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412)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12화(1412/142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12화
주사위 굴러가는 소리가 귓가로 흘러들어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곡 구성으로 하면 좋겠는데?
주사위 두 개를 손에 넣고 흔드는 소리는 인트로.
과연 어떤 눈이 나올지 설렘과 긴장감이 가득한 느낌을 주는 리듬이다.
데구루루-
주사위가 굴러가는 소리는 벌스.
그렇게 곡이 진행되는 것이다.
과연 어떤 눈이 나올지 몰라서 점점 심장 박동이 올라가고,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툭-
주사위가 멈추면서 눈이 나오고, 마침내 긴장감에서 해방이 된다.
그러면서 나오는 후렴구.
이렇게 하면 정말 좋은 곡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트북을 켜지 않았지만 머릿속으로 벌써부터 비트가 쫙 깔려 나온다.
그렇게 기반이 되는 드럼이 깔리고 나니, 멜로디 라인을 얹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뭘 써야 할지 알고 있었으니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설렘.
우리의 일상도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필요한 주사위 눈이 뜨질 않아 실패할 수도 있고, 때로는 특별하게 뭔가를 하지 않았지만 운이 좋아 성공하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여태까지의 우리 활동은….
-어디 보자! 헉, 주사위가 20이 나왔어요! 형! 최고로 높은 눈이에요!
-대성공이다!
-엇? 또 20이 나왔는데요?!
무언가를 할 때마다 연속해서 대박이 나고 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덕도 있지만, 운도 같이 따라 주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최종 결과를 좌우하는 운.
그렇지만 우리가 이런 행운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최대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타이밍이나 여러 계산을 해도 예측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
-주사위의 눈이 좋든, 좋지 않든.
그에 구애받지 말고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쏙쏙 떠올랐다.
그렇게 생각하니 곡에 대한 부담감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형?”
“잠시만, 지호야.”
“???”
“갑자기 곡 생각이 나서.”
노트북을 꺼내드는 나에게 지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지금 같이 게임하기로 했잖아요?”
“주사위 굴리는 소리를 들었거든. 근데 이게 드럼 비트처럼 들리더라고.”
“네?”
“잠시만, 잠시만. 이거 들어 봐봐.”
사악한 우주선을 무찌르기 위해 용사 지호가 나섰답니다- 하며 혼자 주사위를 굴리는 지호를 내버려두고 노트북의 프로그램을 켰다.
간단하게 드럼을 찍고는 지호에게 들려주었다.
“이런 리듬으로 가는 거야.”
“음.”
“인트로 부분에서 느껴지지? 네가 주사위를 흔들었을 때 나는 그런 소리랑 비슷하게 나잖아.”
“어? 그러네요?”
“벌스도 들어 봐.”
인트로에서 제법 흥미롭다는 듯 듣던 지호가 이내 내가 찍은 비트에 빠져들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 어…….”
그렇게 후렴에 가면서 딱, 드럼이 끊기는 부분이 나오자 지호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진짜 좋은데요?”
“그치?”
“되게 막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박자인 거 같아요. 2박 3연음으로 딱딱딱 들어가니까 벅찬 느낌도 들고. 달려가다가 마지막에 후렴 부분 앞에서 뚝 끊기면서 해방되는 느낌?”
흥분해서 말하는 지호에게 내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왜 내가 그랬는지 알 것 같지?”
“네. 형, 지금 게임이 중요한 게 아닌 거 같아요.”
테이블 위에 두었던 게임 기물들을 다시 상자 속으로 집어넣은 막내가 내 곁에 앉았다.
“그래서 멜로디는 어떻게 넣을 거예요?”
“음, 어떤 생각이냐면….”
“잠시만요. 다른 형들한테도 영상 통화를 해야 할 거 같아요. 지금쯤 서울에 도착했을 테니까.”
“그러자.”
이윽고 화면 속에서 연결된 동생들에게도 내가 찍은 비트를 들려주었다.
[허어.] [오오.]리혁이가 황당하단 얼굴로 물었다.
[…뭐예요? 어제까지만 해도 곡이 안 나온다고 시무룩해하고 있더니 갑자기 이런 게 튀어나왔네요?]“지호랑 게임하다가 갑자기 떠올랐어. 주사위 굴리는 소리 듣다가.”
[아아.]“그래서 너희 생각은 어때?”
비주가 말했다.
[음. 아직 뼈대만 있어서 확답하긴 어렵지만, 이게 만약에 잘 완성된다면….]아주 확신에 찬 표정으로.
