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261)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262화(262/605)
도축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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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달그락.
영영이가 식탁을 후려치자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찬 잔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찻물을 사방으로 뿌려댔다.
“가가, 당장 찾아가서 다 때려 부숴버려요! 아니지, 청이한테 그냥 기둥을 다 박살 내, 건물을 주저앉히라고 할까?”
“낭군님, 그냥 불을 지를까요? 제가 한밤중에 슬쩍 지나가면서 불을 낼 수도 있어요.”
화화루 최상층 비연이 손님을 맞아야 하는 공간에서, 영영이의 분노에 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아까 물수제비 이후에 흑도 놈들을 심문하고 나서부터 영영이는 계속 저 상태.
미미도 살벌한 복수를 주장하고 있었다.
둘이 저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우리한테 흑도 조무래기를 보낸 놈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차피 나와 청이는 반쯤 누구인지 짐작하고 있었던 상태였기에 그걸 확인하는 과정이었을 뿐이지만 말이다.
‘하 그놈 새끼를 어쩌지?’
나와 청이가 흑도 조무래기들을 보낸 놈이 누구인지를 짐작하고 있었던 것은, 제일 조무래기로 보이는 녀석이 했던 말 때문이었다.
‘다, 다른 고수가 있다는 이, 이런 말은 없었는데···.’
말을 들어보면 흑도 놈들은 우리 중 누군가가 고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소소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로 보였기 때문.
하지만 이상한 것은, 만약 소소가 남궁가의 검봉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흑도 놈들이 얼씬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소소가 없는 틈을 타 우리 노점을 습격해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무림에 한쪽 발을 담그고 있는 흑도 놈이 무림 전국구 남궁가의 외동딸인 검봉과 관련된 이들을 습격한다?
이건 뭔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 말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동네 양아치들이 마피아 보스 딸과 그 친구들을 습격하지는 않으니까.
마피아의 식구를 건드리면 남은 것은 피의 복수인데, 그걸 모를 리 없는 녀석들이 습격해온다는 것은 뭔가 이상한 일인 것이다.
결국 곰곰이 생각해보니 흑도 놈들은 소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 되고, 부추김을 당했거나 푼돈 받고 깽판을 치러왔다는 이야기라 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우리에게 이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라면 당연히 원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어야 했는데, 그런 사람이라면 단 한 명밖에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이곳에서 얼마 생활하지도 않은 우리가 여기 복주에서 원환 관계에 휘말릴 사람이라고 해봐야 얼마 전에 소소가 대차게 패버린 그놈뿐이니까 말이다.
남궁현 형님의 따귀를 올려붙였다는 황가 놈.
결국 물수제비 후 사색이 된 흑도놈들에게 알아낸 정보는, 나나 청이가 생각했던 대로 그놈을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었고, 그 사실에 영영이가 저리 분노하는 것이었다.
뭐 정확히는 그놈의 이름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혹도 놈들을 심문하고 알아낸 정보는 한 사람의 이름이었는데, 그놈이 며칠 전 흑도 놈들에게 약간의 정보와 돈을 쥐여주고 소소가 없을 때 우리를 조금 손봐주라고 했다는 것.
그리고 몇 달 어디 가서 푹 쉬고 오라고 은자를 잔뜩 쥐여줬다나?
처음 듣는 이름에 당황한 것도 잠깐.
그자의 정체를 비연을 통해 확인하니 복주의 유명한 파락호였고, 처음에는 모르는 인물이라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비연이 사람을 시켜 더 알아보니 놈이 화월루 기도를 보는 무사의 의형제라는 이야기가 비연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
명확한 물증은 없지만 킹리적 갓심에 해당하는 상황이었다.
“진정하세요. 영영 언니, 무림인이라면 찾아가 입을 열게 하면 될지도 모르겠지만, 황 공자의 아비는 관과 연결되어 있단 말이에요. 그의 아비가 장사랑수대리사평사첨서복건로복주절도판관청공사(將士郞守大理寺評事簽書福建路福州節度判官廳公事)어른과 의형제라고요. 그리고 지금 죄를 묻더라도 다른 놈들이 모른다고 잡아떼면 언니들만 난처해진다니까요?”
비연이 분노하는 영영이를 뜯어말리자, 영영이가 시근거리며 대답했다.
“에이! 사천 같았으면 다 독수로 녹여버릴 일인데!”
“진정하거라 영영아, 미미도 진정하시오.”
심증은 가지만 정확한 물증이 없는 상태였고, 관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림인인 영영이, 미미가 섣불리 나서서는 안 되는 일.
비연의 말대로 괜히 나서 무림인이 아닌 사람을 건드렸다가는 국법으로 처벌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던 것.
