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417)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17화(1417/142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17화
같은 시각.
TV를 보고 있던 한국인들이 캬 하고 감탄했다.
-이걸 이렇게 엮어가네
-오프닝 연출 되게 영화같고 좋다,, 인도도 생각보다 우리랑 공통점이 꽤 있긴 한 듯
-ㅇㅇ서사 잘 짠듯
-이 와중에 영국이랑 일본 광역 저격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살다살다 케돌이 오스카에서 힌디어로 일제강점기 저격하는 무대하는 거 볼줄은ㅋㅋㅋ
-나는 내일 일본 언론 반응이 젤 기대돼^^
그런 대화를 나누며 키득거리던 사람들이 무대의 연출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무대 잘 짰다.’
K팝 아이돌과 발리우드 배우들이라는 이색적인 조합.
그것을 두 나라의 역사를 통해 잘 녹여냈기 때문이었다.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을 겪었던 국가.
-민주주의 국가.
동시에 발리우드와 K팝 같은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하여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
오스카의 무대 위에서 어우러지는 두 국가의 배우들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리혁이 힌디어로 된 가사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
“!!”
한국인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끔 그런 때가 있다.
예컨대 샹송을 들으며 ‘프랑스어는 어쩜 이렇게 말이 부드럽고 예쁘지’ 하며 감탄하는 순간들.
조명 아래 리혁의 입술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진짜 낱말 하나하나가 다 예쁘다
-목소리가 악기라는 게 이럴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ㅋㅋㅋㅋ 와 진짜 리혁이 미쳤네
-톤 평소랑 다른 것도 넘 좋다..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데 진짜 좋아ㅋㅋㅋㅋㅋ
누군가 남긴 댓글대로 정말 목소리 자체가 악기라 불리는 뉴블랙의 메인보컬이었다.
첫 소절이 나오자마자 현장 객석에서 어떤 배우가 ‘와-’ 하는 소리가 크게 잡힐 정도.
실제로도 현장의 관객들이 술렁이고 있었다.
‘뭐지? 이게 힌디어인가?’
눈을 크게 뜨고는 얼떨떨한 기분을 느끼는 미국인들.
보통 그들이 아름다운 언어라고 생각하는 유럽의 언어들처럼, 아니, 그보다 더 아름다운 노랫말이 들려온다.
『 조금씩 너에게 나는 가까워지고 있지 』
더 놀라운 것은 그의 노래 실력이었다.
‘어떻게 저런 식으로… 부를 수가 있는 거지?’
단순히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는 소리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서 그가 내는 목소리가 길게 뻗어 온다.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힘이 있다.
뮤지컬 등의 경험이 있는 배우들은 혀를 내둘렀다.
‘파사지오 구간의 음역을 저렇게 편하게…….’
아예 높은 고음이라면 모르겠지만, 노래를 부를 때 목소리의 성구 전환이 들어가는 파사지오 음역대는 정말 까다롭기 때문이었다.
자동차로 치면 기어 변속이 들어가는 구간이라 이도 저도 아니라서 불편감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뉴블랙의 보컬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마치 읊조리듯이 부르고 있다.
“……?”
뮤지컬 경력이 있는 몇몇 배우들이 성대 주변 근육을 움직이고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신들이 못하는 게 아니었다.
상대의 실력이 워낙 압도적일 뿐.
그동안 가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리혁이 고음을 길게 끌어가면서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 나는- 』
리혁이 씩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 너에게 달려가고 있지 』
동시에 벅차오르는 전주가 유쾌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마살라 영화에서 그러하듯이 발리우드의 배우들이 흥겹게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조명이 반짝였다.
“와아아아아아!”
배우들이 어깨를 흔들며 흥겹게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라니에게 보여 주었던 장면 그대로 뉴블랙 멤버들과 발리우드의 배우들이 한데 섞여 춤을 추기 시작했다.
특히 선우주와 페어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는 라니의 얼굴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한국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성덕의 찐웃음ㅋㅋㅋㅋㅋㅋㅋㅋ
-라니쟝 성공했구나
-아 왤케 흐뭇하지ㅋㅋㅋㅋㅋ
-TMI) 라니 배우가 실제로도 수플레임ㅋㅋㅋㅋ 감독이 그래서 수플레 설정으로 반영한 거
-☆나의 아이도루☆와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서 춤을 춘다?? 이제 덕후는 죽어도 여한이 없음
그렇게 전 세계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무대가 생중계되고 있는 동안.
“Wow.”
현장의 관객들이 가장 감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안무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안무의 중심축이라 불리는 센터.
칼군무 속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금빛으로 머리를 물들인 메인댄서였다.
『 비가 내린 궂은 날씨도 』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가볍게 발재간을 놀리는 마살라 안무.
