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362)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62화(1362/1386)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62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는 말에 홍서영 차장님이 관심을 보였다.
“어떤 기획인데?”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긴 하거든요.”
내가 설명했다.
“일단 두 가지는 할 수 없는 거잖아요. 특정 방송국의 음악 방송만 스킵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NBS 차원에서 따로 연말 가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굳이 실익이 없고.”
전자의 경우에는 출연하지 않은 방송국과 관계가 험악해질 수가 있다는 문제가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가능하긴 하지만 딱히 실익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지상파 방송국의 연말 가요 프로그램도 매년 5% 남짓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판인데 케이블 채널인 NBS에서 연말 무대를 한다면….
“그래서 연말 무대를 하되 최대한 많은 시청자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 봤거든요.”
내가 달력을 넘겨 12월 31일을 가리켰다.
“매년 자정이 되기 전에 모두가 보는 행사가 있잖아요.”
“……!”
그 말에 모두가 알아들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HBS와 PBS의 <연기대상>을 보고 있든, TBC <연말가요제>를 보고 있든 간에 12시가 되어 가면 모든 방송국의 화면이 돌아가는 시간대.
아~ 하며 동생들이 감탄하는 동안 석환 형이 흥미로워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보신각 타종 행사?”
“응. 광화문이나 그 일대에서 공연을 하면 어떨까 싶어.”
내가 웃으며 말했다.
“성사만 된다는 전제 하에 최고의 결과가 아닐까 싶거든. 뉴욕에서 볼드랍 행사 앞두고 공연한 것처럼 새해맞이를 하러 모인 사람들 앞에 공연을 하는 거지. 어때?”
“…좋은데?”
석환 형의 말에 매니지먼트 팀 직원들도 긍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좋을 것 같은데요.”
“시청자들에게 ‘뉴블랙이 해외에서 활동을 해도 한국에 확실하게 중심을 두고 있다’ 하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고요.”
“라이브를 통해 중계하면 해외 팬들도 반길 거예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리혁이가 말했다.
“관건은 허가겠네요.”
“그렇지.”
내가 동의했다.
정말 듣기만 해도 좋은 이 아이디어의 맹점은 바로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후후! 우리 뉴블랙! 12월 31일에 종로에서 야외 콘서트를 열겠다. 협조해라! 서울시!
그 말에 바로 서울시가 ‘훌륭하군!’ 하고 답을 하겠는가.
반세기가 넘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행사와 관련된 만큼 우리가 함부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플랜 B로 다른 날에 연말 기념 야외 콘서트를 한다든가 하는 방식들을 생각하기로 하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보신각 타종 행사와 관련해서 기회를 얻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얘들아.”
“네?”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서울시로부터 답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된다는데?”
“벌써요???”
* * *
여기 어느 그룹이 있다.
-히히! 그래미 노미네이트가 유력하지롱!
라는 곡으로 내년 그래미 그룹상 노미네이트가 유력한 그룹.
-부끄럽지만 우리 드라마가 조금 잘 됐어요~ 전 세계에서 지금 몇 억 명이 본 정도?
세계적으로 신드롬 같은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의 주인공들.
빌보드 Hot 100 1위를 여러 번 한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그 손길을 뻗치고 있었다.
남미에서는 그들의 노래 를 열창하고.
폐쇄적인 환경으로 유명한 일본과 인도에서도 최근 들어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 카메오로 출연한 영화 는 인도의 국뽕 영화로 불리며 박스오피스 성적을 갱신하고 있을 정도.
그뿐만 아니라 배우로서의 커리어도 미친 수준이었다.
-천만 영화 의 주인공입니다. 후훗.
-실버 코믹스 영화에서 메인 빌런을 맡았어요.
게다가….
-그리고 우리 리더 형은 그래미랑 오스카 수상자예요.
그래미 시상식에서 대상을 거머쥐고, 오스카에서도 작곡가로서 상을 탄 희대의 천재가 있다.
