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364)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64화(1364/1386)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64화
그날 밤.
뉴블랙의 누군가가 파란 호랑이와 검은 늑대에게 쫓기는 꿈을 꾸고 있을 때.
“……어?”
“…어어?”
잠에서 깨어난 한국인들이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알람을 끄고 나서 침대에서 뒤척이는 시간.
무의식적으로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 SNS에 접속한 한국인들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뉴블랙, 그래미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K팝 그룹 단독으로 최초”
뉴블랙이 그래미 후보가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우와.’
‘미쳤다.’
국민 아이돌이 북미에서 활동하면서 그래미에 대해 잘 알게 된 한국인들이었다.
-유명한 시상식으로 그래미, 빌보드, VMA, AMA의 4개가 있대.
-오.
-근데 그래미와 다른 어워드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데. 후보만 되도 막 가수들이 눈물 흘린대.
그러니 뉴블랙이 그래미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특히나 그들의 포지션을 고려하면 그랬다.
-자기네 나라에서도 백인이 아니면 후보도 안 시켜 주려고 기를 쓰는데 한국의 보이밴드에게 후보를 시켜 줄 리가…?
유명 뮤지션과의 콜라보 없이 뉴블랙 단독으로 노미네이트가 되겠느냐며 회의적으로 보던 시선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KTN 뉴스 채널 등에서 음악 평론가들이 ‘가 후보가 되는 건 쉽지 않을 것’ 하며 그래미의 보수성이 쉽사리 바뀔 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가.
침대에 누워 있던 한국인들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와. 잠이 확 깨네.’
도파민이 싸악 도는 기분.
축구 경기를 라이브로 안 봐도 아침에 몇 대 몇으로 이겼다더라 하는 소식을 보면 기분이 좋고, 주요 하이라이트를 보듯이 기분이 업 됐다.
그리고.
-뉴블랙 우주, 그래미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
우주의 소식을 들었을 때는 다들 눈을 휘둥그레 떴다.
침대에서 드러누운 채 몸을 반쯤 일으킬 정도로.
‘뭐야. 이거 실화임?’
‘미쳤네.’
그래미에서 흔히 대상으로 여겨지는 올해의 노래상과 올해의 레코드상에 둘 다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소식.
여기에 사운드 오브 선의 OST인 까지.
어안이 벙벙했다.
더 놀라운 것은 부문마다 곡을 두 개씩 올렸다는 점이었다.
[Song of the Year]* Haley Blue & Woojoo – Hope
* Kelly Nelson & Woojoo – Error
우주가 올해 콜라보한 두 곡의 반응이 북미에서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업적.
-진짜 미친애야..
-선우주는 걍 올라가 있어라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
-이런 애를 상대로 이길 생각을 했던 TJ는 대체 무슨깡이었던거임ㅋㅋㅋ 진짜 미쳤네
-아직도 현실감이 없다. 그냥 그래미 상도 아니고 대상급에 노래 2개씩 꽂아넣기
-아니 그래미 개꼴통 보수라며 어케된거임;
-저래놓고 상 안 줄 수도 있어서.. 맨날 흑인 뮤지션들 부른 다음에 물멕이는 놈들임
그렇게 모두가 웅성웅성하고 있을 때였다.
-근데 우주 저거 상 타면 어떻게 됨? 보니까 베스트 팝에는 아예 콜라보곡 2개랑 뉴블랙곡 이렇게 올라갔던데
바로 아래에 누군가 명답을 제시했다.
-표정관리 잘해야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맞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표정관리는 중대사항임
┕분명 상 타고 기뻐해야하는데 삽시간에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상황
다들 웃음을 터뜨리면서 그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으으.’
함께 한 동료가 여럿 있는데 상은 하나씩만 받을 수 있는 상황.
옆자리에서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헤일리 블루가 있다는 상상을 하니 정말로 두렵기 그지없었다.
벌써부터 시상식에 참석한 선우주의 표정이 그려진다고 할까.
하지만….
‘뭐. 누가 그러게 명곡 쓰래?’
