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347)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47화(1347/1386)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47화
100장.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
“근데 왜 이렇게 간담이 서늘하지. 꼭 누가 나를 노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그거 사실 나예요.”
“그거야 항상 있는 일이잖니, 리혁아. 이건 그거랑 느낌이 다른데.”
꼭 내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원성을 사거나 혼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강렬하게 든다고 할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오한에 잠시 몸서리를 치자 지호가 감탄했다.
“역시 나쁜 일을 많이 해 본 사람은 그런 촉도 좋네요.”
“…….”
“그렇게 째려볼 때 리혁이 형이랑 닮았어요.”
“!”
“!!”
말 한마디로 나와 리혁이를 동시하게 분개하게 만드는 형조롱이의 모습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석환 형이 웃으며 서류를 정리했다.
“아무튼 스케줄 관련 협의는 이쯤에서 마무리가 된 것 같고.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었나?”
“응.”
“트로트 관련해서?”
“응.”
얼마 전에 금오도에서 돌아오면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정리한 있었다.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매니지먼트 1팀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가 리혁이를 불렀다.
“앵무새군.”
“자꾸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니까.”
“애칭으로 부르는 겁니다.”
곧장 붉은 귀가 되어 버린 우리 팀의 앵무새가 사람들 앞에 섰다.
태블릿 PC를 조작하자 스크린에 자료가 떴다.
“일단 별도로 만든 PPT는 없어요. 이 이야기는 우리끼리 나눠야 할 이야기이기도 하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문에 매니지먼트 팀 중에서도 우리와 오래 합을 맞춰온 사람들만이 이 자리에 있었다.
리혁이가 몇 가지 자료 사진을 띄웠다.
“일단 올해 추석 TV 시청률 그래프예요. 이중에서 이번에 새롭게 떠오른 프로그램들이 보이죠?”
종편 채널에서 트로트 가수들을 초청해서 만든 추석 특집 예능들이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일간 차트에서 눈에 띄게 올라가는 스트리밍 수치.
단순히 반짝 인기가 아니라 장기간 이어질 조짐, 그것도 큰 규모로 터질 것 같다는 말에 홍서영 차장님이 동의했다.
“주목해야 할 일이지. 더군다나 아직 남자 버전의 서바이벌 프로들은 시작하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면…….”
다른 직원들도 동의했다.
“남자 쪽도 본격 시작하면 일 커지죠. 이거.”
“희한하게 여자 시즌이 잘 되고 나면 남자 시즌이 크게 터지더라고요. 아이돌 서바이벌들도 그렇고.”
“지금보다 더 심할 거예요, 아마.”
그런 이야기들을 경청하던 리혁이가 우리를 대표해 말을 이었다.
“사실 어떤 분야의 유행은 저희한테 문제 될 일은 아니에요. 유행에 합류하면 되니까.”
“그치만 저쪽은 너희랑 접점이 없으니까.”
“그렇죠.”
새로운 유행이 다가오는데 우리와 접점이 하나도 없고, 우리가 마땅히 할 만한 것도 없다.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에서 유행의 중심이라고 해도 될 만큼 왕성하게 활동했던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현상이었다.
석환 형이 말했다.
“그래미에도 노미네이트 되고, 오스카 수상자가 있는 전 세계적인 스타로서의 이미지와 상성이 안 좋아.”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리혁이가 말을 이었다.
“맞아요. 그리고 지금처럼 중장년 인구의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밀릴 수도 있는 상황이 현시점 가장 시급하게 대비해야 되는 미래죠.”
“그래서 계획을 세워 보았다는 거지?”
“네.”
메인보컬이 잠시 숨을 돌리는 동안 내가 해결 방안을 떠올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일단 문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능력이잖아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가.”
집중하는 직원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일단 우리가 할 수 없는 게 있어요. 일단 아무리 유명해도 유행하는 것을 막을 순 없다.”
어디에 있든 간에 롱런하기 위해서라면 항상 자기 객관화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우리의 포지션을 잘 알고 있다.
-호감도가 굉장히 높은 이웃집 아이들.
그러하기에 만약 우리가 억울한 일을 당한다면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
절친하게 지내는 이웃집 아이가 누군가와 싸워서 얻어맞고 온다면 그 집 부모님과 함께 항의하러 가 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 선을 넘으면 안 된다.
-자! 여러분! 저희 부탁을 들어 주세요.
우리가 어떤 투표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거나, 일부러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사람들은 바로 반응할 것이다.
