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416)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16화(1416/142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16화
아카데미 시상식.
전 세계에서 별들의 잔치라 불리는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그리고.
“와아아아아아아-!”
다시 찾아온 아카데미 시상식의 분위기는 작년과 확연히 달랐다.
「뉴블랙이야!」
「써니! 여기예요! 이쪽! 제 형제가 팽의 열렬한 팬이에요!」
「와아….」
수플레들뿐만 아니라 구경하고 있던 일반인들도 열광하는 분위기였으니까.
같이 레드카펫을 걷던 중현이가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형이랑 지호 진짜 인기 많네요. 고구마 밭에 등장한 감자 같아요.”
“한창 영화가 상영 중이라서 그래.”
영화의 버프 덕분이지, 다른 멤버들의 인지도도 <마법학교 아이들>로 인해 만만치 않았다.
누군가 마법학교의 주문을 외는 손동작을 따라 하며 우리에게 ‘Yeah!’ 하고 외치자, 비주가 손동작으로 화답해 주었다.
「와우!」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극장 내부에서 기다리고 있던 인터뷰어가 카메라와 함께 따라붙었다.
「다들 정말 멋져요! 써니, 당신의 수트는 지미 로빈스의 작품인가요?」
「맞아요. 오늘의 시상식을 위해 그가 특별히 준비해 주었죠.」
꽃으로 가득한 독특한 색감의 수트를 입고 한 바퀴 회전하자 졸개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나 역시도 조금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정말… 정말이지 아름다워요. 써니.」
「그런가요?」
「마치 다비드의 환생을 보는 듯한 기분이군요. 역시 오늘 참석자 중에서 최고의 셀럽다워요.」
사탕발림으로 가득한 인터뷰어의 아부성 칭찬에 오히려 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후후! 안녕 나는 데이비드야!
옛날에 타냐 바신에게 펜팔을 했을 때, 썼던 영어 이름 흑역사가 떠오른다.
한참 동안 우리에게 ‘정말 최고의 패셔니스타들’이라며 칭찬하던 인터뷰어가 질문했다.
「오늘 여러분은 퍼포머와 시상자로 참석했죠?」
「맞아요.」
비주가 우아하게 웃으며 말했다.
「작년에는 프레젠터로 참석했지만, 오늘은 의 무대를 함께 하기 위해 퍼포머로 참석했죠. 우리의 리더는 시상자로 설 거고요.」
인터뷰어가 내게 마이크를 내밀며 말했다.
「소감이 어때요, 써니?」
「오스카에 시상자로 서게 되어 영광일 따름이죠. 후보에 오른 작품들 모두 뛰어난 음악들을 선보였지만, 개인적으로는 를 응원하는 중입니다.」
우리가 카메오로 나왔던 인도 영화에 대해 열심히 홍보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외국어 영화상과 작품상을 비롯해 다양한 부문에 노미네이트가 된 발리우드의 영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최근의 히어로 영화로 주제가 넘어갔다.
「여러분들이 얽힌 영화와 드라마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빠뜨릴 수가 없죠! 지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상대가 우리에게 물었다.
「아케인 아카데미가 영화로 나올 거란 소식이 들었는데, 사실 확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맞습니다.」
「!!」
생중계 되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우리가 씩 웃으며 말했다.
「넷플러스 측의 지원 덕분에 영화 작업에 들어가고 있죠.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스포일러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건 비밀입니다.」
「아…!」
우리가 야심찬 미소를 지었다.
‘대답해 줄 수 없지. 후후후.’
‘왜냐면 우리도 모르거든요, 후후.’
그저 황정구 감독님과 황정연 작가님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시던 상대가 말했다.
「최근에 <가디언즈 2>와 <시크릿 에이전트 3>가 정말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잖아요? 최고의 무비 스타로 발돋움한 소감이 어떠세요?」
리혁이가 살짝 우리에게 눈짓했다.