‘그래미 타는데 난처하면 좀 어때~’
‘내 일 아니지롱~’
자기 일이 아닌 한국인들은 깔깔 웃어댈 뿐이었다.
그들은 한국인 가수가 그래미에 후보로 올랐다는 사실에 몹시 기쁘고 즐거웠으니까.
현장에서 괴로워할 사람은 그들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각종 유머 짤들이 쏟아져 나오는 한편.
[뉴블랙 그래미 노미네이트 소식 일본 시사쇼 반응]아마 그런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일본 시사 쇼의 패널들이 말하는 영상.
[한국 정부의 국책 사업이 드디어 큰 결과를 본 것 같군요. 이런 결과를 예상했어야 했어요. 일본 경제를 따라잡기 위한 것이 무리라는 걸 알고 문화 사업에 전력투구한 한국의 결정이…….]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늘 똑같은 반응이 아닐까 싶었다.
예능에서는 ‘크으! 아시아의 별이 떴다!’ 하고 찬양하고, 시사에서는 ‘한국 정부의 국책 사업… 반일…’ 하며 중얼거릴 게 뻔했다.
그런데 그들이 본 일본 시사쇼의 클립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아시아의 스타가 이제 세계인의 스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군요.] [그야말로 굉장한 쾌거입니다.]언성을 높이며 뉴블랙을 욕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패널들이 굉장히 정중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뭐지.. 그래미고 일본이고 뭐 단체로 전기충격받음?
-왜 저래????
-아니 그냥 하던대로 욕이나 하라고
-어우 거북해
본심은 저게 아닐 게 뻔하면서 갑자기 가식적으로 나오는 모습.
이내 모두가 그 이유를 알아챘다.
‘맞다. 쟤네 강약약강이었지.’
뉴블랙이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거듭나면서 나타난 현상인 듯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뉴블랙을 원색적으로 욕하던 이들이 갑자기 응원하고 경외하는 모습에 한국인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뉴블랙이 얼마나 성공한 거야?’
여러 나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소식까지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으니까.
[정말이지 레이와(令和)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게 실감이 나는군요. 아시아가 세계적으로 부상하여…….]한국인들이 몸서리를 치며 시선을 돌렸다.
사이가 안 좋은 직장 동료가 갑자기 어느 날부터 ‘오늘 밥 한 끼 할래요?’ 하며 들러붙는 듯한 끈적끈적한 감촉.
‘으아아아!’
‘아 개싫어. 정말.’
하지만 고개를 돌린 곳에는 푸근하게 웃고 있는 이웃나라 사람들이 있었다.
-뉴블랙의 인도 성공 의식했나.. 中 관영매체 “뉴블랙의 그래미 후보 지명 축하”
마치 형님이 동생 집안의 좋은 일을 축하하는 듯한 태도로 ‘하하 뉴블랙 축하해~’ 하는 옆나라.
‘너넨 또 뭔데…….’
‘쌍으로 돌았나.’
동시에 관영매체를 통해 낸 입장문은 이랬다.
-사실 우리는 한국 컨텐츠를 제한한 적이 없어. 민간에서 제한한 거임. 정부는 그런 말 한 적 없어.
‘…뭐라는 거야?’
‘자아분열인가?’
-그래미 후보 정말 축하해! 조만간 뉴블랙의 중국 활동도 한 번 기대해볼게~♡
‘……소름.’
‘와.’
슬쩍 과거 발언들을 모른 척하고 달라붙으려는 일본의 시사쇼들보다 더 소름이었다.
저쪽은 적어도 무슨 속내인지 짐작이 잘 안 된다면 이쪽은 속내가 투명도 95% 정도로 보였으니까.
-뭐야. 얘네 인도 반응이 엄청 좋은데? 얘네가 인구 큰 시장이 생겨버리면 우리가 힘을 발휘하기가 힘든데?
