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745)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45화
레스토랑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리가 부탁한 이벤트가 약속대로 진행이 잘 됐다고.
“리혁이랑 가족들이 엄청 좋아했겠지?”
“그럴 거예요.”
서로 간에 전하지 못했던 진심을 이야기하고, 허심탄회하게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시간.
달밤의 레스토랑 아래 펼쳐진 가족들의 찐한 사랑과 전쟁.
다시 생각해도 멋진 계획이었다.
“음…….”
갑자기 고민을 하는 막내에게 물었다.
“왜 그래?”
“리혁이 형 돌아오면 어떤 식으로 생색을 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분명히 고마워할 거니까.”
“오… 그런 좋은 고민이.”
멤버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어떤 식으로 생색을 낼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삑.
“어?”
이 시간에 들려선 안 될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삑! 삑삐비빅! 삑!
도어락 버튼을 누르는 소리인데, 누가 누르는지는 몰라도 엄청 심통 맞게 누른다는 게 느껴졌다.
“누구…….”
사생의 기억 때문에 순간 움찔하긴 했지만 숙소 보안을 생각하고는 마음을 놓았다.
전설의 대도 정도는 되어야 여길 뚫을 수 있으니까.
대체 누가 이 시간에 들어오는 건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문이 벌컥 열렸다.
“……리혁아?”
리혁이가 현관에 서 있었다.
메인 보컬의 모습에 우리가 반색하며 쪼르르 달려갔다.
“엣헴.”
“음흠흠.”
지호와 중현이가 이벤트 생색을 내기 위해 헛기침을 할 때.
나와 비주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뒤로 물러섰다.
‘무슨 한기가…….’
‘리혁이의 광역 얼음 스킬….’
광역으로 서리를 뿜어내는 보스 몹.
호리호리한 형체 뒤로 어딘가 어둠의 오라가 물결치는 듯한 착시까지 보였다.
고오오오오오.
“형……?”
막내가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리혁이가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섰다.
“이…….”
현실의 악귀가 나타난다면 딱 저런 얼굴이지 않을까.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몸.
핏발이 선 눈.
그리고 입가에서 독가스처럼 뿜어내는 와인 냄새.
“형 취했어요?”
“그래! 취했다!”
리혁이가 현관에 들어오며 포효했다.
“이놈의 인간들…….”
“왜, 왜 그래여?”
“누가! 그딴 이벤트를 준비해서,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 가족들이 폭발하고, 사회가 무너지고오……!”
횡설수설하며 부들부들 떠는 메인 보컬.
그 순간 직감했다.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호가 하자고 했어.”
“우주 형이 하자고 주도했어요!”
“사실 김비주가 시킴.”
“김중현이 은근슬쩍 아이디어 제시했어.”
우애 좋게 책임을 회피해 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리혁이가 캬아악! 불꽃을 뿜었다.
“다 필요 없어! 이 인간들 내가……!”
그 순간.
분노를 토하며 달려오던 리혁이가 현관 턱에 걸려서 엎어졌다.
“어윽!”
중현이가 나서기 전에 내가 발끝을 내밀어 리혁이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고마워요. 미튜브.
“어푸푸푸!”
바닥에 닿기 직전 먼지만 들이켠 리혁이가 바닥에서 버둥거렸다.
노량진 수산시장 바닥에 실수로 떨군 광어처럼 펄떡대던 리혁이가 외쳤다.
“에이!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왜?”
벌건 얼굴로 취한 리혁이를 바라보며 쪼그려 앉았다.
좀 많이 취한 것 같아서 일부러 자상하게 웃으며 물었다.
“왜 그러는데? 뭐가 망하기라도 했어?”
“아니, 가족들이랑 평소처럼 좋게 식사하려고 했는데!”
“했는데?”
“분위기가… 갑자기 막 따뜻해지고 그러니까 속이 울렁거리고. 가족들이랑 진심 이야기를 해야 되니까 너무 부끄럽고!”
“그게 왜 부끄러워?”
“부끄러우니까!”
하찮게 발차기를 날렸지만 피했다.