어찌 되었든 중요한 것은 이 괴물 같은 가수들이 수줍게 초청장을 보냈다는 것이었다.
“레몬 엔터 측에서 문의가 왔습니다. 12월 31일에 서울시 허락 하에 작은 공연을 열고 싶다고.”
“1시간 내로 회의 준비합시다.”
보신각 타종 행사를 준비하는 시 입장에서도 절대 놓칠 수 없는 빅찬스였다.
‘지금 세계를 뒤흔드는 가수가 연말에 무료 공연…?’
‘이건 잡아야 한다.’
인파 통제를 비롯해서 업무량이 폭발할 것이 뻔했지만, 그럼에도 놓치기 힘든 기회였다.
“지금 여기저기서 난리라면서요. 12월 31일에 뉴블랙 잡으려고 하는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래요.”
“내가 아는 것만 열 군데는 됐을걸.”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열리는 타종 행사를 비롯해서 심지어 일본에서 연말 최고의 쇼로 꼽히는 가요제에서 초대 받았다는 소식까지.
“중국도 지금 슬금슬금 한류 규제를 풀 거라는 소문이 돌더라고요.”
“왜?”
“지금 인도에서 엄청 인기를 끌고 있잖아요. 인구 14억이 넘는 시장이 뉴블랙한테 손을 흔들고 있는데, 이제 중국이 눈에 들어오겠어요? 중국 입장에서는 자기들 영향력이 약해지는 걸 우려하는 거죠.”
“그렇지.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가 없으니까.”
계속해서 규제를 하면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이 아쉬운 너희가 굽히겠지-’ 하고 있었던 중국 쪽이 최근에 인도가 보이고 있는 반응에 경계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K팝을 대표하는 뉴블랙이 북미와 남미, 인도라는 거대 시장을 하나씩 공략하는 상황을 보면서, 지금이라도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나온다는 모양이었다.
“아니 무슨 아이돌 하나가 활동하는 데 외교 이야기가 나오네.”
“뉴블랙이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가운데 뉴블랙이 연말 특별 공연을 진행하는 기획안은 빠르게 통과가 됐다.
현시점에 세계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스타이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뉴블랙은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가수였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압도적인 인지도와 인기를 지니고 있는 가수.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공연을 하기에 그보다 더 좋은 가수는 없었다.
“일단은 서울 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해서….”
“시 홍보에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솔직히 서울시를 아는 사람보다 뉴블랙을 아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요.”
그렇게 관계 부처가 소집되며 회의가 시작되는 한편.
뉴블랙이 연말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은 빠르게 온라인을 뒤덮기 시작했다.
-뉴블랙, 12월 31일에 야외 콘서트 연다.. “시민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고 싶어”
“헐. 미친.”
“왜?”
“뉴블랙이 연말에 야외 콘서트 연다는데…?”
사람들이 감탄했다.
‘독기 미쳤다.’
‘와 한겨울에 야외 공연…….’
동시에 눈이 반짝였다.
‘무료 공연이네?’
‘이거 사람들 진짜 많겠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의외로 사람들이 안 몰릴 수도 있지 않을까?’
‘잘하면 뉴블랙이랑 보신각 타종행사까지 플러스 알파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와 이거 사람 개많을 거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
-님들 가지 마세요. 사람들도 마니 몰릴 거 같고 일단 제가 가야 합니다
-이게 바로 팬들도 선예매 티켓팅에서 모두 광탈한다는 전설의 뉴블랙콘을 볼 수 있는 기회인가요?
-실제 발언) ‘주경기장만으로는 인원이 다 소화가 안 되더라고요..’
-와 보러 가고 싶은데ㅠㅠㅠㅠㅠㅠ 지방인데 어카지
-기왕 이렇게 된 거 내년부터 차례대로 타종행사 돌자. 부산 시민의 종도 한 번 울려 주고 울산대종도 울려 주고
-호남평야 연말 콘서트 어떤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뉴블랙 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뉴블랙이라는 키워드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아직 2달이나 남은 연말 행사가 기다려진다고 할까.