조만간 중국을 앞지른다고 할 만큼 거대한 규모를 지닌 인도.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력에 있어서는 여전히 중국이 압도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긴 하나, 뉴블랙을 통해 K팝이나 한류 컨텐츠가 인도에 진출하게 되면 중국이 힘을 발휘할 수가 없다.
현재 중국이 문화 산업에서 타국에게 강하게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너네 13억 시장 안 아쉬움?
거대한 인구에서 나오는 시장 규모 때문이었다.
북미의 NBA 같은 거대 리그가 중국의 피드백에 매번 응하고, 메이저 배급사들도 눈치를 보며 영화를 만드는 이유.
그래서 신경을 쓰기 마련인데 이번 <마법학교 아이들>의 활동으로 뉴블랙은 그런 이유마저 사라졌다.
-인도가 생겼는데 중국을 굳이…?
물론 인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구가 많기는 하나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은 편은 아니니까.
하지만 여기에 더해 뉴블랙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불리는 미국, 3위의 경제 규모를 지닌 일본의 소비자들까지 사로잡는 상황에서는 단 한 줌의 미련도 없을 터였다.
특히나 지금처럼 상대방의 메시지가 담긴 속뜻을 고려하면 더더욱.
-와서 얼른 활동해. 그래서 너희한테 우리 시장이 중요해지면 그때부터 영향력 좀 발휘하게.
뉴블랙 외에도 유명 K팝 아이돌들에게 컨택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로또가 당첨되니 사돈의 팔촌은 물론이고, 모르는 사람들까지 대문 앞에 몰려드는 것 같은 기분에 한국인들이 침을 삼켰다.
‘……진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겠다.’
어느새 아침잠이 확 깨어 버린 한국인들이었다.
* * *
그래미 후보 지명으로 놀라고 기뻤던 것도 잠시.
우리는 다시 평정심을 찾고 원래의 스케줄로 돌아왔다.
“그래미 후보가 되었다고 해서 뭐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맞아요.”
“우리는 여전히… 꺄… 흠.”
뺨 근육이 씰룩거리는 걸 멈췄다.
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
“…….”
다 같이 뺨이 움직이는 걸 억누르고 있을 때, 입술을 오므린 채 코를 파르르 떠는 비주와 눈이 마주쳤다.
“흐하핫!”
“흐핫!”
시원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꺄르르르르르!”
“꺄륵!”
뭐. 그래미 후보가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세상이 바뀐 건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는 행복했다.
과거 으로 한 차례 후보가 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때는 헤일리 블루라는 아티스트의 힘이 더 컸기에, 이번처럼 우리가 단독으로 된 것과는 기쁨의 크기가 달랐다.
“진짜 너무 행복해.”
내가 동생들에게 말했다.
“콜드랑 로 후보가 됐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기쁘진 않았거든. 그런데 우리로 후보에 오르니까.”
“달라요?”
“정말 달라. 많은 게 달라.”
지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상이 더 큰 게 좋지 않아요? 저 같으면 그래도 더 큰 상 쪽이 기쁠 거 같은데.”
“그러니까 이게…….”
적절한 비유를 찾지 못해서 설명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중현이가 이해한다는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팀 스포츠 같아서 그럴 거예요. 야구 선수들한테 가서 MVP 할래요, 팀 우승할래요 하면 거의 다 팀 우승 고를걸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저거라고 말했다.
정말 딱 적절한 비유였다.
리혁이가 말했다.
“음? KG 감독님 인터뷰 봤는데 우리 팀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고 하시던데요.”
“…….”
“화나요 1000개 찍힌 기사는 처음 봤어요.”
중현이의 이마에 힘줄이 순간 돋았다.
포켓몬의 웅이처럼 평온하게 웃고 있지만 미간의 주름골이 순간적으로 확 깊어지는 느낌.
야구 이야기만 나오면 급격하게 혈압이 솟는 우리 셋째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
“안 그래도 이번에 LA에서 시구할 때 윤호한테 말했거든요.”
이번에 메이저리그로 간 중현이의 초등학교 동창 송윤호 선수에 대한 이야기였다.
KG의 에이스였던 선수.
“돌아와 달라고.”
