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415)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15화(1415/142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15화
예전에 지호가 그런 짤을 보여 준 적 있다.
-‘나를 돈으로 사려는 겐가!’
-…라고 꾸짖기엔 너무나도 많은 돈이었다.
지금 내 심경이 그랬다.
원래는 당분간 실버 코믹스에서 어떤 제안이 들어와도 거절할 예정이었다.
-기억해요, 써니. 존 에드워즈가 없는 실버 코믹스의 프로젝트는 실패할 겁니다.
여태까지 실버 코믹스의 수뇌부가 보였던 이상한 행보를 생각하면 누가 봐도 명확한 미래.
당연히 거절을 해야 맞는데….
“8000만 달러를 출연료로 제시한다고 들었어요.”
“우리도 전해 들었어.”
회사 7층.
대표님 집무실에서 박규호 대표님과 조규환 이사님이 내 맞은편에서 다과를 들고 있었다.
“허허, 참.”
대표님이 이마를 반짝이며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차에 독이 들었다는 걸 알면서도 먹게 된다는 게 이런 뜻이구나 싶네. 8천만 달러면 한국 돈으로….”
“거의 천억에 육박하는 금액이죠. 현금으로 그 정도 되는 돈이면 아마도….”
조 이사님의 눈동자가 맞은편의 건물로 향했다.
“우리 맞은편에 있는 TJ 엔터 사옥 건물을 사고도 남을 겁니다.”
“어이쿠, 나도 모르게 차를 쏟을 뻔했네.”
대표님의 손끝이 바들바들 떨렸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들어 수익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 번에 천억 원이라니.
뉴블랙 아일랜드를 두 개나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조금 당황스러워요.”
내가 두 분에게 말했다.
“제가 알기로 원더에서도 이 정도를 받는 배우는 거의 없거든요.”
프랜차이즈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몇몇 배우들이받은 금액을 제외하면 8000만 달러는 거의 전례 없는 금액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따로 있었다.
“저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배우로서 커리어가 팽 하나인데, 저한테 이 정도 금액을 제시한다는 건….”
<가디언즈 2>에서의 출연료가 200만 달러 수준이었는데 그게 무려 40배로 뻥튀기가 됐다.
조 이사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할 만도 하지. 영화가 대성공을 거두었다고는 해도 왜 이 정도로 하는지 의문일 테니까.”
“이사님은 혹시 짐작이 가시나요?”
박규호 대표님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일을 하신다면, 우리 회사에서 큰 그림을 맡고 있는 인물은 조 이사님이었다.
이분이라면 뭔가 짐작이 가는 게 있지 않을까 했다.
“음.”
커피잔을 내려놓은 조 이사님이 생각에 잠겼다.
“결국에는 돈이지.”
“네?”
“지금 실버 스크린에 8천만 달러보다 더 큰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그 돈을 제시한 거야.”
상대가 설명을 이었다.
“가장 크게는 주가 때문일 거야. 지금 실버 스크린의 주가가 몇 년 새 최고치에 이르렀는데, 저 정도 회사는 몇 퍼센트 등락 차이로 최소 몇백억은 왔다 갔다 할 수 있거든.”
“아하.”
“그쪽 임원들 스톡옵션 조항이 어떻게 되어 있는진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싶겠지.”
쉽게 말하자면 회사 임원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높은 가격에 처분하고 싶어 할 거란 이야기였다.
-음! 한창 주가 높을 때 회사 주식 팔아야지~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이사님이 말했다.
“주식 시장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움직이는 거라서. 막상 <가디언즈 2>가 개봉하고 나서는 실버 스크린의 주가가 조금 떨어졌거든. 이제 더 이상 미래에 기대되는 요소가 크진 않으니까.”
“네.”
“그런 상황에서 너를 데려와서 ‘팽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를 찍는다’라고 하면?”
“주가가 오르겠네요.”
“바로 그거지.”
하지만 주가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당분간은 높은 주가를 유지할지 몰라도 결국에는 회사 실적이 좋아야 하는 거니까.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었던 내가 물었다.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조규환 이사님이 기대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경영을 배우는 수업 시간 같은 분위기였다.
선생님이 낸 문제를 맞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내가 다시금 추론을 했다.
-높은 출연료.
그리고.
-드라마.
그중에서 ‘드라마’라는 키워드가 뇌리에 꽂혔다.
더 파급력이 높은 영화라는 매체를 두고 왜 드라마일까- 하는 생각을 하니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다.
“OTT네요.”
“정답이야.”