‘함정 카드.’
옛날에 리혁이로부터 그런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옛날 미국에서 유명 외교관이 기자와의 인터뷰로 인해 이미지가 실추되었던 사건.
-지금 당신이 대통령보다 더 인기가 많은데, 그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후후후! 눈치챘군!
질문을 받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 태도에 사람들의 비난을 들었다나.
물론 현재 일시적인 위치로만 따지면 무비 스타라고 불려도 되겠으나, 그걸 당연하게 수긍하는 건 보기에 안 좋았다.
무엇보다 우리의 장점이 무엇인가.
바로 철저한 자기 객관화였다.
「글쎄요. 최고의 무비 스타라는 타이틀이 영 입에 붙지 않네요. 그런 타이틀은 잭 브레이디 같은 대배우들에 어울리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희는 아직 파릇파릇한 새싹입니다.」
중현이가 새싹 흉내를 내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함정 질문은 잘 넘기고.
「배우의 길도 걷고 있지만 저희는 가수입니다. 이따가 무대를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이따 있을 무대에 대한 기대감도 심어 주고.
친근하게 굴면서 슬쩍슬쩍 함정 질문을 넣는 기자와 눈을 마주하며 방긋 웃어 주자, 상대가 화제를 돌렸다.
「지금 두 분이 연기한 캐릭터들에 대한 관심도 뜨거운데요. 단독 프로젝트에 대한 루머도 많이 돌고 있는데….」
「음.」
지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확인해 드릴 수 없겠네요.」
「Yes라는 뜻인가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어요.」
앳되어 보이던 우리 막내가 능숙하게 웃으며 상황을 넘기자, 상대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이제 내게도 관련 질문이 날아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데 상대가 고개를 돌렸다.
…뭐야. 왜 나는 안 물어보는 거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자 그제야 기자가 질문했다.
「결말 이후 팽에게 벌어진 일들에 대해 많은 관객들이 궁금해하고 있어요, 써니. 혹시 실버 코믹스의 작품에도 앞으로도 참여할 의향이 있나요?」
「음.」
내가 기다렸던 질문이기도 했다.
「최근에 존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죠.」
「오?!」
절대 대답해 주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내가 입을 여니 상대가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카메라맨이 앵글을 내게 고정하는 게 느껴졌다.
「뭔가 준비 중인가요?」
「존 에드워즈 감독과 결말 이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긴 했죠. 그중엔 굉장히 흥미로운 가설도 있긴 했죠. 좋은 스토리가 있다면 출연을 마다할 이유가 없죠.」
「……!」
실버 코믹스와 일단 가계약을 맺긴 했지만 촬영까지는 앞으로 한참 남은 일이었다.
영화사 측에서 ‘아, 예산 문제로 그 프로젝트는 엎어야겠어~’ 하며 언제든지 엎을 수 있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먼 미래의 일.
「저는 실버 코믹스의 미래에 정말 많은 기대를 품고 있어요.」
그때까지는 열심히 상대방을 흔들어도 괜찮은 것 아니겠는가.
-존 에드워즈 감독을 책임자로.
내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화사하게 웃었다.
* * *
오스카상이 열리는 돌비 극장.
마치 오페라 하우스를 연상시키듯 붉은 빛깔을 자랑하는 좌석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이곳입니다.」
조끼를 입은 안내원이 우리를 좌석으로 안내해 주었다.
그래미와 달리 1열은 아니지만, 무대에 선 사람들의 얼굴이 잘 보일 만큼 좋은 자리였다.
「헤이!」
근처에 있던 헤일리 블루와 크리스 카일 부부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 외에 원더 코믹스의 영화에 출연해서 평소 우리에게도 낯이 익은 배우들이 고개를 돌리곤 반갑게 인사했다.
「어서 와, Kiddo.」
원더의 배우 중 하나가 지호에게 친근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그동안 나도 안면을 튼 이들에게 인사했다.