“아앗….”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비주가 물었다.
“그래서 대답 들었어?”
“못 들은 척하고 웃던데. 으으음.”
야구 스트레스 때문에 고통 받는 형이 안타까워서였을까.
지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아, 온라인에서 그런 유머 봤어요. 야구 스트레스 날리는 법.”
“뭔데?”
“주식이랑 코인을 하래요. 야구 스트레스는 정말로 따위가 되어 버린다고.”
나도 모르게 픽 웃음이 나왔다.
그런 대화를 듣고 있다가 불현듯 리혁이에게 받았던 비트코인 생각이 난다.
그때 당시에는 굉장히 큰 돈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별로 크다고 느껴지지 않는 기분.
잠시 머릿속으로 나의 수익률과 코인 수익률을 비교하고는 눈을 깜빡였다.
“……내가 코인이었네.”
“?”
“아니야.”
궁금해 하는 졸개들에게 고개를 저어 보이고는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오늘의 스케줄은 바로 간만의 국내 스케줄이었다.
[현무영화상]한국예술대상과 더불어 국내 영화계에서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는 시상식.
과 <사운드 오브 선> 등이 후보에 오르면서 이번에 참석하게 됐다.
장소는 인천 영종도의 한 호텔 행사장.
“안녕하세요!”
장소가 제한된 만큼 사진 기자들 정도만 몰려 있는 레드카펫.
우리가 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셔터 소리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중현 씨!!”
“비주 씨! 이쪽이에요! 아니, 길이 이쪽이란 뜻이 아니고 여길 봐 달라는 뜻입니다!! 거긴 길이 아닙니다!!”
“우주 씨, 여기요! 여기!”
턱시도를 차려입은 채 협찬사들의 로고가 그려진 포토월 앞에서 포즈도 취하고.
중계 방송국인 HBS의 카메라를 향해 가볍게 손도 흔들고.
슬슬 입김이 나오려고 하는 추위 속에서 지호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와아, 내가 여기 오다니…….”
어릴 적부터 배우를 꿈꾸었던 우리 막내 입장에서는 각별한 곳인 모양이었다.
“여기도 어릴 적에 TV로만 봤던 시상식이거든요. 내가 여기에 배우로 오다니…….”
“지호야.”
“넹.”
“춥다. 들어가자.”
“헹.”
입을 비죽 내밀며 먼저 들어가는 이를 보며 다 같이 웃었다.
시상식 장내에 입장하자 여기저기서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이게 누구야!”
“어어어! 대박! 안녕하세요!”
모르는 얼굴도 있고, 아는 얼굴들도 있고.
시상식 장소가 그리 큰 곳이 아니다 보니 장내에 있는 사람이 거의 다 영화 관계자들뿐이었다.
근사한 드레스를 입은 원로 배우 양옥분 선생님과 인사했다.
“너희도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그래미 후보 올랐다면서.”
“선생님도 잘 지내셨어요?”
“주세한 끝나고 불러주는 데가 없어서 그런지 심심해. 요즘에는 영화나 드라마나 찍고 그러지.”
우리가 웃으며 에이 했다.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이번에 출연한 영화에서 유력한 여우조연상으로 꼽히고 있는 원로 배우였다.
그렇게 양옥분 선생님을 시작으로 안면이 있던 이들과 인사를 하고는 맨 앞줄에 앉았다.
비주가 속삭였다.
“저는 배우가 아닌데 맨 앞줄에 앉으니까 좀 부담이네요.”
“그치? 좀 부담이다.”
“나도 공감이야. 내가 왜 맨날 앞줄인지….”
내 왼쪽에서 들려온 중저음의 목소리에 내가 화들짝 놀랐다.
“아, 깜짝아. 언제 오셨어요?”
“인사가 왜 그래?”
너털웃음을 짓는 이는 바로 이견우 선배였다.
멋들어지게 나비넥타이를 매만진 조각 미남이 내게 말했다.
“방금 왔어.”
“인기척도 없이 어떻게…….”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는 게 있더라고.”