다른 이들의 안무를 보면 ‘춤을 잘 추는구나’ 하며 감탄이 나오는 정도라면 비주의 경우에는 잘 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마치 혼자 물속에서 부드럽게 유영하는 인어 같다.
『 너를 만나러 가는 날에는 기쁨의 눈물과 같지 』
부드러운 미성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손을 뻗는 비주의 곁으로 어디선가 바람이 흩날렸다.
부드럽게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마치 황금색 실처럼 너울지는 광경에 다들 와- 하며 감탄했다.
그 속에서 중현이 걸어 나왔다.
『 하루 종일 너의 생각을 했어 』
『 우리가 함께 하는 하루는 어떨까 』
아까 리혁이 노래를 불렀을 때와는 다르게 리듬감 있게 귀에 박혀 오는 힌디어였다.
그에 맞춰 무대의 배우들이 북소리처럼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호쾌한 미소를 짓고 있는 미남이 내뱉는 랩을 들으며 관객들이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언어 자체의 아름다움을 떠나서 그냥 뉴블랙이 쩌는 거였군.’
똑같은 언어였지만 리혁이 구사하는 것과 느낌이 완전 달랐다.
리혁이 구사한 힌디어가 부드럽게 음을 넘나드는 현악기 같았다면, 여긴 리듬감 있게 휘몰아치는 타악기 같았다.
“뭐지.”
“되게 중독성 있는데…?”
TV로 중계를 듣고 있던 미국인들이 리듬을 탔다.
노랫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저도 모르게 고개가 까딱까딱 움직여지고 있었다.
그 속에서 지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현장에서 놀라워하는 반응이 나왔다.
‘오?’
‘어?’
그들에게 있어 뉴블랙 멤버들 중에서 가장 가수 같은 느낌이 덜한 멤버였기 때문이었다.
2018년 넷플러스 글로벌 Top 10 드라마 중 하나였던 <신이>의 주인공.
작년도 세계를 강타한 드라마 <마법학교 아이들>의 주인공이자, 현재 섀도우 마스터로 활약한 배우.
‘……그냥 잘하는 게 아니잖아.’
몇몇 배우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 정도면 그냥 솔로로 해먹어도 되지 않나?’
저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보이밴드 활동에 목맬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뉴블랙이라면 경우가 다르지만, 저런 가창력과 연기력을 겸비하고 있는 인물이 그룹 활동을 한다는 데서 의아함을 느낄 정도.
“……맙소사.”
관객석에서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크리스 카일이 중얼거렸다.
“내가 저런 애랑 같이 영화를 찍고 있었다니.”
부인인 헤일리 블루와 항상 가요 시상식에서 무대를 보긴 했지만, 오늘따라 지호의 실력이 범상치 않게 느껴졌다.
<시크릿 에이전트 3>를 찍을 때 에헤헤! 하고 스탭들과 배우들에게 애교를 부리던 인물과는 아예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뭘 새삼스럽게 놀라고 그래?”
옆자리에 앉아 있던 그의 부인, 헤일리 블루가 불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원래 이런 애들이야.”
“알고 있긴 했지만….”
그래미 최다 수상 뮤지션 중 하나로 꼽히는 싱어송라이터의 눈길이 무대로 향하는 동안 남편이 말을 걸었다.
“그런데 저거 엄청 어려운 거 아니야? 자기들 나라 말도 아니고 인도의 힌디어로 노래를 하고 있잖아.”
“그렇게 대단한 건 아냐.”
“…아니야?”
“언어의 운율을 고려해서 가사를 쓰고, 음절을 부드럽게 잇기 위해 연습을 하고, 그에 맞춰서 성대를 조절하는 연습을 하고, 그 언어에 맞는 감정을 녹여내는 연습을 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는 부인을 멍하니 바라보는 남편.
“하지만 얘네가 진짜 무서운 건 저걸 단시간에 해냈다는 거지. 그것도 몇십 개는 되는 언어들로 버전을 다 내서.”
“…….”
“독한 놈들이야. 진짜.”
까다로운 요리 재료를 바라보듯이 혀로 입술을 축이던 헤일리 블루.
힌디어로 흘러나오는 뉴블랙의 음악을 듣던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Sibal….”
“?”
“이러면 쉽지 않은데.”
“뭐가?”
그녀가 턱짓으로 누군가를 가리켰다.
3절에 이르러서 무대의 중심에서 안무를 추고, 동시에 노래를 부르는 미남.
“아까 그랬잖아? 오늘따라 지호가 달라 보인다고.”
“그랬…지?”
“음악이 좋아서 그래. 같은 무대를 해도 기저에 깔린 음악에 따라 무대가 달리 보이는 거니까.”
그 말대로 오늘따라 전체적인 음악이 압도적으로 느껴지긴 했다.
