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747)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47화
VCR이 끝나면서 현장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10… 9…]숫자 1이 딱 끝났을 때.
피융!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불꽃들이 하늘 높이 쏘아 올려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이윽고 전광판에 뜬 최애의 얼굴에 함성이 더욱더 커지기 시작했다.
‘얘들아!’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흰 티셔츠에 붉은 재킷을 걸치고 있는 우주였다.
색이 들어간 노란 선글라스를 써서 팝스타와 같은 느낌을 온몸으로 물씬 풍기고 있는 최고의 미남.
오뚝한 콧대 위로 올라온 선글라스 뒤편으로 맑은 눈동자가 선명히 보였다.
-수플레!
마이크를 든 미남이 웃으며 외쳤다.
-준비됐어요?
함성으로 답하는 팬들.
리더와 마찬가지로 컬러 선글라스를 쓴 멤버들이 팬들에게 호응을 유도하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더를 중심으로 모이더니.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수플레들에게 익숙한 전주가 흘러나오면서 비명이 터졌다.
엇박으로 시작되는 밴드 드럼과 국악 연주자들의 악기 소리.
바로 도깨비였다!
‘오프닝부터 미친다. 진짜.’
도깨비 특유의 엇박이 강조되는 춤을 추면서 돌출 무대로 나오기 시작하는 뉴블랙.
곧이어 댄서들도 우르르 올라와 같이 춤을 추면서 흥이 배가됐다.
흰 셔츠에 청량한 느낌의 청재킷을 걸친 메인 보컬이 엇박의 춤을 살리며 손을 이마 위로 올렸다.
길을 잘못 들었나
그랬군
맑고 청량한 목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잘못된 시간에 깨어났나
그랬군
선글라스를 살짝 치켜 올리며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팬들이 이어질 한마디를 기다렸다.
메인 보컬 곁에서 익살맞게 웃던 멤버들이 마이크를 들었다.
그럴 수 있지
다 같이 ‘그럴 수 있지!’ 하며 환호성으로 답하는 팬들.
그 호응이 너무나 좋았던지 무대를 하는 멤버들의 입가 위로 숨길 수 없는 웃음이 드러났다.
곧이어 후렴을 앞두고 멤버들이 각기 다른 방향의 객석을 향해 다가갔다.
‘중현이다!’
짙은 컬러의 하와이안 셔츠를 넣어 입은 중현이 늘씬한 체구를 뽐내며 다가온 것이다!
저마다 다가온 멤버들에게 환호성을 보내는 가운데.
마침내 기대하던 후렴구가 흘러나왔다.
가비 가비 돗가비
오도까비
물결 치듯이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멤버들의 춤사위에 수플레들도 제자리에서 응원봉을 덩실덩실 흔들었다.
그야말로 사방이 도깨비 춤판이었다.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인 관객들도 그들에게 익숙한 춤을 따라 하며 즐겁게 어깨를 튕기며 웃었다.
돌출 무대 정중앙에선 댄서들이 도깨비 춤판을 벌이고, 각 객석 앞으로 흩어진 멤버들이 흥을 돋우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경기장이 들썩일 만큼 거대한 환호와 함께 뉴블랙의 피날레 콘서트가 드디어 막을 올렸다.
* * *
“후아…….”
오프닝부터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숨이 벅차면서 눈앞이 새하얀 것이 100미터 달리기를 질주한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기분은 최고로 좋았다.
“와아아아아아아-.”
내 온몸이 떨릴 만큼 커다란 함성.
마이크를 들고 웃었다.
-이게 상암이네요.
우릴 보러 오기 위해 6만 명이나 한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이 이제야 실감이 난다.
말로만 6만, 6만 그랬지.
실제로 보니 이런 장관이 없었다.
-감독님, 잠시 경기장 전체 뷰 보여 주실 수 있나요?
곧 전광판에 경기장 전체를 꽉 채운 관중들의 모습이 나타나면서 환호성이 더 커졌다.
동생들과 함께 잠시 등을 돌려 우리도 그 모습을 구경했다.
-진짜 대박인데요.
