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374)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375화(375/605)
염지(鹽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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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났다.
서럽고 서러웠다.
대모께 사내는 다 여인의 밑이라 그렇게 배웠었는데, 미소와 간드러진 교태로 녹일 수 없는 사내는 없다 그렇게 배웠었는데, 그의 앞에서는 너무 무력했다.
비연의 간드러진 목소리, 애간장을 녹을 교태도 그에게는 전혀 소용없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한없이 친근한듯하지만, 명확하게 느껴지는 거리.
그 거리를 전혀 좁힐 수가 없었다.
비연이 거리를 좁힌 만큼 그가 계속해서, 마치 신묘한 보법이라도 밟는지 멀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비연은 사내 때문에 처음 울었다.
그것도 사내가 보는 앞에서.
대모님이 절대 뭔가를 얻어낼 때가 아니고서는 사내에게 무력하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하셨었는데, 무력하게 울어버렸다.
가르침도 잊었고, 서러움만이 비연을 사로잡았다.
아니, 생각해보니 사내 때문에 운 것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떨리는 마음으로 사내의 마음을 확인했을 때, 자신이 그의 가슴 어디 한구석에도 자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아니, 생각해보니 그의 가슴 한구석이 아니라. 그가 가슴 큰 여인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가 첫 번째 지금이 두 번째였다.
이미 부인이 많은 사람이 부인 한둘 늘어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날 밤 천검자 어르신께 들은 바로도 일곱이라 했으니.
더군다나 그는 정말 매력 있는 사람이었고 여인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남자였으니까.
잘생긴 것도 잘생긴 것이지만, 중원 남자들에게 없는 뭔가 묘한 점이 그에게 끌리게 했으니, 다른 여자들도 자신과 다르지 않다면 그럴 수 있었다.
그러니 그 무서운 언니들도 그를 나눠 가질 정도니까.
자신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도 대단한 언니들이 저렇게 버티고 있으니, 기가 죽어 그러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큰 가슴을 좋아한다고 하더니, 정말 가슴 큰 자기 제자를 부인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비연은 무너졌다.
그 아이가 자기 스승을 좋아하는 것은 비연도 알고 있었다.
아이의 행동과 눈빛이 사모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었기 때문이었다.
기녀들이 혹시나 사내에게 빠져 도주하는 일이라도 생길까, 여인의 행동이나 눈빛에서 사내에 대한 감정을 읽는 것은 비연에게는 너무 쉬운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제자이기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생각했는데, 장을 대신 맞으며 제자가 아니라 선생과 학생이라 자신을 낮추고, 재빨리 들어 앉힌 것을 보면 그것이 다 가슴 때문이었을 테니까.
그것은 비연이 가지지 못한 것으로 인한 특별한 혜택이 분명했다.
비연은 가지지 못한 것.
둔한 여인의 상징이라 생각했는데, 그 하찮은 것을 가지지 못해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한다니.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천검자 어르신이 그 아이가 청운님의 부인감이라 했을 때는, 다들 잘못된 점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것도 다 가슴.
가슴, 가슴, 가슴 다 가슴이 문제였다.
“가련이는 이제 괜찮은 가요?”
“아, 비연아 가련이도 이제 깍듯하게 언니로 모셔야 한다.”
“네!?”
“가가께서 가련이도 부인으로 삼아주신다고 했고, 권왕 어른의 양녀가 된다니까 말이야.”
“저, 정말요!? 가, 가련이가?”
“응.”
‘왜 하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째서!’
동경에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제자이기에 쓰러졌던 가련이의 상태를 한번 보기 위해 찾아갔던 반점.
영영 언니의 말은 가슴을 후볐다.
아니, 생각해보면 후벼질 가슴이나 있던가?
그 사실을 알고 서운함에 며칠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장의문의 장진 따위에게 가슴이 커지는 약은 없냐고 물었다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받아야 했다.
그 하찮은 장진에게 그런 표정과 시선을 받아야 했다니.
