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360)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361화(361/605)
절도사(節度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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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났더니 싹 정리된 상황.
처남이 무슨 이야기를 어찌했는지 모르겠지만, 황보가의 셋은 아주 의욕적으로 변해있었다.
“고, 고모부. 어제는 저희가 실례했어요.”
“죄송합니다. 고모부 당연히 ‘가족’인 저희가 도와야 하는 것인데.”
“맡겨만 주시면 외매든 뭐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모부님!”
갑자기 확 변한 태도에 옆에 서 있던 모용후를 바라보자 씩 웃어오는 녀석.
모용후를 불러내 조용히 뭘 어찌했는지를 물었다.
저 뇌까지 근육 덩어리 녀석들이 대체 왜 저렇게 확 변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어지간한 설득은 통하지 않았을 텐데, 저건 설득의 수준을 넘어서 세뇌를 했다고 해도 믿을 만했으니까 말이다.
마치 뭔가를 영접한 듯한 그런 느낌이 들고 있었기 때문.
“아니, 처남 대체 뭘 어찌했기에 저들이 저리 변했는가? 내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데···.”
그러나 공손히 머리를 숙인 처남이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가 뭘 한 것이 있겠습니까? 다만 형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왜 형님의 말씀을 따라야 하는지 뭐 그런 평범한 것들을 일깨워 주었을 뿐.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하는 이들의 눈을 살짝 떠주게 한 것뿐입니다.”
“그, 그래?”
“그럼요. 형님이 말씀하시면 당연히 해야 하거늘. 쯧쯧.”
듣기 좋은 소리를 늘어놓는 아부가 백 단쯤 되는 녀석.
모용후를 향해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아무래도 한 번쯤 이야기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으니까 말이다.
“자네도 저 삼국의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했던가?”
“예, 그러문요. 형님! 특히 촉한을 좋아하지요.”
“그래, 그러면 그 촉한을 멸망으로 몰고 간 황호를 알고 있나?”
“당연히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어리석은 유선에게 기생하여 촉한을 멸망으로 몰고 간 환관 황호! 촉한의 대역적이 아닙니까!”
‘녀석 진정한 촉빠라 이야기가 잘 통하겠구만.’
황호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인데, 저 유비의 아들인 유선에 기생해 아둔한 유선의 마음을 흔들어 촉한을 멸망으로 몰고 갔던 환관이다.
얼마나 유선을 농락했냐 하면 유선이 나라의 중대사를 점괘에 의지하게 했을 정도, 강유가 보다못해 황호를 죽이라 충언까지 했을 정도로 삼국지의 이야기 최고의 간신이라 할 수 있는 자이다.
그런 황호의 이야기를 꺼내니 정말 진심 촉빠인지 분노하는 처남.
처남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 그 간신(諫臣)인 황호의 간언(姦言)에 빠진 유선으로 촉한이 멸망한 것을 알면서, 어찌 자네는 나에게 아첨하고 간언하는가?”
그러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처남이 놀란 얼굴로 변명했다.
칭찬받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가 자신의 아첨을 지적하니 부끄러워하면서 말이다.
“헉! 죄, 죄송합니다. 형님 그, 그런 뜻이 아니라···. 저는 단지 형님의 좀 더 잘 모시고 싶어···.”
그러나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것.
처남의 어깨를 휘감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게 또 내가 들어보니···. 그 아첨이라는 거. 마냥 나쁘지 않을지도?”
“예?”
‘그래 인마 다 알지. 네 마음. 왜 이렇게 아첨이 꿀같이 다냐?’
내 말에 혼나는 줄 알았다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처남.
처남에게 상을 좀 내리기로 했다.
왜 왕들이 간신들의 간언에 속아 나라를 말아먹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아첨 이거 아주 달콤했으니까 말이다.
달콤한 아첨에는 상이 필요한 법.
“장인어른께 바로 서찰 한 통 쓰시게.”
“서, 서찰을 말입니까? 어, 어떤?”
“복주 지주로 계시는 포 형님의 생신이 초가을이라는데, 그때 내가 직접 요리도 하고 사람들도 초대해 신경을 쓰려하는데···. 그때 연성공 형님도 모실 테니 같이 자리하시자고 말이야. 생각해보니 굳이 혼례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해서 말이네.”
“허어어억!”
놀란 처남이 입을 떡 벌리고 나를 바라보다가 내 양손을 붙들고는 간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 모용후 평생 형님의 황호가 될 것입니다!”
군자 지망생 처남이 간신으로 전직하는 순간이었다.
***
배달을 끝마치고 돌아온 미미가 오는 길에 다시 주문받아온 사실을 알렸다.
“낭군님, 포 형인께서 내일 저녁때도 과교미선 네 그릇과 오향장육 두 개 보내달라 하셨어요.”
