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35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51화(1351/1386)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51화
“우리 뉴씨 가문에는 가훈이 있지.”
“엥? 언제부터 있었어요?”
“항상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가훈이야.”
“그냥 뇌피셜인 거잖아여.”
그 가훈은 바로.
-무엇을 하게 되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
예컨대 농촌 탐방을 간다고 하면 농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발리우드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해서 춤과 노래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맞아여. 사람이 칼을 뽑았으면 물이라도 베어야 하는 법이죠.”
“…….”
우리 아이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오늘도 리더로서 나의 시름이 깊어지는 동안 아마르 싱 감독님이 놀랐다는 얼굴로 말했다.
「여러분이 춤과 노래를 하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항상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비주가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이렇게 영화 중간중간에 춤이 나온다는 게 정말 좋아요. 보다 보면 너무 신나고. 예전에 보았던 영화 중에서 화살 위에서 춤을 추는 영화가 있었는데…….」
「아, <자칼>을 말하는 거군요.」
과거
라는 경연 프로그램에서도 이야기의 한 장면을 춤으로 만드는 경연에서 활약했던 우리 메인댄서.
비주가 만든 안무에 대해 감독님이 감탄했다.
「안무 디렉터와 같이 보내 준 영상을 보고 정말 감탄했거든요. K팝과 발리우드 사이에서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느낌이라고 할까요. 제가 이 부분에 굉장히 깐깐한 안목을 지니고 있는 편인데도 좋았습니다.」
솔직히 우리도 안무를 배우면서 신기했다.
내가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섞었을 때 동생들이 왜 신기해하는지 알 것 같다고 할까.
라틴팝과 K팝의 색채를 섞었던 의 경험 때문인지 비주도 한층 성장해 있었다.
단순히 퍼포먼스 능력에서라면 어떻게 추격이 가능하겠지만, 정말 춤의 본질적인 부분에서 접근하는 능력만큼은 따라가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
수학으로 치면 내가 몇 시간 동안 고민해서 답을 끼적끼적 적을 때, 비주는 스윽 보고 암산으로 계산해서 적는 식이었다.
-음, 그냥 되는 거 같아요.
한참 동안 비주에게 칭찬의 말을 하던 감독님이 이번엔 내게 고개를 돌렸다.
「보내 준 음악도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조금씩 너에게 다가가고 있어>가 이렇게 편곡될 줄은 몰랐어요.」
<조금씩 너에게 다가가고 있어>는 <별과 달, 그리고 우리는>의 힌디어 버전 제목이었다.
내가 감독님에게 말했다.
「몇 가지 사운드를 바꾼 버전이라 일단은 임시 음원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촬영할 때만 사용하고 본 영화에 들어갈 버전은 이제 감독님의 의견도 들어 보고 싶고요.」
「기대가 되네요.」
씩 웃으며 손바닥을 비비던 아마르 싱 감독에게 우리도 마주 웃었다.
이제 카메오 촬영을 위해 우리가 분장실로 향하려고 할 때, 감독님이 아 하며 말했다.
「그리고 보내 준 이메일에서 특이 사항을 하나 찾았는데요.」
「네.」
「…써니, 힌디어를 할 줄 안다고요?」
「아, 네.」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서 미리 적어 보냈던 부분이었다.
「소통할 수준은 못 되지만, 누가 발음과 억양을 미리 들려준다면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어요.」
「그런가요?」
「네. 그런 쪽에 감각이 좋은 편이라.」
저에게 독특한 능력이 있습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어서 언어 감각이 좋다는 걸로 대신했다.
「그럼 이걸 한 번 따라 해 볼 수 있을까요?」
감독님이 내게 문장 하나를 읊어 주었다.
“कृपया मुझे एक कप चाय दे दीजिए.”
내가 바로 따라 했다.
그 순간 감독님의 표정이 변했다.
“?????”
뭐라고 흥분해서 말씀을 하시는데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영어로 물었다.
「제가 말을 따라 하는 것만 가능한 거여서.」
「아, 그렇군요.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힌디어로 말을 걸었네요. 근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신기해하는 감독님에게 내가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어쨌든 이게 이번 촬영에 조금 도움이 될까요?」
「아. 그럼요.」
아마르 싱 감독의 입꼬리가 하늘까지 올라가듯 치솟았다.
오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환한 미소였다.
「정말 많은 게 달라지죠.」
* * *
“짜잔. 변신 성공.”