‘왜 이렇게 얘네가 끼면 축제 느낌이 나지.’
‘아, 설레.’
‘뉴블랙 공연이 그렇게 화려하고 미쳤다던데.’
모두가 뉴블랙의 새해맞이 쇼를 궁금해하고 있을 때.
축제 분위기 속에서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지상파 방송국들이었다.
‘미묘하다.’
‘미묘하네.’
가장 중요한 가요제의 주인공이 불참을 선언한 상황.
-월드 투어와 각종 시상식 준비 등의 이슈로 올해 연말 가요 프로그램 참석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제 떠서 안 나오는 거냐’라고 하기에는 납득이 갈 만한 일정이긴 했다.
하지만 이내 방송국들도 납득했다.
‘PBS랑 TBC에 안 나오면 됐지.‘
‘HBS랑 TBC에 안 나오는 거면 괜찮아.’
‘…우리 프로에 안 나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PBS랑 HBS에는 안 나오는 거니까.’
한중일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방송국들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뉴블랙이 안 나오더라도 레몬 엔터 출신이자 현재 북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스칼렛을 비롯해 다양한 가수들이 출연 예정이니까.
게다가 뉴블랙 측의 제스처도 느껴졌다.
-매너 플레이를 위해서 우리가 따로 연말 가요제를 만들거나 그러진 않을게.
TVA를 비롯해서 최근 급성장을 이룬 NBS를 경계하고 있던 이들에게는 그 제스처가 퍽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방송국들도 타협을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으아아악!’
‘아아아아악!!’
유일하게 비명을 지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아 진짜 개빡치네ㅡㅡ
-와 기사 묻히는 거 봐
-옛날부터 석머 머리 잘굴러가는 건 알아줘야 함
-머 레몬이 언론들 통제하는 거 유명하지 않나
바로 뉴블랙의 안티들이었다.
최근에 미튜브 댓글읽기 컨텐츠로 밈으로 희화화된 안티들이 다시금 머리를 쥐어뜯었다.
‘…기회였는데!’
뉴블랙의 연말 콘서트 소식이 뜨기 전까지만 해도 우주가 섬을 샀다는 소식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으니까.
-뉴블랙 우주, 바하마 섬 주인 됐다.. “여의도의 4배 크기”
대략 욕지도와 비슷한 규모의 섬을 샀다는 소식.
콜드 브라운과의 개인적인 거래인 까닭에 얼마로 구매했는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언론에서 추정하기로는 최소 수백억이라고 했다.
“…얼마를 번 거야?”
“월드 투어만 해도 멤버당 몇백억은 챙기지 않았을까? 우주는 거기에 저작권료도 있으니까.”
“빌보드 1위 한 번만 해도 평생 놀고먹고 산다며.”
일반인들이 놀라고 있는 동안 안티들은 쾌재를 불렀다.
‘이거다!’
‘돈지랄로 엮어서 공격하면 좀 먹힐 거 같다.’
‘친근한 서민 코스프레하면서 전세기 타고 섬 사러 다닌다는 쪽으로 몰고 가면 꽤 먹히겠는데?’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 달리 공격은 잘 먹히지 않았다.
-저저 봐라! 저 돈독 오른 거 봐라!
…라는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했으니까.
-마음 편히 쉴 곳이 없다는데 뭐 그럴 수도 있지. 쟤네가 뭐 어디 편하게 쉴 수 있는 데가 있음?
-아니, 돈 불리고 싶으면 왜 섬을 삼?
-인정. 진짜로 돈독 올랐으면 우리나라에서 땅이나 빌딩을 샀겠지.