-나는 너네를 좋아해. 그치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왜…?
즉, 우리의 영향력은 쉽게 말해 수동적인 영향력이었다.
어딘가에서 손해를 입지는 않겠지만, 영향력 자체만으로 우리가 사람들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 그래서 너희가 활동하면서도 항상 잡음이 없는 거고.”
“그리고 이 상황에 편승하는 것도 우리에겐 오히려 마이너스예요. 무엇보다 우리가 트로트를 부른다고 해서 잘 된다는 보장도 없고요.”
내 설명에 지호가 덧붙였다.
“치킨이 먹고 싶으면 치킨 맛집에서 먹고 싶지, 돈까스 집에서 사이드로 나오는 치킨이 먹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적절한 비유에 다들 빵 터졌다.
그쯤에서 배경 설명을 한 내가 리혁이에게 눈짓했다.
리혁이가 화면에 자료를 띄우며 말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결책으로 생각했던 것은 조금 더 대중적으로 나아가는 방향이었어요.”
“노래를 대중적으로?”
“네, 조금 더 많은 리스너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거였는데… 그 경우에도 문제가 있었죠.”
대중적인 방향으로 곡을 만드는 거야 가능하긴 한데, 특정한 선이 존재한다.
트로트까지 좋아하는 중장년층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오른쪽으로 점점 이동해야 하는데,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뉴블랙 노래 같지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노래는 젊은 이미지가 강하니까.
”그 결과 우리는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어요. 아무리 우리가 노력해도 최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정도의 리스너들까지만 커버가 가능할 뿐, 그 이후 세대는 잡을 수 없다는 걸요.”
“그렇지.”
“그분들은 어차피 안 들으실 거야. 이미 취향이 확고해서.”
소위 송편이라고 불리는 나이 든 수플레 분들도 대부분 우리의 예능 활동을 더 좋아하는 것에 가까우니까.
게다가 50대까지도 커버가 가능하다는 것도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에 가까웠다.
사람들이 30대 중후반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새로운 노래를 안 듣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까.
“그래서 저희가 생각해 낸 방법은 딱 하나예요. 저희의 능력으로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일. 바로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유행을 만드는 거예요.”
물론 잘 될지는 알 수 없다.
유행이라는 건 만든다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수플레빵, 뉴불백 등의 다양한 유행을 만들어 낸 경험에 비춰 보자면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다 음식이긴 하네.
“흐음.”
처음에만 해도 적당히 듣고 있던 홍서영 차장님의 고개가 조금 앞쪽으로 기울었다.
이야기가 흥미가 간다는 뜻이었다.
“더 이야기해 볼래? 뭘 하고 싶다는 건지.”
“어차피 50대 이상부터는 저희의 음악을 안 들을 거예요. 이대로라면 트로트를 들을 가능성이 높죠.”
“그치?”
“그렇지만 지금 50대 분들은 옛날과 다르잖아요?”
내가 아주 어렸을 때의 30대였던 사람들이 지금의 50대였다.
“그리고 80년대와 90년대, 아니 그 이전부터 꾸준하게 흥해 왔던 장르가 하나 있죠.”
“밴드.”
“네.”
대체로 밴드라고 하면 인디 밴드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최근의 흐름이겠지만, 우리나라의 록 음악 역사는 길다.
1960년대 태동기부터 시작해서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했던 역사.
중장년층이 한때 트로트만큼이나 많이 들었던 장르가 바로 이런 밴드 음악이었다.
박규호 대표님도 ‘허허… 데모하던 시절에 이거 많이 들었지’ 하면서 가끔 LP판으로 옛 락 음악들을 듣곤 하셨으니까.
석환 형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쟁 장르를 만들어 낸다? 트로트처럼 사람들이 즐겨 들었던 장르를 부활시켜서?”
“그런 느낌이지. 어때?”
“…잘 된다는 가정 하에 최고의 상황이 되겠지. 어차피 너희가 가지지 못하는 중장년층 파이가 나뉘는 거니까. 게다가 밴드 음악은 너희와 상성이 좋은 장르기도 하고.”
바로 알아듣는 우리 매니저였다.
물론 우리가 직접 드럼이나 베이스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트로트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복고풍의 유행을 만들어 내는데 우리도 일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지금까지 조용히 듣고 있던 나상윤 팀장님도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네. 그러니까 너희 말은 그 시절의 음악들을 다시금 되살려 보자는 거지?”