“오오오!”
분장실에서 우리가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물개 박수를 쳤다.
흔히 인도 영화에서 자주 보았던 전통 의상들이었다.
리혁이가 말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가 출연하는 영화는 마살라가 아니긴 해요.”
“그건 그렇지.”
이번 카메오 출연을 계기로 우리는 발리우드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대체로 발리우드라고 하면 무조건 춤과 노래가 등장할 것 같지만, 엄연히 마살라(Masala)라는 인기 장르에 해당할 뿐 모든 인도 영화가 그런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출연하는 는 마살라 영화가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 자체에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산행길을 올라가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지나가던 마을에서 그곳의 주민들과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의상이 되게 반짝반짝하네요.”
“그치?”
특히 우리는 상상 속의 인물로 등장하는 것인 만큼 의상이 화려했다.
아니.
화려하다는 게 동생들의 주장이었다.
“으음.”
거울 속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의상을 입은 내가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다.
목에 두르고 있는 붉은색의 긴 목면을 매만지면서.
“으으으음.”
“왜요, 형?”
녹색이 들어간 의상을 입고 있던 중현이에게 내가 말했다.
“조금 더 화려하면 좋을 거 같지 않아?”
“거기서 더요? 지금도 이미 불꽃가슴벌새 같은데요.”
“아니야. 부족해.”
나의 패션 철학이 ‘조금 더… 조금 더’를 외치고 있었지만 이미 정해진 의상은 바꿀 수 없었다.
리혁이가 비주에게 말했다.
“예전부터 고찰을 해 봤거든요. 왜 저 사람의 패션은 저 모양인 것인가?”
“응응.”
“내 생각에는 얼굴 때문인 거 같아요. 어지간한 옷을 입으면 얼굴만 보이잖아요. 뭘 입었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아마 본인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치그치.”
“그래서 자기의 얼굴을 이길 수 있는 강렬한 옷들만 고르다가 저렇게 된 거죠.”
지호가 호오 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약간 그런 느낌이네요. 옷을 쇼핑할 때마다 ‘과연 이 옷… 나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고 사는 거예요.”
“아니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어.”
“아니에요. 리혁이 형 이론이 생각보다 설득력이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지호가 엥 하며 말했다.
“그럼 형의 이상한 취향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
“할머니한테 물려받았어.”
말싸움 승리 방법 1번.
가족 끌어들이기.
“할머님은 아니라고 하시던데요.”
“…….”
옆에서 한마디 툭 던진 중현이의 말에 내가 먼 산을 바라보자, 지호가 감탄했다.
“와, 할머님 칼같이 잘라 내신당.”
“…손절 빠른 것도 내가 할머니에게 물려받았지.”
할머니에게 손절당한 손자로서 슬프게 웃는 내 모습에 동생들이 박장대소하며 쓰러졌다.
“에이! 촬영이나 하러 가자.”
“네~”
졸개들을 데리고 분장실을 나섰다.
의상을 입고 등장한 우리의 모습에 담당 스타일리스트들이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좋아했다.
「정말 잘 어울려요! 이렇게까지 잘 어울릴 줄은 몰랐는데!」
「감사합니다.」
오늘의 의상 컨셉은 마살라 영화 버전의 뉴블랙이었다.
그런 영화에 어울리도록 헤어를 세팅하고, 짤랑거리는 장신구를 여럿 달면서 분장이 완성됐다.
퍼펙트하다며 엄지를 연신 드는 스탭들에게 우리도 엄지를 들어 주고는 촬영장으로 나섰다.
“오.”
세트장이 그럴싸하게 꾸며져 있었다.
눈 덮인 산등성이의 한 부분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다고 할까.
뒤에 설치되어 있는 그린 스크린만 아니었더라면 정말 히말라야 산맥에 온 것 같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이거 진짜 눈인가?”
감촉만 아니라면 진짜 눈이라고 착각할 만한 하얀 알갱이들.
신기해하는 나에게 지호가 말했다.
“소금이에요. <시크릿 에이전트> 촬영할 때 잠깐 영국 쪽에 스튜디오 촬영 간 적 있었거든요. 거기서 눈 덮인 세트장 만드는데 이런 소금 쓰더라고요.”
“아, 그래?”
“네? 신기하지 않아요?”
촬영 소품만 아니라면 슬쩍 콕 찍어서 맛을 보고 싶은 기분이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우리가 함께 촬영할 배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우물쭈물-
멀찍이서 여행복 의상을 입은 인도의 배우가 머뭇거리고 있었다.
