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leashed and Talent Explosion RAW novel - Chapter 402
방출되고 재능폭발 402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도깨비시장이라고도 불리는 스프링캠프에선 매년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팀에 새로 합류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입성을 노리고 비지땀을 흘리는 이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기회를 겨우 잡은 선수들도 있었다.
십수 년간 메이저리그 여러 구단을 돌아다니는 저니맨, 20대 전부를 트리플A에서 보내다가 초청자격으로 빅리그 캠프에 합류한 이들.
이제 갓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해서 활약할 시기를 꿈꾸는 이들까지.
다양한 선수들이 모인 이곳에서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훈련에 전념했다.
뻐어억-!!
뻐어억-!!
하지만 모든 이가 기회를 얻기 위해 찾아온 건 아니었다.
“휘유, 다들 열정적이네.”
“그러게 말이야.”
“초반부터 제대로 힘을 쓰는데?”
이미 팀에서 붙박이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캠프는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이미 로스터에 드는 건 확정이었기에 초반부터 열을 올리지 않았다.
“세베리노, 이번에는 몸을 제대로 만든 거 같네.”
“작년에 우승도 했으니. 올해도 제대로 해봐야지.”
“흐흐, 하긴 우리 집에서도 벌써 이번 시즌에 대해 기대를 하더라고.”
“맞아. 거기다 단장이 올해 연봉을 대폭 인상해 줘서 덕분에 집에서 왕이 된 기분이라니까.”
라스베가스 럭키즈는 작년 시즌을 우승하면서 단번에 강팀으로 성장했다.
만년 하위권을 머물던 그들이 우승하면서 구단주인 쉘던은 막대한 자본을 풀었다.
기존 선수들의 연봉을 큰 폭으로 상승시켜 준 것은 물론이거니와 시설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덕분에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새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럭키즈의 스프링캠프는 다른 팀들보다 더 뜨겁군.”
그리고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양 PD였다.
그의 주위에는 촬영팀이 럭키즈 선수단을 찍고 있었다.
“작년에 우승하면서 엄청난 보상을 받았으니까요. 대부분 재계약 대상자들은 연봉이 적게는 30퍼센트에서 많게는 200퍼센트까지 올랐다니까요.”
“FA도 아닌데. 그 정도 올랐으면 정말 많이 올린 거지.”
“맞아요. 정말 이례적이라고 기사에도 나왔잖아요.”
자신의 수족과도 같은 김혜연 작가의 말에 양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 불펜에서는 한정우 선수가 딱 버티고 있으니까, 선수단의 분위기도 매우 좋아.”
“한정우 선수는 정말 독특한 거 같아요. 뭔가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는 아닌데. 편안하게 선수들을 리드하잖아요.”
“그게 가장 큰 장점이지. 럭키즈는 이번 시즌도 기대되겠어.”
양 PD의 말대로였다.
메이저리그 유수의 언론들은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팀으로 럭키즈를 꼽았다.
이는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아무리 작년에 우승했다지만, 럭키즈는 만년 꼴찌를 도맡아 하던 팀이었다.
그런 팀을 수많은 언론에서 우승팀으로 꼽는다니 말이다.
“한정우가 있으니까, 기대될 수밖에 없긴 해요.”
김혜연 작가의 말대로 럭키즈가 기대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정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존재는 마치 미국의 채권처럼 가장 안전한 자산이나 마찬가지였다.
“자, 다들 잘 찍으라고 올 시즌이 끝나고 프로그램에 쓰일 자료니까 말이야.”
“예!”
바쁘게 움직이는 선수들만큼 양 PD 역시 누구보다 바쁘게 선수들을 촬영하며 시간을 보냈다.
* * *
로버트 감독은 불펜에서 정우의 피칭을 지켜봤다.
뻐억-!!
뻐억-!!
그가 공을 던질 때마다 어마어마한 소리가 불펜에 울려 퍼졌다.
단순히 소리만 좋은 것도 아니었다.
“매번 공을 던질 때마다 90마일 중반은 가볍게 넘기는군.”
로버트 감독의 말대로 정우가 공을 던질 때마다 전광판에 찍히는 숫자는 95마일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올리버 투수코치 역시 그런 로버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시범경기까지 제법 시간이 남았는데도 벌써 피치를 올리고 있는 게 놀랍네요.”
“더 놀라운 건 저게 전력이 아니라는 거지.”
“정말 놀라운 구속입니다. 저 몸에서 저런 구속이 나온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정우의 체격은 메이저리그에서 언더사이즈에 속했다.
그런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저 녀석 덕분에 체격이 구속의 전부가 아니라는 게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 그래서 야구의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 더 많아졌어.”
“정말 스타 그 자체네요.”
올리버의 말에 로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연습경기가 언제지?”
“이주 뒤입니다.”
“그래. 거기에서 녀석을 마운드에 올리자. 3이닝 정도 던지게 해서 서서히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지.”
“알겠습니다.”
새로운 시즌을 위해 박차를 가할 시간이었다.
* * *
선수들은 훈련이 끝나면 지친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걸치거나 같이 식사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정우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빠아아아아!!”
“어이구, 우리 공주님!”
바로 집에서 공주님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왔어?”
“응. 오늘 몸 상태는 좀 어때?”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공주님인 정연이를 품 안에 안아 올린 채, 한 손으로는 소연의 허리를 감싸며 물었다.
“이제 제법 안정적이야. 입덧도 조금 덜해졌고.”
“그거 좋은 소식이네. 당신 입덧 때문에 언제나 힘들어했잖아.”
“응. 그래도 이번에는 두 번째라서 그런지 입덧이 많이 괜찮아졌어.”
소연의 배는 이제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입덧이란 지옥이 시작됐다.