만약에 정말로 그런 거라면 저런 섬을 살 돈 수백억으로 땅이나 건물을 사지 왜 자산 가치 상승이 없는 카리브해의 섬을 사냐는 발언.
그 돈으로 다른 자산을 사면 몇 배는 더 수익을 낼 수 있지 않겠는가?
한국인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상식에 기반한 말이기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궁색한 명분이긴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분명 반감을 가지는 이들도 있을 것이기에 조금 더 시도하면 넘어오는 이들도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레몬 엔터에서 보도 자료를 뿌리기 전까지는.
‘진짜 못해먹겠네.’
삽시간에 뉴블랙의 연말 콘서트로 화제가 옮겨 가면서 안티들이 한숨을 쉬었다.
‘대단하다. 진짜.’
‘이걸 또 새로운 이슈로 덮어 버리네.’
그리고 이런 반응을 보고 있는 수플레들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누구보다 우리 애들을 가장 대단하게 보는 애들….’
‘얘들아. 우주가 언론통제를 할 수 있고, 이런 이슈까지 다 덮어 버리는 능력이 있으면 그냥 우주 덕질을 하는 게 맞지 않겠냐.’
‘이쯤 되면 애정 아닌가??’
그러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안티들이 공격하려던 이슈가 화력을 잃어서가 아니었다.
어차피 사람들에게 공감 받지 못할 공격이라 그 부분은 전혀 걱정이 없었으니까.
그들이 웃고 있는 것은 뉴블랙이 이번 방송 3사의 연말 무대에 불참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국내에서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 아쉽긴 했지만….
‘오히려 잘 됐어.’
현재의 상황을 생각하면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연말 때만 되면 아이돌판에서 똑같은 레퍼토리로 공격을 당하곤 했으니까.
[솔까 뉴블랙 이후로 가요계 노잼 된 거 있음]너무 탑이니까 다른 가수들이 묻히는 거 같애
연말에 TV 틀어도 어차피 주인공은 뉴블랙ㅇㅇ 요런 느낌이라
((개인의견이니 맘에 안들면 스루해ㅠ))
(((((개인 의견임 너네 가수 최고 맞음)))))
-ㅇㅈ
-연말무대 막판에 30~40분 공연하니까 조금 늘어지는 감도 잇고
-텐틴뉴 때 누가 엔딩하냐 하면서 싸움나고 그러긴 했는데 지금 보면 그때가 더 나앗던 거같음
-작년에 뉴블랙 30분 준다고 신인들 무대 분량 확 줄어든거 보이더라
-노잼된 거 맞지 머ㅋㅋ,, 팬들만 아니라고 할뿐
그런 식으로 은근히 긁는 발언들이 많았으니까.
연말 시즌만 되면 ‘뭐 어차피 뉴블랙이 분량 다 가져갈 거잖아?’ 하면서 살살 긁어 대는 댓글들을 올해는 볼 필요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뉴블랙이 연말 무대에 안 나온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올해 방송3사 엔딩 무대 누구일 거 같음?]1시간도 되지 않아 댓글 수백 개가 달리는 글.
‘자.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기 시작하는 아이돌 팬들을 바라보며 수플레들이 행복한 웃음을 터뜨렸다.
* * *
뉴블랙의 새해맞이 스페셜 콘서트 소식으로 한국이 들썩이고 있을 때.
당사자들은 아르헨티나의 여름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나가고 싶다….”
호텔방에서 중현이 곰발바닥처럼 발을 꼼지락거렸다.
리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대로 나갔다간 사람들이 몰릴 거예요. 지금 호텔 앞에 팬들 500명 모여 있다던데요.”
“흑흑.”
“안에서 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콘서트를 끝내고 나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었지만 실내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들이었다.
지호가 피냐 콜라다 칵테일을 들이켜며 말했다.
“그래도 작년에는 밖에 돌아다닐 수준은 됐던 거 같은데 이제는 그것도 안 되네요.”
“어쩔 수 없지.”
