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405)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05화(1405/1405)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05화
즐겁게 식사를 마친 후.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우리 다녀올게.”
투어용 카트에 올라타는 가족들에게 우리가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재미있게 구경하고 오세요!”
“할머니, 잘 다녀와~!”
선글라스를 쓴 김덕순 여사가 내게 엄지를 척하고 들어 보이는 모습에 다들 웃었다.
“Let’s go!”
텐션이 높은 지호네 누나들이 와아아아-! 하며 환호성을 지르면서 여기저기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나둘 출발하는 카트.
중현이네 할아버님이 껄껄 웃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온다.
“허허허허!”
멀찍이서 나무들과 수풀들 속에서 놀란 새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푸드드득!
“와, 성량…….”
“대박이에요, 진짜.”
감탄하는 우리들 속에서 리혁이가 말했다.
“가끔 할아버님 발성을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들을 때마다 몸이 저릿저릿한다니까요. 마치 호랑이가 내는 저주파 울음소리처럼 말예요. 저거 노래에 쓰면 좋을 텐데.”
“대단하시지. 나도 못 따라 하겠다니까.”
“못 따라 해요?”
“응.”
타인의 근육 움직임을 잘 모방하는 나도 중현이네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카피하지 못했다.
“발성법은 알고 있는데 피지컬 문제더라고.”
“그래요? 그럼 중현이 형은 되나?”
리혁이가 ‘한 번 해 봐요, 형’이라고 하자, 중현이가 목청을 가다듬었다.
“허허허허!”
우리가 고개를 저었다.
“음.”
“이 맛이 아니야.”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3점 드리겠습니다.”
“할아버지 따라 하는 건 좀 어려워서…….”
뒤통수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웃는 중현이에게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너는 괴산 김가의 아기곰이 맞구나.”
“제가 이래 봬도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뿌듯해하는 김씨 가문의 막내를 바라보며 웃고는 동생들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자, 우리는 쉬러 갑시다. 섬 투어를 마치려면 대충 3시간에서 4시간 정도는 걸릴 테니까. 그 동안은 쉬어야지.”
지호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저는 좀 자려구요. 요새 잠을 통 못 자서…. 형들은요?”
“짐 정리해야지. 건물 지하 벙커랑 비상시 대비 생필품이 잘 구비되어 있는지 재고도 확인하고.”
“나랑 중현이는 숙소 좀 둘러보려고. 저번에도 다 못 둘러봐서.”
하기사 저택을 본 가족들이 하나같이 ‘뭐여? 이 리조트는?’ 이라는 반응을 보일 만큼 크긴 했다.
지하실과 객실을 포함하면 아직 우리에게도 미지의 공간일 정도.
리혁이가 말했다.
“수상할 정도로 지하 공간이 넓긴 하더라고요. 설계 도면을 살펴봤는데 특이한 구석이 많아요.”
저택을 설계한 사람이 누군진 몰라도 지하에 굉장히 넓은 공간을 만들어 둔 모양이었다.
우리 이전에 섬의 주인이었던 콜드에게 이야기를 듣긴 했다.
-내가 오기 전부터 있었던 집이어서 말이지. 누구인지 몰라도 꽤 특이한 사람이 지었나 봐.
휴가 때마다 ‘집에 이런 곳이 있었어?’ 하고 놀란다나.
리혁이의 말에 지호가 설레했다.
“오, 비밀 공간 그런 거예여?! 대박, 저 안 잘래요! 비주 형이랑 중현이 형 따라가야지.”
“…비밀공간이 있단 말은 안 했는데. 뭐, 아무튼 흥미로운 구석이 있는 건 맞아요. 말 나온 김에 나도 참여할게요. 저택 투어.”
그렇게 의기투합한 동생들이 고개를 돌렸다.
중현이가 근엄하게 말했다.
“5-1=0.”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희끼리 먼저 돌아보고 있어. 나는 잠깐 좀 쉬고 있을게.”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있다고 하면 ‘여기까지 와서 일할 거예요?!’ 하면서 만류할 것 같아 대충 둘러댔다.
동생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주 형 일한대요.”
“일하는구나.”
“너무 무리하지는 말아요. 형.”
내가 당황했다.
“어떻게……?”
“형이 쉴 때 표정이 아니거든요.”
비주가 음… 하며 적절한 단어를 골랐다.
“지금처럼 온화한 표정이 아니라 조금 스트레스 받아 하는 느낌?”
“맞아. 약간 쉴 때 되면 살짝 심술 부리는 거 있어요. 괜히 제가 게임하고 있는데 놀러 와서 잔소리하고. 소파에 드러누워서 아아아~ 하면서 사람 신경 쓰이게 만드는 소리 내고.”
