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47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71화(1471/1473)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71화
올림픽공원.
[The X-Band]은색 로고가 새겨진 검은 깃발이 사방에 흩날리고 있었다.
무언가 축제 같은 분위기.
둥둥-
북을 치면서 ‘나유타 화이팅’ 같은 플래카드를 흔들고 있는 사람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저기 갈래? 슬로건 나눔해 준다고 하던데.”
“아, 진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는 바로 핸드볼 경기장 앞.
그들은 바로 의 생방송에 당첨된 방청객들이었다.
“흐아, 설렌다.”
“근데 엘리멘탈스는 공연 안 하나?”
“안 한다고 하던데. 처음에는 막 출연도 안 할 수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나오기는 하는 거 같아.”
누군가 제작진의 안내 문자를 보며 말했다.
“추첨하기 전부터 계속 강조하긴 하더라. 엘리멘탈스는 무대 절대로 안 하니까 그거 꼭 유념하라고.”
“그래도 우주랑 심사위원들 보려고 온 사람들도 꽤 있겠지?”
“백퍼 많을걸.”
참가 밴드의 팬인 이들도 엘리멘탈스의 실물을 본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으아아, 기대된다!’
안내 부스에서 방청권을 받은 이들이 핸드볼 경기장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는 SNS에 업로드했다.
“크으.”
“진짜 평생 쓸 운을 여기다 썼다.”
경쟁률이 1000대 1은 될 거라는 소문이 돌던 엑스 밴드의 생방송 방청 추첨이었다.
그야말로 행운 그 자체.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돌 밴드 액트원(Act One)의 팬으로 참석한 방청객이 말했다.
“여기 스케일 진짜 크다. 시작부터 핸드볼이라니.”
“그니까.”
보통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자체 스튜디오에서 소규모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었다.
현재 중장년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트롯의 신>만 해도 방청객 수백여 명이 최대인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러다 쭉쭉 올라가는 거 아니야?’
체조, 고척돔 같은 상상을 하던 아이돌 팬이 키득거렸다.
“야, 입장 시작했나 봐.”
“들어가자.”
빡빡한 보안검색을 통과하고 나서야 입장한 핸드볼 경기장.
공연장 특유의 텁텁하면서도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는 가운데, 공연장에 입성한 이들이 탄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
화려한 무대 때문이었다.
[THE X-BAND]분명 서바이벌 방청을 하러 온 것인데 콘서트를 보러 온 듯한 기분이 드는 느낌이었다.
난간 쪽에서 브이를 하며 셀카를 찍기도 하고.
“난간에 기대지 말아 주세요!”
“앗.”
“지금 많이 혼잡합니다! 사진은 입장이 좀 끝나고 나서 찍어 주세요!”
다행히 녹화 시작 전까지는 촬영이 허용되어 있었다.
아까 찍은 인증샷을 포함해 지금 찍은 사진까지 SNS에 업로드를 하는 가운데, 방청객들이 의자에 놓인 봉투를 들었다.
‘오?’
엑스 밴드의 로고가 그려져 있는 팔찌였다.
팔에 끼우자 불빛이 흘러나왔다.
“우와?”
“이거 중앙제어인가 봐. 이따 불빛 나올 것 같은데?”
여기저기서 즐거워하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분명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방청하러 온 것인데, 아무리 봐도 콘서트를 보러 온 듯한 설렘이 느껴졌다.
그때 때마침 무대의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I am the fire]화면 속에서 우주가 기타 치며 노래하면서 현장의 사운드가 온몸을 빵빵하게 두드려 댄다.
‘와… TV로 볼 때랑 완전히 사운드가 다르게 느껴지네.’
공연장에서 직접 음원으로 흘러나오는 는 이어폰으로 들었을 때와 완벽히 다른 느낌이었다.
중앙제어를 점검하는지 붉게 물드는 팔찌.
“와아아아아아아-!”
LED 팔찌를 낀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환호하면서 붉은 물결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Here comes the fire
그러면서 흘러나오는 떼창.