[우리가 여태까지 활동했던 곡들 중에서 최고의 곡이 될 거 같아요.]* * *
지호와 나는 호텔을 나서기 전까지 작업을 이어 갔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해서 곡 작업을 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스케줄들이 잡혀 있었으니까.
그리고….
「와아아아!」
「봤어? 미친, 뉴블랙이야! 써니랑 지호야!」
「팽이랑 섀도우 마스터?!」
다시 돌아온 일상은 정말이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예전에는 수플레들만 있었다면 이제는 일반인들도 핸드폰 카메라를 켜며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물러서세요!」
호텔 로비를 나가 차량에 올라타는 동안에도 사방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우리의 이름을 외칠 정도였다.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밖에 나가기까지 무려 20분.
경호원들의 도움으로 겨우 차량에 올라탄 지호와 내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와.”
지호가 말했다.
“진짜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나네요.”
“나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우리 진짜 섬에서 쉬기를 잘한 거 같아. 거기 아니었으면 조용하게 쉬기는 힘들었겠다.”
“그러니까요.”
<마법학교 아이들>이 세계적인 대박을 터뜨리고, 두 영화의 인기가 절정인 지금은 더욱 그런 것 같다.
미국을 떠나 도착한 멕시코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와아아아아아아-!」
시사회 일정을 위해 도착한 나를 반기는 인파가 공항을 가득 메우고 있을 정도.
「휴우.」
시사회장으로 가는 리무진에 같이 탑승한 존 에드워즈 감독님이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말했다.
「다음번에는 너와 다른 교통편을 타야겠어, 써니. 너랑 다니면 어디든 사람이 몰려다니네. 물론 너한텐 익숙한 일이겠지만….」
「아니에요. 저도 놀라운 걸요.」
「네가 놀라울 정도라면 말 다한 거지.」
끅끅대며 웃던 존 에드워즈 감독님이 내게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휴가 동안 잭 브레이디를 만났다면서.」
「네. 그런데 어떻게…?」
「전화를 하더니 너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 네 연기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지 너를 꼬시는 방법을 묻던데? 어떻게 <가디언즈 2>에 출연시켰냐고 묻더라고.」
감독님이 말했다.
「같이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모양이야.」
「잭 브레이디가요? 저를?」
「그래.」
세계 최고의 액션 배우라 불리는 사람 중 하나가 나를 마음에 들어 했다는 이야기에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그 만남에서 뭔가 특별하게 보여 준 게 없는 것 같은데.
감독님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할리우드에서 그 정도 커리어를 쌓아 올린 배우라면 사람 보는 눈도 좋거든. 너는 몰랐겠지만, 그는 대화하는 내내 너를 살폈을 거야. 아마 연기나 액션에 대한 질문들도 했을 거고.」
「저는 그냥 대화하는 건 줄 알았는데…….」
「아직 할리우드에 적응하려면 멀었구나, 써니.」
대화인 줄 알았는데 취업 면접이었다니.
「언젠가 될진 모르겠지만 잭이 출연 제의를 한다면 한 번 고려해 봐. 아주 독특한 경험이 될 테니까.」
「독특한 경험이요?」
「같이 일하면 알게 될 거야. 좋은 쪽으로 굉장히 특이한 친구여서 말이야.」
식사를 하면서 잠깐 대화를 나눴던 게 전부인 나는 아리달쏭할 따름이었다.
그냥 내게 조언을 해 준 따스한 선배 배우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나저나.」
존 에드워즈 감독이 화제를 돌렸다.
「잭과 만났다면 실버 코믹스의 상황에 대해서도 얼추 들었겠구만. 워낙 수다스러운 친구니까.」
「네.」
내가 상대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감독님?」
「아직 공식 발표는 하지 않고 있지만 최종 책임자 자리는 못 맡을 거 같아.」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실버 코믹스의 작품 중에서 역대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는 중이자, 역대급 성공을 거둔 <가디언즈 2>.
아마 수뇌부에서 그런 판단을 내린 것 같다.
-실버의 프로젝트 총괄은 존 에드워즈에게 맡긴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붙어 있다.
-우리의 적절한 관리 감독하에서.
실패 직전에 성공 궤도로 안착해 버린 프랜차이즈를 보고 마음이 바뀐 듯했다.
도로를 이탈해서 산비탈을 구를 때만 해도 ‘제발, 아무나 이 핸들을 잡아줘…!’ 했지만.
-어라?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있다?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가기 시작하니 운전자에게 ‘비켜 봐, 우리가 훈수 좀 둘게’ 하는 느낌.