“네. 조금은 현재 트렌드에 더 어울리게요.”
“하긴, 트로트도 그런 방향으로 지금 잘 되고 있으니까.”
과거의 유명곡들을 최신 느낌으로 편곡해서 부르는 트로트 서바이벌 등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일단은 출연이 가능하신 대선배 뮤지션들을 모시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면 어떨까 해요.”
중장년층이 열광할 수 있는 장르를 더 하나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잘만 된다면 정말 최상의 상황.
우리는 우리의 음악을 쭉 추구할 수 있고, 리스너들이 들을 음악 장르도 늘어나고, 비주류였던 음악 장르 하나가 새로 부흥할 수 있다.
모두에게 윈윈이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예능 등을 통해 우리가 화제의 중심에서 밀려나지 않는다는 점도 있고.
“어때요?”
그런 우리의 물음에 매니지먼트 팀 직원들이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 같은데.”
“나는 매우 찬성.”
“일단 되든 안 되든 간에 도전하면 좋을 거 같은데요. 마이너스가 될 게 없어요. 서사적으로도 훌륭하죠.”
홍보의 귀재로 꼽히는 홍 차장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현재 국내 가요계의 중심이 된 젊은 후배들이 선배 뮤지션들의 음악을 되살리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마음에 들어. 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고.”
적극적으로 찬성 의사를 보이는 이들 속에서 석환 형이 말했다.
“아이디어 좋다. 우리도 여러 대응책을 생각 중이긴 했는데, 이런 식으로 새로운 유행을 만든다는 건 생각도 못해서…….”
“얘네니까 이게 가능한 거죠, 팀장님. 누가 그런 생각을 해요.”
시상식도 만드는 애들이라 가능한 거라는 민기 형의 농담에 다들 웃을 때, 석환 형이 말했다.
“아무튼 이 건은 우리가 기획안을 잘 만들어 볼게. 너희가 아이디어를 내면 그걸 성공시키는 게 우리 일이니까.”
“부탁해, 형.”
“가장 큰 관건은 이제 옛날 음악들로 어떻게 시청자들을 다시 매료시키는가인데…….”
그때 나상윤 팀장님이 말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네요.”
“?”
“우리한테는 최고의 프로듀서…….”
나 팀장님의 말을 내가 이어받았다.
“…나상윤 팀장님이 계시니까요?”
“아?”
“같이 하셔야죠. 팀장님. 설마 저만 하는 거였나요?”
“아니… 그…….”
“하실 거죠?”
“해… 해야지.”
얼떨결에 승낙하는 나상윤 팀장님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졸개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포획 성공. 야생의 나 팀장님을 붙잡았다.’
‘후후후후. 훌륭해요.’
언제 어떻게 데려올지 각을 재고 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인물을 손쉽게 포섭할 수 있게 되어 몹시 기쁜 우리였다.
“꺄르르륵!”
“하하핫!”
남의 불행을 보며 즐거워하는 매니지먼트 팀은 덤이었다.
* * *
최근 들어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다.
아직 우리에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도 다가올 흐름에 벌써부터 예민하게 반응하는가 하는 식으로.
사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본업이 심각하게 잘 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넷플러스 ‘마법학교 아이들’, 1억 8천만 가구가 시청했다.. 2억 향해 흥행 돌풍 이어 간다
-미 주류 언론 “뉴블랙의 More Magic이 빌보드 Hot 100 1위로 진입할 것”
-[Re뷰] 왜 사람들은 ‘마학아’에 열광할까? 국적과 성별을 뛰어넘은 성공의 비결은 과연?
아직 월드 투어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 마법학교 아이들의 행사를 뛰기 위해 해외로 나온 것도 아닌데 그냥 너무 잘 되고 있다.
김덕순 여사가 나를 키우면서 평생 세뇌하듯이 한 말.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네가 중심을 꽉 잡고 있어야 혀. 누가 와서 흔들든 말든 옘병하네 하고 넘겨야지.
정말 중심이 흔들리기 쉬운 시기인 만큼 매일같이 미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헤일리를 비롯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선배들이 해 주는 말이 진짜였다.
-이 다음에는 어떡하지?
마법학교로 지금 일시적으로 전 세계 최고의 유명 인사가 되었으나 드라마의 인기란 건 최대 1년 기한 아니겠는가.
이걸 어떻게 유지하고 연착륙시켜야 하는지.
국내에서 열풍처럼 등장하게 될 경쟁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가 마음이 편해지는 법 알려 줄까요. 형?”
