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370)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70화(1370/1386)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70화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찰칵- 찰칵-
사진 기자들이 셔터를 누르며 사진이 잘 나오고 있는지 확인하고, 공항 경비대원들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고 있다.
심지어 검은 제복을 입은 경시청 특수부대도 출동해 있을 정도.
테러 위협 같은 것은 없었지만, 세계적인 슈퍼스타를 맞이하는 일본의 멋진 경호를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후후후.’
공항 관계자들이 미소를 지었다.
‘매뉴얼은 완벽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어.’
일전에 2천여 명이 넘는 수플레들이 모였던 상황에서는 당황해서 우왕좌왕했지만 이제는 달랐다.
모든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었으니까.
-치지직….
그때, 무전기가 울렸다.
-에, 그러니까 지금 경찰 추산으로 4천 명에서 5천 명 사이… 모든 인원은… 어이! 하마다! 거길 막아야지!
-인원이 부족하다. 지금 인원이…!
관계자들이 주먹을 쥐고 분함을 삼켰다.
‘젠장!’
매뉴얼은 3천 명까지의 상황만 가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인원이 훨씬 더 늘어난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일본의 팬들이 질서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 정도.
-치직… 아아, 독수리 도착. 독수리 도착.
뉴블랙 일행이 탄 비행기가 착륙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모두가 긴장했다.
아무리 지금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나 뉴블랙이 등장하는 순간 모두가 광란에 빠져들 테니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해당 출입구에서 나오는 것이 오직 뉴블랙 일행뿐이라는 것.
공항 관계자들이 이런저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긴장하고 있는 한편, 기자들은 야심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후후후후.’
이제는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만큼 커 버린 뉴블랙.
하지만 공항에서만큼은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통제선이 그어져서 바깥에서 구경하는 일반인들과 달리 기자들은 운신의 폭이 여유로웠으니까.
물론 공항 관계자들이 ‘세계적인 귀빈에게 어찌 그런 무례를…!’ 하며 막아 세울 테지만 기삿거리에 비하면 그런 위협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상상도.
-올해 개최되는 도쿄 올림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공 개최를 기원합니다.
[*속보* 세계 최고의 대-인기스타 뉴블랙 2020 도쿄 올림픽 성공 개최 기원]-도쿄 올림픽에 대해 어찌 생각하십니까?!
-…….
[*속보* 세계적인 K팝 가수 뉴블랙, 2020 도쿄 올림픽에 대한 질문에 묵묵부답!]어느 쪽이든 좋은 꽃놀이 패였다.
‘후후후후. 기삿거리다!’
‘큰일이군. 뉴블랙이 등장하면서 팬들이 엄청 흥분할 텐데, 기자들이 돌 맞는 것도 지켜 줘야 하고…….’
그렇게 양쪽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을 때였다.
지이이이-
자동문이 열리면서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관계자들이 침을 삼키며 온몸을 긴장했다.
이제 잔뜩 흥분한 팬들이 실신하거나 기절하고, 혹은 흥분해서 통제선을 뛰어넘어 달려든다거나….
‘VIP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관계자들이 결연하게 다짐했다.
그러나….
“음?”
그들이 우려하는 일 같은 것은 벌어지지 않았다.
어딜 가든 수많은 인파를 끌고 다니는 뉴블랙에겐 이것이 특별한 경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즉, 어떤 상황이든 대처하는 노하우가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일단 문이 열리면서 비명과 환호성이 터지긴 했지만 금방 잦아들었다.
“에?”
누군가의 짧은 ‘에?’ 하는 소리가 적막 속에 울려 퍼졌다.
바로 자동문이 열리고 등장한 괴생명체들 때문이었다.
“에? 티라노?”
“에?”
티라노 탈을 쓴 스탭들이 캐리어를 끌고 나오고 있었다.
아마 레몬 엔터의 스탭들일 터였다.
“흐하하하하!”
이내 웃음이 흘러나오면서 장내의 긴장감이 풀렸다.
뉴블랙이 가진 최고의 무기.
바로 유머였다.
“흐하하하핫-!”
웃음의 힘은 대단했다.
방금까지 긴장감이 가득했던 공항의 공기가 삽시간에 부드럽게 풀렸으니까.
관계자들이 감탄했다.
‘과연.’
역시 세계적인 슈퍼스타-라며 감탄하는 이들이었다.
떠들썩하게 웃는 분위기 속에서 실신하거나 달려드는 이들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게 웃음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티라노의 행렬이 주르륵 이어졌다.
‘마치 외교 사절단 같군.’