Tear down the frozen walls
Ring the bell in the castle
5천여 명의 방청객들이 즐겁게 웃으며 외쳤다.
“Cause we are back-!”
“Cause we are back-!”
환호와 비명.
녹화 시작 30분 전, 관객들의 에너지는 벌써부터 최고조에 이르고 있었다.
* * *
같은 시각.
대기실에서 대기 중이던 참가 밴드들이 침을 삼켰다.
“와…….”
“와씨…….”
쿵쿵! 하면서 사람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우리 며… 몇 명이라고?”
“방청객만 5천 명이래.”
“…….”
밴드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짜 떨려 죽겠네.’
지금까지 수많은 공연을 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은 관객 앞에 서는 건 처음이었다.
락 페스티벌도 있긴 하지만, 헤드라이너 급이 아니라면 이 정도로 많은 관중 앞에 설 일이 드물기도 하고.
무엇보다….
[액트원 화이팅] [웬디와 스트로베리 해적단이 해적왕이 되는 날까지] [샐러리 피플. 이제 리치 피플이 되어봅시da]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아본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수백 명 규모에서 시작해서 차근차근 올라온 거라면 모를까, 시작부터 핸드볼 경기장은 너무 컸다.
“여기 밴드 중에 핸드볼 공연한 밴드 있나?”
“룰브레이커스 선배님들 계시지 않나?”
후배 밴드들의 시선이 이 자리의 최고참에게 향했다.
“끄응.”
“으으으음.”
오늘도 부실한 어깨와 허리를 주물주물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고참 밴드, 룰브레이커스.
일반인들 사이에선 인지도가 낮을지 몰라도, 매니아들 사이에선 대한민국 밴드씬의 대표 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밴드였다.
“음?”
시선을 느낀 룰브레이커스에게 친화력 좋은 눈보라 밴드가 말을 걸었다.
“선배님~! 선배님은 이런 곳에서 공연한 적 있으세요?”
“아니… 우리도 제일 크게 한 게 장충체육관이어서.”
룰브레이커스의 기타리스트가 허리에 파스를 붙이며 말했다.
“다들 떨리는 게 정상인 거야. 우리도 펜타포트에서 처음 헤드라이너 섰을 때만큼 떨리는데 뭐.”
“으으으으.”
“어우우, 그나저나 삭신이 쑤셔서 죽겠다.”
바람만 불어도 뼈가 시리다는 부실 밴드의 말에 다들 웃픈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손목이…….’
‘손가락이 욱씬거려.’
저번 2라운드 미션에서 피드백을 받은 이후로 미친 듯이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처음으로 10팀 중에서 첫 탈락자들이 나올 시간이었다.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아.’
관객들은 이미 그들이 2라운드에서 불렀던 곡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오늘은 다시 그 곡을 보여 주어야 할 시간.
모두가 똑같이 심사위원들에게 피드백을 받은 상황에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면 올라갈 자격이 없었다.
“오늘은….”
나유타의 보컬, 백현성이 말했다.
“진짜 떨어지면 떨어지는 거네요.”
“그죠.”
절대 대중들에게서 운이 안 좋았네~ 같은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냥 부족해서 떨어진 것이 되리라.
모두가 긴장감 가득한 분위기 속에 잠겨 있을 때.
“어?!”
“어…!”
한 자리에 모여 있던 이들이 긴장한 채로 허리를 곧추세웠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들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기합이 잔뜩 들어 대꾸하는 이들의 모습에 우주가 작게 웃었다.
그런 우주의 뒤에 서는 4천왕까지.
아니, 구도를 보면 역대 최강으로 꼽히는 마왕과 전대의 마왕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들 많이 떨리시죠?”
“예!”
“저도 오늘 여기 오면서 문득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저희가 여기서 단독 콘서트를 할 때, 엄청 떨었거든요.”
뉴블랙 정도 되는 가수도 처음 이런 규모의 공연장에 오게 됐을 때는 떨었다는 모양이었다.
왠지 거리감이 조금 좁혀지는 느낌.