조 이사님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실버 스크린에서 자체 OTT를 키우려고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거든. 팽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를 내서 가입자들을 끌어모으겠다는 심산인 것 같아. 수플레들까지 염두에 둔 거지.”
“…대단하네요. 정말.”
여러 의미로 감탄이 나왔다.
영화 제작 관련해서는 이상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긴 하지만, 돈을 버는 부분에서는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느낌.
나와 이사님의 대화를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던 대표님이 끼어들었다.
“그나저나, 우주 네 생각은 어떠하니?”
“원래는 거절하려고 했는데, 이 정도면 고민을 해야 되지 않나 싶어요.”
머릿속이 조금 복잡하다.
요정들이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도는 느낌.
-야, 주선아! 이건 망할 게 거의 99프로인데?! 실버 코믹스가 지금까지 했던 결정들을 생각해 봐!
-드라마 하나에 8천만 달러야! 그거면 할머니랑, 네 동생들이랑 유럽에 있는 뉴블랙 캐슬에서 휴가 보낸다?
그 속에서 조규환 이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생각이 복잡하지?”
“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 어때?”
“?”
이윽고 이사님이 들려준 제안에 내가 반색했다.
“…그거 괜찮은데요? 그렇게 될까요?”
“그렇게 만들어야지.”
상대가 야심차게 웃었다.
레몬 엔터 최고의 협상가를 바라보며 내가 오오오 하며 감탄했다.
박규호 대표님이 하핫 웃으며 차를 들이켜곤 말했다.
“이 이야기는 잘 마무리가 됐구만. 그나저나 다음 앨범이 리메이크 앨범이라고 들었는데.”
“네, 맞아요.”
“곡이 좋다고 프로듀싱팀에서 요… 칭찬이 자자하더구나.”
그러고 보니 두 사람에게는 새로 작업한 음악을 안 들려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내가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마침 잘 됐네요. 이사님한테도 조금 조언을 듣고 싶었거든요.”
현재는 회사 경영 일 때문에 작곡에서 손을 뗐긴 했지만, 우리 회사 최고의 작곡가가 바로 눈앞의 인물이었으니까.
이윽고 내가 곡을 재생해 들려주었다.
조용히 감상하면서 ‘오호… 오’ 하며 감탄하는 대표님과 조용히 눈을 감고 듣는 이사님.
곡이 다 끝나고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가요, 이사님?”
“…….”
“이사님?”
“그…….”
항상 청산유수처럼 말하던 이사님이 약간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피드백을 해 줘야 하는데…….”
“네.”
“이걸 어떻게 썼는지 모르겠네. 조금 무책임한 발언일 수 있겠지만… 이제 내가 손을 댈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거 같다, 우주야.”
“…….”
나상윤 팀장님과 마찬가지로 난색을 표하는 이사님의 모습에 머쓱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 * *
실버 스크린 본사.
자본주의 마굴의 본산이라 불리는 이 마왕성에 용감하게 홀로 등장한 인물이 있었으니.
“하하, 환영합니다. 미스터 조.”
실버 스크린 사의 임원들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며 불편한 속내를 감췄다.
‘또 이 사람이군.’
그들과는 이미 한 차례 안면이 있는 인물.
멋들어진 정장을 갖춘 미남이 마치 자신의 집인 것처럼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조규환.
뉴블랙이 소속된 레몬 엔터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인물이자, 과거 <사운드 오브 선> 때 그들과 협상을 맡았던 인물이었다.
-유감이지만 <사운드 오브 선>의 홍보 예산을 삭감해야겠군요.
-알겠습니다.
그들의 예산 삭감 통보에 흔쾌히 응했던 인물.
-그 대신에 저희가 제작비를 분담해도 될까요? 한국은 스크린 쿼터가 있어서 한미 합작 영화여야 흥행에 더 유리하거든요.
그때 당시만 해도 그들은 속으로 웃을 뿐이었다.
그다지 고점이 높지 않은 영화에 제작비를 대준다는 말에 ‘아시아 쪽 사람이라 할리우드 물정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얼마 안 되는 수익은 셰어하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러나….
-영화 ‘사운드 오브 선’이 2018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안착하다
영화가 초대박을 터뜨리면서 레몬 엔터는 엄청난 수익을 거둬올렸다.
바보는 상대가 아니라 그들이었던 것이었다.
상대가 가져간 수익을 생각하면 절대 좋은 표정이 나오기 힘들었지만 그들은 활짝 웃으며 반겼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일이지.’
게다가 지금 협상에 있어서는 크게 불안감도 없었다.
상대가 승낙하냐, 아니냐의 문제일 뿐.