“형님이 또 주문하셨소?”
“네. 포형인이 맛있게 드셨다고 내일 저녁에도 드시고 싶다고 하셨어요. 돈은 안 받겠다고 했는데 굳이 자꾸 주셔서 받아왔고요.”
“저런, 형님도 참. 저녁에는 얼른 그릇 놓고 도망 나오시오.”
“알겠어요. 낭군님.”
그리고 이어서 용상이가 배달통인 담자(擔子)를 어깨를 걸고 반점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고모부님, 외매 마치고 왔습니다.”
“어, 그래 수고했다. 밀린 돈은 받아왔느냐?”
“예, 물론이지요. 감히 어디 우리 반점의 돈을 떼어먹으려고. 집 앞 나무를 뽑았다 다시 심으니 군말 없이 내주었습니다.”
“그래, 잘했다. 시원한 얼음물 마시며 쉬거라.”
사흘간의 직원 교육을 마치고 시작한 외매.
오늘로 배달을 시작한 지 열흘째였는데 우리 경공을 익힌 배달의 기수들은 너무도 유능했다.
장거리나 신속 배달은 미미가 직접 출동하고, 근거리나 일반적인 배달은 황보가의 셋과 모용후 처남을 이용하니 누구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배달을 할 수 있었기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 누구도 우리의 배달 속도를 이길 수 없으니 이것은 중원 배달 혁명.
날이 이제 꽤 더운데도 불구하고 반점의 매출은 수직상승.
장부를 정리하는 청이는 매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주방이 밀려드는 주문을 못 따라갈 정도.
아무래도 조만간 주방 인원을 확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장사가 되면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우리 반점 배달의 기수들이 모두 되돌아오고, 두 테이블 남은 홀의 손님들만 사라지면 오늘의 장사도 끝이겠다고 생각될 때였다.
주문의 거의 끝난 것 같기에 부엌을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있을 때 밖에서 들려오는 청이의 목소리.
“이게 누구십니까?”
새 손님이 하나 들어 온 것같은 청이의 환영하는 목소리에 배식구를 통해 얼른 밖을 내다보았다.
화로에 불을 빼려 했는데 새 주문이 있으면 안 되니까 말이다.
“안녕하십니까? 제갈 부인.”
“그래, 교송지가 아닙니까? 어쩐 일이십니까?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비연도 보이질 않습니다?”
‘아, 교송지였구만?’
손님이 교송지라면 요리를 먹으러 온 것은 아닐 터.
잠시 멈췄던 정리를 이어가려는데 나를 만나러 왔다는 교송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류 대인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부인. 비연님은 요즘 일이 바쁘셨고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겠습니까?”
마지막 방문객이 교송지라면 더 나갈 요리는 없을 것 같기에 천에 손을 닦고 교송지를 맞으러 나가기로 했다.
교송지가 왔다면 화화루가 문을 열었을 시간이고, 그 시간은 우리 류가 반점이 문을 닫을 시간이니 말이다.
“형님, 식모, 마무리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교송지가 저를 만나러 왔다니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매부 수고했네. 여긴 우리가 마무리할 테니 신경을 쓰지 말고 가보게.”
“예, 형님. 식모 내일 양장피(兩張皮)에 쓸 해철간(海蜇幹)을 미리 물에 좀 불려두겠소?”
“알겠습니다. 류대인.”
여름이라 오향장육과 함께 본격 냉채 요리인 양장피를 시작해, 말린 해파리인 해철간을 매일 손질해 사용하기에 나 대신 식모에게 손질을 부탁했다.
그리고 얼른 교송지를 만나러 부엌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홀로 나가는 문 앞에 서자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청이.
“노공.”
“아, 안에서 이야기는 들었소.”
청이에게 미소를 지어준 후 입구 쪽을 바라보자 카운터 옆에 서 있던 교송지가 포권하며 인사를 해왔다.
“류 대인 오랜만에 뵙습니다.”
확실히 교송지의 말대로 오랜만이었다.
가끔 가게로 들려 아이들 관리도 하고 나에게 인사도 하곤 했는데, 최근에 한동안 교송지를 못 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한 달 정도는 보지 못한 것 같은 느낌.
“교송지 오랜만이오. 한동안 못 본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으셨소?”
내 말에 교송지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예, 잠시 심부름을 다녀왔습니다.”
“심부름? 교송지가 직접 말입니까?”
“아, 사천에 말입니다.”
“사천이라면?”
‘사천이면 아마도 가련이 일로 교송지가 직접 다녀온 모양이구나. 다 찾았을까?’
교송지의 사천이라는 말에 잠시 마음 한편에 묻어둔 기억이 떠올랐다.
비연에게 가련이의 원수들이 어떤 놈들인지를 알아봐 달라고 했었는데, 사천이라면 아마도 그것 때문일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그가 무슨 일로 사천에 다녀왔는지 생각이 떠오른 순간.