내가 슬픈 얼굴로 말했다.
「정말 유감이에요, 존.」
「아니야. 오히려 잘 된 걸 수도 있지. 나 같은 감독들은 이런 고질병에서 벗어나야 할 때도 있어. 내가 아니면 이 프랜차이즈가 망할 것 같고, 나 아니면 훌륭한 감독이 없을….」
그런 말을 하던 상대가 젠장- 하며 말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보다 더 적임자가 없는걸.」
「동감이에요.」
「뭐, 뒷일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일단은 축배를 마저 들자고.」
한 건물 위에 있는 간판에서 <가디언즈 2>의 포스터가 보였다.
팽이 손톱을 들어서 할퀴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히어로들이 그 아래서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문득 잭 브레이디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만약 존 에드워즈 감독이 실버 코믹스의 총책임자가 아니라면 거절해요. 아무리 감언이설을 늘어놓아도요. 존 에드워즈가 없는 프로젝트는 실패할 겁니다.
당분간은 실버 코믹스의 제안에 절대 혹하지 말라는 조언이었다.
그 말대로….
「다시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네요.」
수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영화의 감독.
그냥 감독도 아니고 오스카를 수상한 감독이 팬심 하나로 1편이 망한 영화의 후속작을 맡아 성공시켰다.
나 같으면 전권을 주고 ‘마음대로 하세요’ 할 것 같다.
가만히 두기만 해도 훌륭하게 일 처리를 할 테니, 나는 그저 조용히 지켜보면 되니까.
그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니 감독님이 말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런 마음이라면 좋겠지. 하지만 권력 싸움이란 건 굉장히 미묘한 부분이거든.」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 갑갑한 것 같아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서서히 시사회장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아련한 환호성들이 들려오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을 때 문득 떠오른 게 하나 있었다.
존 에드워즈 감독의 화려한 커리어를 생각하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영화가 하나 있었다.
<노스탤지어>
과거 내가 ‘Thousand Dreams’라는 스페셜 넘버를 작곡한 뮤지컬 영화.
음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매체를 상기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최근의 일이 떠올랐다.
「존, 혹시 질문을 하나 해도 될까요?」
「그럼.」
「제가 이번에 섬에서 악보를 하나 발견했거든요.」
간략하게 요약해서 이야기를 해 주니 상대의 눈이 반짝였다.
「그런 흥미로운 이야기가…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군. 혹시 보물찾기 과정을 녹화했나?」
「네. 어느 정도.」
「그거 굉장히 흥미로운 컨텐츠겠는걸. 근데 질문이 뭐였지?」
「이걸 어떻게 할지 고민이어서요.」
상대가 턱을 매만졌다.
「그러니까, 이 괴짜 박사의 음악과 서사를 스토리로 전달하고 싶다는 거지?」
「네. 감독님은 특히 이 분야의 전문가시니까. 뮤지컬 영화인 <노스탤지어>를 만드셨잖아요.」
「음….」
「감독님이라면 어떻게 하실지 궁금해요.」
잠시 고민하던 감독님이 내게 물었다.
「네가 생각하기에 음악과 스토리 중에서 뭐가 더 중요하지?」
「음악 쪽에 조금 더 방점을 두고 싶어요. 그게 제가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지.」
상대가 명쾌한 해결책이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 역시도 답을 알 거야. 써니.」
「?」
「한 가지 물어보자고. 내가 찍은 영화 <노스탤지어>는 뭘 기반으로 만들었지?」
「원작 뮤지컬… 아!」
「그래.」
상대가 씩 웃으며 말했다.
「우선 원작부터 만들어 봐.」
* * *
멕시코에서의 시사회 역시 성황리에 마쳤다.
정말이지 뜨거운 열기 속에서 시사회를 마친 나는 마찬가지로….
“저… 저 쓰러질 거 같아요.”
“나도.”
온갖 홍보 일정을 마치고 기진맥진한 얼굴로 돌아온 막내와 합류해 비행기에 올라탔다.
하지만 지쳐 쓰러지는 것도 잠시.
“얘들아.”
“응?”
수학 문제집을 펼치려는 나에게 석환 형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
“뭔데?”
“지금 포털 켜서 네 이름 검색해 봐, 우주야.”
“에구, 기력이 없는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포털을 켜서 우주선을 검색했다.
“아. 내 정신…. 어?”
다시금 선우주라고 검색하려고 하는데, 자동으로 선우주로 연결되어 나왔다.