“저희의 첫 단독 콘서트였죠, 하핫.”
“…….”
거리감이 확 멀어졌다.
‘첫 단독이 핸드볼이라니… 떡잎부터 쌍떡잎이셨구나.’
‘우리랑 태생 자체가 다르구나.’
아이돌판이 밴드판보다 상황이 낫다고는 해도,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이 첫 콘서트를 핸드볼에서 연다는 것부터가 미친 일이었다.
“아마 지금 많이 떨리실 거예요.”
우주가 다시 말을 이어 가면서 다들 조용히 경청했다.
나이는 그들과 비슷하거나 어린 사람이다.
하지만 그들과는 아주 현격한 차이가 존재했다.
-정상에 올라선 자.
먼저 정상에 올라간 자가 그들을 향해 말했다.
“긴장되기도 하고, 무대에서 실수는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불안할 거예요. 무대를 하면서도 정신이 없을 거고요. 하지만 여러분께 한 가지는 약속 드릴 수 있어요.”
우주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공연이 끝나면 여러분은 더 이상 이 공연장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거예요.”
“…?”
아리달송한 말이었다.
누군가 손을 들었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오늘 생방송이 다 끝나고 나면 알게 되실 거예요.”
상대가 말을 마친 후, 심사위원들도 저마다 격려의 말을 한마디씩 했다.
그 속에서 가장 말주변이 좋은 아티 스튜어트가 헛기침을 하며 참가자들 앞에 섰다.
「다들 고생 많았네. 행색이 말이 아니군.」
메이크업 등으로 가리긴 했지만 피곤한 기색이나 지친 모습 등은 감춰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나이를 먹고도 매번 떨리는 게 무대라네. 그런 입장이니 딱히 조언해 줄 말은 없겠군. 하지만 나 역시도 한 가지는 말해 줄 수 있어.」
노신사가 참가자들을 둘러보았다.
「우리와 처음 만난 이후로 자네들 모두 비약적으로 성장을 거듭했네. 정말 믿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말이야. 솔직히 처음에는 써니의 말에 의문을 품기도 했네. 과연 이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상대의 입에서 방긋 웃음이 피어났다.
「정답은 Yes였네.」
「감사합니다!」
두 손을 모은 공손한 어투의 Thank you! 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아티 스튜어트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한 천재에게서 불씨를 얻어 왔네.」
「그….」
아니라고 말을 하려던 우주의 입을 글렌 데이비스가 손으로 텁 막으면서 웃음이 터졌다.
뺨을 씰룩이던 키보드의 황제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불씨를 자네들에게 전해 주었네. 아주 미약한 불씨였지만….」
거장들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들의 눈으로는 무언가가 보인다는 듯.
「아주 훌륭하게 피워 냈어.」
「…….」
왠지 모르게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칭찬에 대해 인색한 편이었던 전설들이 그동안 담아 두고 있었던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두려움이 느껴진다면 기억하게. 자네들의 뒤에는 우리가 있다는 것을.」
어찌 보면 광오한 발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상대는 그럴 말을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참가자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음악은 조금씩 달라졌어.’
거장들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고, 우주로부터 전체적인 프로듀싱에 대한 조언을 얻고, 엘리멘탈스의 무대를 보면서 깨우치고.
그야말로 일타강사의 족집게 과외 같은 수업을 거치면서 그들은 거인들의 지혜를 습득했다.
「혹자는 디 엑스 밴드라는 제목이 우리 엘리멘탈스를 의미하는 거라고 농담한다더군. 하지만 그건 틀렸어. 엑스 밴드는 우리가 아니라 바로 자네들이야.」
어느새 눈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는 참가자들.
그들을 향해 거장이 말했다.
「그러니 보여 주게. 자네들이 바로 엑스 밴드라는 것을.」
* * *
디 엑스 밴드의 첫 생방송 경연.
“흐어어.”
책자에 적힌 대략적인 녹화 일정을 살핀 방청객들이 침을 삼켰다.
“와… 5시간 실화인가?”
“그니까.”