버둥거리는 리혁이를 바라보며 동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평소처럼 소통 없이 밥만 먹으려고 했는데, 우리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게 되어서 엄청 부끄러웠다는데?”
“아…….”
리혁이가 꽥 외쳤다.
“그거 아니야!”
“아니야?”
“아니… 맞긴 한데…….”
그래서 서로 간에 따스하고 진심 어린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아 술의 힘을 빌리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딸꾹!”
“저거 딸꾹질까지 하네. 중현아.”
“네.”
“데려가라.”
그새 잠이 들었는지 쿨쿨거리는 리혁이를 중현이가 등에 업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걸 바라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눈을 멀뚱멀뚱 뜨며 리혁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비주와 지호.
“이쯤 되면 해피… 엔딩인가?”
“그런 거겠죠?”
그때였다.
딩동.
문자가 들어왔다는 알림에 핸드폰을 들어 보니 리혁이 어머님으로부터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덕분에 오늘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냈어요. 이벤트 덕분에 모두 함께 행복했습니다. Thank you.]“어머님은 문자 멀쩡히 보내셨는데요?”
“리혁이만 취했…….”
이라고 말한 순간, 그 아래로 똑같은 복붙 문자가 10개나 있는 것을 보며 동생들과 웃음을 터뜨렸다.
왠지 모르게 문자에서 진한 술 냄새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 * *
다음 날.
리혁이는 전날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내가 술에 취해서 뭐라고 했다고요?”
“응.”
“그런 기억이 없는데…….”
누가 봐도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본인이 ‘난 기억나지 않아’ 하는 컨셉으로 가고 싶어 하기에 모르는 척해 주기로 했다.
“부모님은 잘 들어가셨대?”
“네, 다들 호텔에 잘 들어갔대요. 오늘 아침에도 셋이 호텔 뷔페에서 밥 먹었다고 그러고.”
“아버님도 같이?”
“네. 뭐. 분위기 좋대요.”
자세한 사정까지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굉장히 좋은 모양이다.
말을 하는 리혁이의 표정도 은근히 밝았으니까.
“예인이만 LA 갔다가 우리 콘서트할 때 다시 들어올 거예요. 학교 일정이 있으니까.”
“아, 학생이었지.”
고개를 끄덕이며 일정표를 점검했다.
이번 달의 마지막 스케줄.
월드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서울의 피날레 콘서트가 토요일과 일요일에 예정되어 있었다.
공연 장소는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이번 앵콜 콘서트의 규모가 꽤 큰 탓에 이틀 전인 목요일, 오늘부터 리허설 장소에 미리 방문했다.
“크긴 크다.”
“와, 대따 크네요.”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거대한 글씨가 우릴 맞이했다.
[SEOUL WORLD CUP STADIUM]2002 월드컵에서 한국과 독일이 4강에서 맞붙었던 그때 그 장소.
최근 들어서는 우리에게 드림 콘서트 같은 합동 공연을 하는 장소 정도로 인식이 되는 경기장이다.
불현듯 1년차 때 드림콘의 출연자로 섰던 기억이 난다.
-이런 데서 콘서트 하면 기분 끝내주겠다….
-그러니까여. 우리도 언젠가 이런 데서 할 수 있겠져?
-그렇겠지.
그게 불과 3년 전.
얘네도 나랑 똑같이 기억을 하고 있을까, 하고 의문을 가지는데 막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우리 드림콘 때 리허설 하면서 그 얘기 했잖아요. 우리도 언젠가 이런 데서 단독 무대 하면 끝내줄 거 같다고.”
“기억하는구나?”
“형들이랑 한 이야기는 다 기억하죠.”
“듣기 싫은 건 빼고 좋은 말만.”
“넹. 좋은 말만.”
훈훈하게 웃어 주고는 잠시 상암동 경기장 내부를 살폈다.
수용 인원은 6만 명.
멤버들과 함께 좌석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야를 살폈다.
“음향은 고척보다 더 나은 거 같긴 한데… 확실히 시야는 잠실이 넘사벽이긴 하네.”
비슷하지만 좀 더 큰 규모인 잠실 주경기장보다는 시야가 좀 안 좋은 편인 거 같다.