‘대단해. 비행기 한 대가 다 뉴블랙과 동료 가수들 일행이라고 하더니…….’
뉴블랙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 중인 스칼렛, 중화권 최고의 인기스타인 장한별, 떠오르는 K팝의 유망주 스틸블루까지 있으니 어쩌면 당연할 일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티라노가 주르륵 나오는 것도 잠시.
“에?”
“병아리?”
파란 병아리들이 뽀짝뽀짝 걸어 나오면서 여기저기서 ‘귀여워!’ 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스틸블루다!’
일본의 K팝 팬들에게는 뉴블랙의 후배 그룹으로 유명한 신인들.
인형탈 자체는 그냥 귀여운 파랑새였지만, 쭈뼛쭈뼛거리고 어색해하는 동작 때문인지 병아리처럼 보였다.
“귀여워!!”
“아아아아! 귀여워!”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머리탈을 붙잡고 90도 인사를 하는 신인 아이돌.
몇몇은 손을 흔들면서 고개를 숙이는 등 고장이 나기도 했다.
그렇게 병아리들이 나온 후.
“헉!”
“허어억!”
빨간색과 분홍색 등이 어우러진 탈을 쓰고 있는 4인조가 걸어 나왔다.
햄스터 탈을 쓰고 있는 리나를 비롯해 귀여운 동물탈을 쓴 스칼렛이 우아하게 손짓하며 등장했다.
“사랑해요!”
팬들의 환호 속에서 그 뒤로 멋지게 걸어 나오는 설표가 보였다.
선글라스를 쓴 설표.
하얀 눈표범 탈을 쓴 이가 누군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한별 상!’
2010년대 초중반 일본을 뒤흔들었던 TNT의 멤버이자 중화권 최고의 인기 스타였다.
틴스피릿과 뉴블랙으로 일본 K팝 시장의 패권이 넘어오기 전까지 원탑이었던 그룹에서도 인기 멤버.
하지만 그런 겉모습과 달리 팬들에게 예의 바르게 팬 서비스를 하는 모습에 호감이 느껴졌다.
“와아아아아아!”
그렇게 사절단 일행이 중반에 이르렀을 때.
“에?”
“어디서 음악이…….”
음악이 들려오고 있었다.
뭔가 유쾌한 음악.
고개를 돌린 일본의 팬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가마?’
인형탈을 쓴 네 명이 팔로 가마를 태워 주고 있는 인물.
고양이, 곰, 여우, 사슴이 둠칫둠칫 걸어오는 동안 토끼삼촌 탈을 쓴 리더가 태평소를 연주하고 있었다.
삘릴리릴리-
국악풍으로 편곡된 <도깨비>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웃음을 터뜨리는 팬들과 달리 기자들은 당황했다.
‘지, 질문해야 되는데!’
그들이 뉴블랙의 사진을 찍으며 외쳤다.
“일본에 오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척-
뉴블랙의 리더가 태평소를 불다가 잠시 쉬는 타이밍에 손하트를 그렸다.
기자들이 눈을 크게 떴다.
[*속보* 뉴블랙 우주, 일본에 대한 사랑 표현]환호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 기자가 목청을 돋웠다.
“이번 도쿄 올림픽으로 일본은 아시아에서 하계 올림픽을 두 번 개최한 나라가 되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
삘릴리리리릴리-!!
“어떻게 생각하십…!”
삘리릴리리리!
일부러인진 모르겠지만 토끼삼촌이 연주에 심취해 있었다.
마치 이렇게 대답하는 느낌.
-랄랄라라! 삼촌의 개쩌는 태평소 바이브를 구경하렴!
그 속에서 뉴블랙의 행렬이 지나가고, 뒤로 다시 티라노 탈을 쓴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 걸어 나왔다.
관계자들이 눈을 끔뻑였다.
“말도 안 돼.”
“이렇게 무사히 넘어간다니….”
그들이 수십 시간을 넘게 준비해서 만들었던 매뉴얼로는 생각지도 못한 해결책이었다.
그냥 K팝 가수들이 준비한 팬 서비스로 모든 상황이 무사 해결이었다.
‘스고이한 경호를 보여 주려 했거늘….’
관계자들이 흑흑- 하고 있을 때.
홀린 듯이 바깥의 차량까지 향하는 인형탈들을 바라보던 일본의 한 기자가 중얼거렸다.
“뭐지.”
“왜 그래요?”
“뭔가… 뭔가 이 장면을 어디서 본 것 같아서요.”
그 말에 다른 기자들도 어? 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어디서 본 거 같았기 때문이다.