예전에 비연이 화월루와 일위 쟁탈전을 벌일 때, 하오문이 잘 사용하는 더럽고 치졸한 방법을 쓰지 못한 것도 전부 화월루가 관에 뒷배를 두고 있기 때문이었으니까 말이다.
일단 영영이를 다독였다.
“경거망동(輕擧妄動)하지 말고 기다리거라 영영아, 이럴수록 증좌(證左)를 확실히 잡아야 하느니라. 섣불리 나섰다가 꼬리를 잘라내면 비연의 말대로 우리만 난처해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에이, 정말 장 공자 친구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이람.”
“그래요. 영영 언니, 화가 나더라도 참으세요. 증좌만 확실하다면 그깟 건물 때려 부수는 것이 어렵겠습니까?”
“저도 그러면 낭군님 말씀대로 참겠습니다.”
인생은 실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철부지 미친놈이 벌인 일에, 어찌 인생은 실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줄지 살짝 고민이 들고 있었다.
***
확실히 장사는 첫날에 비해 오십 퍼센트의 매출로 고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중 항구나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율은 이십 퍼센트 정도.
‘확실히 신메뉴를 빨리 준비해야겠어.’
오늘 당장 신메뉴를 내려 했는데 하지 못한 이유는, 어제 장사 후에 중화제일면 준비해야 했지만, 물수제비를 뜨고 비연을 찾아가 정보를 확인하느라 재료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점심 장사를 끝내고 바로 중화제일면을 준비하기로 했다.
신메뉴도 사람들이 많을 때 홍보해야지 사람이 빠지기 시작하면 홍보 효과가 급속히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점심 장사를 끝마치고 소소와 영영이가 설거지에 쓸 물을 뜨러 우물로 향하고, 미미와 단둘이 수레를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에헴. 여기 주인이 누군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자,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는 세리(稅吏) 둘.
공무원들 퇴근 시간은 아니지만 참을 먹으러 온 것 같기에 되물었다.
“접니다만, 세관원 나리들께서도 황어면 두 그릇 준비해 드릴까요?”
그러자 둘 중 하나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랏일을 하는 시간에 무슨 음식인가! 쓸데없는 소리 말고 과세(過稅)와 주세(住稅)나 내게.”
“예?”
세금을 걷으러 왔다는 말인데, 이상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과세(過稅)와 주세(住稅)를 합쳐 오 프로라고 정해져 있지만, 노점의 판매금액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기에, 보통 장사하러 나가는 수레가 세리들이 일하는 곳을 지나며 고정 세금을 내기 때문.
철전 스무 개 정도 되는 금액인데, 나는 이미 장사를 나올 때 세금을 내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내가 할 대답은 정해져 있었고, 내가 세금 낸 사실을 이야기하자 그들이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
“장사하러 올 때 이미 과세와 주세를 내고 나왔는데 말입니다?”
“어허! 그건 제대로 냈다 할 수 없지. 오늘 장사한 금액을 다 꺼내 보게. 그중 일 할에서 절반을 받아 가겠네.”
“자, 비겨보시게 어이쿠 이 전낭에 돈 좀 보게 이리 많이 벌면서 철전 스무 개라니 말도 안 되는 금액 아닌가?”
‘뭐지? 장사가 잘된다고 누가 세무서인 상세원(商稅院)에 찌르기라도 했나?’
갑자기 FM으로 세금을 징수하겠다는 세리들의 말에 어리둥절한 것도 잠깐.
세리들은 마구잡이로 들어와 돈통을 확인하더니 혹시 몰라, 내가 가지고 있던 돈까지 계수해 그중 오 퍼센트를 칼같이 세어 자기들 전낭에 넣었다.
그 안에는 장사해서 번 돈 이외에 황어를 사고 남은 돈도 포함되어 있는데 말이다.
그렇기에 세금 징수가 너무 빡빡하다는 의미에서 볼멘소리를 내보았지만, 역시나 피도 눈물도 없다는 세리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어, 어르신들 거긴 제가 이미 가지고 있던 돈도 섞여 있습니다만?”
“그걸 우리가 어찌 알겠나! 거짓을 고하면 더 걷어갈 테니, 쓸데없는 소리 말게!”
원래 돈을 보고 하는 장사가 아니니, 철전 몇 개가 아까운 것은 아니지만, 나한테만 칼같이 세금을 징수하니 왠지 기분이 더러워졌다.
그리고 그런 기분은 나 뿐만이 아니었던지, 옆에 있던 미미가 화난 얼굴로 둘에게 물었다.
“그럼 아침에 낸 철전 스무 개만큼은 빼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똘똘하다 우리 미미!’
그러자 두 놈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침에 낸걸. 누가 보았나?”
“냈다는 증좌가 있나?”
“분명 아침에 나오면서 저 앞에서···.”