바로 주인공 라니 역할을 맡은 타마나였다.
「타마나!」
우리가 반갑게 웃으며 다가갔지만 상대가 물러났다.
“???”
“수플레라고 하지 않았어요?”
보통 우리를 마주한 수플레들이 뒷걸음질을 치는 것이야 자주 보던 일이지만, 몇 걸음 정도인데.
우리가 다가가는 것보다 훨씬 더 물러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빵 터져서 그녀에게 외쳤다.
「타마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얼른 나와요!」
「안 돼!」
타마나가 어흐흐흑 하며 통곡했다.
「어떻게 이 꼴로 oppa들을 만나냔 말이야!!」
그제야 우리가 상황을 알아차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세상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무대용 메이크업을 한 우리와 달리 타마나는 정말 넝마에 가까운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었다.
눈보라에 조난당한 설정이기 때문에 옷에도 잔뜩 얼룩이 묻어 있고, 얼굴도 숯검댕이 묻은 등 최대한 초췌하게 만든 메이크업이었다.
「이리 와요. 타마나.」
「흑흑….」
울상이 되어서 다가오는 타마나를 향해 우리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수플레라고 들었는데.」
「3기 수플레예요.」
「오, 16 불꽃놀이 입덕이시군요.」
「네, 저 Gol-poom 있어요.」
수플레들이 농담 삼아 16놀이 입덕는 6두품이다 같은 드립을 치던 걸 말하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신기해했다.
「골품제 드립을 아시네요?」
「인도에도 비슷한 거 있거든요. 카스트라고.」
「그, 그렇군요.」
타마나가 에이- 하며 슬퍼했다.
「최대한 예쁘게 해서 만나고 싶었는데.」
「지금도 예뻐요.」
「자기들만 엄청 예쁜 옷 입고 있으면서…….」
살짝 귀엽게 투덜거리는 수플레를 보며 우리가 즐겁게 웃었다.
그나저나 우리를 만난다는 이유로 어젯밤을 엄청 설쳤다는 것치고는 그렇게 놀라워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주변 스탭이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저렇게 별일 아닌 척하지만 이따가 장난 아닐 걸요?」
「조용히 해!」
여기저기서 웃음이 흘러나온다.
이 영화가 어떤 영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엄청 화기애애했다.
그때 지호가 물었다.
「그럼 최애가 누구예요?」
「저… 우주…….」
수줍게 나를 지목하는 수플레에게 내가 행복한 얼굴로 손 키스를 날렸다.
상대가 가슴에 손을 올리고 감동하는 척을 하면서 주변에서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타마나가 내게 말했다.
「근데 oppa 오늘 의상이 되게 심심하네요.」
「그죠?」
「네. 제가 그래서 이런 의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추천한 게 있었거든요. 스태프들한테 이야기해서 준비하기도 했고.」
「그래요? 의상이 더 있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이거 아마 지금도 행거에 걸려 있을 걸요?」
타마나가 보여 준 핸드폰 속 사진에 나도 모르게 감탄했다.
「아니 세상에 꽃이 이렇게…….」
「예쁘죠?」
「네. 근데 이런 옷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
「그래요? 그렇다는 건….」
우리 둘의 고개가 스윽 돌아갔다.
현장의 스타일리스트가 시선을 회피하며 다른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
「…….」
내가 고개를 저었다.
「의상은 제 소관이 아니기도 하고. 주는 대로 입어야죠.」
「음.」
그때 상대가 눈을 반짝이며 내게 손짓했다.
할 말이 있다는 듯.
「저한테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 있어요.」
「진짜요?」
까치발을 하고 속닥이는 타마나의 말에 나도 같이 눈을 빛내며 이야기를 들었다.
리혁이가 말했다.
“저분 최애가 왜 저 형인지 알 거 같아요.”
“저거 우주 형이 음모 꾸밀 때 짓는 표정인데 왜 수플레가…….”
그 속에서 타마나의 이야기를 들은 내가 호오 하며 턱을 매만졌다.
「어때요?」
「이런 계책이…… 아주 훌륭합니다.」
수플레와 내가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 * *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카메오 촬영.
안무 씬이 꽤 들어가는 장면인 만큼 아마르 싱 감독이 메가폰을 쥐고 리허설을 시작했다.
“레디, 액션!”