“뭔데?”
“아무 생각을 안 하고 누군가의 결정에 맡기는 거예염.”
“그 누군가가 나지?”
지호가 아 하며 말했다.
“아, 그러넹. 형은 안 되겠구ㄴ… 아아악!”
옆구리를 쿡쿡 찌르자 지호가 아악 하며 도망갔다.
키득거리며 웃던 비주가 내게 구운 사과조각이 들어간 빵을 내밀었다.
“달콤한 게 필요해 보여요. 형.”
“고마워, 비주야.”
빵을 받아 들어 우물우물하고 있을 때 비주가 말했다.
“요즘에 생각할 게 많은 거 같아요.”
“그러게.”
“그래도 좋은 점도 많은 거 같아요. 규모가 커지면서 예전에는 못할 일들을 할 수 있게 됐잖아요? TVA처럼.”
비주의 말에 나도 웃으며 동의했다.
-아이돌이 예능 시상식을 만드는데 그게 대성공한다!
…라고 불과 몇 년 전에 이야기를 했더라면 다들 아마 비웃었을 텐데.
비주 말마따나 우리가 성공하면 할수록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었다.
그 덕분에 이번에 음악 방송 제작진에게 ‘학교를 방문해서 거기서 사전 녹화를 하고 싶다’는 기획을 제안할 수 있었던 거니까.
합동 콘서트로 45분짜리 곡을 하고, 독특한 CG로 마법학교를 재현한 무대를 하고, 치킨도 출시하고.
“그 말이 맞네.”
“그렇죠?”
“응.”
비주와 내가 사이좋게 웃고 있는 동안, 펜스를 훌쩍 뛰어넘은 중현이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펜스 아래로 들어오면 될 텐데 하여간 점프력이 좋다.
“어때, 중현아?”
“괜찮은 거 같아요. 객석들 둘러보고 왔는데 소리도 나쁘지 않고.”
공연장 객석에서 음향이 어떻게 들리는지 체크하고 온 중현이었다.
우리 중 가장 감각이 예민하기도 하고, 걸음도 빠른 만큼 이런 부분에 있어 적임자였다.
“드럼 소리는 조금 줄여야 할 거 같던데요. 3층에 있는데 노래 소리가 잘 안 들리더라고요.”
“오케이, 다른 건?”
“아까 MR에서…….”
“목소리는 어땠어? 리버브가 조금 덜 들어가도 될 거 같지?”
“네, 울려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엔지니어를 불러 소통을 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바로 올림픽 주경기장.
국내에서 가장 큰 경기장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무대용으로 쓰이는 곳이 아니다 보니 사운드 체크에 공을 들여야 하는 장소였다.
장소가 너무 넓어서 객석마다 들리는 소리가 조금씩 다르니까.
그렇게 콘서트를 앞두고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을 때, 콘서트 연출을 총괄하는 감독님이 하늘을 보며 말했다.
“불안불안하네요. 기상청에서 내일 비 올 거 같다고 해서 우비를 준비하긴 했는데…….”
“중현이가 그러는데 내일 많이 오진 않을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아이고. 오전에만 오기를 바라야겠네요.”
아무래도 야외 공연장인 만큼 날씨에 예민한 터였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사실 비가 내려서 무대가 힘들다는 것보다는 비가 내림으로써 생기는 기온 변화였다.
“비 오면 저녁에 엄청 추울 텐데.”
수플레들이 오들오들 떨 것 같아서 걱정이었다.
그것을 비롯해 드론쇼나 폭죽 등등.
기상에 민감한 무대 장치들에 대해 회의를 하면서 리허설을 하고 있을 때, 지호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복잡하네요. 야외여서.”
“그러게 말이야.”
“그냥 이렇게 된 거 우리 돔이라도 지을까여, 형? 실내라서 비도 안 맞고, 주경기장보다 인원수도 많은 돔 하나 딱 지어서.”
항상 야외 공연을 준비할 때 날씨나 더위 이슈가 있으면 우리끼리 농담처럼 하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왠지 지호의 말을 들으면서 솔깃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
“…….”
“…….”
돔이라는 키워드에 뭔가 오묘한 감각이 스쳐 가는 느낌.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주경기장을 둘러보던 중현이가 모두의 심경을 대변했다.
“근데 옛날에는 농담이라고 생각해서 웃어넘겼는데….”
“응.”
“돔 공연장… 왠지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