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400)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00화(1400/1405)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00화
LA 스테이플스 센터.
평소 스포츠 경기로 자주 사용되는 경기장이 지금은 화려한 조명과 무대 장치로 가득했다.
[제62회 그래미 시상식]그래미의 축음기 로고가 반짝이는 화면 앞에서 수많은 셀럽들이 입장하고 있었다.
“Hey!”
“잘 지냈어? AMA 이후로 처음이네!”
서로 반갑게 포옹하거나 뺨에 입술을 맞추면서 인사하는 연예인들.
안부를 묻던 이들의 대화 주제가 자연스럽게 바깥 상황으로 흘러갔다.
“밖에 사람들 봤어? 완전히 미쳤던데.”
“지금까지 그래미에서 이랬던 적이 있었던가? 오늘은 정말 발 디딜 틈 하나 없더라고.”
“여자들은 수플레인 것 같던데… 밖에 잔뜩 모여 있는 남자들은 누구야?”
누군가 답했다.
“써니의 추종자들일걸. 아마 이번에 가디언즈로 팬이 된 실버 코믹스 팬들일 거야.”
“대단하네.”
“가디언즈 2 재미있더라.”
최근 가장 핫한 영화들인 만큼 유명인들 사이에서도 <가디언즈 2>나 <시크릿 에이전트 3>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때였다.
“음?”
누군가의 눈이 가늘어졌다.
“왜?”
“저기 콜린이 오는군.”
멋들어진 셔츠 차림으로 걸어 들어오는 문라이트의 인기 멤버.
그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하는 셀럽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멀찍이 떨어진 거리에서 어색한 잇몸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좀 많이 힘들어 보이는군.’
상당히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것이 오기 싫은 자리에 왔다는 티가 났다.
새롭게 타투를 한 목을 긁적거리며 한숨을 푹푹 쉬는 콜린의 모습에 누군가 질문했다.
“콜린도 노미네이트가 됐던가?”
“응. 으로 후보에 올랐지.”
“아~”
켈리 넬슨의 저격송에 맞대응하기 위해 낸 곡이 그래미의 Pop 부문에 후보로 올랐기 때문이었다.
당근송으로 희화화가 되긴 했지만 이 좋은 곡이라는 건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콜린을 다시 부활하게 만든 것은 곡이 정말로 좋았기 때문이었다.
-후후! 개같이 부활했다!
위기 상황에서 관짝의 문을 열고 부활한 콜린.
문제는….
-어라? 관짝 문이 열렸네?
-지금부터 네놈들에게 복수ㄹ… 어푸푸! 어푸! 흙이…!
-다시 묻어야지.
누군가 삽을 들고 다시 파묻었다는 점이었다.
셀럽 중 하나가 몸서리를 쳤다.
“정말 무서운 일이야. 히트곡 하나 내서 성공하나 했더니 내 노래가 동요가 되어 버린 거잖아.”
“진짜, 내 일이 아니어서 다행이지.”
“으으.”
그쯤에서 대화를 마무리한 셀럽들이 저마다 자리를 찾아 착석했다.
슬슬 어워드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그동안 마지막에 도착한 연예인들이 하나둘 입장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오늘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될 만한 사람들이었다.
“안녕하세요.”
부드러운 영국식 발음으로 인사하는 모범생 인상의 가수.
단발머리 아래 화려하게 붉은 드레스를 입은 켈리 넬슨이 들어오면서 모두가 와우- 했다.
‘장미 같군.’
오늘의 주인공다운 의상이었다.
그래미의 앨범상, 레코드상, 노래상 등의 모든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싱어송라이터가 들어오면서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반겼다.
“켈리!”
“켈리, 너 오늘 너무 멋지다. 숨이 멎는 줄 알았잖아.”
한 가수의 너스레에 켈리가 부끄럽다는 듯 손사래를 치면서 웃고는 걸어갔다.
그녀의 곁을 따라 훈훈하게 생긴 남자친구가 걸어가면서 사람들이 누군가를 흘깃거렸다.
“…….”
콜린 에반스가 천장을 바라보며 못 본 척하고 있었다.
‘나 같아도 여기 있기 싫긴 하겠다.’
자신이 찬 여자친구가 자신을 저격하는 노래로 그래미 최고상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켈리 넬슨이 관심을 받고 있을 때.
“와우.”
누군가 입장하면서 다들 환호했다.
오늘의 또 다른 주인공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우아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헤일리 블루와 수트를 말쑥하게 차려입은 크리스 카일 커플.