「써니, 정말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반갑게 포옹을 해 오는 로니 루카스를 비롯해 동년배의 남자 배우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내가 로니를 향해 말했다.
「올해 오스카 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면서.」
「노미네이트만 된 거지, 수상 확률은 희박해. 너야말로 내년에 후보에 오른다 만다 난리던데.」
한때 방탈출 예능에서 흡혈귀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자, 지금은 할리우드에서 20대 최고의 대세 배우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과거 노스탤지어로 인연을 맺은 주연 배우 루퍼트 딘이나 벨라 페이지와도 반갑게 인사했다.
「헤이…!」
꽤 친한 사이긴 했지만 예전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
그들을 시작으로 멀찍이 있는 존 에드워즈 감독과도 눈인사를 하고, 옆자리에 앉은 원로 거장 감독에게도 공손히 인사했다.
「다시 뵙겠습니다.」
「으음, 오랜만이네.」
「혹시 저를 기억하시나요, 감독님?」
「나를 두고 감독상을 가져간 영화를 제작한 인물이 아닌가. 내가 잊을래야 잊을 수 없지.」
상대가 삐뚜름한 미소를 지었다.
할리우드의 최고 거장 중 하나로 꼽히는 로버트 맥기니스 감독이었다.
다른 때였다면 아마 우리 자리로 사람들이 몰려 왔을 텐데, 지금 ‘다 귀찮아 죽겠구나’ 하는 포스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이 거장님 덕분에 주변 자리가 제법 한산한 편이었다.
헤일리가 예전에 그를 두고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부러운 팔자야. 그 지랄맞은 성격인데도 배우들이 같이 일하자고 그렇게 난리니까.
그만큼 대단한 감독님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이가 ‘그만 좀 떠들고 앉지’ 하는 오오라를 풍기는 바람에 다들 헛기침을 하며 물러났다.
정장을 정돈하며 자리에 앉는 동안 비주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오스카는 배우 시상식이잖아요.”
“그렇지?”
“근데 어느새 이렇게 아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네요. 특히 형이랑 지호는 대부분 아는 사람인 것처럼 인사하고.”
“사실 잘 모르는 사람도 많아. 그냥 저쪽에서 반갑게 인사해 오는 거라.”
하지만 비주 말대로 어느 새인가 지인들이 엄청 많이 생기긴 했다.
그렇게 시상식의 시작을 앞두고 기다리고 있는 한편, 우리와 오늘 가장 연이 깊은 이들도 등장했다.
「휴우, 차가 막히느라 늦었습니다. 교통 체증이 말도 못하네요.」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인물.
의 아마르 싱 감독님과 타마나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이었다.
주연 배우들의 경우에는 아까 시상식의 무대 리허설을 하기 위해 이미 인사를 나눴던 터라 고개를 까딱이며 웃음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어? 어어….」
「어!」
할리우드의 배우들이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 시작했다.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배우와 손을 잡은 채 극장으로 들어오는 한 인물 때문이었다.
「반갑습니다.」
자신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는 배우들과 관계자들에게 부드럽게 웃어 보이는 중년 남성.
바신 그룹의 수장인 알리 바신 회장이었다.
「오!」
발리우드의 큰손으로 불리는 인물이자, 오늘 의 제작사 회장으로 참석한 이가 우리를 발견하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뉴블랙!」
「잘 지내셨나요, 회장님.」
바신 회장의 곁에 서 있는 타냐에게도 눈인사를 했다.
「이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구만! 하하!」
리혁이가 날짜를 세고 있는 동안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 반갑게 포옹을 해 왔다.
주변에서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들.
저쪽은 무슨 사이지? 하고 보는 이들에게 보여 주듯 바신 회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국에서 돔 건설 부지가 확정되었다고 들었는데, 이따가 나눌 이야기가 정말 많겠구만.」
「네, 이따 봬요.」
상대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내며 인사했다.