실제 방송시간보다 몇 배는 더 긴 녹화 시간이었다.
진행 자체는 생방송이긴 하지만 무대는 어느 정도 사전 녹화를 미리 진행하는 모양이었다.
‘아마 실시간으로 생방송이 되는 건 결과 발표 때 즈음인가?’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보컬을 위주로 하는 경연이라면 큰 딜레이 없이 공연을 바로바로 이어 갈 수 있지만 밴드는 아니었다.
팀 하나가 끝날 때마다 또 세팅과 점검이 필요한 상황.
‘이러니까 밴드 경연이 잘 없구나.’
밴드 음악이라는 게 비주류이기도 하지만, 기존에 방송국들이 잘 시도하지 않은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정말 할 게 많았으니까.
지금도 엔지니어 등으로 보이는 스탭들이 바쁘게 무대 위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그렇게 슬슬 지루함을 느끼고 있을 때.
“어?”
공연장의 조명이 꺼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나오는 뜨거운 함성.
그 속에서 하이라이트 조명이 밝아 오르면서 환호성이 더 커져 갔다.
‘선우주다!’
이윽고 지금 세계 음악계를 들썩이고 있는 천재가 나타나면서 환호성은 절정에 달했다.
“선우주! 선우주!”
“선우주!”
다른 사람들의 환호에 같이 호응하는 방청객들.
[네, 안녕하세요. 여러분.]프로그램의 주최자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어느 좌석이든 무대가 가깝게 느껴지는 핸드볼 경기장인 만큼, 관객들은 우주의 미모를 보고 놀랐다.
“오오오….”
그런 반응에 상대가 웃었다.
[네, 오늘 <디 엑스 밴드>의 첫 생방송에 녹화로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녹화가 많이 길죠?]“네에!”
[그 부분에 대해 조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의 녹화 방식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본방송을 하기 직전에 생방송처럼 녹화를 해서 조금 늦게 송출을 한다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투표하고, 현장 관객들도 투표를 마쳤을 때.
합격자와 탈락자, 다음 미션 발표는 생방송으로 한다는 모양이었다.
[그럼 오늘 녹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러분! 호응 잘 해 주실 수 있죠?]“네에!”
[그럼 우렁찬 환호 부탁드리겠습니다.]“네에에에!!!!”
[…지호가 수백 명은 되는 느낌이네요. 감사합니다.]뉴블랙의 막내를 언급하는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우주가 마이크를 들고 외쳤다.
[자! 그럼 지금부터 본 녹화 시작하겠습니다!]본격적으로 녹화가 시작됐다.
주최자로 무대 위에 올라온 우주가 재치 있는 농담들을 하면서 오프닝을 열고, VCR이 흘러나왔다.
긴장한 얼굴로 제비뽑기를 뽑는 팀들.
저마다 환호하거나 아- 하고 탄식하는 분위기 속에서 1번을 고른 팀이 클로즈업됐다.
바로 눈보라 밴드였다.
[흑흑….]VCR 속에서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통곡하는 이들이 나오면서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막막해요!] [어떻게 저희에게 이런 일이…!]여고 밴드부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각 멤버들이 대학 실용음악과에 진학한 밴드.
아마추어 밴드지만, 그 실력 하나만큼은 프로에 뒤지지 않는 이들이었다.
“얘네 진짜 인기 많더라.”
“응응, 장난 아니던데.”
특유의 친화력 좋은 성격으로 프로그램 내에서 팬층이 급격하게 커진 밴드였다.
낯가림이 심한 밴드 참가자들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한데 묶어 주는 역할.
그러면서 눈보라 밴드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흘러나왔다.
[자네들이 만든 곡들은 제법 훌륭했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았어.] [죄, 죄송합니다!] [아니, 나는 죄송하라고 한 말이 아니고…. 락 밴드는 고개 숙이는 거 아니라니까!!]글렌 데이비스가 역정을 내는 장면에 잠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2라운드에서 기대 이하였다는 평을 받은 눈보라 밴드가 절치부심한 표정으로 다시 준비했다.