“모두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예요. ‘일해야 할 시간에 쉬고 있다니! 이건 말이 안 돼!’ 하며 분개하는 듯한 느낌이 없잖아 있죠.”
“…….”
왠지 모르게 스스로를 조금 반성하게 되는 목격담이었다.
내가 그랬던가….
먼 산을 바라보면서 현실을 부정했지만, 다 맞는 말 같긴 했다.
-지금 한창 도약해야 할 시기에 쉰다니! 이건 말이 안 돼!
…하면서 휴식을 취하면서도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꽤 있었으니까.
중현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일단 저희 먼저 둘러보고 있을게요. 형.”
“그래.”
“그렇지만 저희 돌아오고 나면 형도 쉬어야 해요. 그냥 쉬는 게 아니라 정말 제대로 쉬는 거예요.”
“알았어. 약속할게.”
나 역시도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멤버들에게 약속했다.
그럼 이따 보자면서 손을 흔드는 동생들에게 나도 마주 손을 흔들어 주고는 방으로 향했다.
“아.”
잠시 걷다가 발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근데 너희…… 이미 갔네.”
텅 빈 복도.
이미 시야 밖으로 멀리 사라진 동생들이었다.
“어….”
다름이 아니라 지금 동생들을 이끌고 사라진 것이 우리 뉴씨 집안 최고의 길치인 비주였기 때문이었다.
-다녀올게요.
하하핫 웃는 비주의 반짝반짝한 치아가 눈에 선한 느낌.
뭐, 괜찮겠지. 핸드폰도 있고.
그래 봐야 집 안인데 무슨 일이 있겠나 싶었다.
“자.”
그럼 일을 하러 가 볼까.
* * *
딩동-
딩동-
단톡방에 사진이 올라오는 소리였다.
【뉴씨 집안 설 연휴 워크숍】
…이라는 방제를 지닌 단톡방으로 지호네 아버님이 우리와 가족들을 초대한 곳이었다.
이런 걸 보면 우리 막내의 친화력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 것 같다.
왕현탁 [사진 33장을 보냈습니다]
왕현탁 [다들 보기 좋습니다^^]
이 섬의 명물인 폭포 앞에서 가족들이 다 같이 브이를 하고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선글라스를 쓴 김덕순 여사가 리혁이네 어머니와 다소곳이 서서 담소를 나누는 사진도 있고, 중현이네 형이 민준이를 무등 태워 주고 먼 곳을 구경시켜 주는 사진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계속 미소가 나오는 기분.
실시간으로 가족들이 자신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들을 올리는 걸 보고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음.”
지금쯤 폭포에 간 거라면 아마 섬 투어가 끝날 때까지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150분 정도 남았다고 친다면….
대략 40곡 정도 들을 수 있으려나.
[Eclipse 님의 Playlist]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최근에 북미 가요계에 나왔던 음악들이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프로듀싱팀에서 ‘이거 좀 들어 봐’ 하고 리스트를 추려 보내 준 곡들이었다.
-이 곡들을 들어 보면 좋을 거 같아.
요즘 들어서는 <마법학교 아이들>이 예상치 못한 글로벌 히트를 친 이후로 활동이 너무 바빴기 때문에 노래를 들을 시간이 부족했다.
여전히 빌보드 Hot 100과 망고 차트의 인기곡들은 다 섭렵하고 있긴 했지만, 그 외의 곡들까지는 듣지 못한 터라 이번 기회에 노래들을 쭉 들어 보는 시간을 가지려는 계획이었다.
-이걸 들으면 다음 인터내셔널 앨범에 대해 대략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거야.
그래미 시상식이 끝나고 나상윤 팀장님이 건네준 플레이리스트였다.
그나저나….
[Eclipse 님의 Playlist]나상윤 팀장님의 아이디가 일식을 뜻하는 이클립스인 게 조금 신경 쓰이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1번 트랙을 시작으로 차분히 음악들을 감상했다.
-최근 북미 가요계에서 주목할 만한 음악들을 추려 봤어. 빌보드 Hot 100에 들어간 건 아니지만, 메이저 씬의 흐름을 보여 줄 만한 음악들이라고 생각해서.
나상윤 팀장님이 그런 말을 했다.
-아마 들으면 깜짝 놀랄 거야.
그 말대로 1번 트랙을 들은 나는 눈매를 좁혔다.
“어…? 어어? 어?”
곡의 진행이 놀랍도록 내가 알고 있는 곡과 유사했기 때문이었다.
2세대 보이그룹인 데이드림의 발라드곡 <너 없는 하루는>과 진행이 놀랍도록 유사했다.
