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375)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376화(376/605)
양각채(羊角菜)
.
-똑똑.
“계십니까? 어르신?”
숙소에 문을 두드리고 안쪽의 대답을 기다렸다.
“누구 시오?”
“접니다. 류청운.”
“아이고. 류 대인, 어서 들어오시지요. 그나저나 아까 식사 때 찾았는데 어딜 잠깐 나가셨다 해서 좀 서운했던 터입니다.”
숙소 안에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을지성규.
형님이 모든 상인의 숙소를 내 반점으로 지정했기에 그도 우리 반점에 손님으로 묵고 있는 것이었다.
“하하, 그러셨습니까? 밖에 일이 있어 잠시 나갔다 왔습니다.”
그가 능라를 다섯 필이나 나에게 빼앗기고도 나를 반갑게 맞는 이유.
을지라는 성 때문에 어쩐지 친근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능라를 다섯 필이나 받았기에 그에게만 무료 숙박을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상인들에게는 뜯어준 형님의 선물들은 양이 많거나 고가는 아니었기에 그가 제일 불쌍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냥 두면 선조님 울겠더라고···.’
뭐 받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어찌 기거하시는 데 불편함은 없습니까?”
“하하, 예. 살펴주신 덕분에 편안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어쩐 일이신지요? 제가 찾았다는 말을 듣고 오신 것입니까?”
식사 때 그가 같이 식사나 하자고 했다는 말은 월희에게 들었지만, 그러나 내가 그를 찾은 이유는 전혀 다른 이유.
내가 그를 찾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염지(鹽漬) 때문이었다.
염지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김치가 맞는지 물어보려는 것.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 고려 상인은 그가 유일했으니, 아무래도 그에게 묻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원래 한국의 혈통은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 것이 정상이니, 아마도 김치일 확률이 높지만, 확인 과정은 필수니까 말이다.
“아, 그것도 맞지만, 갑자기 이리 찾아뵌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제가 잠시 나갔다 왔더니 고려에서 온 손님들이 염지라는 것이 없어 식사하기 힘들다고 하셨다고? 해서 그걸 좀 여쭤보려고···.”
그런 이유로 영지에 관해 묻자 을지 성규가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허허, 이분들 참. 내 타향에 오면 타향 음식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라 그리 말씀들 드렸는데. 또 그중에 염지를 찾는 분이 있었나 봅니다. 거 염지 며칠 안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크흠···.”
같이 다니기 쪽팔린다는 듯한 을지 성규의 표정.
하긴 뭐 다 같이 단체관광하러 왔는데, 현지 식당에서 김치를 찾는 분이 있다면 쪽팔리긴 할 것 같았다.
전생에도 70, 80년대 해외여행이 그리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 김치로 인한 에피소드는 아주 다양했으니까 말이다.
가져갔던 김치통이 공항에서 폭발했다던가, 공항 검색대에서 생화학 테러 물질로 오인을 받았다던가. 현지 전통 식당에서 꺼내놓고 먹다가 쫓겨 나갔다던가, 뭐 그런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런데 염지가 무엇입니까?”
“아아, 류대인은 중원인이니 모르실 수 있지요. 실은 고려인들은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소금에 절인 채소를 밥 먹을 때 꼭 같이 먹는데, 알다시피 중원 음식은 좀 기름진 편이 아닙니까? 해서 아마 모국의 염지를 찾으시는 모양입니다.
원래 저희가 이리 배를 타고 송나라에 올 때는 염지를 가지고 다니는데, 이번에 바람이 좋지 않아 배 위에서 오랜 기간 시간을 보냈더니 염지가 딱 떨어져···.
저도 그 우육면이 맛있긴 한데, 조금 기름지다고 할까?”
확실히 우육면은 소의 힘줄이 들어가 입이 끈적하게 느껴질 정도로 국물이 진한 것이 특징.
꼬리곰탕 급의 맑지만 눅진한 국물이 특징이라 할 수가 있는데.
중원인들이야 워낙 기름진 걸 좋아하니 괜찮을 수 있지만, 한국인은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이기에, 거기에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이라면 더더욱 김치를 찾을 것은 당연한 일.
김치라는 것은 원래 유전자 단위에 새겨진 한국인 식문화의 정체성이자 정수니까 말이다.
‘아니, 잠깐만. 그런데 고려는 육식 금지 아니었나?’
그런데 김치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역사 시간에 고려는 육식을 금지하는 나라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고, 고려의 육식 금지는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기에, 을지성규를 비롯한 고려인들이 우육면을 먹었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 거며 물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고려는 육식도 금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식사는 어찌? 제가 실수한 것은 아닌지?”