“어디서 봤더라. 이걸….”
기억을 되새기기 위해 키워드를 떠올리던 일본 기자들.
-풍악.
-가마를 타고 오는 사람들.
-세계 문화의 선두주자.
-사절단….
이내 가방끈이 긴 기자들의 머리 위로 느낌표가 떠올랐다.
‘아니……!’
‘이건!’
뉴블랙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기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지식을 습득했던 이들은 이게 무엇과 닮았는지 알아차렸다.
그리고.
‘뭔가 당해 버리고 말았다…!’
그들의 울화통이 터진 것도 덤이었다.
* * *
같은 시각.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 시작하는 뉴블랙의 일본 입국 사진들.
그리고.
‘음?’
‘으음?’
왠지 모르게 한국인들도 일본의 기자들과 비슷한 감상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대다수 일반인들이 ‘에에! 귀여워!’ 했던 것과 달리 한국의 일반인들에겐 특정한 지식이 있었다.
누구나 교과서에서 한 번쯤 배우게 되는 그림.
임진왜란이 끝나고 나서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조선이 보냈다는 사절단의 그림이 머릿속에 스쳐 갔다.
[김구 선생님 보십시오](가마를 탄 채 풍악을 울리며 입장하는 뉴블랙의 사진.jpg)
다시 조선이 왜에 통신사를 보내는 나라가 되었습니다ㅠㅠㅠ
-조선통신사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통신사냐고
-진짜 그래보여서 더 킹받음ㅋㅋㅋㅋ
-1919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후손들이 보여주는 개쩌는 퍼포먼쓰
-한국을 대표하는가(O) 문화를 전파하러 갔는가(O) 일본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는가(O)
-고도로 발전한 K팝 가수는 조선통신사와 구분할 수 없다 (납득)
-실제 역사에서도 조선 통신사가 에도 시대의 유행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언급이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님ㅋㅋㅋㅋㅋ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 팬아트들도 올라올 정도.
과거 조선 통신사의 그림을 따라 해서 토끼삼촌이 입장하는 그림들이 SNS를 뒤덮기 시작했다.
그런 반응 때문인지….
‘또 지랄 났네.’
대체로 모른 척하는 일본의 주류 미디어와 달리 극우 평론가들이 난리를 쳤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동시에 을 언급하면서 핏대를 세우는 이들.
“흐음.”
그 속에서 한 중년 남성이 뉴스를 읽고 있었다.
풍채가 좋고 젊었을 적 꽤 미남이었을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성이었다.
하지만 사람 좋은 인상과 달리….
“큭큭….”
웃음을 흘릴 때면 왠지 모르게 사악한 자본가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남자의 데스크 위에서 호호치킨의 마스코트 인형이 흔들리고 있었다.
[회장 왕현탁]왕지호의 부친이자 호호치킨의 왕현탁 회장이 손가락을 밀어 기사의 제목을 바라보았다.
-日 극우 매체, 뉴블랙 입국에 비난 세례
거기에 대표적인 반일 기업으로 호호치킨을 꼽고 있다는 말을 보고는 보고서를 읽었다.
-日 극우 매체 언급으로 호호치킨의 언급량이 늘어.. 부정적인 키워드가 많아
왕현탁 회장이 방긋 웃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어떡해, 부정적인 이미지…’ 하며 걱정하겠지만, 뼛속까지 기업인은 마인드가 달랐다.
‘부정적인 관심도 굉장히 좋은 것…. 후후.’
관심만 끌어도 성공이었다.
어차피 음식 장사는 맛있으면 이기게 되어 있으니까.
-호호치킨 일본 진출 기획안.
왕현탁 회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결재 서류에 사인을 했다.
그러곤 의자를 빙글 돌려서 웃음을 터뜨렸다.
“훔흐흐하하하하!”
호호치킨 일본 진출 확정.
* * *
“형, 이거 봤어요?”
“응?”
“우리 보고 조선 통신사 같다는데요. 이거 그림 봐 봐요.”
“푸흡!”
음료를 마시다가 그만 사레가 들려 버렸다.
입을 닦고는 한참 동안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교과서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그림체로 그려져 있다.
“제목은 <토삼행실도>래여.”
“왜 행실도인 거지…?”
“삼촌의 행실이 안 좋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아얏!”
지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삼강행실도처럼 삼이 들어가서 그런가.
왜들 그렇게 부르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 몰….”
“중현아.”
“네.”
“처리해라.”
아무튼 누가 통신사 같다고 한 드립이 자꾸 떠올라서 웃음이 나왔다.