-사람 진짜 많다아…….
전광판을 바라보며 멍하니 감탄하는데 관중석에서 행복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뭐야. 무슨 일이에여?!
-무슨….
이윽고 비주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컬러풀한 재킷을 벗은 비주가 티셔츠 차림으로 땀을 훔쳤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멋져 보였던 모양이다.
막내가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뭐야. 비주 형이 겉옷 벗었다고 그런 거예요? 정말로?
흐음 하던 막내가 우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형들.
-우리도 벗자.
하지만 우리가 재킷을 벗었을 때는 웃음으로만 답해 주는 못된 수플레들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눈 한 번 흘겨 줬을 텐데.
오늘은 뭘 봐도 귀엽다.
아. 너무 귀여워.
-흐하하하핳.
진중하게 웃으려고 하는데 자꾸만 바보 웃음이 나온다.
-이야. 너무 좋다! 그죠?
“네에에에에에-!”
-여러분도 저희만큼 행복하신가요? 진짜 제가 느끼는 이 기분이 케이크라면 잘라서 나눠서 드리고 싶어요.
헤벌쭉 웃는데 옆에서 누군가 흥을 깼다.
-그러려면 6만 개의 조각이네요.
-중현아.
-들어갈게요. 들어갈 거니까 중현이 형 부르지 마.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색색의 빛으로 물결치는 달봉이를 바라보며 웃다가 마이크를 들고 동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숨은 좀 돌렸니?
-네.
-그럼 이제 정식으로 인사드리자. 자, 하나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다 같이 손을 잡고 꾸벅 허리 숙여 인사하자 환호가 돌아왔다.
이어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후.
오늘 피날레 콘서트의 취지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비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저희가 작년에 엄청 아쉬웠거든요. 첫 콘서트를 서울에서 하잖아요? 그런데 봄에 시작을 하니까 하반기에 나오는 곡들은 보여 드릴 수가 없는 거예요.
이번에도 피날레 콘서트가 없었다면 수플레들은 메트로 같은 곡을 내년 콘서트에서 보게 됐을 것이다.
물론 음방에 나가긴 했다.
하지만 투어 후반부 국가들의 팬들이 메트로를 콘서트로 볼 때 국내 수플레들은 못 보는 거니까.
비주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게 일차적인 아쉬움이었고, 이차적으로는 더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우리의 테마는 언제나 ‘성장’이다.
저번보다 더 발전된 우리.
그것을 보여 주고자 한다는 말에 수플레들이 꺄아아 귀엽게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지호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올해 저희가 해외 공연이 많았잖아요? 빌보드 무대에서는 블루문을 했고, VMA에서는 메트로 했고… 그런 해외 무대들을 볼 때마다 다들 그런 생각 하셨을 거 같은데.
막내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거 진짜 현장에서 보고 싶다.
팬들이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운을 띄운 막내가 내게 눈짓하며 순서를 넘겼다.
-네. 그런 의미로 이번 2017년 월드 투어 피날레 콘서트의 테마는 바로 ‘리플레이 2017’입니다!
-따단!
동생들의 호응에 맞춰 전광판에 [RE-PLAY 2017]이란 자막이 다시 떴다.
-1월 달에 나온 도깨비부터 시작해서 며칠 전 한국 시리즈까지! 그야말로 올해 뉴블랙의 모든 순간을 지금 이 자리에서!
“크와아아아아아악!”
-다시 보여 드리겠습니다. 다들 준비되셨나요?
방방 뛰는 수플레들을 향해 마이크를 내밀었다. 곧이어 거대한 함성이 스피커로 밀려 들어온다.
그 소리의 물결을 즐기며 스탭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럼 바로 다음 곡으로 가 보겠습니다!
* * *
“타고났군.”
대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글렌 데이비스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의 비서가 물었다.
“누구 말씀이십니까?”
“전체적으로 다. 공연 쪽으로 감이 타고났어.”
한국어라서 뭐라고 말하는지는 하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환호나 표정 같은 비언어적인 반응들이 더 눈에 띄었다.