멤버들의 목소리가 돋보이게 편곡된 멜로디는 물론이고, 귀에 쏙쏙 박혀들어오는 사운드까지.
“……뭔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는데.”
뉴블랙의 리더를 바라보던 그녀가 중얼거렸다.
“밸런스가 어마어마하게 좋아졌네.”
다른 모두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작곡 요괴의 상태를 제대로 꿰뚫어 본 싱어송라이터였다.
-완벽한 밸런스.
특별히 작곡 능력이 크게 성장한 건 아니었다.
예컨대 멜로디 라인을 더 아름답게 짠다거나, 짜임새 있게 리듬을 연결시킨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밸런스 감각이 거의 완벽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해야 맞을 터였다.
쉽게 말하자면….
-치고 빠지는 감각.
소리를 채워야 하는 구간과 비워져야 하는 구간.
물론의 예전의 선우주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 천부적인 감각을 자랑하곤 했다.
채우고 비워야 하는 부분을 깔끔하게 나눠서 정리하곤 했으니까.
그러나 지금의 선우주는….
‘정말 부드러워.’
음을 채워야 할지 비워야 할지 고민이 되는 구간에서 적절한 농도로 채우는 세밀한 컨트롤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음표들과 쉼표의 연결도 마치 그라데이션을 보는 듯했다.
색이 서서히 옅어지고 짙어지는 느낌.
“…….”
그녀의 눈에 욕심이 빛났다.
‘같이 한 번 더 곡 작업하면 좋겠는데.’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게도 그건 성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다음번엔 뉴블랙의 이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래미.
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그룹 활동으로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 눈앞을 스쳐 간다.
“개싸움이 펼쳐지겠군.”
“여보…?”
“후후후. 존나 재미있겠는걸.”
“여보야…?”
뉴블랙의 아카데미 무대를 바라보던 싱어송라이터의 입가에 아주 진한 미소가 걸렸다.
그렇게 뉴블랙을 보며 굉장한 강적이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우주는 진짜 날아다니네
-저 선우주가 저 속에서 그냥 오~ 잘한다~ 정도로 느껴지게 만드는게 진짜 뉴블랙 미친점임ㅋㅋㅋㅋㅋㅋㅋㅋ
-육각형인데 그게 진짜 미치게 넓음
-울 엄빠왈 애가 성격이 좀 유별나서 그렇지 무대는잘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인들은 고도의 영애 화법을 구사하는 중이었다.
괜히 쑥스러워서 칭찬하기는 힘들고, 뉴블랙을 놀리는 척하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었다.
“애들이 좀 특이해서 그렇지~ 무대 참 잘해~”
“그니깐~”
번역) 지금 아카데미 뒤흔들고 있는 뉴블랙 보임? 쟤가 바로 우리 보물이다 이거야.
무대를 본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진짜 미쳤다.’
어찌 보면 카메오로 출연한 영화 속 무대를 재현한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수준이 너무나 압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작년도에 <사운드 오브 선>이 여러 상을 수상한 이후로 아카데미 시상식은 예전처럼 더 이상 신비로운 곳이 아니긴 했지만….
“와….”
TV 속에서 땀방울을 흘리며 춤을 추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괜스레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뉴블랙의 무대가 끝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보트 포 인디아>의 메인 OST로 연결이 됐다.
아까와 달리 발리우드의 배우들이 중심이 되어 노래하는 무대가 나올 때.
‘그나저나 인도 사람들 반응은 어떠려나.’
보통 주제가상 등에 노미네이트되기 마련인 발리우드 영화가 간만에 아카데미에 진출했다.
외국어 영화상은 물론이고 주제가상을 비롯해 각종 후보에 오르기까지.
거기에 지대한 활약을 한 뉴블랙 멤버들을 보고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졌다.
그들만 그런 게 아닌지 먼저 반응을 찾아서 가져온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인도 반응]비공식이긴 한데 일단 확인된 것만 시청자 수가 4천만 명 넘어간다는 듯
그리고 뉴블랙의 무대에 달린 반응은.
-그들의 이름으로 나는 지금 사랑을 외친다
-신의 가호가 그들과 함께하기를
-인도는 승리한다!!!! 아름다운 별빛처럼 반짝이는 그들의 무대에 대한 반박은 거절한다
-나의 한국인 친구들이여 일본은 한국땅이다
-리혁이 부른 힌디어는 올해 들은 노래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실시간 트렌드를 비롯해서 유명 배우들의 SNS에 올라오는 글들.
정말이지 ‘뉴블랙은 신이야…!’ 하면서 외치며 격렬하게 반응하는 이들의 모습에 한국인들이 아아… 했다.
‘그, 그렇군.’
