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387)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87화(1387/1405)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87화
<시크릿 에이전트 3>의 오프닝이 나오면서 팬들이 환호했다.
‘드디어 주인공의 아버지 떡밥이 풀리는 건가!’
시리즈 내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스토리가 풀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모두가 설렜다.
동시에 섀도우 마스터란 캐릭터도 잘 뽑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들어.’
극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트릭스터로서 기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자주 써먹으면 무리수라 불리지만, 잘만 사용하면 극의 재미를 만들어 주는 게 바로 변신 능력이니까.
[Secret Agent III : Night Walker]로고가 흘러나오면서 본격적인 영화가 시작됐다.
[끼룩- 끼룩-]갈매기가 돌아다니는 바다.
아름다운 노을을 배경으로 흰 셔츠 차림의 주인공이 요트를 타고 있었다.
-은퇴할 거야.
전작에서 스파이 활동을 쉬고 자신의 인생을 찾기로 결정한 에드윈.
그가 부두에 배를 정박하면서 은퇴 이후의 삶이 멋지게 그려졌다.
[안녕하세요, 제임스!]인심 좋은 이국적인 마을의 주민들이 그를 반겨 주고.
[나 왔어.]방갈로 같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연인과 가볍게 입맞춤을 하면서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스킨십이 조금 격정적으로 흘러가려고 할 때, 연인이 그를 밀어냈다.
[지금은 안 돼. 에드윈.] [왜? 식사는 기다릴 수 있는걸.] [손님이 있어.] [손님?]으흠- 하는 헛기침 소리에 주인공이 고개를 돌린다.
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르고 있는 인물.
하와이안 셔츠에 콧수염을 기르고 있는 노신사, 바로 주인공의 CIA 시절 상사인 케니 설리번이었다.
동시에 주인공을 어린 시절부터 보살펴온 후견인이기도 했다.
[아.]주인공이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까지 왜 오신 거예요, 케니?] […반갑다는 말을 기대했다만, 내가 너에게 뭘 기대하겠니.]주인공이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인물과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동안, 노신사가 그의 연인에게 말했다.
[미아. 잠시 자리를 좀 비켜 주겠나?] [그럼요, 케니. 식사 준비 중이었는데 카나페 괜찮으세요?] [좋지.]단둘이 남겨진 자리.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주인공을 향해 설리번 국장이 사진을 내민다.
[이걸 봐.]유물과 CCTV 사진이었다.
[얼마 전에 이탈리아 마피아의 저택에서 도난 사건이 벌어졌지. 불법적인 유물을 경매에 붙인 것이라 도난 사건이라 명명하긴 뭣하지만….]주인공의 냉철한 눈동자가 빠르게 서류를 살폈다.
[별것 없군요. 전형적인 예술품 도난 사건이라….] [범인의 사진을 봐, 에드윈.]귀찮은 얼굴로 CCTV 사진을 본 주인공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노신사의 눈매가 주름졌다.
[누군지 알아보겠나?] […….]잠시 복잡한 마음이 주인공의 눈동자 위로 스쳐 간다.
하지만 그가 다시 내밀며 말했다.
[이제는 저와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3살 때 저와 어머니를 버리고 떠난 인간이에요.] […….] [제게 무슨 반응을 기대한 겁니까, 케니?]이제는 건장한 청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듯한 노신사의 눈빛.
그가 웃으며 말했다.
[…알고 있지. 하지만 내가 온 이유는 이게 너의 아버지가 아니기 때문이야.] [???] [몇 년 전부터 예술품 도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 알고 있나? 정보국에서는 이 사건들에서 독특한 규칙성을 발견했네.]다양한 자료들이 나왔다.
예술품들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고, 그때마다 다른 얼굴들이 CCTV를 보며 웃고 있다.
마치 자신을 잡아보라는 듯이.
[검거된 용의자들은 자신의 범죄를 부인했네. 그리고 그들의 알리바이 모두 확인됐지.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해 본 결과….]CIA의 국장이 말했다.
[초능력자가 일으킨 범죄라는 소견이네. 그 말인즉, 자네의 소관인 거고.]그제야 주인공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건을 살핀다.
CIA 내에서 초인들을 검거하는 일을 하고 있는 주인공이 자료를 살피고는 결론을 내린다.