관객들을 열광시킨 아이돌을 보며 글렌 데이비스가 말했다.
“저런 건 타고나야 가능한 거거든. 라이브는 단순히 노래 실력만 필요한 게 아니야.”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능력.
관객들이 원하는 점을 본능적으로 꿰뚫어 보고 그들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무대 장악력.
어찌 보면 종교와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이 바로 공연이었다.
무대 위에서 방방 뛰며 객석을 흔들었다 놨다 하는 지호를 웃으며 바라보는 노인.
‘데이비스 씨가 이러는 건 오랜만에 보네.’
비서가 TV 속에서 신명나게 춤을 추는 가수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보기엔 그냥 보이밴드 같은데 공연 업계 대가의 눈으로 봤을 때는 뭔가 다른 모양이다.
물론 그냥 립서비스성 발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글렌 데이비스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저희 어떤가요? 존경하는 데이비스 님.
10년 전인가 인기를 끌던 호주의 락 밴드가 글렌 데이비스에게 평을 요청했던 일이 있었다.
-쓰레기 같은 음악을 하는군. 음악도 음악이지만 일단 자네들은 무대에 재능이 없네.
그다음 해에 락 밴드는 앨범 수록곡으로 ‘F**k You, Glenn’이라는 곡을 넣었다.
그만큼 빈말이라곤 안 하는 사람이었다.
수염을 기른 이유도 젊은 시절 얼굴에 생긴 흉터들을 감추기 위함인데, 대부분 젊은 시절 성질을 못 이기고 안티들이랑 치고 박다가 생긴 것들이었다.
그런 역사를 생각하며 비서가 조용히 웃을 때였다.
“자네는 어떤가?”
“예?”
“저 친구들 퍼포먼스 말이야.”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저 중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비서가 TV 속에서 마이크를 객석으로 내미는 미남을 가리켰다.
“저 친구요. 우주.”
“역시.”
“무언가… 반짝이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다른 동료들 사이에서도 더 반짝거리고 있었다.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태양계처럼 그를 중심으로 다른 별들이 함께 반짝이고 있다.
글렌 데이비스가 흥미롭다는 눈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가.”
무대를 활보하는 이의 부친을 떠올리며 그가 조용히 웃었다.
‘재미있구만.’
이제는 은퇴해서 누가 부른다고 해도 귀찮아서 안 가는 편이었다.
사실 이번 뉴블랙의 게스트 요청도 평소라면 귀찮아서 안 했겠지만 상대와의 인연이 마음에 걸렸다.
과거 저 청년의 아버지에게 몇 번 정도 개인적인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으니까.
그런 점도 신경이 쓰인 차에 공연 인원이 6만 명이란 말에 흔쾌히 승낙했다.
‘요즘에는 보기 드문 숫자지.’
모스크바에서 백만 명과 함께 한 과거의 콘서트를 떠올리면서 잠시 현장의 열기를 즐겼다.
“슬슬 올라가 볼까.”
반바지 위로 뉴블랙 콘서트 굿즈 티셔츠를 걸친 노인이 매니저가 건네주는 기타를 목에 걸었다.
스르르르릉.
일순간 표정이 변한 연주자가 기타 현을 튕기면서 대기실 내부의 인원들이 설렘에 부풀었다.
‘데이비스 씨의 공연이다.’
어느 작곡요괴가 들었다면 아름다운 색이라고 평했을 소리를 가볍게 튕겨 만들어 낸 글렌 데이비스가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가 보실까.”
* * *
“어어어어!”
“저 사람 유명한 사람이라면서!”
무대 위로 글렌 데이비스가 올라오면서 수플레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역시!’
그가 무대에 올라오기 전 마지막까지도 반신반의하고 있던 팬들이었다.
진짜였다니.
‘무슨 전설의 거장이라던데!’
락 음악 팬들이 들었다면 ‘그냥 거장이 아니고…!’ 하면서 피를 토했을 만한 생각이었다.
뉴블랙과 가볍게 포옹을 하며 웃은 글렌 데이비스가 기타를 멘 채 손을 흔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앙!”