이내 훈훈하게 웃으며 먼 나라의 네티즌들이 내민 손을 잡는 한국인들이었다.
* * *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조금씩 너에게 다가가고 있어>의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
무대가 끝나고 기립 박수를 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우리가 숨을 헐떡이며 미소를 지었다.
“휴우.”
“후우.”
제법 난이도가 있던 무대였다.
마살라 안무 자체가 체력 소모가 크기도 하고, 거기에 라이브도 흔들리지 않게 하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낯선 언어로 무대를 해야 한다는 진입장벽까지.
하지만….
「써니!」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주인공 라니를 연기한 타마나가 방방 뛰며 외쳤다.
「정말 최고였어요, oppa!」
「제가 생각하기에도 멋진 무대였어요.」
발리우드의 배우들이 들떠서 뭐라고 외치는데, 그들이 왜 그러는지 절로 이해가 갔다.
그만큼 무대 반응이 좋았으니까.
“다들 잘했어. 진짜 고생 많았다.”
“형도요.”
동생들과 씩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객석으로 다시 돌아와서도 무대를 잘 봤다고 인사하는 이들에게 웃으며 화답했다.
시상식 내내 눈썹을 찡그리고 있던 거장, 로버트 맥기니스 감독도 짤막하게 한마디 했다.
「좋은 연출이었어. 자네의 음악에 인도의 시네마를 멋지게 담아냈군.」
「감사합니다.」
이어서 뭐라고 한마디 더하려다가 이내 입을 꾹 다무는 감독님이었다.
그렇게 무대로 인해 뜨겁게 달아오른 열기 속에서 다시금 시상식이 재개되었다.
잠시 땀을 식히던 나는 얼마 안 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
수상자로만 서 봤지, 시상자로 서는 건 처음이라 살짝 떨린다.
객석에서 비주가 입모양으로 화이팅!! 하는 것을 보며 웃고는 조용히 무대 위로 걸어 올라갔다.
리허설에서 했던 멘트 그대로.
[오늘밤 여러분은 주제가상 후보로 오른 곡들의 무대를 잘 보셨을 겁니다. 안타깝게도 저희가 부른 곡은 리스트에 없지만요.]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 덕에 교훈을 얻었습니다. 영화에 들어갈 음악은 반드시 새로운 곡이어야 한다는 것을요.]농담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그럼 오늘의 오스카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오스카의 주인공은 바로….]시상 리허설에서 텅 비어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봉투 속에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도 모르게 환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 축하드립니다.]영화의 메인 OST 중 하나를 작곡한 인도의 작곡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오, 비슈누시여! 감사합니다!」
「축하드려요.」
「당신 덕분입니다, 써니. 정말로요.」
만난 적은 몇 번 정도지만 격하게 포옹을 하던 작곡가가 마이크 앞에서 수상소감을 이어 갔다.
그걸 시작으로 는 외국어 영화상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누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외국어 영화상 수상은 여태까지 인도 영화가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아마르 싱 감독님이 눈물을 흘리면서 소감을 전했다.
발리우드 영화 최초의 외국어 영화상 수상이라나.
[최근 들어 세계 각국에서 민주주의의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희의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었기를 바랍니다.]민주주의를 주제로 하는 영화인 만큼 본토인 미국에서 극찬이 쏟아진 영화.
카메오로 출연한 우리도 자리에서 일어나 열심히 박수를 치면서 그들의 수상을 축하했다.
무대 위에서 같이 감격한 표정으로 눈가를 훔치는 바신 회장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인도 영화계의 큰 사건인 건 확실한 듯했다.
그렇게 가 2관왕을 하는 한편.
[올해의 작품상은 바로… ‘파우더’입니다.]1차 세계대전의 참호 속에서 파우더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를 기른 군인들의 실화를 주제로 한 영화가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영상미, 영화에 나온 고양이가 사실 고양이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라는 특이한 반전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호평을 받은 영화였다.
“…라는 반전을 형한테 알려 주면 어떡하니. 볼 수도 있는데.”
“어차피 안 볼 거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어쨌거나 우리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고 끝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애프터 파티.
시상식이 끝나고 돌비 극장에서 바로 이어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옮길 때였다.
「Ya.」
「Ne?」
누군가의 부름에 내가 몸을 돌렸다.
검은 드레스 위로 파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가수가 나를 바라보며 히죽 웃고 있었다.
「헤일리? 왜 그래요?」
「너의 메시지 잘 확인했다.」
「네?」
「후후. 기대하라고.」
「뭘요?」
「후후후후!」
목을 슥 긋는 시늉을 하는 헤일리.
어어어 하는 남편을 데리고 괴도처럼 사라지는 이의 모습에 내가 눈을 깜빡였다.
“???”
……뭐지, 저 반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