“…….”
지호가 옆에서 키득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프로필을 내린 나는 평소와 다른 점을 눈치챘다.
“어???”
내 이름 옆에 트로피 아이콘이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우주 · 가수/배우
아이콘 위로 손가락을 올리자 설명이 떴다
★ [천만관객 주연]
가디언즈 2 (2020)
나와 지호가 활짝 웃으며 외쳤다.
“천만 됐네요?!”
“축하해. 너희 둘 다 천만 찍었다.”
석환 형이 씩 웃었다.
“아마 예정보다는 시간이 좀 걸렸지? 영화관 파이를 둘이 나눠 먹고 있어서 속도가 좀 느려진 거 같아.”
하지만 둘 다 꾸준히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는 듯했다.
내가 지호에게 하핫 웃으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보이느냐, 동생아. 네가 그토록 자랑하던 천만영화의 주연. 마침내 형도 얻고 말았단다.”
“후후.”
“?”
“그런 이야기를 할 줄 알고 있었죠. 하지만 형은 골드 트로피죠?”
지호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저는 플래티넘입니다.”
“!!”
“영롱하게 반짝이쥬? 예쁘쥬?”
백금색으로 반짝반짝하는 트로피 아래에 설명이 쓰여 있다.
☆ [천만관객 주연]
UFO 치킨 (2019)
시크릿 에이전트 3 : 나이트 워커 (2020)
헹! 하며 놀리는 막내를 보며 눈을 흘기긴 했지만 이내 나의 입도 헤벌쭉 올라가긴 했다.
“와.”
“제가 바로 쌍천만 배우입니다. 형.”
나 역시도 뿌듯한 기분을 느꼈다.
우리 막내 커리어가 정말 미쳤구나 싶었다.
이십대 초반에 벌써 천만 영화가 두 개.
“햐… 잘 키웠다.”
“후후후. 울 아빠가 그런 말 했으면 리혁이 형처럼 반박했을 텐데, 형이 하니까 인정이에요.”
“내가 잘 키웠다.”
“잘 자랐죠??”
히히 웃던 막내와 이내 손뼉을 짝짜꿍하면서 꺄르르 웃었다.
“천만 배우라네~”
“쌍천만이라네~”
주변에서 매니저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한편.
석환 형이 내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신곡 작업 들어갔다면서?”
“응. 어느 정도 완성된 것 같은데 한 번 들어 볼래?”
“벌써?”
“곡에 대한 생각이 멈춰지질 않아서.”
그래서 이번 영화 홍보 일정 속에서도 쉬는 시간이 날 때마다 곡 작업을 하곤 했다.
석환 형이 내게 건네받은 헤드폰을 착용하자 내가 음악을 재생했다.
눈을 감고 집중한 수학귀신이 처음에는 ‘오~’ 하다가 이내 몸을 까딱이기 시작했다.
어깨를 가볍게 흔들기도 하고, 발끝을 딱딱 움직이기도 하고, 손끝이 움찔움찔한다.
스스로 가만히 있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도 모르게 흥에 겨웠을 때 나오는 동작들.
이윽고 헤드폰을 벗은 매니저에게 내가 물었다.
“어때?”
“프로듀싱팀이 들으면 기겁하겠는데.”
그 말에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석환 형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항상 최고점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뭐가 더 나오네.”
“하핫.”
“근데…….”
상대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너 이거 이번에 휴가 끝나고 작곡한 거 아니야?”
“맞지.”
“음…….”
“왜?”
“아니야, 아무것도.”
말을 안 하려고 하는 모습에 궁금해졌다.
“아, 뭔데. 형?”
“네가 전부터 주장한 청개구리 전법 있잖아. 시험공부를 하다 보면 모든 게 즐거워지고 재미있듯이, 이렇게 수능 공부를 취미로 하면 작곡이 잘 되는 거 같다고.”
“응.”
“이번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었잖아.”
“그…렇지?”
“근데 최고의 곡이 나왔고. 그럼 여태까지도 그냥 푹 쉰 다음에 곡 썼으면 되는 거 아니었을까?”
상대의 말에 내가 그 상태로 일시정지했다.
“팀장님. 우주 형, 돌이 되어 버렸는데여.”
“우주야. 우리 말 들리니?”
나도 모르게 파르르 떨리는 뺨.
촉촉한 눈가.
“저기….”
“응?”
“다들 나가 주세요. 혼자 있고 싶네요…….”
말없이 문제집을 덮는 내 모습에 주변의 사람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