[처음부터 갈아엎었어요.]보컬, 리듬 기타를 맡은 리더인 차영이 노트북 앞에 앉아서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면서 연습을 시작한 멤버들의 모습이 흘러나온다.
[쓰읍, 아….]드럼을 치고 있던 멤버 홍서윤이 스틱을 떨어뜨린다.
손이 떨린다.
[야, 너 괜찮아?] [아 나 물집 터짐. 스읍… 아아.]카메라에 드러머의 손이 잡혔다.
‘세상에….’
‘어우…….’
연습을 어찌나 많이 했는지 손이 물집 터진 자국들과 밴드들로 얼룩덜룩하다.
당사자가 손을 탈탈 털면서 쿨하게 반응하긴 했지만 멤버들의 표정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얘가 손 피부가 약하거든요.] [그냥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 거야.]드러마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저번에 댓글 보고 좀 억울했거든요. 그립을 잘못 잡아서 그런 거다, 아직 아마추어라서 힘의 배분을 잘못하는 거다.]인터넷에서 본 댓글에 열 받았다는 모양이었다.
참가자들 중에서 유독 그런 댓글이 많이 달리는 두 밴드가 바로 눈보라 밴드와 액트원이었다.
하나는 어린 여성들이 주축인 아마추어 밴드라는 점이었고, 하나는 잘생긴 아이돌 밴드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물집.. 저건 솔직히 아직 테크닉이 부족한 거라고 밖에 볼 수 없겠네요. 아직 숙련도가 부족한겁니다
-아마도 서윤 양은 자신의 작은 체구를 커버하기 위해 스틱을 칠 때 힘을 과하게 주는 듯합니다
-필인이 좀 아쉽네요ㅠㅠㅠ 맛깔나지가 않는달까
얼마 안 가 당사자가 서울예대의 드럼 수석이라는 것이 공개되면서 잦아들긴 했지만, 여전히 고나리 댓글이 많은 밴드 중 하나였다.
[장시간 연습하다 보면 당연히 물집은 잡혀요. 마찰 물집이라고 하는 건데… 뭐, 굳이 설명해 봐야 변명처럼 들릴 거 같고.]눈보라 밴드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희가 무대로 보여 드리겠습니다.]독기 어린 무대로 연습하는 장면들이 흘러나오는 한편, 현장에서는 다시금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눈보라 밴드가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VCR이 재생되는 동안 각 멤버들이 자신의 악기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음?’
‘뭐가 문제가 생겼나?’
기타에 뭔가 문제가 생겼는지 무대로 올라오는 엔지니어들.
이펙터를 비롯해 다양한 기계를 점검했지만 뭔가 난처한지 자기들끼리 심각한 얼굴로 회의를 한다.
그 속에서 주최자인 우주가 다가온다.
뭐라고 사정을 설명하는 엔지니어들의 모습에 우주가 고개를 끄덕인다.
기술적인 문제인 만큼 우주가 딱히 뭔가를 해결해 줄 순 없겠지만, 왠지 모르게 이 자리의 최고 책임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느낌.
‘그치만 우주라고 이걸 뭐 어떻게 해결할 방법은…….’
바로 그때였다.
우주가 어딘가를 향해 손짓하면서 누군가 무대 위로 쇽- 하고 올라왔다.
“어어어어어!”
다람쥐처럼 작은 체구의 노인이 등장하면서 현장에 커다란 환호성이 터졌다.
‘글렌 옹이다!’
허연 수염에 허연 머리카락.
궁극기 [대선배 소환술]을 시전한 선우주가 반바지를 입은 노인에게 뭐라고 설명을 했다.
이윽고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 기타리스트가….
“음?”
손날로 기계를 탕탕탕 내리쳤다.
마치 죽도로 ‘머리! 머리! 머리!’ 하는 느낌.
“흐하하하핫!”
고장난 기계를 때리는 듯한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리고, 놀란 엔지니어들이 그를 만류할 때.
위오오오옹-
“음?”
“어?”
기타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