이거 부른 가수가 누구지?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 보니 10대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에 나왔던 하이틴 스타 남자배우가 이번에 데뷔 싱글을 냈다는 모양이었다.
“…….”
왜 나상윤 팀장님이 깜짝 놀랄 거라고 말했는지 이해했다.
이 곡이 크게 성공하지 못해서 그렇지, 한국에도 알려졌더라면 아마 데이드림의 팬들이 크게 분노했을 것 같다.
그 속에서 작곡가의 이름을 살폈다.
[KJ Smith]우리와는 연이 있는 건 아니지만 TJ를 비롯해 한국의 여러 기획사들과 협업을 진행한 인물이었다.
그 말인즉, K팝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다시금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왜 이 노래는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까?
데이드림의 <너 없는 하루는>은 차트 상위권에 들었던 곡이었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먹혔던 곡을 베꼈음에도 북미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을 이어 갔다.
레코드사에서 제법 밀어 주려고 한 것을 보니 홍보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으니, 문제는 곡이라는 건데…….
[♩♪-♬]몇 부분의 멜로디 라인을 반복해서 듣고는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K팝과 팝의 조화가 매끄럽지 않다.
명곡의 멜로디를 훔쳐 온다고 해서 명곡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고수가 들어간 동남아 지역의 로컬푸드를 한국으로 고스란히 들여온 듯한 느낌.
현지인 입맛에 잘 맞게 퓨전을 잘 시켜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듯했다.
“음….”
일단 첫 번째 곡은 이쯤에서 넘기기로 결정했다.
이어지는 다른 곡들도 비슷했다.
K팝에서 핫했던 곡들과 유사한 코드 진행, 최대한 아닌 척하려고 이것저것 바꿨지만 티가 나는 사운드 등등.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곡이 하나둘 나오기 이어지면서 나의 표정도 서서히 굳어 갔다.
처음에만 해도 조잡하게 느껴졌던 표현 방식들이 서서히 세련된 방식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누가 들어도 ‘음? 표절은 아니네~ 어느 정도 모티브는 가져온 것 같긴 하고’ 할 만큼 독자적인 진행도 보인다.
-그중에서 성적이 제법 좋은 곡들도 꽤 있어.
빌보드 Hot 100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에 거의 근접한 성적의 곡들도 있었다.
문제가 있긴 하지만 사실 크게 나쁜 상황까진 아니었다.
K팝의 요소를 가져와서 변용한 음악들이 북미 대중들의 귀에 익숙해질수록 우리에겐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니까.
하지만….
-이번에 좀 대응을 해야 할 것 같다. 우주야.
가장 큰 문제는 여기 있는 곡들 중 상당수가 레퍼런스로 삼은 곡이 바로 내가 쓴 곡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작곡가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눈에 보인다.
-그래미 수상자가 쓴 곡들이 이렇게 많은데, 아직 미국 대중들은 그 곡에 대해서 모른다고?
-이거… 잘 가져와서 버무리면……?
데이드림이나 다른 K팝 그룹의 곡을 차용한 듯한 곡과 달리 내가 쓴 곡들을 가져온 작곡가들은 전부 다 비슷한 방식을 보였다.
-비슷…한가? 음… 맞는 거 같기도 한데…… 완전 표절이라고 하는 건 좀 억지 아닌가?
…라는 반응이 나오도록 정말 잘 썼다.
관계자들이 들으면 ‘야, 이거 선 좀 넘었는데’ 하는 반응이 나오지만 일반인들은 긴가민가할 정도로.
“흐으음…….”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지금의 상황을 요약하면….
-저기가 찰리… 아니, 우주선과 움파룸파 작곡가들이 살고 있는 곡 공장이로구나!
몰래 공장에 숨어든 사람들이 사진을 찰칵찰칵 찍고는 수상할 정도로 유사한 제품을 파는 느낌.
내가 썼던 곡들이 마치 새로운 곡처럼 둔갑해서 유통되고 있었다.
어찌나 교묘한지 자세히 파고들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만큼.
그렇게 지난 6년간 내가 쓴 곡들을 오픈 소스처럼 슬쩍 가져다 쓰는 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환한 미소가 지어진다.
“와.”
이걸 어떻게 하면 좋으려나.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방법을 쓰면 좋을지 촤르르륵 리스트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일단 법적으로 대응하는 건 보류.
표절 소송은 확실하게 잡아낼 것이 아니라면 소송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실익도 크지 않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연예계에서는 최대한 법적 분쟁과 안 얽히는 게 좋다. 그게 스스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이라고 해도.
그러니 그보다는….