귓가에 교송지의 전음이 조용히 들려왔다.
[화화루로 모시겠습니다. 류 대인. 제갈 부인과 같이 가시지요.]아마도 나에게 보고할 내용이 생겼다면 모두 찾았을 것 같은 느낌.
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청이를 향해 말했다.
“청, 나와 같이 화화루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소. ‘사천의 일’로 말이요.”
“사천···. 알겠습니다. 노공. 따르겠습니다.”
장사는 끝났기에 청이까지 데리고 화화루로 향했다.
비연도 청이를 부른 것 같고, 청이는 기억력이나 분석력 판단력이 뛰어나니 옆에 있으면 내가 놓치는 것들을 알아챌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도착한 화화루 오층.
우리를 반갑게 맞은 비연이 종이 뭉치들을 꺼내며 곧바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두 분. 바로 설명해 드릴게요. 자리에 앉으셔요.”
“알겠소.”
이미 두 잔이나 차가 자리에 따라진 상태였고 우리가 자리에 앉자 비연이 찾아낸 가련이의 원수의 신상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네놈 모두 찾았습니다.”
“오! 역시! 잘했소. 비연.”
“후후. 칭찬은 나중에 하셔도 되어요. 그럼 하나하나 설명해 드리겠어요. 우선 복주에서 잡아 화화루 지하에 가둬둔 그놈은 사천에서 꽤 이름있는 금적상단(金迪商團)의 막내아들이었어요. 어려서부터 부모가 오냐오냐 키워서 그런지 꽤 여러 가지 일들을 벌여 성도(成都)에서 장진 공자처럼 꽤 알려진 인물이더군요.”
내 아우를 빗대어 설명하는 비연.
그래도 팩트라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부, 부잣집 파락호 그 정도란 말이군.”
“예.”
“다른 놈들은?”
“두 놈은 무림인이었습니다.”
“무림인?”
형님도 가련이 부모님이 살해된 것이, 여러 현장에 남은 증거로 무림인의 소행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하셨는데, 역시나 무림인이 엮여있었다.
“예, 사천의 중소 방파인 현월문(玄月門)의 셋째 아들, 그리고 근본을 알 수 없는 자인데 성도의 흑도 방파 중 혈귀방(血鬼幇)의 방주가 있었어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놈들이 모였군. 대체 뭐 하는 놈들이오?”
흑도에 백도에 상단에 뭔가 공통점을 전혀 찾을 수 없는 놈들의 집합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묻자 비연이 한심하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박쟁이 놈들이라고 하더군요···.”
“도박쟁이?”
“도박 말입니까?”
도박쟁이.
도박에 미친 놈들이라는 말.
다양한 출신배경을 가진 놈들이 어찌 어울리게 되었는지가 그제야 이해되었다.
도박장에서 만나 친분을 쌓은 모양.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도박에 미친 놈들이 대체 왜 가련이의 부모를 그림 참혹하게 살해했는지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들 가문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우발적 살인이야 모르겠지만, 사람을 그리 참혹하게 살해할 이유가 없어 보였던 것.
“대체 왜 도박에 미친 놈들이 가련이의 부모님을 그리 참혹하게 죽였는지는 알아보았소?”
“그게···.”
내 물음에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듯 말을 흐리는 비연.
비연의 입이 벌어지며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도, 도박에 돈을 자꾸 잃어 제를 올렸다고···.”
“네!?”
“뭐란 말이오!?”
아, 정말 쓰레기 놈들이었다.
송 시대에는 사람의 간을 꺼내 제사를 지내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풍습이 만연했는데, 아마도 그런 제사를 도박에서 돈을 따기 위해 드린 느낌.
식탁 위에 가련이 부모님의 머리와 간이 올려져 있었다더니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이런 버러지 같은 놈들!”
-쾅!
테이블을 내려치고 분노에 떨며 비연을 향해 말했다.
“놈들이 어디 있는지도 알아 왔겠지? 모든 정보를 주시오! 내 모두 잡아다 형님께 사지를 찢어 달라할 테니!”
그러자 차가운 눈빛을 한 청이가 내 손을 꼭 잡아 오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공, 아직 한 놈이 남았습니다.”
청이의 말에 생각해보니 확실히 네놈이라 했는데 한 놈이 빠진 상황.
왜 하나를 빼먹었냐는 눈빛으로 비연을 바라보자, 비연이 조금 난처한 얼굴로 대답했다.
“마지막 놈이 성도절도사(成都節度使) 범경 어른의 손주라고···.”
“절도사라면?”
“절도사 말입니까?”
뭔가 대단한 인물의 손주가 가련이의 일과 엮인 느낌이 들었다.
‘그거 거물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