그렇기에 그가 오랜만에 자신을 찾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왠지 그에게 토라진 자신의 마음을 알리고 싶었다.
분명 천검자 어른께서는 꾹 참아야 한다고 하셨지만, 오늘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이렇게라도 투정을 부려보고 싶었던 것.
그리고 찾아왔다는 말에 계단으로 향하면서 자신의 이 상한 마음을 어찌 보여줄까 생각하다가 그날의 일이 떠올랐었다.
천검자 어른에게 천일취를 잔뜩 먹이고 하늘의 비밀을 주워 들었던 그날의 일을 말이다.
“푸히히. 너는 첩실이나 되면 모를까···. 네게는 혼례가 허락되지 않았느니라, 헤헤···.”
“왜! 나만!”
첩실밖에 안 된다는 절망적인 소리.
비연은 잠시 절망했지만, 점 따위에 흔들리지 말고 직접 청운에게 묻기로 했었다.
“처, 청운님, 청운님은 제가 좋으세요. 싫으세요?”
“크헤헤. 실엉.”
“뭐!?”
그러나 들려온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즉답.
다급하게 그 연유를 물었지만 결국 받은 대답은 가슴.
“네!? 왜, 왜요! 제가 왜 싫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저 그···. 나쁘지 않잖아요? 서, 설마 기녀라서 싫어요? 그래요? 하지만 저 기녀라도 아직 수, 순백지신이에요! 그리고 제가 그렇게 많이 도와드렸는데?”
“헤헤···. 나는 그러니까 그 가슴 아니, 마음이 크고 넓은 사람이 좋은데···. 헤···. 비연은 그 마음이 좀 작고 좁다고 하까?”
“아, 아니 저도 마음 넓다고요! 그게 무슨 소리야 작고 좁다니!”
-척.
특정 부위를 가리키는 손가락.
눈물이 절로 솟구쳤다.
“흐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마냥 비연이 절망하며 눈물만 뿌린 것은 아니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천검자 어른에게 다른 방법이 없는지를 물었던 것.
원래 모든 점은 나쁜 길을 피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는 말을, 언젠가 기루의 도사 손님을 통해 주워들은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훌쩍. 천검자 어르신 정말 방법이 없어요? 있잖아요. 이야기해보세요. 다음번에는 제가 기녀 열 명으로 모실게요.”
“여, 열 명? 아뉘 뭐 업지는 아는데···.”
“뭔데요!? 얼른 말씀해보세요!”
“그러니까 부뚜의 별은···. 이, 일곱이 아니라고 할까?”
“네? 부뚜가 뭐에요?”
하늘을 가리키는 천검자의 말에 그제야 그것이 별자리를 뜻하는 것을 알게 된 비연.
뭔가 엄청난 점괘가 나올 것 같기에 비연이 침을 꿀꺽 삼키며 되물었다.
“북두칠성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거러치···.”
북두의 별이 일곱이라는 말은 아무래도 그의 부인을 뜻하는 듯한 느낌.
비연이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청운님의 부인이 그, 그럼 일곱이란 말인가요?”
“구뢔.”
“허억! 뭐가 그리 많아! 아니, 근데 그 일곱 자리에 내 자리는 없다고!?”
부인의 자리가 일곱이나 된다는데, 자기 자리는 없다는 말에 비연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후···. 그래, 욕심 다 버리자. 그, 그럼 방법이 뭔가요!?”
“보(輔)와 필(弼). 뵈필.”
“보와 필? 보필? 그게 무슨 뜻인가요?”
“커어어···.”
“법사님!”
비연은 천일취 때문에 오락가락하는 천검자를 몇 번이나 다시깨워 보와 필이 대체 무슨 뜻인지를 물었다.
그렇게 얻어낸 이야기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우선 지금 넷의 부인이 있는데, 청운님은 일곱의 부인을 가지게 될 것이며, 그것은 북두칠성의 일곱 자리와 같은 수라는 것.