정연이를 임신했을 때도 그녀는 입덧으로 고생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럴까 봐 마음을 졸였던 정우였다.
하지만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니 안심할 수 있었다.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난 아이스크림!!”
손을 번쩍 들고 말하는 정연이를 보며 정우가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이따 밥 먹고 우리 공주님은 아이스크림 먹자.”
“응!”
“여보는?”
“음…… 딸기 먹고 싶은데. 지금 시간에 구할 수 있을까?”
“물론이지. 내가 가서 사 올게.”
“아니야, 이따 밥 먹고 다녀와도 돼.”
“금방 다녀올게. 가는 김에 정연이 먹을 아이스크림도 사 올게.”
“오예~”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정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정우가 호텔을 나섰다.
호텔 주변에 작은 마켓이 있긴 했지만, 과일을 사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나가야 했다.
정우는 직접 차를 몰고 대형마트로 향했다.
‘이제 곧 네 식구가 모이겠네.’
혼자 시작했던 미국 생활이 어느덧 둘이 되었고 정연이가 태어나면서 셋이 되더니 이제 넷이 되려 하고 있었다.
‘내가 애가 둘이나 생기다니.’
아직도 쉽사리 믿기지 않는 사실이었다.
한때는 인생이 어찌 될지 몰라서 조마조마하게 살아가던 자신이 이제는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있다니 말이다.
“이게 행복이지.”
정우는 미소를 지으며 운전에 집중했다.
* * *
정우의 훈련은 계획대로 단계를 밟아갔다.
“오늘은 시뮬레이션 투구다.”
“예.”
불펜피칭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린 그는 곧 시뮬레이션 피칭으로 나아갔다.
시뮬레이션 피칭은 타자를 세워두고 공을 던지는 걸 의미한다.
경기는 아니었지만, 타자가 타석에 있기에 조금 더 실전에 가까운 피칭을 할 수 있었다.
“패스트볼.”
감독의 외침과 함께 정우의 피칭이 시작됐다.
뻐억-!!
뻐억-!!
토마스의 미트가 위치한 곳으로 정우가 던진 공이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
그걸 바라보고 있는 터드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뭐, 아직 시뮬레이션인데도 공이 날카롭네.”
“직접 잡아보면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을 거야. 이전보다 공의 묵직함이 더 좋아졌어.”
“안 그래도 묵직했던 공이 더 묵직해졌다고?”
터드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정우의 공은 그 어떤 투수의 공보다 묵직했다.
그런데 거기에서 한층 더 묵직해졌다니?
“도대체 어떤 마법을 쓴 거야?”
“마법이 아니라 그만큼 몸을 잘 만들어졌다는 소리겠지. 저 녀석의 팔뚝을 보라고.”
토마스의 말에 터드의 시선이 정우에게 향했다.
“하긴…… 정말 미친 팔뚝이네. 분명 나보다 팔이 얇았던 거 같은데. 이제는 거의 나만큼 커졌는데?”
뻐어억-!!
이번에도 정우가 던진 공이 터드의 몸쪽을 강하게 찔렀다.
단순히 빠르다는 것을 넘어서서 묵직하게 들어오는 공을 보면서 토마스가 말을 이었다.
“단순히 완력만 놓고 보면 널 이길 수도 있을걸?”
“허! 그건 어림도 없지.”
운동선수이기에 완력에서 진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은 터드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진짜 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심각하게 들었다.
그만큼 정우의 공은 예술적이었다.
“브레이킹볼.”
더 놀라운 건 묵직해진 패스트볼만큼이나 그의 브레이킹볼은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는 점이다.
쐐액-!!
휘릭!!
뻐억!!
“헐…….”
정말 칼날처럼 휘어져 들어오는 슬라이더에 터드는 할 말을 잃었다.
“아니, 도대체 이런 공을 어떻게 던지는 거지? 마치 커터 같잖아?”
“작년보다 더 날카로워졌어. 그런데도 변화의 각도는 더욱 커졌고 말이야.”
두 사람 모두 포수이고 정우와 호흡을 자주 맞추었다.
그렇기에 그의 슬라이더가 어떻게 변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의 슬라이더는 원래 빠르고 변화의 폭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변화가 더욱 늦게 일어나면서 크게 변했다.
마치 커터를 연상케 하는 엄청난 변화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수준이었다.
“이거 하루빨리 연습경기를 하고 싶네.”
“그렇지? 녀석의 공을 보고 놀랄 상대가 벌써부터 보고 싶다니까.”
두 사람이 수다를 이어가면서 정우의 시뮬레이션 피칭이 이어졌다.
* * *
캠프 초반, 도깨비시장과 같던 분위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라졌다.
선수들은 빠르게 마이너 캠프로 이동하거나 메이저 로스터 합류에 탈락하면서 익숙한 얼굴들이 남게 되었다.
그중에는 당연하게도 정우가 있었다.
이제 정우는 캠프 탈락을 생각할 처지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인 그는 자신의 페이스대로 천천히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그 결과 이제는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제 한 80~90퍼센트 정도 됐나?’
주먹을 쥐면서 가볍게 몸 상태를 체크한 그의 시선이 스마트폰으로 향했다.
‘다음 일정은 이제 시범경기다.’
이미 자체 청백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정우였다.
상당히 좋은 몸 상태를 자랑한 그는 연습경기에서 단 1실점도 내주지 않는 피칭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자신의 몸 상태에 확신을 가진 그는 벌써부터 시범경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범경기를 기대하는 건 그만이 아니었다.
벌써 언론에서는 정우의 시범경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열광적인 팬들은 한국에서 미국까지 날아와 그의 시범경기 등판을 보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올해도 최선을 다하자.”
그런 팬들에게 정우가 해줄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지는 것.
그는 다시 다짐하며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