[…이 친구 솜씨 좋네요. 완전히 우리를 비웃고 있어요.] [대단하지 않나? 정보국에선 이자를 그림자(Shadow)라는 코드네임으로 부르고 있다네.] [도와드리고 싶지만 직접 현장을 살피지 않고선 힘들 것 같군요. 게다가 저는 이미 은퇴한 상황이고요.] [그렇지.] [용건이 끝났으면 이제 나가 주시죠, 케니.]능글맞게 대꾸하는 주인공에게 노신사가 쯧쯧하고, 음식을 가져온 연인이 그를 타박하면서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평화로운 초반 장면들도 잠시.
[휘이이잉-]곧장 배경이 바뀌었다.
눈 내리는 벌판.
[시베리아]코믹스 팬들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슬슬 빌런이 나올 시간이군.’
군용차들이 복잡하게 돌아다니고 있고, 러시아의 군인들이 무언가를 발굴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동면장치 안에 들어 있는 한 남성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가 바로 이 영화의 메인 빌런인 나이트메어(Nightmare)였기 때문이었다.
[치이이익-]곧장 장면이 전환된다.
비밀 연구실.
여러 장치가 연결된 동면 캡슐을 보며 과학자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바로 그때, 연구실로 한 남성이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장군님.] [으음.]별과 훈장이 가득 달린 제복을 입고 있는 러시아의 군인.
그가 모자를 벗으며 동면 캡슐 안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보글보글-]산소 호흡기를 착용한 채 액체 안에 둥둥 떠 있는 인물.
[…‘악몽(кошмар)’이로군.] [장군님께서 알고 있는 자입니까?] [그래.]코믹스의 팬들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나이트메어가 누군지 모르는 머글들을 위해 설명해 주는 역할이군.’
‘그러곤 죽겠군.’
러시아의 장군이 과거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설적인 스파이였지. 당시 KGB에서도 이자를 잡기 위해 애를 먹었어.]과거 CIA의 스파이였던 에드윈 나이트 시니어, 즉, 주인공의 아버지와 함께 활동했던 인물.
생체 징후 모니터를 바라보던 장군이 과학자에게 물었다.
[아직 깨어나진 못했나?] [예….] [일어나는 그 즉시 심문을 시작해야 하네.]장군이 이를 갈며 말했다.
[이자와 에드윈 나이트는 당시 극비리에 보관 중이던 ‘그 물건’을 훔쳐 간 범인들이야.] [그 물건이라면…….] [그것이 있었다면 우리의 조국이 미국에게 허망하게 패배하지 않았겠지.]그가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과연 그랬을까?]중후한 목소리가 연구실에 울려 퍼졌다.
마치 머릿속에 울리는 듯한 목소리 효과음.
“Wow…….”
저주파 가득한 호랑이의 울음소리처럼 중후하면서도 공기를 뒤흔드는 음성이었다.
평론가들이 감탄하며 1열에 앉은 대머리 남성을 바라보았다.
‘나이트메어 배우로 조 하신스키를 섭외했다더니… 목소리의 위압감이 대단한걸.’
‘성우 경력이 긴 배우를 고른 건 탁월한 선택이었어.’
그동안 화면 속에서 당황한 러시아인들이 동면 캡슐을 바라보았다.
[번뜩-]관객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산소호흡기와 각종 튜브가 연결된 채, 하얀 눈동자를 뜨고 있는 괴인의 모습은 조금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네놈.] [메르코브인가?]흥미로워하는 목소리.
[출세했군. 소령 나부랭이가 장군이 되다니.] [닥쳐! 네놈 때문에…….] [조용히.]그 말 한마디에 러시아의 장군이 입을 다문다.
마치 조종을 당하는 것처럼 하얗게 변한 눈동자.
그걸 본 과학자들이 비상 장치를 가동하려고 했지만 빌런의 대처가 더 빨랐다.
[오. 그렇겐 안 되지.]과학자들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젖힌다.
텔레파시로 조종당한 과학자들의 눈이 하얗게 변하는 가운데, 한 과학자가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메스를 쥐어 다른 과학자의 목을….
[!]카메라 앵글이 돌아가면서 자세한 모습은 나오지 않았지만, 대강의 효과음으로 벌어지는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뉴블랙 멤버들이 메인보컬의 눈을 가려 주고, 자기들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때.