모든 행동이 분석의 대상이 되는 거물급 인사가 이렇게 남들이 다 보는 앞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데는 의미가 있었으니까.
-뉴블랙은 나의 사업 파트너다.
흥미로워하는 주변 배우들의 시선을 느끼며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돈되면서 마침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막을 올렸다.
[모든 영화는 그 안에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죠.]진중한 내레이션이 깔려 나오는 영화가 흘러나오면서 올해 노미네이트된 다양한 영화들이 흘러나왔다.
우리는 대부분 잘 모르는 영화들이었지만, 지호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면 2019년도를 뜨겁게 달군 영화들인 듯했다.
[전쟁터의 참상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는 아름다움도 있으며.]1차 세계 대전의 참호전 속에서 고양이를 품에 안은 군인들의 모습이 흘러나온다.
[단 한 표를 위해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인물도 있죠.]고산 지대 마을에 투표소를 설치하기 위해 히말라야를 오르는 인물들이 흘러나오면서 장엄한 음악이 깔렸다.
그런 영상이 끝나면서 오프닝 무대가 시작됐다.
유명 뮤지션을 다룬 전기 영화의 출연 배우들이 OST를 부르면서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오늘의 호스트를 소개합니다! 하위 캠벨입니다!]턱시도를 입은 코미디언이 나와서 오프닝 멘트를 하고, 여러 수상 부문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자리로 다가온 진행요원이 귓속말을 했다.
「이동하실 시간입니다.」
서로를 바라본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워드의 중반.
이제 우리가 무대에 오를 시간이었다.
* * *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한창 어워드가 진행되면서 극장 안의 분위기가 후끈후끈하게 달아올랐다.
[…이건 정말 제 인생에서 벌어진 일 중 가장 아름다운 일일 겁니다.]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들이 무대에 올라 눈물을 쏟아 내며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기도 하고.
“아!”
“아아!”
예상외의 수상에 모두가 놀라서 감탄하기도 하고.
세계 최고의 영화 시상식답게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극적인 장면들이 여럿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광고 타임으로 넘어가는 동안, 자리에 참석한 배우들이 주변을 흘깃거리며 말했다.
“어라? 뉴블랙이 안 보이는걸.”
“곧 무대에 올라오는 거 아닐까?”
“아!”
이제 슬슬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로 넘어가는 시간.
‘이제 뉴블랙이 나올 시간대이긴 하네.’
오늘 많은 무대가 있지만 모두가 하이라이트가 될 거라고 예상하는 것이 바로 뉴블랙의 공연이었다.
그래미 수상 그룹의 공연.
그것도 보이밴드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는데도 그래미를 수상해 버린 세계 최정상급 뮤지션의 무대였다.
“이번에 주최 측에서 꽤나 공을 들였겠는걸.”
급이 높은 가수인 만큼 초청하는 데도 공을 들였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만큼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뉴블랙의 공연이라…….’
모두가 작년 오스카의 공연을 떠올렸다.
당시 무대에 오른 선우주가 정말 태양처럼 화려한 카리스마를 자랑했던 장면이 눈앞을 스쳐 가는 기분.
“이제 곧 시작하려나 보군.”
유명 배우가 프레젠터로 나와서 다음 있을 무대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 소개를 듣는 동안 배우들이 팔짱을 끼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도무지 상상이 안 가는군.’
인도 영화의 공연을 위해 K팝 가수들이 등장한다니.
에서 주인공이 환각으로 뉴블랙을 목격했던 장면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긴 했으나, 사실 인도와 뉴블랙은 그리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다들 그런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그냥 아카데미가 뉴블랙을 부르고 싶었구나.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이들도 아니지만, 그래미 수상자의 공연을 아카데미에서 선보이기 싶어서 초청했다 정도.
‘뭐, 그냥 자기들 히트곡 부르고 내려가겠지.’