팔자걸음으로 들어오던 헤일리 블루가 인상을 썼다.
“앗 시발. 껌 밟았다.”
“자기야. 예쁜 말을 써야지요.”
한결같은 탑 가수의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큰 웃음이 터진 한 래퍼가 그녀와 눈을 마주치곤 시선을 피했다.
헤일리 블루가 인상을 팍 썼다.
“뭘 봐? 잘 지냈어?”
“안 봤는데요. 그리고 잘 지냈습니다….”
그를 시작으로 주변 사람들과 ‘어이, 오랜만이다~’ 하면서 인사를 나누는 헤일리 블루.
곁에 있는 크리스 카일도 사람들의 환영을 받고 있었다.
“크리스, 이번에 정말 멋졌어요.”
“시크릿 에이전트 3가 팀업 무비를 제외한 히어로 영화 중에서 역대 1위가 될 거란 소식 들었어요. 정말 축하해요.”
올해도 그래미에 잔뜩 노미네이트된 헤일리 블루와 <시크릿 에이전트 3>가 큰 성공을 거둔 크리스 카일.
블루 부부가 좌석까지 가는 길은 짧았지만 인사를 하는 데만 거의 10분이 걸릴 정도였다.
그렇게 모두가 착석하면서.
“이제 그들인가?”
“Yeap.”
아마 마지막으로 레드카펫 행사를 마치고 들어올 인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어워드의 주인공들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사람이었다.
“…….”
콜린 에반스와 라이벌 관계였으나 이제는 더 이상 라이벌 관계라고 말하기 힘들 만큼 격차를 벌렸고.
“아기새, 잘 지냈어?”
“어젯밤에 잠을 못 잤어요. 전남친을 즈려밟고 그 앞에서 상을 타는 상상을 했더니 그만….”
“내가 잘 가르친 것 같군. 후후후.”
“후훗.”
담소를 나누고 있는 헤일리 블루와 켈리 넬슨을 동시에 그래미 본상 후보로 만든 킹메이커.
그리고.
크리스 카일이 나온 <시크릿 에이전트 3>와 더불어 현재 역대급 성공을 거두고 있는 <가디언즈 2>의 빌런.
“와아아아아아-!”
일반인들로 가득한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오면서 셀럽들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찍이 문을 통과해 들어오는 인물이 보였다.
“와아아아아아!!”
팬들의 환호 속에서 밝게 웃으며 등장하는 스타.
바로 써니와 뉴블랙 멤버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어워드 시작이 정말 코앞인 관계로 인사를 할 시간조차 없어 빠르게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뉴블랙.
그동안에도 셀럽들은 그들과 눈을 마주치며 최대한 미소를 지어 보이려고 애썼다.
“와우.”
그들이 지나가고 자리에 앉은 누군가 말했다.
“분위기 대박인걸. 영화에서 팽을 봐서 그런가? 왠지 쉽사리 다가가기가 애매하네.”
“그치? 뭔가 느낌이 달라.”
아마 인사할 시간이 있었어도 말을 걸기 힘들었을 것 같았다.
최근에 <가디언즈 2>에서 정말 범접하기 힘든 빌런을 연기한 카리스마가 남아 있기도 하고.
어느새 말을 붙이기 힘들 정도로 위상이 올라가 있었다.
“그나저나 오늘 의상도 진짜 근사하네.”
“르블랑의 지미 로빈스가 멋을 낸 솜씨 같아. 딱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정장 디자인이네.”
녹색빛이 감도는 멋들어진 수트.
최근에 자연의 힘을 사용한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점에서 착안을 했는지, 정장 위에 이파리와 가지가 뻗어 나가는 듯한 문양이 각인되어 있다.
조명이 돌아갈 때마다 마치 판타지의 룬 문자처럼 은은하게 빛을 발휘하고 있는 의상.
‘캬…….’
정말 패션계의 거물들이 인정한 패셔니스타답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음?”
위풍당당하게 입장한 써니가 자리에 앉으면서 사람들이 눈을 깜빡였다.
‘뭐지?’
‘약해졌다…?’
밀림의 왕, 사자처럼 웅장하게 등장했던 모습과 달리 자리에 앉자마자 써니가 쭈글쭈글해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속닥속닥-
뒷자리에 앉아 그의 귀에다가 뭐라고 속닥거리는 헤일리 블루와 켈리 넬슨.
그들이 뭐라고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써니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 가고 있었다.
“흡.”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연예인들이 웃음을 참았다.