“…그 얼굴로 눈에 안 띄는 게 가능하세요?”
“고개를 잘 숙이면 가능하거든. 후후후후.”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은신법은 그리 어설프게 쓰는 것이 아니거늘.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사람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감독님. 여기예요. 여기.”
“어어~”
올해 최고 흥행작품인 의 정진석 감독님과 이강진, 신지원 등의 주연 배우들과 지훈이.
“오셨어요?”
“비행 시간이 연착돼서 긴장했어요. 다들 잘 지냈어요? 견우 씨도 오랜만~”
<사운드 오브 선>의 감독을 맡은 데보라 킴 감독님, 그리고 출연 배우들과 담당 스탭들.
뭔가 복작복작한데 웃음이 나오는 그런 상황이었다.
영화판의 가족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할까.
어수선한 공기 속에서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잠시 후 제40회 현무영화상이 시작할 예정이오니 내빈 여러분께서는 주변을 정돈해 주시길 바랍니다.]턱시도와 드레스의 매무새를 다듬은 이들이 다소곳하게 앉은 가운데, MC들이 등장하면서 시상식이 시작됐다.
여느 시상식과 마찬가지로 오프닝은 신인들의 상이었다.
신인남우상, 신인여우상, 신인감독상.
그리고 신인남우상의 주인공은 바로….
[축하드립니다, 의 지호 씨!]“와아아아아!”
“지호야아아!”
우리가 다가가서 얼싸안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지호가 와아아 하며 행복한 포효를 터뜨렸다.
중현이가 지호를 들어서 빙글빙글 돌려주니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웃음도 잠시.
[…정말 감사합니다.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항상 상상만 하던 상황이었는데…….]촉촉한 눈망울로 소감을 전하는 지호의 모습에 주변 관계자들이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인 만큼, 지금 지호가 하고 있는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 테니까.
[감사합니다! 형들 사랑해요! 엄마! 누나들! 그리고 아ㅃ…!]시간 관계상 소감을 마치고 내려가는 지호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뒤이어 첩보 영화에서 놀라운 액션 실력을 보인 배우 강예린이 신인여우상을 수상하고, 금단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영화를 연출한 기주현 감독이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1부의 신인상 수상이 마무리된 후.
[다음은 1부 축하 공연이 있겠습니다.]이어서 1부 축하 공연을 앞두고 우리가 주섬주섬 응원봉을 꺼내들었다.
벽돌같이 생긴 응원봉.
[스트릿 보이즈입니다!]화면에 ‘Street Boys’라는 로고가 뜨고, 객석의 배우들이 환호하는 동안 우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혹시 저희가 조금 즐겁게 놀아도 될까요?”
“마음껏 놀아요.”
뒷자리에 앉아 있던 감독님이 웃음을 터뜨리며 손사래를 쳤다.
공연을 즐기기 위해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나는 왜?”
“선배님은 명예 뉴블랙이에요.”
“너희는 그냥 내가 괴로운 게 좋은 거잖아…?”
“자, 얼른 응원봉 들어요. 선배님!!”
꺄르르 웃으며 이견우 선배에게도 응원봉을 쥐어 주고는 스트릿 보이즈의 노래 인트로에 맞춰 즐겁게 몸을 흔들었다.
최근 들어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훌훌 털어져나가는 느낌.
지훈이가 지호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형 오늘따라 왜 이렇게 업 됐어?”
“일주일 뒤에 미국 가거든요. AMA에서 무서운 사람들을 둘이나 만나게 될 예정이라…….”
“무서운 사람들?”
“파란 불꽃을 뿜는 사람이 있거든요.”
“아….”
그때 리혁이가 지훈이에게 속삭였다.
“마지막 만찬 같은 거라고 보면 돼요.”
“…….”
못 들은 척하며 양손으로 든 스트릿 보이즈의 응원봉을 교차하며 마법소녀 춤을 추었다.
뭐, 일단 지금 행복하면 된 거지.
“꺄르르르흑흐흐흑!”
나는 행복하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