“우리는 못 보았으니, 받아 간 놈에게 돌려받으시게. 에헴.”
세금을 낸다고 뭐 증서를 끊어주는 것도 아니고 서로 얼굴이나 기억하는 것이기에 저리 잡아떼면 할 말이 없는 상황.
우리 속을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만든 두 놈은 시장을 가로질러 상세원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낭군님, 정말 화나요! 제가 전낭 다시 훔쳐 올까요!?”
미미도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 싫다는 소매치기를 해오고 싶다고 말할 정도.
하지만 송 시대 공무원은 저 정도가 보통이었기에 미미를 토닥이며 진정시켰다.
“됐소.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니니, 미미가 다시 나쁜 일에 손대지 않았으면 좋겠소.”
“예? 아, 그, 그렇죠. 죄, 죄송해요. 도둑질하지 않기로 해놓고 화가 나서.”
도둑질하고 싶다는 말을 한 것을 사과하는 미미.
하지만 그 마음 이해할 수 있었다.
원래 미미 같은 작은(?) 도둑 말고 제일 큰 도둑이 아까 그놈들 같은 세무 공무원이니까 말이다.
그 때문에 내가 미미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자, 미미가 반색하며 되물었다.
“아니요. 나도 가서 뺏어오고 싶었으니까.”
“저, 정말요?”
“그럼 왜 아니겠소. 세상에 제일 큰 도둑놈들이 저 세관원들 아니겠소? 우리 미미는 솔직히 거기에 비하면 도둑도 아니지. 하하.”
“저, 저를 그리 생각하고 계셨군요.”
내 말에 부끄러움을 느끼는지 미미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
세리들의 한번 폭풍처럼 몰아치고 사라진 후.
우리는 장사를 일찍 정리하고 저자의 푸줏간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향했다.
고기로 면 요리를 만들고자 결심했고, 중원제일면인 란주우육면(蘭州牛肉麵)을 만들고자 결심했으니 주재료를 사기 위함이었다.
주재료인 고기를 말이다.
거리에 널린 당나귀 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그리고 늙은 말고기.
여러 가지 고기들이 시뻘겋게 널려 피를 흘리는 저자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한 바퀴 둘러보고 거래처를 정하려 했기 때문.
어디가 고기가 신성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냉장고가 없는 시대이다 보니, 고기가 시간이 지나면 상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고기도 푹 삶아 먹는 시대이다 보니 되도록 좋은 고기를 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한 바퀴를 다 둘러보았는데, 우리가 찾는 고기가 어디서도 보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은공, 이상한데요? 어디에도 소고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로 그러네. 미미 언니, 언니도 못 봤죠?”
“나도 이리저리 살펴봤는데, 소머리도 소꼬리도 우족도 하나도 못 봤어.”
중화제일면이라 부르는 우육면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소고기로 만드는 요리.
소고기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 요리기에 셋에게 좋은 소고기가 있는지 찾아보라고 미리 언질을 줬었는데, 셋이 눈을 부릅뜨고 찾고 있는데도 보이지 않으니 셋도 당황한 듯 내 얼굴을 바라봤다.
일단 제일 깨끗하게 관리되는 가게를 찾아 한참 채도로 고기를 끊어내던 여주인에게 물었다.
-탁! 탁! 탁!
“주인장, 말 좀 묻겠소이다. 주인장? 주인장!”
채도 내려치는 소리에 처음에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 여주인이, 내가 큰 소리로 다시 외치자 깜짝 놀란 듯 우리를 바라보고는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아이고, 어서오슈. 아이고! 고운 처자들을 낀 잘생긴 사내가 오셨네?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 아니, 이렇게 잘생긴 사내와 소저들이 우리 복주에게 있었나? 그래, 고기 좀 끊어드릴까? 당나귀 고기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처자들 먹기에는 그것만 한 것이 없는데 어떻게 해드릴까?”
장사 스킬 만렙으로 보이는 아줌마.
그녀의 칭찬에 전낭을 움켜쥔 것도 잠깐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자연스럽게 전낭 열뻔했네.’
“아, 그런데 여기 소고기는 팔지 않습니까? 소고기를 사러 왔는데 보이질 않아서요.”
그러자 화들짝 놀란 얼굴로 여주인이 나를 향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아이고, 이 사람 큰일 날 소리를 하고 그러네! 올봄부터 소의 도축이 금지된 것을 모르셨소?”
“예? 뭐가 금지됐다고요?”
“국법으로 농사에 쓰이는 소의 도축이 금지되었다고요.”
소는 농사에 쓰이는 귀중한 가축이라서 송 시대에 종종 도축이 금지되곤 했는데, 그것이 하필 지금인 모양이었다.
‘아니, 중화제일면 어찌 만드냐···.’
뭐하나 쉽게 풀리는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