영화에서 그랬듯이, 세계적으로 히트한 아케인 아카데미의 OST인 의 힌디어 버전을 부르고 가볍게 내려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예상을 하며 보고 있을 때.
암전된 무대 위로 영상이 흘러나왔다.
[와아아아아-!]흑백으로 된 자료 화면들이었다.
‘음.’
과거 영국의 식민지 통치에 맞서 싸운 인도의 해방 운동과 관련된 장면들이었다.
영국 배우들이 조용히 표정 관리를 하고 있는 동안, 다양한 장면들이 교차되어 흘러나왔다.
‘저건… 한국의 장면인가?’
하얀 저고리를 입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만세를 하기도 하면서 다들 흥미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국도 인도랑 상황이 비슷했나 보군.’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이야 워낙 유명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 없는 이들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의외의 공통점에 다들 집중하고 있는 동안 무대 위로 단역 배우들이 올라왔다.
한국계로 보이는 이들도 있고, 인도계로 보이는 이들도 있고.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그들이 압제자와 싸우다가 쓰러지는 장면들이 나오고 있을 때.
하늘에서….
팔랑-
아름답게 반짝이는 종이 한 장이 허공에서 떨어져 부유하고 있었다.
붉게 물든 스크린 앞에서 떨어지는 종이를 본 배우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인 만큼 이 연출이 의미하는 바가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한 표를 얻기 위한 여정.
식민지 통치의 아픔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국가로 오기까지의 험난한 여정.
그 속에서 스크린 위로 의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을 때였다.
무대의 조명이 천천히 밝아 올랐다.
“…….”
“…….”
어느새 무대에 집중한 이들이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동안, 무대 위의 배우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때 하이라이트 조명이 발리우드의 한 배우에게 내리쬈다.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아아-]동시에 웅성거림이 퍼졌다.
‘지금 뭐… 뭐지?’
‘방송 사고인가?’
거의 삑사리에 가까울 만큼 듣기 싫은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묵직한 음 이탈에 다들 놀라서 웅성거리는 표정이 번지고 있을 때, 이번엔 다른 배우가 입을 열었다.
다들 그제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듣기 좋은 미성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거기에 화음을 넣는 다른 인물이 심각한 노래 실력을 자랑하면서 다들 눈매를 좁혔다.
‘뭐, 뭐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하이라이트 조명이 늘어나면서 노래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누군가는 가수 뺨치는 실력으로 노래를 잘 부르기도 하고, 그냥 적당히 듣기 좋다 하는 경우도 있고, 정말 무대에 오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못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점차 노래가 이어지면서 관객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라?’
무대 위의 배우들이 반복해서 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불협화음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어?’
‘뭐야, 언제부터?’
듣기 싫은 묵직한 소리를 내는 배우의 노래가 마치 드럼처럼 들려오고.
아름다운 미성을 자랑하던 배우의 노래는 바이올린을 연주한 것처럼 들려오는 듯했다.
다들 감탄했다.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를 다루는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을 보여 주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든, 못하는 사람이든 똑같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무대.
그동안 배우들의 노래가 자연스럽게 악기들로 연결되고 있었다.
인도의 전통 음악풍이 가미된 K팝 음악이 웅장하게 흘러나온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의 전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최근 들어 자신의 능력을 더 각성한 천재가 만들어 낸 음악에 다들 멍하니 빨려 들어가고 있을 때.
무대의 하이라이트 조명이 누군가에게 집중되었다.
새하얀 피부에 날카로운 미모를 자랑하고 있는 뉴블랙의 메인보컬이 턱시도를 입은 채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조금씩
다가가고 있어 너에게
서정적인 감성이 담긴 힌디어 가사.
세상의 그 어떤 언어로 노래하든 아름답게 부르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 입술을 떼면서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몇몇은 그들이 공연을 앞두고 한 인터뷰가 떠올렸다.
-저희는 가수거든요. 이따가 무대를 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자신들의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그야말로 칼을 갈고 온 가수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