어쨌든 우리 애한테 잘해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
좋은 사람에겐 환호와 빵으로 가득한 천국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수플레의 율법이었다.
열렬한 환호에 노인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Thank you, Korea. 감-사합니다.
그가 웃으며 말하는 동안 전광판에 자막이 깔렸다.
-제가 마지막으로 이 나라에 왔을 때가 99년도와 02년도였던 것 같군요. 월드컵을 보러 오기 위해 왔었죠. 호주가 예선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 갔지만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어처구니없이 탈락했던 그 월드컵을…….
그의 슬픈 미소에 모두가 웃었다.
-그때도 참 3년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번에도 어마어마하게 바뀌었더군요. 참으로 다이내믹한 나라인 것 같습니다.
그 뒤로 한국에 대해 좋은 말을 해 주던 기타리스트가 멘트 마무리 즈음에 시선을 돌렸다.
노인이 우주와 졸개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이곳에 초대해 줘서 고맙네. 이곳에 있는 모두의 앞길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검지와 새끼만 펴는 락 밴드 손가락 제스처를 보여 주는 인물에게 수플레들이 또 한 번 환호를 보냈다.
멤버들이 마이크를 들고 대선배의 곁에 모여드는 동안, 팬들의 시선이 다소 앙상해 보이는 노인에게 갔다.
‘아무리 봐도 할아버지인데.’
…라고 생각한 순간.
어쿠스틱 기타의 현이 부드럽게 튕기면서 마법 같은 소리를 자아냈다.
대가는 대가다, 하는 말이 떠오른다.
‘우주 광대 봐.’
좋은 소리에 대해 번뇌와 집착이 강한 작곡 요괴가 뺨을 씰룩이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곧이어 시작된 노래.
뉴블랙이 호주 리얼리티에서 버스킹으로 불렀던 가수 에일로의 ‘My Sunshine’이 고스란히 재현됐다.
수플레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너무 좋다.’
분명 이곳은 호주가 아닌 서울의 가을이지만.
어디선가 풀벌레 우는 소리와 함께 한가로운 공원의 버스킹 소리가 귓가를 촉촉하게 적시는 느낌이다.
“우아아아아아앙!”
몰캉몰캉한 환호를 터뜨리며 기뻐하는 팬들.
이제 무대를 내려가야 할 기타리스트에게 박수를 쳐주며 보내려고 할 때였다.
“음?”
아직 끝이 아니라는 듯 버스킹 메들리의 마지막 곡이 끝나면서, 글렌 데이비스가 기타를 바꿔서 착용했다.
일렉트릭 기타였다.
-여러분.
중현이 흐뭇하게 웃으며 물었다.
-이대로 보내드리긴 너무 아쉽지 않나요?
“네-!”
-글렌 데이비스 선생님을 모신 김에 저희가 데블 그릴스의 곡을 커버해 보려고 합니다. 호응 잘 해 주실 거죠?
어떤 노래가 나오든 흥얼거리며 얼버무릴 수 있는 능력.
모든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이윽고 글렌 데이비스가 일렉기타 위로 손을 촤르륵 튕기면서 객석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미친.’
간단하게 지이잉- 하고 연주하는데도 몸이 울린다.
손가락을 놀려서 몇 번 정도 감을 되찾은 글렌 데이비스가 오늘 콘서트의 밴드에게 시선을 보낸다.
밴드 드러머와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등이 기절할 것 같이 행복한 얼굴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호쾌한 기타 리프가 이끄는 곡.
“와아아아아아아-!”
두 팔을 펼치며 호응을 이끌어 낸 기타리스트가 연주를 즐기는 가운데 마이크를 든 멤버들이 박수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수플레들이 신명나게 손뼉을 쳤다.
이어서 리드 보컬과 메인 보컬이 함께 노래를 시작하면서 팬들이 눈을 크게 떴다.
‘어? 어어?’
이거 아는 노래인데.
정확히 제목이나 가사는 모르지만 옛날 음악 중에 한 번쯤 흥얼거려 보았던 음악이었다.