아무래도 본질이 축구 경기장이니까.
하도 멀어서 팬들이 하느님 시점이냐고 부르는 하느님석까지 쭉 둘러보고는 공연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연습했던 것보다도 동선이 더 기네요.”
“상암이 좀 길쭉하더라고. 최대한 너희에게 맞춰서 스테이지를 세팅하긴 했다만…….”
“리허설하면서 또 맞춰 봐야죠.”
공연장이 길쭉한데 비해 무대는 끄트머리에 있는 까닭에 돌출 무대를 울타리처럼 만들었다.
중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두리 양식장 같네요.”
“수플레 양식장인가.”
빙 둘러진 무대를 통해 우리가 바쁘게 뛰어다니며 객석 곳곳과 소통을 할 예정이었다.
움직이는 무빙 스테이지도 이용하고.
빌보드나 VMA 때 탐냈던 미국의 최신 무대 장치들도 동원해서 최고의 쇼를 보여 줄 생각이었다.
“이번 무대는 정말 완벽해야 돼요.”
함께 무대를 만드는 감독님과 공연 스탭들에게도 강조했다.
“처음 미팅할 때도 말씀드렸지만 저희가 피날레 콘서트를 하는 취지는 가장 완벽한 공연을 보여 주기 위해서예요.”
피날레 공연을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작년에 일본 공연으로 해외 투어를 마무리 지었을 때 들었던 아쉬움 때문이었다.
공연도 일종의 스포츠다.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난다.
그래서 보통 투어 말미쯤 가면 정말 무대에 숙달이 되어 있어서 더 근사한 공연이 나온다.
무대가 완벽하게 몸에 익으니 관객들이랑 소통하기가 훨씬 더 수월해지는 것이다.
라이브의 퀄리티가 좋다는 전제 하에 콘서트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관객과 가수가 하나로 소통하고 공감하느냐의 여부다. 그러니 투어 막바지가 될수록 공연의 퀄리티가 좋아질 수밖에.
그런데 작년에 일본에서 투어를 끝내고 나니 뭔가 좀 그런 거다.
-뭔가 고기는 먹었는데 후식 냉면 먹기 전에 뚝 끊기는 느낌인데요.
-찌개 딱 나오려고 할 때 영업 종료.
우리의 첫 콘서트는 항상 한국이다.
물론 첫 콘서트도 풋풋하고 신선한 느낌이 있지만 본진인 한국에서 완벽한 공연을 보여 주고 싶은 욕심도 만만치 않게 있었다.
그러니 해결책은 간단하다.
서울에서 시작했으니 끝도 서울에서 낸다.
그런 취지로 준비한 우리의 이번 콘서트였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촬영하는 동안 콘서트 스탭들과 한 시간에 걸쳐 마무리 회의를 끝냈다.
“점검하러 갈까?”
“네.”
안전모를 쓰고 무대용 불꽃들을 점검했다.
첫 공연이 시작할 때 상암 경기장 전체에서 하늘로 불꽃이 쏘아 올릴 예정인데 이번에 미국에서 장비를 사 왔다.
슈퍼볼 하프 타임쇼에 쓰였던 장비라나.
“아아, 1번부터 10번까지 순차적으로 테스트 진행합니다.”
-수신 완료.
허공으로 쏘아 올려지는 불꽃이나 각종 무대 장치들을 확인했다.
와이어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관련 기술이 없어서 영국 쪽 장비랑 기술자들을 데려왔다.
“근데…….”
감독님이 이것저것 점검하더니 물었다.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만 아무리 봐도 이 공연은 적자 같은데. 6만 명이나 들어온다고 해도… 티켓 가격이랑 굿즈 판매까지 감안해도 이게 흑자가 안 날 거 같거든.”
“맞아요. 적자예요.”
플러스 마이너스해서 거의 0이 되는 공연이다.
그럼에도 하는 이유는 우리와 팬들, 그리고 회사 모두에게 있어서 플러스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득에는 단순히 금전적인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콘서트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짧게 설명해 줄 때, 막내가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재미있잖아요.”