“워어어어…….”
“워어….”
관객들의 눈이 1열에 앉아 있는 감독에게 향했다.
<시크릿 에이전트 3>를 맡기 전에 호러 영화를 위주로 맡았단 이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연출이 너무나도 섬뜩했다.
[치이이익-]피바다가 된 연구실에서 동면 캡슐의 문이 열린다.
그곳에서 피에 젖은 가운을 하나 집어 들고 걸친 나이트메어가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호흡이 무리인지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후우우우-’ 하던 빌런이 러시아의 장군에게 걸어갔다.
[네놈….]잠시 정신 조종이 풀렸는지 뒷걸음질 치던 러시아의 장군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네놈은 절대 이렇게…….] [광기에 젖어 있진 않았다는 거겠지?] […….] [날 믿어.]중후한 목소리에 광기가 깃들었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하면 미쳐 버리는 법이거든.]그걸 본 뉴블랙의 메인댄서가 으음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래퍼가 흠칫 떨고 있을 때.
겁에 질린 러시아의 장군이 빌런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나를 죽일 생각인가?] [그럴 리가.]빌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의 용도는 무궁무진하거든.]그 말을 하며 희끗희끗한 새치로 가득한 러시아 군인의 머리에 손을 올리는 빌런.
마치 기억을 추출하듯이.
[으으윽…!]악몽을 꾸는 것처럼 발버둥 치는 이에게 빌런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말했다.
[내 첫 번째 질문은 이거야.]메인 빌런의 카리스마에 압도된 관객들에게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드윈 나이트는 어디 있지?]* * *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무서워?”
“저도 깜짝 놀랐어요.”
동생들과 내가 속닥거렸다.
히어로 영화라기보다는 공포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이었다.
-감독님이 호러 영화감독 출신이에요!
지호의 말을 듣긴 했지만, 용케 13세 관람가를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아마 월드 아트 스튜디오의 로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
하지만 악당의 공포스러운 연출과 별개로 영화의 몰입감은 대단했다. 초반 10분부터 영화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
동시에 각 캐릭터들의 목적이 이해가 갔다.
-과거 주인공의 아버지와 나이트메어가 소련의 비밀 무기를 훔치다.
‘배신당했다’는 말을 미루어 보건대 주인공의 아버지가 나이트메어를 배신한 채 비밀무기를 가진 채 잠적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오랜 동면에서 깨어난 악당은 에드윈 나이트 시니어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에드윈 나이트를 찾아라.]빌런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 주는 장면들이 흘러나왔다.
사람을 세뇌하는 능력을 이용해서 단번에 러시아의 정보국 FSB를 장악하더니, 얼마 안 가 각국 정보국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장악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국장급과 우두머리 몇몇만 세뇌하면 끝이었으니까.
그렇게 마지막으론 CIA까지.
[오랜만이군. 설리번.] [너…!]공포스러운 산소마스크를 쓴 채, 정장을 입고 CIA 국장실에 앉아 있는 빌런.
권총을 꺼내드는 CIA 국장 역시 가볍게 제압당하고, 전 세계의 정보 기관이 악당의 지배하에 놓인다.
[지명수배 : 에드윈 나이트]곧장 반역 혐의가 씌워지면서 추격당하는 신세가 된 주인공.
아들을 인질 삼아 아버지를 끌어내겠다는 것이 악당의 목표인 듯했다.
“와…….”
히어로 영화의 팬들은 물론이고, 동생들과 나도 침을 삼키며 영화를 감상했다.
[타깃이 파리에서 포착되었습니다.] [지금 특공대를 급파하는 중입니다.]흑복을 입은 특공대원들이 주인공과 연인이 머물고 있는 은신처를 급습하기도 하고.
각국 최고의 블랙 요원들이 주인공을 급습하면서 맨몸 격투를 펼치는가 하면, 인공위성과 각종 CCTV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전 세계의 정보기관 VS 세계 최고의 첩보요원.
정말이지 손에 땀이 나는 긴장감과 함께 설렘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정말 재미있는 영화를 볼 때 그런 것처럼 이 시간이 안 끝났으면 하는 기분.
[……후우.]10개국 스파이들과 열차 추격전을 하며 피투성이가 된 주인공.
상처를 지혈하던 그가 도착한 곳은 바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였다.