내가 기억하는 것이 맞는다면, 고려는 아마도 지금 불교가 아주 융성해서 육식도 잘 안 할 테니, 고기 먹기 곤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하, 송에는 그리 알려져 있나 보군요? 정확히는 금육식(禁肉食)이 아니라 금살생(禁殺生)입니다.”
“예?”
내 물음에 웃으며 육식을 금하는 것이 아니라 살생을 금한 것이라 대답하는 을지성규.
대체 그게 무슨 차이냐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거리자 그가 말을 이었다.
“고려인도 육식을 합니다. 고기가 얼마나 맛있는데, 그걸 먹지 않겠습니까? 다만 죽이지는 못하는 것이지요?”
“짐승을 죽이지 못하는데, 어찌 고기를?”
“아, 고려에 사는 요(遼)인들이 짐승을 잡아 고기를 팔지요.”
“아아.”
소의 도축 금지가 내려진 송처럼 자연사한 고기만 먹을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이 아니었고.
요, 그러니까 거란인들이 짐승을 잡아 고기를 만들어 판다는 이야기.
뭐 조선시대 짐승을 잡는 백정들이 원래 거란 출신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아마 그것이 고려부터 시작된 느낌이었다.
‘하긴, 사람이 고기 안 먹고 어떻게 사냐.’
사람이 고기를 끊을 수는 없는 일.
납득 가능한 설명에 고개를 주억거리고, 고기 이야기는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와 그에게 염지 그러니까 이 시대 김치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한두 끼야 상관없지만, 상인들은 우리 반점에서 장기 숙박을 할 터인데 김치 아무래도 만들어주어야 할 듯했으니까.
“시진을 빼앗아 죄송한데, 혹시 염지에 대해서 좀 더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류대인께서 청하시면 제가 당연히 알려드려야지요. 대체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뭐 어떤 종류가 있는지 그것이 궁금하달까?”
“아아, 고려의 염지는 아주 다양한데, 역시나 즐겨 먹는 것이라면······.”
을지성규의 입에서 역시나 선조님답게 염지, 그러니까 김치 찬양이 시작되었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으니, 으뜸이라 할 수 있지요. 또 이것이······”
***
을지 성규와 대화가 끝나고, 장사가 끝난 반점 일 층의 의자에 앉아 고려에서 온 손님들을 위해 준비할 요리에 대해 생각했다.
아마 첫날부터 김치를 찾는 것으로 봐서는, 며칠 안 돼서 느끼해 못 먹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 분명했기에 그들이 먹기 좋은 식사를 준비해 보려는 것.
내가 장사치라면 모르겠지만, 나는 요리사.
형님이 밀어주신 관급 계약이라고 해서 대충할 생각은 없었다.
더군다나 숙소에 대한 불만이면 모르겠는데, 먹는 식사에 대한 문제라면 요리사인 내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니까 말이다.
요리를 먹고 만족한 표정을 짓고 돌아가게 하는 것이 요리사 아니겠는가?
그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해봤는데, 당장 떠오른 것은 두 가지.
첫 번째는 고려 스타일 식사 그러니까 고려식으로 손님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
당장 염지를 준비할 수 없으니, 의천 어르신의 식사를 준비해봤던 경험으로 비슷한 식사를 준비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었다.
‘의천 그분 식사를 준비했던 경험으로 특식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준비할 수는 있는데, 그걸 매끼 준비할 수는 없단 말이지.’
주방 인원이 한정되어있기에 다양한 음식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한식인 지금의 고려식을 준비하는 데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었던 것.
날이 덥고 냉장고가 없어 밑반찬을 만들어 둘 수 없어 모두 그때그때 준비해야 하니, 날 잡고 만들지 않으면 준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진짜 특식 개념으로 어쩌다 한 번 정도면 모를까.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은 역시나 염지, 그러니까 김치를 만드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을지성규를 통해서 알아낸 정보는 고려의 염지라 불리는 김치는 아주 다양했는데, 그중 고려인이 가장 흔하게 먹는 김치는 네 가지.
천청(芜菁), 구채(韭菜), 죽순(竹筍), 수근채(水芹菜)로 만든 김치.
천청은 순무를 말하는 순무 김치이고, 구채는 부추를 말하는 부추김치, 죽순은 말 그대로 죽순으로 만든 김치, 그리고 수근채는 미나리 김치.
소금 푼 물에 담가 먹는 일종의 장아찌나 동치미 같은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남자인 그는 염지 담그는 법을 알지는 못했고, 또 안다고 해도 만드는 데는 역시나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날씨가 더워서 빨리 익긴 할 텐데, 그래도 이거 며칠은 걸린단 말이지? 그리고 만들어서 맛이 비슷하지 않으면 안 만드는 만 못하니까···.’