-음악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
콜린 에반스가 디스전을 펼쳤을 때 내가 토끼삼촌으로 대응했듯이.
“음….”
그럼 뭐가 좋을까.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처럼 해당 작곡가들의 이름을 담아 메들리라도 만들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
무언가 머릿속을 번뜩 스쳐 지나간다.
이거다 싶은 기분.
동생들과 상의를 해 봐야겠지만, 묘책을 찾은 것 같아 작게 웃음이 나왔다.
그나저나….
“얘들은 연락이 없네.”
실시간으로 소식이 올라오는 단톡방과 달리 동생들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이제 가족들도 슬슬 돌아올 때가 됐는데.
나 [다들 지금 어디야?]
대략 5분 정도가 지난 후.
답장이 왔다.
비주 [지하에 있어요 형]
비주 [근데 저희가 뭘 찾은 거 같아요!]
“……?”
* * *
지하에서 무언가를 찾은 것 같다는 말에 내가 방을 나섰다.
「지하요?」
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직원이 내게 안내해 주었다.
「저쪽 계단으로 내려가시면 될 거예요. 그런데 거기는 딱히 볼 만한 게 별로 없으실 텐데요.」
작은 영화관 같은 시설을 제외하면 특별히 볼 게 없다는 모양이었다.
「동생들이 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 좀 특이한 곳이긴 하죠.」
「특이한가요?」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지하실 구조도 좀 특이하고. 가끔 이상한 소리가 들려올 때가 있거든요.」
「그래요?」
「네, 가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뭔가 소리 같은 게 들릴 때가 있어서요. 미세하게 들리는 소리긴 한데… 뭐, 태풍이 슬슬 다가오는 시즌의 일이라 아마 그런 경험을 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씩 웃으며 마저 걷는 이에게 웃어 보이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열대 기후라 1월인데도 쾌적하고 따스한 날씨를 자랑하는 바하마의 섬이지만 왠지 모르게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지하.
“음.”
왜 직원들이 별로 볼 것이 없다고 말했는지 이해가 갔다.
특색 없는 무채색 복도.
방문이 굉장히 많긴 했지만 대부분 빈 방이거나 청소도구함, 창고 같은 공간들이었다.
조금 더 깊이 내려가면 발전기와 온수 펌프 같은 것이 있다고 들었는데 일단 이곳은 그랬다.
지이잉-
때마침 걸려온 전화.
“어, 비주야. 나 지금 지하 내려왔는데 너희 어디 있어?”
[쭉 들어온 다음에…….]“응. 쭉 들어가면?”
[어…….]“혹시 중현이 좀 바꿔 줄 수 있을까…?”
길 설명에서부터 막히는 비주를 대신해 중현이가 전화를 받았다.
[쭉 들어와서 오른쪽으로 꺾어진 다음에 마지막 방이에요.]“오키~”
통화를 종료하고는 쭉 직진해서 오른쪽으로 꺾어졌다.
진짜 엄청 넓구나. 이 건물.
지상에서도 크다고 느꼈지만 지하에서 일직선으로 복도를 쭉 걸어가니 얼마나 큰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오른쪽으로 꺾은 나는 다시금 쭉 걸었다.
“형! 여기예요!”
문밖으로 고개를 쏙 내민 지호가 손짓했다.
내가 그곳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대체 뭘 발견했길… 아니, 왜 이렇게 어두워?”
“몇몇 방은 조명이 안 들어오더라고요. 안 쓰는 방인가 봐요.”
스마트폰 불빛을 켠 막내를 따라 방에 들어섰다.
서양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하얀 천으로 덮은 가구들이 있는 방.
이쪽에는 문외한이라 잘 모르지만, 아주 오래전의 미국 사람들이 썼을 법한 앤티크한 가구들이었다.
“형, 이쪽이에요.”
그 속에서 스마트폰 불빛으로 무언가를 비추고 있던 비주가 나를 불렀다.
여러 상자와 피아노, 책장 등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리혁이가 벽을 향해 라이트를 비추고 있었다.
굉장히 집중한 얼굴.
톡톡-
핸드폰 라이트로 내 얼굴을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처럼 만들고는 리혁이를 불렀다.
상대가 고개를 획 돌렸다.
“…….”
“…….”
그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하고 있으면 내가 놀랄 거라고 생각했나 본데….”
“안 놀랬어?”
“그냥 잘생겨 보여요.”
“꺄륵…!”
“아, 괜히 얘기했다.”
입을 비죽이며 투덜대는 리혁이에게 내가 물었다.
“그래서 너희가 발견했다는 게 뭐야?”
“아. 별 건 아니고.”
리혁이가 책장 너머의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벽 뒤에 숨겨진 공간이 있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