“지금 이러는 건 드라마 영향도 있으니까… 아마 내년쯤 되면 그래도 밖에서 식사 정도는 가능할 거야.”
다른 때라면 도시의 명소에 가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식당에서 맛난 고기도 먹었겠지만 지금은 불가능했다.
대한민국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미에서도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알아보고 몰렸으니까.
그런 이유로 호텔에서 룸서비스로 아르헨티나의 대표 요리인 아사도를 먹고, 보드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뉴블랙 멤버들이었다.
“심심하당.”
소파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비주에게 갔다가 중현에게 갔다가 하면서 치대던 막내가 닫힌 방문을 바라보았다.
“우주 형이랑 놀고 싶은데… 이제 들어가도 되겠죠? 거의 끝났을 때 됐을 거 같은데…….”
그들 모두가 닫힌 방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 하루 동안 휴가를 보내는 오늘, 그들의 리더는 시험을 보느라 바빴다.
철학책을 읽고 있던 리혁이 말했다.
“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저 사람은 진짜 미친 사람이야.”
“…….”
보통 이쯤 되면 ‘아니야~’ 하며 한마디 했을 비주도 조용히 먼 산을 바라보며 동의를 표했다.
리혁이 말했다.
“아니 대체 누가 쉬는 날에 수능을 봐요? 접수 못하면 그냥 땡인 거지.”
실제 시험 시간에 맞춰서 수능 시험을 혼자 보는 저 광기에 그들도 질렸을 정도였다.
지호가 물었다.
“그래서 우주 형한테 들어가도 돼요? 아까 점심도 혼자 안에서 도시락 까먹었잖아요.”
“이제 들어가도 될걸? 시험 다 끝난 시간이라 아마 채점하고 있을 거야.”
“오.”
그 말에 네 멤버가 살금살금 기척을 죽이고는 문을 열었다.
부드럽게 열리는 스위트룸의 방문.
어두운 곳에서 스탠드만 켠 채 종이를 부스럭거려서 그런 걸까.
고오오오오오-
왠지 모르게 수험생의 아우라를 풍기고 있는 리더의 뒷모습이 보였다.
고개를 빼꼼히 내민 멤버들 속에서 지호가 입모양으로 물었다.
‘뭐 하는 거예요?’
‘채점하는 것 같은데.’
말을 걸고 싶었지만 굉장히 진지해 보여서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펜을 든 채 가만히 있는 우주.
“……?”
답안과 시험지를 스으윽 비교하더니 한 장을 넘긴다.
그리고 다음 장.
스으윽- 하고 훑던 우주가 멈칫하더니 펜을 들어서 선을 스윽 그었다.
지호가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틀린 게 한 페이지 하나인 건가!’
한 페이지에 맞은 게 하나였던 게 대부분이었던 뉴블랙의 막내에겐 컬쳐 쇼크 같은 일이었다.
형들이 고개를 젓고 있는 동안 그들은 조용히 채점을 지켜보았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높은 성적을 받은 듯한 느낌.
‘오오오오.’
‘오오오.’
멤버들이 잘했다면서 칭찬을 할 준비를 하려고 하고 있을 때였다.
자신이 거둔 성적을 조용히 보고 있던 리더가 핸드폰을 들어서 무언가를 보기 시작했다.
중현이 입모양으로 말했다.
‘배치표라는 거 보나 봐.’
대략 당신의 수능 성적으로 이 학교에 갈 수 있습니다- 하는 임시 배치표.
그걸 바라보던 리더의 손가락이 쭈우욱 올라간다.
저 정도면 거의 최상위권이 아닌가 싶어서 다들 놀란 반응을 보이고 있었지만, 리더는 담담했다.
“흐음.”
어둠 속에서 차분한 혼잣말이 들려왔다.
“내년에는 이과로 준비해 볼까.”
“…….”
진정한 광기를 목도한 멤버들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