어디 영화에서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어둠 속에서 꾸물꾸물 기어 나와
샷건을 손에 쥐었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는 노래답게 다들 흥얼거리며 응했다.
이윽고 후렴구의 떼창까지.
처음에는 웃으면서 가볍게 기타를 튕기던 연주자가 그 호응에 점차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거의 돌출무대 끝에서 끝까지를 달리며 기타를 튕기는데 그야말로 광인이 따로 없었다.
‘신나한다! 신나한다!’
가수들이 관객들을 어떻게 즐겁게 만들지 전문가라면, 팬들은 팬들대로 가수를 흥겹게 하는 노하우가 있었다.
절묘한 타이밍의 박수.
적절한 환호성.
눈을 마주치며 떼창 불러 주기.
가족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은 강아지가 광란의 춤을 추듯이, 글렌 데이비스가 기타를 연주하며 날뛰었다.
“와아…….”
땀까지 흘릴 정도로 명연주가 끝난 후.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호응에 웃던 글렌 데이비스가 마이크를 들었다.
-나… 나 호주로 안 돌아갈래.
관객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어르신 내려가셔야 한다는 말에 글렌 데이비스가 관객들을 향해 미련 가득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가셔야 돼요. 글렌.
-나… 나…….
꽁트를 하듯 주고받는 뉴블랙과 원로 음악인.
노인이 물었다.
-내년에도 불러 줄 거지?
-그럼요.
-손목을 걸고 약속하게.
-리혁이의 손목을 걸게요.
-뭐? 나?
관객들이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원로 음악인이 눈을 찡긋하며 내려갔다.
마지막까지 완벽한 마무리였다.
모두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딱 한 사람을 빼면.
“Ah, Sibal…….”
끝내주는 공연을 선보인 이들을 바라보며 헤일리 블루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 * *
수플레들에게 있어 피날레 콘서트의 첫날은 그야말로 행복 파티였다.
2017년도에 직접 못 봤던 해외 공연들.
거기에 해외 패션 위크는 물론이고, 우주가 만든 스칼렛의 곡을 뉴칼렛이 되어 커버하기까지!
공연장의 불꽃과 폭죽!
어마어마한 게스트 라인업!
-안녕! 서울! 존나게 좋은 밤이야. 너희를 수플레에서 탈퇴시키고 블루머로 만들기 위해 찾아온 난 헤일리 블루!
“우우우우우!”
-우우우? 지금 나한테 우우우 한 거야?
“헤일리! 헤일리!”
새초롬하게 웃는 푸른 머리카락의 가수.
-너네 사람 좀 조련할 줄 아는구나. 그럼 다들 귓구멍을 열고 내 무대에 감탄할 준비나 해.
블루문 무대를 선보이고는 듀엣을 하고 내려간 톱스타의 열창에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그뿐 아니라 노스탤지어의 주연들까지 나와 영화 속 한 장면을 재현했던 것도 명장면이었다.
보통 콘서트가 끝나면 허한 느낌으로 멍하니 있기 마련인데.
“아까 노스탤지어할 때 애들 진짜 미쳤더라.”
“리혁이는 헤일리 블루랑 목소리 합이 진짜…….”
“마지막에 불꽃놀이 할 때는…….”
오늘 공연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한 트럭이었다.
오프라인에서 막 공연을 보고 나온 팬들이 그 정도였으니 온라인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오늘 헤일리 블루 직캠] [역대급 게스트 라인업 + 역대급 라이브 보여 준 오늘자 콘서트] [지금 해외 락 팬들 난리남]어디선가 나타난 국뽕 미튜버들까지 가세하면서 뉴블랙의 콘서트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더 높아졌다.
‘아. 진심 보고 싶다. 너무너무 보고 싶다.’
뉴블랙이 역대급 공연을 펼쳤다던데!
게스트 대박이라던데.
노스탤지어 영화 장면도 재현했다던데.
“으아아…….”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너희만 좋은 거 보냐고 눈물을 흘리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도착했다.
-[단독] 뉴블랙 피날레 콘서트 2일차, 채널 NBS에서 생중계된다.
뉴블랙과 레몬 엔터가 노를 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