감독님이 그 말이 맞다며 웃었다.
그렇게 무대 장소를 쭉 둘러보고는 리허설을 하기 위해 무대로 이동했다.
“참.”
감독님에게 물었다.
“이번 피날레 콘서트 게스트들은 상황이 어때요? 다들 지금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대요?”
“응. 내일 중으로 한국에 도착할 거 같아.”
아무리 무대 장치를 많이 샀다고 한들 6만 명이나 되는 인원이 온다면 적자가 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적자가 나는 이유.
그 이유는 이번에 초청하는 게스트들에 있었다.
* * *
다음 날. 인천공항.
출장을 위해 인천공항에서 티켓을 발권한 직장인 이덕훈이 출국장의 시간표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너무 비는데.’
와이프에게 공항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내고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인천공항의 안내 스크린을 살폈다.
“밥을 먹을 데가…….”
간단한 샌드위치 등을 파는 출국장에서는 먹을 곳이 없었다.
식사를 하러 가려면 4층 식당가를 가야 하는데 거긴 너무 본격적이고, 간단하게 먹으려면…….
“1층 가서 버거나 먹자.”
고개를 끄덕인 이덕훈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1층에 도착하자 그의 눈에 딱 들어오는 것.
‘어딜 가든 뉴블랙 천지네.’
아무래도 해외 관광객들이 입국하는 입국장이라 그런 걸까.
곳곳에 붙어 있는 면세점 광고에 뉴블랙이 하트를 그리며 관광객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국민 아이돌로 익숙한 가수들이지만 이럴 때면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다는 사실이 실감됐다.
‘이번에 LA 가면 뉴블랙 버거나 먹어 볼까.’
뉴블랙이 한국에 데려왔다는 미국의 햄버거 레스토랑을 가 볼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온 그의 눈에 노인이 하나 보였다.
“음?”
듬성듬성한 하얀 머리칼에 시리도록 푸른 눈을 지닌 노인.
복장이 한여름의 하와이안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만 아니었더라면 덤블도어처럼 보였을 만한 인물이었다.
키가 작고 호리호리하지만 뭔가 근육으로 꽉 찬 느낌의 노인.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이보게, 젊은 친구.」
「예?」
「실례지만 한 가지 뭐 물어도 되겠나?」
「아, 예.」
길이라도 물어보는 건가 싶었을 때, 노인이 손가락으로 벽에 붙은 광고를 가리켰다.
「저기 저 소년들 말이야.」
「아! 뉴블랙이요?」
「이 나라에서 많이 유명한가?」
이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명한 수준이 아니라 우리나라 연예계의 심볼 같은 존재예요. 한국의 마스코트.」
「호오.」
노인이 눈을 빛냈다.
「그렇다면 부자겠군?」
「그…렇겠죠?」
올해 인당 백억은 벌었을 거라는 이야기가 도는 가수들이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뉴블랙은 상위 0.1퍼센트의 연예인이 아니라 말 그대로 하나뿐인 원 앤 온리 포지션이니까.
그 말이 인상 깊었는지 노인이 중얼거렸다.
「그런데도 나한테 돈이 없다고 했단 말이지……. 다시 생각해도 괘씸하군.」
혼자 중얼거리던 노인이 쾌활하게 웃었다.
「아무튼 감사하네!」
「아. 예.」
용건이 끝났는지 다시금 광고판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노인을 돌아보며 그가 햄버거 가게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그때.
우뚝.
“……?”
방금 전까지 보았던 노인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수염 때문에 가려져 있었는데 어딘가 익숙한 얼굴.
우뚝 멈춰 서 있던 이덕훈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시발.’
누군지 떠올랐다.
지산 밸리나 인천 펜타포트에도 매년 찾아갈 만큼 락 음악을 좋아하는 그가 못 알아볼 수 없는 인물!
‘글렌 데이비스였어!’
호주의 락 밴드 데블 그릴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활동했던 전설적인 락 밴드의 기타리스트!
“이… 익스큐스 미!”
그가 몸을 돌려 번개처럼 달려갔다.
고개를 갸웃하는 노인에게 그가 물었다.