‘하긴… 정말 가시방석이긴 하군.’
헤일리 블루와 켈리 넬슨 중 누가 수상을 하게 되어도 자기는 무조건 수상을 할 수 있는 구조.
열 받는 쪽도 이해가 가고, 가시방석인 쪽도 이해가 가서 웃음이 나왔다.
“의상 때문인가?”
“응?”
“저기 말이야.”
켈리가 입은 드레스의 붉은색과 헤일리 블루가 입은 드레스의 검은색 때문일까.
초록색 옷을 입고 있는 써니가 불꽃에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원래 태양은 활활 불타는 법이지.”
누군가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 * *
1년 만에 다시 방문한 그래미 시상식은 감회가 새로웠다.
작년에 콜드와 함께 올해의 노래상과 레코드상을 수상했을 때만 해도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정도면 개인 커리어로는 거의 끝을 본 게 아닐까…?
내가 개인으로서 이룰 수 있는 최대치에 도달한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걸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 이것의 절반 정도만이라도 해내자- 라는 생각이었는데….
“어때요, 형? 곡이 이렇게 막 여러 개가 노미네이트되면?”
“행복하지.”
지호의 속삭임에 웃으며 답했다.
실제로 수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노래상과 레코드상에 내가 콜라보한 곡이 두 개나 올랐다.
“하핫.”
행복하게 웃고 있을 때, 뒤에서 속삭임이 들려왔다.
「웃어?」
「우린 엄청 떨리고 있는데…….」
「우리는 한 발 쏘면 그만인데. 얘는 지금 다섯 발 쏘면 두 발은 맞는 거거든.」
다시금 죄인 모드로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이건 내가 잘못한 게 맞았다.
주변 사람들이 즐겁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동안 마침내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이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정말 멋진 밤입니다.]올해의 호스트는 우아한 목소리를 지닌 재즈 싱어였다.
그녀가 작년 한 해 음악계에서 있었던 일들을 언급하면서 오프닝 멘트를 이어 갔다.
[…그리고 여기 지금 음악계를 그 누구보다 뜨겁게 달구고 있는 밴드가 있죠. 바로 뉴블랙입니다!]주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우리가 쑥스럽게 웃고 있는 동안 멘트가 이어졌다.
[음악은 언제나 서로 다른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 왔죠. 뉴블랙 역시 우리의 영향을 받았고, 우리 역시 뉴블랙이 전해 준 새로운 장르의 음악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낯간지러운 멘트를 들으면서 왠지 모르게 부끄러운 기분을 느꼈다.
‘아니… 그 정도로 칭찬 안 해 주셔도 돼요…….’
‘그만해 주세요….’
큐카드에 담긴 멘트 속에서 그래미 주최 측이 반짝반짝 웃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친구비 입금 확인하였습니다..☆
입금이 되자마자 ‘뉴블랙은 우리의 친구칭긔’ 하는 그래미 어워드의 모습에 그저 눈을 지그시 감고 웃을 뿐이었다.
좀….
이런 건 좀 세련되게 해 달란 말이야…….
“떼잉.”
하지만 그래미 어워드에서 하는 말이 마냥 립서비스만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사실이긴 했으니까.
북미에서의 활동은 우리의 음악에 있어서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쳤다.
국내 음원과 인터내셔널 음원을 철저하게 구분 지으려고 하는 편이지만, 그게 칼로 물….
“무… 물 베기인가?”
리혁이가 말했다.
“무 아니고 물 맞아요.”
“지호 땜에 좀 헷갈렸다.”
“저여??”
어쨌든 딱 잘라서 구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작곡할 때마다 [영어 On/Off] 스위치를 켜거나 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곡을 쓰다가 나중에 프로듀싱팀과 회의할 때면 그런 말을 듣곤 했다.
-이거 좋은데? 좀 특이하다.
-특이한가요?
-응, 점점 경계선이 희미해지고 있는데? 예전에는 두 개가 따로따로 섞인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는 두 개가 하나 같아.
전체적인 재료의 함량에 따라서 K팝과 팝으로 구분이 지어지긴 하지만,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통합이 이루어지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작곡 방식에서 분리를 해 보려고 애썼지만….
업계 선배인 조규환 이사님과 나상윤 팀장님의 조언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나는 이것도 너만의 특색이 될 거라고 생각해. 이런 곡들의 장르는 뉴블랙이 되는 거지.
-나도 이사님과 같은 생각이야.
