들과 달리 정말 어린이 같은 어른인 토끼 삼촌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5-6세의 아이들과 수준이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이유.
물론….
‘꺄르르르륵! 어린이들이 좋아하는구나!’
‘꺄르르르!’
……당사자인 뉴블랙은 전혀 알지 못하는 이유였다.
* * *
너희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종류별로 다 준비해 온 듯한 토끼 삼촌의 두 번째 싱글 [랄랄라라>.
그 무대가 끝나고 나서도 여전히 어린이들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Lalal- lala!”
“Lalala!”
따라 하기 쉬운 구절을 계속해서 따라 하며 자리에서 깡총깡총 뛰는 아이들.
브라질, 미국, 캐나다, 일본 등등.
다양한 나라의 가정집에서 비슷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부모들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또 난리 나겠군….’
[토끼 삼촌> 정도는 아닐지라도 당분간 집에서 저 [랄랄라라> 지옥이 펼쳐질 거란 건 분명했다.조만간 틀어 달라고 할 것을 대비해서 음원 사이트를 검색하던 부모들이 멈칫했다.
‘토끼 삼촌 1집…?’
핑크색 썸네일 안에 동물 친구들이 손을 흔들고 있는 앨범 사진.
그 안에는 방금 나왔던 [토끼 삼촌>, 그리고 [랄랄라라>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풀버전으로 나와 있었다.
“…….”
“…….”
한 곡 재생이 나을 것인가, 아니면 여러 곡 재생이 그나마 나을 것인가를 두고 부모들이 고민하고 있을 때.
[삼촌은 이제 그만 떠난단다~! 조금 이따가 삼촌 친구들이 오니까 잘 대해 줘야 한다. 알았지?] [네-!]토끼 삼촌이 현장에서 떠나고 라이브를 지켜보던 전 세계의 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끄면 되겠다.’
아이가 흥미를 잃고 다른 데 관심을 보이면 그때쯤 끄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안 가 TV의 장면이 바뀌었다.
아이들이 푸르른 잔디가 펼쳐져 있는 녹지원으로 이동한 것이다.
큼지막한 소나무를 배경으로 꾸며진 무대에서 이번에는 꽃단장을 마친 뉴블랙 멤버들이 등장했다.
“오.”
“오호.”
이번에는 어른들이 먼저 반응했다.
‘쟤네가 뉴블랙이구나.’
[토끼 삼촌>으로 더 익숙한 이들의 본체를 보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미국에서 어마어마한 화제를 끌면서 세계의 수많은 나라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는 뉴블랙이었다.
멜빵바지를 비롯해 꾸러기 같은 복장을 입은 뉴블랙이 등장하면서 현장에 환호가 터졌다.
[와아아아아아아-!]토끼 삼촌의 무대를 그럭저럭 즐기고 있던 초등학교 저학년 나이대의 아이들이 흥분한 얼굴로 환호하고 있다.
반면에 그 나이대 이하의 아이들은 그런가 보다- 하는 표정.
부모들이 거실에 앉아 있는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관심이 없네.’
토끼 삼촌의 본체가 뉴블랙이란 건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기사 아직 현실과 환상에 대한 아주 명확한 구별이 불분명할 나이니까.
[여러분! 다 같이 즐길 준비되셨나요?] [네!]드르르륵- 하면서 오락실에서 동전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뾰로롱- 하는 BGM.
뉴블랙의 곡 중 하나인 [Coin>이 흘러나오면서 초등학생들이 떼창을 하기 시작했다.
‘음~ 뭔진 모르겠지만 좋군.’
아까의 [랄랄라라>와 마찬가지로 알아듣기 힘든 한국어였지만 좋은 곡 같긴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슬슬 TV를 끄려고 하고 있을 때.
스스슷-
무언가 일어나는 소리에 부모들이 시선을 돌렸다.
‘음?’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던 아이들이 영상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지금 어린이들의 뇌 속에서는 일종의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중이었다.
무언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접할 때 활성화되는 신경.
[♩♪-♬]토끼 삼촌의 노래와 같은 보컬과 댄스 멤버.
뉴블랙의 노래 중에서도 ‘어렸을 때 오락실의 추억’을 주제로 해서 어린이들이 입문하기 좋은 곡.
K팝 중에서도 가장 동요와 가까운 이지 리스닝.
무엇보다 토끼 삼촌과 같은 작곡가의 색깔.
두근-
어린이들의 심장이 반응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부모들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뭐지?’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있었지만….
조만간 음반 업계 역사상 최대 유입을 끌어 낼 입덕 영상이 탄생하고 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