뭐 별의 기운이 어쩌고저쩌고하는데, 술에 취해 그것은 자세히 들을 수 없었고 정실부인이 일곱이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분의 점괘처럼 가련이가 부인이 되었다.
이제 다섯.
남은 것은 둘.
비연이 부인 아니, 그분의 첩실이라도 되려면 천검자 어르신의 말로는 그를 보필(輔弼)해서 보필의 별자리에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셨다.
그게 무슨 말이냐 묻자, 북두의 별은 일곱의 별과 그 일곱을 보필하는 보와 필 두 별까지 더해 아홉의 별인데, 일곱이 모두 자리를 잡고 보와 필이 그것을 받쳐야 한다는 것.
그런데 특이한 점은 원래 사람이 모두 태어날 때 별자리를 하나씩 받는다는데, 보와 필은 조금 다른 별자리라고 했다.
흐린 날에는 잘 보이지 않고,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니.
보와 필 그 말 그대로 어떤 별을 타고 태어나도 일곱의 북두칠성 주인을 얼마나 돕는지, 그 쌓인 은공에 따라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일곱이 모두 자리하기까지 인내하며 일곱별의 주인을 도우라는 것이 천검자의 말이었다.
좀 더 보와 필이 무엇인지 어찌해야 하는지 알아내고 싶었지만, 마지막에 몸을 벌벌 떨며 쓰러져버린 천검자 어르신 때문에 더 이상 많은 것을 알아낼 수는 없었고.
보와 필은 은공을 못 쌓으면 그냥 빈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말 정도만 추가로 들을 수 있었다.
대체 뭘 얼마나 도와야 하는지도 알아낼 수 없었던 상태로 끝나버린 천검자 어르신의 말.
그렇기에 그냥 무작정 청운님을 도와야 하는 것이 비연의 운명이 되었다.
그렇기에 항상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청운님을 돕는 비연이었지만, 자신을 찾아왔다는 류청운을 만나기 위해 화화루의 계단을 내려서며, 토라진 마음과 함께 비연은 항상 느끼는 불안감을 떠올려야 했다.
‘진짜 이렇게 돕기만 하다가 결국 보와 필에 못 들어가면 어쩌지?’
대체 일곱은 언제 다 차오를 것이며 자신과 쌍이라는 필(弼)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말로 답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 때문에 자신이 사모하는 그 얼굴을 보자 자신의 모든 속앓이가 전부 그의 탓처럼 느껴져, 너무 속이 상해서 일부러 기루 손님을 대하듯 해 보았다.
자기 속상한 마음을 알려주려고.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내가 마음이 토라졌다는 것을 알아주겠지?’
그러나 그는 대화가 끝날 때까지 자신이 손님처럼 그를 대하고 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정말 눈곱만큼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
“아, 그럼 찾아온 목적도 다 이뤘고 비연을 위해 준비한 계획도 설명했으니, 인제 그만 돌아가 볼까? 비연도 좋고 나도 좋고. 오늘은 아주 뿌듯 하구나.”
일부러 모른 척하는 건 아닌가 싶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었다.
“저기, 류, 류 대인?”
“응? 왜 부르시오. 비연? 혹시 할 이야기가 남아있소?”
“저, 저기 할 이야기는 그것이 전부입니까?”
그러자 얄밉게 눈만 깜빡이는 그.
“지, 진짜 없단 말이죠!?”
비연의 눈에서 기루 손님들의 애간장을 끓게 할 거짓 눈물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서러운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
“정말 미안하오. 비연. 내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미처 이야기를 못 했소. 나도 그러려고 한 것이 아니라서 말이지. 내가 설마 우리 사이에 비연에게 그런 것을 비밀로 하겠소?”
뭔가 위로하긴 하는데 방향이 이상한 느낌에 비연이 되물었다.
“우리 사이가 흐윽. 무슨 사이인데요?”
“치, 친우 같은 사이랄까? 아주 막역한 그런 사이 아니겠소? 그러니 서운할 수 있지.”
그러자 당황하면서도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하는 그.