「다, 당신 혹시 글렌 데이비스인가요?」
「오? 나랑 구면인가?」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기타리스트의 전설이신데…….
멍해지는 그의 표정에 농담이라고 웃던 노인, 글렌 데이비스가 그의 요청에 흔쾌히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는 몰랐지만 멀찍이서 요인 경호를 하듯 대기하는 경호원만 열 명이었다.
이덕훈이 물었다.
「한국에는 어떤 일로 오신 건가요?」
「음.」
노인이 짓궂게 웃었다.
「관광이라네.」
하지만 관광이라고 하기에는 누가 봐도 스탭 같은 인물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이덕훈의 가슴이 설레게 시작했다.
‘한국에서 대체 무슨…….’
그런 생각을 하던 이가 금세 시무룩해졌다.
어차피 출장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SNS에다 올려야지.’
이윽고 그가 SNS에 ‘인천공항에서 글렌 데이비스를 봤다!!’ 하며 인증샷을 올렸다.
* * *
SNS에 어느 직장인이 호주의 전설적인 스타를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올라올 때.
얼마 안 가 한국의 인터넷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나 지금 한강인데 헤일리 블루 봄](한복을 입고 가족들과 나들이를 하는 헤일리 블루.jpg)
언니 여기 왜 있어요
미국의 유명 스타인 헤일리 블루.
요즘에는 뉴블랙과의 콜라보로 인해 한국에서 더 인지도가 높아진 스타의 목격담이었다.
남편과 딸내미를 데리고 부대찌개를 먹었다더라. 한강변에서 연 날리며 놀더라. 경복궁 경회루 앞에서 사진 찍더라 등등.
-왜 왔지????
-왜 온 거래??
-한복 찍고 경복궁 투어 도는 김헤일리씨
-한국잘알 ㅇㅈ
-딸이랑 같이 비녀 끼고 있는 거 너무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
-애기한테 비녀해도 괜찮은 거 맞나;
사람들의 관심사는 대체로 비슷했다.
‘왜 왔지?’
오프라인에서 헤일리를 마주친 이들도 그 질문을 했다.
「한국에 왜 온 거예요?」
「오면 안 돼?」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 하고 납득하는 한국인들.
하지만 그래도 궁금함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에게 헤일리 블루가 머리카락을 넘기며 새초롬하게 말했다.
「관광하러 왔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때였다.
헤일리 블루와 글렌 데이비스에 비하면 인지도가 좀 떨어지는 편이지만, 또 다른 이들의 목격담이 들려왔다.
[나 노스탤지어 뮤지컬 캐스트들 목격함]뮤지컬 관련 커뮤에 올라온 글.
뉴블랙이 OST를 맡은 바 있는 영화 ‘노스탤지어’를 다시 최근에 뮤지컬로 각색한 브로드웨이의 유명 뮤지컬.
작년도 브로드웨이의 최고 히트작이었던 뮤지컬의 주연 일부를 목격했다는 이야기였다.
그쯤 되자 예리한 이들이 뭔가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
-저 할배가 누군데? 유명함?
-호주 국민 스타임. 저번에 뉴블랙 리얼리티에서 버스킹 같이 함
은퇴한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헤일리 블루 또 왔네
-저러고 또 일본가줬으면 좋겠당 힛
-뉴블랙이랑 콜라보한 뒤로 되게 자주 오네; 신기하다
빌보드 탑을 찍은 가수.
-노스탤지어면 우주선이 ost만든 그거 아님?
-ㅇㅇ
-저번에 가서 뮤지컬 캐스트 데리고 녹음도 함
브로드웨이 최고의 뮤지컬 배우.
그리고 왜 왔냐고 물어볼 때마다 ‘관광하러 왔다’며 둘러대는 똑같은 대답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뉴블랙인데, 공교롭게 뉴블랙의 공연이 내일 예정되어 있었다.
“……!”
한국인들의 눈이 커졌다.
‘이거 설마……!’
‘미친!’
‘지금이라도 표 구해 봐야 하나?’
눈치를 챈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실시간 검색어가 폭발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