예상대로 두 분의 조언은 들어맞았다.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로 활동반경을 넓히면서 여러 가지가 혼합되고, 좋은 점들을 잘 흡수해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의 음원 성적이 좋았다.
대표적으로 마법학교 아이들의 OST인 <별과 달, 그리고 우리는>이 세계적인 히트를 쳤고.
지금 그래미에 후보로 오른 도 대표적인 성과였다.
[미국 본토의 팝과 뉴블랙의 음악의 상관관계에 대하여..]최근에 리혁이가 그런 논문을 읽었다고 하긴 했다.
우리 음악의 특성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그리고 이건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New Black Wave
…라는 이름으로 미국 쪽 평론가들이 부르고 있는 현상이기도 했다.
내가 헤일리 블루와 만들어 낸 R&B 사운드의 , 재즈와 랩을 혼합시킨 .
켈리 넬슨과 작업한 레트로 팝 계열의 .
이런 콜라보 곡들이 빌보드 차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쪽 음악의 프로듀서들도 서서히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그동안 힙합의 득세로 팝 음악이 힘을 잃고 있는 와중에 새로운 동력을 찾은 셈이라나.
“흐으음.”
그 결과물이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보이고 있었다.
작년 한 해 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곡들의 무대를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 이거 우리 노래 중에서 진행이 비슷한 거 있지 않아요? 아까 그 벌스 부분 있잖아요.”
중현이의 말에 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 부분은 이쪽에서도 워낙 흔한 코드 진행이고. 오히려 후렴이 더 비슷한 거 같아.”
표절이나 그런 부분이라기보다는 그냥 K팝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식을 차용한 곡들이 은근하게 눈에 띄었다.
그래서 조금 얼떨떨하면서도 좋기도 했다.
이 사람들이 이런 곡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유행을 시킬수록, 우리에겐 더욱더 좋은 일이니까.
문제는….
-우주야. 이거 로건 스미스 신곡인데 우리 노래랑 좀 비슷한 거 같지 않냐?
-어… 이건 프로듀서가 좀 참고한 거 같은데요? 표절 수준까진 아닌데 좀 그러네요.
-이야. 힘겹게 미국 리스너들한테 적응 좀 시켜놨더니 바로 빼가네. 역시 자본주의 종주국이야.
최근 들어 빌보드 차트에서 우리가 썼던 한국 곡들 등에서 뭔가 가져온 듯한 음악들이 눈에 띄고 있었으니까.
표절이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곡을 만든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딱 보이는 듯했다.
-이거 그냥 무료 레퍼런스로 써도 되겠네? 어차피 한국 노래라 다들 관심도 없을 거고. 조금씩 가져오면 돼.
그런 이유로 고민이 생기긴 했지만, 어쨌든 이렇게 북미의 음악 트렌드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었다.
톡톡.
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누군가 내 팔을 두드리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비주가 방긋 웃었다.
눈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오늘은 편하게 즐겨요. 형.’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복잡한 생각은 미뤄 두고 편하게 무대를 즐기기로 했다.
세계 최고의 가수들이 펼쳐 보이는 무대를 감상하면서 환히 웃기도 하고, 눈물 가득한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가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그렇게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서서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
“…….”
사실 이번 시상식에서 내가 개인으로 노미네이트된 부문에 대해서는 딱히 긴장하지 않고 있었다.
작년에 이미 수상을 하기도 했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은 Best Pop 부문입니다.]우리가 그룹으로 노미네이트된 Best Pop Performance 부문이었다.
리혁이가 다리에 손을 얹고는 달달 떠는 것을 막으려는 게 보였다. 다른 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항상 느긋하고 태평하던 중현이가 침을 꿀꺽 삼키고 있을 만큼.
[그럼 후보들을 발표하겠습니다.]콜린 에반스의 을 시작으로 후보들이 하나씩 흘러나오고, 마지막에 우리의 곡도 흘러나왔다.
[The New Black, Overcooked.]객석에서 수플레들의 환호성이 들려오는 가운데 나도 침을 꿀꺽 삼켰다.
어느새부터인진 모르겠지만….
“…….”
“…….”
동생들과 내가 서로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누가 먼저 잡고 있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시상자가 봉투를 뜯었다.
큐카드를 잠시 바라보던 시상자가 입을 열었다.
[And Grammy goes to…….]객석을 둘러보던 시상자가 우리와 눈을 마주치며 생긋 웃었다.
[The New Black.]그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우리가 서로를 끌어안았다.
“……!”
“……!”
우리의 첫 그래미 수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