스튜디오의 카메라들이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모니터 속에서 타마나가 연기하는 라니가 털썩 주저앉아서 흐느끼고 있다.
그러다가 나무에 몸을 기댔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눈이 스르륵 감기려고 하는 라니.
히말라야 산맥에 오르기까지 아주 긴 여정을 거쳐 오며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지친 인물의 얼굴에 체념하는 표정이 떠오른다.
-포기하면 되잖아? 포기하면 모든 게 편해.
주변 어른들이 입에 달고 사는 ‘포기하고 살면 편하다’는 말을 떠올린 라니가 고개를 젓는다.
그저 조용히 낡은 MP3 플레이어를 꺼내 들 뿐.
평소 고난이 있을 때마다 그녀가 즐겨 들었던 뉴블랙의 노래를 들으려고 했지만….
“고장났잖아…….”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MP3 플레이어를 보며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몸을 웅크리고 흐느끼던 그녀의 움직임이 서서히 둔화되기 시작했다.
추위가 체온을 앗아 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런 말을 하면서 눈이 서서히 감기고, 졸린 것처럼 목소리가 느려지고 있을 때였다.
삘리릴리리리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그녀가 눈을 깜빡인다.
“오케이, 컷!”
라니의 파트를 마친 아마르 싱 감독이 바로 다음 파트의 리허설을 이어서 진행했다.
조난당한 라니의 귓가에 음악이 들려오고 누군가 등장했다.
수많은 댄서들에 둘러 싸여 있는 우주였다.
“어어?”
히말라야 산맥에서 갑자기 등장한 뉴블랙 리더.
인도의 전통 복장을 입은 우주가 걸어오면서 댄서들이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라니가 입을 벌리고 구경하는 것도 잠시.
딱! 딱! 딱!
우주가 손가락을 튕기며 댄서들에게 외쳤다.
“아니지! 아니지! 그게 아니잖아! 박자가 그게 아니라고.”
“죄송합니다.”
고개를 조아리는 댄서들에게 우주가 짜라란 짜라란- 하면서 손뼉으로 박자를 맞춘다.
“자! 다시!”
그리하여 다시 이어지는 공연.
군무가 환상적으로 마무리 지어지면서 우주가 흡족한 얼굴로 박수를 쳤다.
“브라보! 자, 이제 얼른 들어가. 귀찮으니까.”
“예.”
“그리고 내 손수건이 어디 있지?”
“여기 있습니다.”
우르르 퇴장하는 댄서들과 손수건으로 손을 스윽 닦는 뉴블랙 리더의 모습.
카메라 뒤편에 있던 스탭들이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진짜 잘한다.’
음악적으로 깐깐하고, 스스로에게 도취된 슈퍼스타 컨셉의 연기.
그렇게 등장한 우주가 눈물 젖은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라니와 눈을 마주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그야 네가 나를 불렀으니까.”
“정말 당신인가요?”
“아니. 나는 너의 상상 속 인물이지. 내가 어떻게 힌디어를 할 줄 알겠어? 너의 상상이라 가능한 거지.”
상대가 윙크했다.
“실제의 나는 이런 산골짜기가 아니라 비벌리 힐즈의 대저택에서 와인을 들이켜고 있거든.”
“…….”
“음.”
그런 말을 하던 우주가 자신의 옷을 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정말 옷 취향이 이게 최선이야?”
“아, 죄송…….”
“좋은 걸로 좀 바꿔 줘.”
잠시 의상을 갈아입고 이어지는 촬영.
화려한 꽃과 온갖 장신구가 붙은 의상을 걸친 우주가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래. 이게 옷이지.”
그렇게 씩 웃던 우주가 손을 내밀면서 라니가 달달 떨리는 손으로 붙잡고 일어났다.
스탭들이 미소를 지었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떨려 하는 손이었다.
“저… 저를 도와주러 온 건가요?”
“어. 아니… 그건 아니고 내가 도움을 받으려고 온 건데. 그 우리 멤버 중에 비주 있잖아. 걔가 좀 길치인데.”
“…….”
“지금 걔가 어디로 갔는지를 모르겠다…….”
말 그대로 먼 산을 바라보는 우주와 눈을 깜빡이는 라니.
“…….”
“…….”
그 정적 속에서 눈보라 효과음이 깔리는 것만 같다.
휘이이이잉-
히말라야 산맥에서 길을 잃은 멤버를 찾는 리더의 모습에 스탭들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