다른 건 몰라도 선조님들도 김치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일 것이 분명하니, 어설프게 흉내를 내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나도 김치는 담아본 적이 없으니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전생에 엄마한테 좀 배워둘 걸 그랬나?’
“가가, 무슨 생각 하세요?”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는 와중 들려오는 영영이의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아내들이 다들 모여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시간에 같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아마 다들 향수행에 다녀온 모양이었다.
“아, 다른 것이 아니라 오늘 손님들이 염지라는 것을 찾았다 하시기에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었구나.”
내 대답에 뭔가 생각났다는 듯한 얼굴로 영영이가 다시 물어왔다.
“아! 맞다 그래서 염지가 뭐에요. 가가? 고려에서 온 손님들이 염지, 염지 그러던데.”
“고려에서 해 먹는 소금에 절인 채소라는데, 그것이 없으면 식사하기가 힘든 모양이야.”
“아니, 무슨 다 큰 어른들이 투정이람?”
영영이는 고려인들의 염지 타령이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반찬 투정 없이 주는 대로 잘 먹는 영영이 뭐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했다.
치킨을 먹을 때 뼈를 잘 발라 먹지 않은 친구나 요구으트 뚜껑을 핥아먹지 않는 자들은 엄히 벌해 마땅한 것이니까 말이다.
“뭐 어쩌겠느냐. 다른 나라의 사람이니 이해해야지.”
그렇게 이해가 안 된다는 영영이의 말에 대답해주고 나자 옆에서 들려오는 청이의 물음.
“그래서 어찌하시기로 하셨습니까? 노공.”
“지금 생각 중이오. 왜 예전에 고려에서 온 왕자라고 의천 그분의 식사를 만들어 드린 일이 있지 않소?”
“예, 기억합니다.”
“그걸 한두 번 해드리면 어떨까 하는데, 문제는 염지 그것이 항상 식사할 때 상에 올라야 하는 것이라···.”
고려식 식사는 그야말로 손님들이 장기 체류에 버티기 힘들 때 먹어야 하는 특식.
그러니 평소가 문제였는데.
청이의 물음에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자 청이가 잠깐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다가 조심스레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
“혹시 중원에 사는 고려인들에게 살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은 어떻겠는지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지.”
무역항 주변이나 동경에 고려인들이 모여 사는 정착촌이 있으니 청이의 말대로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뭐 역시나 좀 시간이 걸릴 테지만 구할 수는 있을 테니까.
그러나 청이의 그 의견에 반대인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그 누구도 아닌 영영이.
영영이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다 큰 어른들이 주는 대로 먹지. 어떻게 번거롭게 민가(民家)를 돌며 그런 것들을 사 모으겠어요. 그냥 다른 거 만들어주면 안 돼요?
뭐 어제 들어보니까 앞으로도 계속 고려에서 사람들이 온다는데, 매번 사서 먹일 수는 없잖아요?”
생각해보니 맞는 말.
“그래, 영영이 네 말도 일리가 있다.”
확실히 영영이 말대로 매번 사다 먹일 수는 없는 일.
그런데 김치를 대신해서 뭘 먹여야 하나 싶었다.
‘어디 보자. 전생에는 김치 대신 뭘 먹었더라?’
그런 이유로 중원의 요리와 어울릴 김치를 대신할 만한 것을 생각해보았다.
‘전생에 중식과 어울릴 김치 대신이라면···. 오! 그렇지 단무지!’
생각해보니 전생의 중국집에서 김치 대신 내던 것은 단무지.
느끼한 중원의 음식 사이사이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인 단무지.
그런데 단무지 만드는 법은 내가 몰랐다.
그것은 중식이 아니니까.
단무지는 원래 일본에서 들어온 무절임에서 시작한 것이니까 말이다.
‘그도 안되면 뭐가 있더라?’
한참 생각해보니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전생의 고급 중국집에서나 나오던 한가지 요리가 떠올랐다.
“맞지! 그게 있었지? 영영아, 내일 저자에 가서 자채(榨菜) 좀 사 오겠느냐?”
“자채?”
“독초를 잘 아는 영영이 너라면 독초가 아니긴 하지만 사천에서 한 번쯤 보았을 것 같은데. 아참 이름이 좀 다르려나? 이렇게 이파리가 크고 중간이 울퉁불퉁한 채소인데.”
“아! 양각채(羊角菜)!”
“그래, 그렇게도 부르지.”
전생의 한국에 고급 중식당들에서 괜찮은 요리를 시켜야만 서비스되는 중원식 김치.
자차이 맛 좀 한번 선조님들께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았다.
그것도 일종의 중원 김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