정말 그렇게도 보일 수 있겠다 싶어서.
내가 민기 형에게 물었다.
“관련해서 별문제는 없어요, 형?”
“응. 한국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면서 일본 극우 미디어들이 난리 친 거 빼면 주류는 조용하지.”
“아하.”
“어차피 여기 사람들 통신사가 뭔지도 모르는 분위기라. 굳이 미디어 입장에서도 그걸 주목하기 껄끄럽기도 하지.”
그런 대화를 하면서 일본의 인터뷰 스케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주가 말했다.
“왜 저희한테 물어보는진 모르겠지만 올림픽 이야기를 자꾸 물어보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올림픽이 큰 기회인 모양이야.”
올림픽으로 작금의 위기나 상황을 돌파하겠다- 하는 듯한 느낌인 모양이었다.
리혁이가 말했다.
“활동과 관계없는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좋겠어요.”
“응, 우리도 그렇게 전달했어. 아까 같이 공항에 있는 기자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경우이기도 했고…. 일단 예상 질문들이 있으니까, 한 번 훑어보면 좋을 거 같아.”
동시에 알아 두면 좋은 정보도 있었다.
올해를 기점으로 일본의 연호가 헤이세이에서 레이와로 바뀌었다는 상식도 있고.
일본 인터뷰에서 나오는 독특한 질문들도 있었다.
예컨대 ‘여러분의 올해를 한자 한 글자로 요약하면 어떤 한자일까요?’ 같은 질문들.
“뭐가 있으려나.”
“귀여울 귀?”
“…….”
“저도 귀여울 귀라는 한자가 없다는 것쯤은 알아요. 와, 리혁이 형 경멸하는 시선 봐.”
어찌 되었든 이 부분은 나중에 점검하기로 하고.
우리가 지금 찾아가는 곳은 <토끼삼촌> 애니메이션의 일본어 더빙 스튜디오였다.
성우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부분들도 있고, 또 현장에 직접 참관하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짧게 걸리긴 했네요. 2~3년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진행기간이 꽤 단축됐어.”
민기 형이 설명해 주었다.
“원래는 4년 정도 잡고 있었거든.”
“4년이요?”
“응. 일단 처음에 제작사를 구하는 것부터가 너무 힘들었어.”
토끼삼촌의 제작 비하인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여러모로 국내 여건이 여의치 않아서 일본 쪽에도 의사를 타진해 봤거든. 애니메이션 작업 관련해서.”
“아아.”
“그런데 이쪽 스튜디오들이 전부 퇴짜를 놓았어. 말을 빙빙 돌리면서 할 듯, 말 듯 말하긴 하는데 뉴블랙 쪽이 잘 되게 하긴 싫다는 거지.”
“…….”
“하고 싶어 하는 회사들이 없는 건 아닌데 좀 눈치를 보면서 사리는 것 같았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 같았다.
뉴블랙과 관련된 사업인 토끼삼촌의 애니메이션 화를 도왔을 때 벌어질 일들.
“일본의 기술력으로 만들었다며 극찬을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또 한국 좋은 일을 시켜 줬다고 뭐라고 할 수도 있는 거니까. 어느 쪽이든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은 아니었던 거지.”
“그런 거였군요.”
“근데 국내 제작사도 사정이 좋은 건 아니어서, 이미 아동용 애니메이션 관련해서는 경쟁이 치열하거든. 그걸 뚫고 우리가 들어가야 하니까.”
잘나가는 아동용 애니메이션들이 머릿속으로 떠오른다.
이래저래 인력 구하는 게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들 때, 중현이가 물었다.
“근데 그런 것치고 단기간에 인력을 모아서 완성이 됐네요. 어떻게 한 거예요?”
“상황을 보고 드리니까 대표님이 딱 한마디 하셨어.”
우리 대표님이 인자한 얼굴로 말씀하셨다고 한다.
-계약금 2배.
그리고.
-기한을 단축할 때마다 보너스도 주고.
우리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없다면, 그것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닐까.
민기 형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계약금만 높였는데 모든 문제가 다 해결이 되더라.”
“역시….”
최근에 우리 회사 자금력이 워낙 튼튼하다 보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토끼 삼촌> 애니메이션에 얽힌 비하인드를 다 듣는 사이 우리는 도쿄의 시내에 있는 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과연 토끼 삼촌의 일본어 더빙은 어떨까.
아니.
그 전에 완성된 애니메이션은 어떤 내용일까.
내가 안전벨트를 풀며 동생들에게 말했다.
“갈까?”
“네.”
우리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차에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