[에드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주인공과 접선하는, 안경을 쓴 한 여성이 걸어 나오면서 팬들이 환호했다.
중현이가 고개를 갸웃하기에 내가 설명해 주었다.
“다른 영화에 나온 히어로야.”
“아~”
대체로 이런 영화에서 만능 해커로 등장하는 캐릭터 타입이었다.
아마 이 인기 캐릭터가 등장한 이유는….
-주인공이 곤경에 처해 있을 동안 다른 히어로들은 뭐함?
…이라는 히어로 코믹스 팬들의 의문을 풀어 주기 위함인 듯했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부탁한다.
[이자의 행방을 찾아줘.] [그림자? 이 녀석은 완전 신기루 같은 녀석이라고.] […지금은 해답이 이것밖에 없어.]에드윈 나이트 시니어의 행방을 찾기 위해 그로 변신했던 섀도우 마스터를 찾기 위해서였다.
변신을 하기 전에 일단 그의 아버지와 어떤 식으로든 접촉이 있었다는 뜻이니까.
[…안 그래도 미리 조사를 해 둔 게 있어. 그가 관심을 보이는 유물들 사이에는 상관 관계가 있거든.]알고리즘을 비롯해 있어 보이는 단어들로 가득한 대사들이 흘러나왔다.
[마침 이곳 부다페스트에 열리는 불법 경매에 그가 관심을 보일 만한 유물이 하나 나올 거야.] [……어디지?] [에드윈, 이건 위험한 생각이야. 다른 히어로들과 연락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은 누구와도 연락할 수 없어. 너도 알잖아, 캣.]왜 다른 히어로들이 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때, 지호가 고개를 돌리며 눈을 초롱초롱 반짝였다.
‘이제부터 제가 출연하는 장면들 나와여!!’
‘확인.’
지금부터 나올 장면들이 아마 지호가 촬영한 분량들인 듯했다.
[부다페스트]화려한 저택에서 열리는 비밀스러운 경매.
[스으윽-]신출귀몰하게 도둑질을 하는 섀도우 마스터.
우리가 감탄했다.
‘와.’
‘진짜 개꿀이네요.’
다른 배우가 지호의 배역인 섀도우 마스터를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둑질도 잠시.
[반갑군. 그림자.]미리 대기하고 있던 세계 최고의 스파이와 대면하게 되면서 도둑질이 실패한다.
그러면서….
[나인 걸 어떻게 알았지?]변장을 풀면서 진짜 섀도우 마스터의 얼굴이 드러났다.
‘지호야!!!’
‘여러분! 우리 애입니다! 우리 아이가 나오고 있어요!’
마음속으로 열심히 비명을 지르고 있는 동안, 액션 장면이 펼쳐졌다.
안무 동작도 빨리 배우는 우리 막내답게 운동 신경이 원체 좋은 터라 멋진 동작들이 흘러나왔다.
“와아아아아아!!”
달빛 속에서 펼쳐지는 격투에 환호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조연이 주인공은 이길 수 없는 법, 힘겹게 섀도우 마스터를 제압한 주인공이 그에게 아버지의 행방을 물으려고 할 때.
[…대답해 주고 싶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군.] [?] [당신의 친구들이 온 것 같거든.]입가에 묻은 피를 혀로 핥으며 웃던 지호가 눈짓을 했다.
[철컥-]어느새 저택 옥상을 포위한 특수부대 병력.
헬리콥터까지 날아다니고 있는 가운데.
[저벅저벅-]악당인 나이트메어까지 직접 행차하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에드윈 나이트.] […당신은 누구지?] [일단은 너의 아버지와 연이 깊은 인물이라 해 두지.]그런 말을 하며 주인공에게 투항을 권유하는 인물.
그가 거부하자, 악당이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윽!]환각을 보기 시작하는 주인공.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한 정원 속에서 그가 눈을 뜬다.
한 쌍의 나비를 바라보고 멍한 표정을 짓던 그가 눈을 크게 뜬다.
지금 생사를 알 수 없는 그의 연인.
[편하게 몸을 맡겨. 에드윈.] [……나는.] [긴장할 필요 없어. 그저 내 손에 몸을 맡기면 돼.]악당이 정신 조종을 할 때 보게 되는 환각인 모양이었다.