‘거절할 리가 없지.’
누구든 거절할 리 없는 금액이었다.
“그래서.”
실버 스크린의 임원들이 여유로운 얼굴로 물었다.
“저희의 제안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신 겁니까? 아마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니 이곳까지 오신 것일 테지만.”
“그렇습니다.”
“!”
“관대한 금액을 제안해 주셔서 굉장히 감사하다고 우주가 전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들이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 조규환 이사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그 대신 몇 가지 조율을 할 부분이 있어서 직접 찾아왔습니다.”
“예예, 뭐든 편히 물어보시죠.”
“촬영 일정은 어떻게 잡고 있습니까?”
“음. 일단 올해 가을 정도로 예상 중입니다. 지금의 관심이 식기 전에 최대한 빨리 준비를 하고 싶기도 하고.”
그리하여 내년 중에 드라마를 내는 것이 목표였다.
그 말에 조 이사가 침음성을 흘렸다.
“으음.”
“무슨 문제라도…?”
“아무래도 일정상 무리할 것 같아서 말이죠. 뉴블랙의 일정은 대외비입니다만 보시다시피….”
상대가 뉴블랙이 예정으로 하고 있는 스케줄을 보여 주었다.
그걸 본 임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이 친구들 사람은 맞는 겁니까?”
이걸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스케줄이 맞나 싶었다.
자본주의의 종주국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진짜 광기를 목격하고 멍한 기분을 느낄 정도.
조규환 이사가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가장 빠르게 촬영에 들어가도 올해 겨울이나 내년 초는 되지 않나 싶군요.”
“으음.”
“이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할 수 있다면 저희는 출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예정보다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의 기간이 늦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그 정도면 협상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주가를 생각하면 그 정도 기간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그들에겐 기회기도 했다.
실버 스크린의 임원들이 난색을 표했다.
“아무래도… 그건 좀 어려울 것 같군요. 제작이 조금 늦어지면 비용 소모도 크고 말이죠. 미래의 불확실성도 있기 때문에.”
상대의 낯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조건을 말씀하시죠.”
“원래 제안드린 출연료에서 조금 내리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7000에서 7500만 달러 사이로요.”
그동안 손해를 볼 금액들을 생각하면 당연하지 않느냐는 제안.
그럼에도 할리우드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출연료인 건 사실이었다.
“음…….”
한참을 고민하던 조규환 이사가 잠시 본사와 연락을 해 보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문이 닫히면서 실버 스크린의 임원들이 미소를 주고받았다.
‘됐군.’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상대의 상황을 이유로 출연료를 깎아서 이득을 보았으니까.
“어떨 것 같아요?”
“오케이할걸. 저들에겐 선택지가 없어.”
이윽고 다시 문이 열리면서 그들이 표정 관리를 했다.
난처한 표정 연기를 하고 있는 실버 스크린 사의 임원들에게 조 이사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할리우드는 참 무서운 곳이군요.”
“아쉽지만 저희가 써니에게 최선의 성의를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십시오.”
“좋습니다. 계약을 진행하죠.”
영화사의 임원들이 표정을 관리하며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그렇게 팽의 단독 드라마에 관한 계약 체결을 위해 그들이 장소를 이동하고 있을 때.
그들의 뒤를 따라가던 조규환 이사의 얼굴에서 잠시 웃음이 스쳐 갔다.
-이사님, 그 방법이란 게 뭔가요?
-히어로 프랜차이즈의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준비 기간이 길잖아?
-네.
-조금 길게 기다려 보자.
그의 생각은 그랬다.
-실버 코믹스가 또 이상한 행보를 보이는 게 우려가 되는 거잖아?
-네, 맞아요.
-드라마 촬영을 시작할 때까지 아마 실버 코믹스는 <가디언즈 2>의 기세를 이어 나가기 위해 영화들을 런칭할 거야.
경우는 두 가지.
-존 에드워즈 감독이 없어도 프랜차이즈가 잘 굴러 갈 수 있지. 이 경우에는 즐겁게 드라마 촬영을 하면 되지. 하지만 만약에 문제가 생긴다면….
-실버 코믹스의 책임자가 바뀔 수도 있겠네요.
표정 관리를 하고 있지만 희희낙락한 티를 숨기지 못하는 이들을 따라가며 조규환 이사가 슬그머니 웃었다.
단순히 그의 예감일 수도 있지만….
‘올해 연말쯤에 돌아오면 담당자들이 바뀌어 있겠군.’
이제 세부적인 조건을 협상하기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얼굴에 진지함이 깃들었다.