왈칵 터져 나오던 눈물이 이제는 강물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아아!”
“아이고 쉬바 이게 아닌가? 지, 진정하시오. 아이고. 안 되겠구나.”
사방을 둘러보던 그가 얼른 비연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 이러다 잘못하면 큰일 나니 일단 자리를 옮깁시다! 남들이 오해하겠소.”
비연의 입이 강제로 틀어막혀졌지만, 허리에 손을 감고 자기를 오 층으로 끌고 가는 그의 강인한 팔.
품에서는 여러 가지 음식 냄새가 났지만, 그 냄새가 너무 좋았다.
언제 눈물을 흘렸냐는 듯 비연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고, 그렇게 비연은 그의 품에 매달려 오 층으로 향했다.
도착한 오 층.
손님을 맞는 곳으로 자신을 끌고 가는 그에게 비연은 자기 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흑.”
“아, 바, 방으로 알겠소.”
그렇게 방에 도착하자, 그가 비연의 침상 옆에 앉아 비연의 눈물을 어디서 났는지 알 수 없는 천으로 닦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두근두근.
왠지 침상에 나란히 앉자 부부라도 된 것 같은 기분.
“내 잘 모르겠지만, 내가 서운하게 한 것은 맞는 것 같으니 잘못했소. 아, 그렇지, 비연이 이번에 가련이의 일을 돕느라 고생해 나에게 일이 다 끝나면 상을 달라했지 않소?
그래, 내 비연이 부탁하는 것은 한가지 무엇이든 들어줄테니 그만 진정하시오.
요리를 만들어 달라면 만들어줄 것이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내 반드시 도울 테니. 내 절대 서운하지 않게 해줄 테니. 어떻소?”
“저, 정말요?”
“그럼 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소?”
비연의 그 말에 그럼 지금 한번 첩실이라도 삼아달라 이야기해볼까 싶었지만, 천검자 어르신님의 점괘를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섣불리 이야기했다가 언니들의 눈 밖에 나 영영 보필이 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휴···. 예쁜 얼굴이 엉망이 되었잖소. 자, 이건 내 것인데 쓰고 나중에 돌려주시오.”
그리고 처음으로 그에게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네. 청운님.”
***
‘청첩장 돌리지 않은 것이 이리 큰일이었다니.’
사정없이 울어대는 비연을 진정시키고 반점으로 돌아오는 길.
진이 다 빠져버렸다.
지금까지도 그렇고, 가련이의 일도 신경 써서 해준 비연인데, 관계를 망가트릴 수 없었기에 백지수표를 한 장 쓰고 와버렸지만, 후회는 없었다.
비연이 그간 해준 것이 있고 앞으로도 해줄 것이니까 말이다.
‘백지수표 한 장으로 잘 틀어막은 거야.’
아내들 무서워하는 비연이고 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 미미 처럼 난데없이 자기도 부인으로 삼아달라 할 리는 없었기에 여난 부분도 안심이 되는 부분이니까.
그렇게 진이 다 빠진 모습으로 반점으로 들어서자 월희가 나를 보고 쪼르르 달려와 말했다.
“류 대인 화화루 다녀오시는 길인가요?”
“어, 그래 별일 없었느냐?”
“아뇨, 있었는데요?”
없었느냐 물었는데, 있다는 대답.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월희를 바라보자, 월희가 뜻밖의 이야기를 해왔다.
“고려에서 오신 손님들이 식사하기가 힘들대요.”
“응? 어째서 말이냐?”
우리 우육면이나 다른 음식들은 한국인들도 먹을 수 있는 괜찮은 요리.
왜 먹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지를 묻자 월희가 손님들이 뭔가를 찾으신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염지(鹽漬)를 찾으시는데. 그게 뭔가요?”
“아, 염지?”
처음에는 뭔가 잠깐 고민했지만, 해외여행 나오셔서 찾을 것이 무엇이겠는가?
한국인의 선조 아니랄까 봐 선조님들 아마도 김치를 찾으시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