신체 능력은 인간을 초월했지만 정신적인 공격에는 면역이 없는 주인공이 휘청거린다.
하지만….
[으윽…….]어떻게든 이겨 내려는 주인공.
그가 현실과 환상 속의 경계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젠장. 혼자 도망치고 싶었는데.]섀도우 마스터가 비틀거리는 주인공을 부축했다.
군인들이 총을 겨누지만 섀도우 마스터는 씩 웃을 뿐이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너희들은 이 친구를 쏠 수 없을 거야. 그치? 한 번 쏠 수 있으면 쏴 보라고.]그러면서 지호가 둠칫둠칫 춤을 추면서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런 우스꽝스러운 동작과 별개로 저격수들도 스코프를 보며 각이 안 나온다는 무전을 치고 있었다.
경박해 보이면서도 허점이 없는 인물.
-이 배역을 연기할 때 형을 많이 참고했어요~
문득 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고개를 저었다.
저건 아닐 거였다.
[성가신 놈이군.]나이트메어가 정신 지배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으으윽- 하는 섀도우 마스터가 비틀거리다가 멈춘다.
[?]빌런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지호가 고개를 홱 들고는 이 극의 트릭스터다운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대머리는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해 두지.]그런 말을 남기며 손을 촥 펼치면서 어둠의 장막이 깔린다.
[…!]조력자의 유쾌한 도움에 관객들이 즐겁게 웃고, 우리도 함께 웃었다.
정말 숨 막힐 정도로 주인공을 압박해 오던 분위기가 살짝 느슨해지면서, 이제야 좀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속에서 중현이가 내게 몸을 기울였다.
“지호가 애드립으로 대사 많이 썼다고 했잖아요.”
“응.”
“방금… 대표님 관련 대사는 아니겠죠?”
“대표님 관련 대사라니? 중현아, 그게 무슨 뜻이야?”
“…….”
중현이가 내게 눈을 흘기는 동안 장면이 전환됐다.
[콜록.]어느 마을에서 깨어나는 주인공.
[괜-찮-으시오?]나와 멤버들이 멈칫했다.
‘한국어인가?’
‘한국어 같은데요.’
할리우드 특유의 이상한 한국어 대사를 하는 배우.
[깨-어났-어요!] [어머나! 세상에라!]한국어 대사를 하는 엑스트라들의 목소리.
잠에서 깨어난 주인공에게 간호를 맡은 한국인 설정의 여성 엑스트라가 영어로 말했다.
[당신은 며칠 동안 쓰러져 있었어요.] [……이런.] [상처가 정말 많더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진 모르겠지만 죽지 않은 게 기적인 수준이었죠.] [여기가….] [여기는 한국이에요.]동생들과 내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으으으음.’
‘으음.’
설정만 한국이지, 할리우드에서 생각하는 남미의 마을 같은 분위기였다.
왜 그런 장면들 있지 않은가.
주인공이 으윽 하면서 깨어나고, 아이들이 꺄르르 하면서 뛰어다니고, 수상할 정도로 영어를 잘 하는 여성 엑스트라가 주인공에게 ‘죽지 않다니 기적이었어요~’ 물수건을 얹어 주는 장면들.
[……이자를 찾고 있소.]섀도우 마스터의 행방을 찾는 주인공에게 마을 사람들이 어딘가를 가리킨다.
까마득하게 높은 산 정상.
[하지만 그곳에 가도 그를 찾으리란 보장은 없을 거예요.] […시도는 해 봐야죠.] [위험해요. 지금 당신의 몸 상태로 저 산을 오르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요.]마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각오하고 산에 오르려는 주인공이었다.
주인공이 한층 성장하기 위해 신비스러운 동양의 산을 오르는 서사.
그러면서 카메라가 줌 아웃되면서 거대한 산의 모습이 드러난다.
마치 태백산맥을 보는 듯한 분위기.
장엄한 자막이 깔렸다.
[Mount Guryong]“구룡산…?”
“저거 서초구에 있는 산 아니야?”
리혁이가 피식 웃으며 속삭였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아마 영월군에 해발고도 1300미터짜리인 산 말하는 걸 거예요.”
바로 그때 흘러나오는 자막.
[Mount Guryong, SEOUL]“…….”
“…….”
“…….”
다 같이 조용히 뒷목을 붙잡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