‘우주는 이제…….’
한때 그에게서 작곡을 배웠던 회사의 가수는 이제는 천재라는 단어조차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국내 최고의 작곡가로 꼽히는 그도 섣불리 다가가기 힘들 만큼.
-우리의 가수들은 최고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그 자리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 * *
회사에서 인터내셔널 앨범 회의를 한 것도 잠시.
우리는 다시금 해외로 출국했다.
“곤니찌와. 아아- 곤니찌와. 일본어도 오랜만에 하니까 조금 어색하네여.”
“괜찮아, 금방 또 적응한다.”
1월부터 2월까지는 이제 일본 투어 일정이었다.
일본 지역 같은 경우는 대체로 돔 투어라서 겨울 콘서트를 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었다.
[아시아 최고의 보이그룹! 세계 최고의 대인기 그룹 뉴블랙…!]콘서트를 하기 위해 방문한 우리를 두고 일본 언론에서도 대서특필을 하고 있었다.
호텔에서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우리 얼굴이 나오고 있을 정도.
아침에도 주요 뉴스 소식으로 ‘뉴블랙 입국’이라는 키워드가 크게 보도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관심과 달리….
“섭외 요청이 하나도 없다고요?”
“응.”
민기 형이 말했다.
“영화 관련은 그래도 인터뷰 요청이 많긴 한데… 다른 프로그램들에선 섭외가 없네.”
보통 인기 그룹들이 출연하는 아침 프로그램이라든가, 메이저 예능들에서 요청이 들어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없다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된 이유인지 몰라 의문을 품은 우리에게 일본 에이전시의 관계자들이 설명해 주었다.
「에… 그러니까 지금 뉴블랙이 일본 TV에 나오는 건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왜요?」
「뭔가 그 정도 스타가 이런 프로그램에 나온다고?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분위기가 있거든요.」
위상이 너무나 높게 올라간 나머지 TV 프로그램 쪽에서 어련히 ‘나올 리가 없지’ 한다는 모양이었다.
「혹시 나가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셨던 겁니까?!」
「아뇨.」
우리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냥 어느 나라를 가든 예능 같은 걸로 홍보하는 게 습관이 돼서.」
「그 부분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텐데요. 저기 산간 마을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여러분의 이름을 다 아는걸요. 저희 할아버지도 리혁 상의 이름을 알아요.」
「오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본 투어의 공연을 시작했다.
스타트는 도쿄돔에서의 공연.
작년과 달리 이번에는 4대 돔이 아니라 삿포로 돔까지 포함한 5대 돔 공연이었다.
-삿포로 돔까지 매진으로 채워야 일본에서 인기 탑을 찍었다 할 수 있다…!
…라는 주장이 인터넷에서 종종 있었다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저 즐거운 기분으로 공연장에서 찍은 사진을 지인들에게 보낼 뿐.
지호 [보여?]
지호 [이 아름다운 풍경이]
연후 [꼭,, 다,, 가져가야만 속이,, 다 시원했냐,,!]
5대 돔을 해야 찐이라며 우리를 놀려 대던 이들을 놀리는 기분은 짜릿했다.
대노하는 짤을 올리는 이들을 보며 쿡쿡 웃을 때.
휘연 [저희도 보여 드릴 게 있습니다]
휘연 [(사진)]
정말 어마어마한 인파가 실내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진이었다.
나 [어디야?]
휘연 [저희 지금 상하이 왔습니다]
휘연 [쇼케이스하러 왔어요]
최근 들어 K팝 아이돌들이 중국에서 다시 활동을 하고 있다던데, 틴스피릿도 그중 하나인 모양이었다.
“와, 대박 상하이. 거기 오리 맛있는데.”
“북경이야, 지호야. 북경.”
“아? 아!”
…조만간 중국에 가기 전에 리혁이한테 상식 교육을 한 번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중국 분위기는 어떠냐는 질문에 답이 돌아왔다.
휘연 [저희도 뭐 데뷔 일찍해서 여기서 인기 많은 편이긴 한데]
휘연 [행님들이 미친거 같은데요]
하현 [와보면 알아요 와보면]
히어로 영화의 시사회를 앞두고 있는 상하이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나.
무슨 소리인지 영문을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할 따름이었다.
상해 쪽에 가면 한 번 만나자는 이야기로 마무리할 뿐.
어찌 되었든, 일본에서의 투어도 성공적으로 시작했고.
“자, 이제 때가 되었다. 졸개들아.”
“…!”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멤버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퍼포머로 초청받은 우리가 공연을 선보일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