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386)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387화(387/605)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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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침에 일어난 황제 용(傭)의 일과는 물음으로 시작했다.
“태감, 며칠이나 남았지?”
“아직 이틀이나 더 남았사옵니다. 궁금해서 참기 힘드시옵니까?”
“아니, 뭐 크흠. 힘들다기보다는 그가 어떤 요리를 만들어 올지 궁금해서 말이지.”
황제가 매일같이 눈을 뜨자마자 태감에게 날짜를 확인하는 이유는, 연성공의 의제와 내기 아니, 그에게 황명을 내리고 나서, 그가 요리를 만들어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털이 났지만, 짐승이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천한 것.
거기에 맞는 재료로 어떤 요리를 만들어 올지 궁금해 참을 수 없었던 것.
자신이 문제를 냈지만 과연 풀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풀었다면 그 결과물인 요리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매일 날짜를 확인하는 것이 황제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해야 하는 일이 되었는데, 기대감 가득한 황제의 귓가에 태감의 걱정 어린 물음이 들려왔다.
“그런데 황제 폐하, 혹시 그가 황제 폐하의 하문에 맞는 요리를 만들어 오지 못하면 어쩌시렵니까?”
태감의 물음에 멈칫한 황제 용.
그가 자신의 하문에 어울리는 요리를 만들어 오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태감의 말에 당황한 황제가 얼른 태감에게 명령했다.
“집현원(集賢院) 시두학사(侍讀學士) 사마결을 들라 하게. 내 그에게 일이 어찌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오라고 해야겠어.”
“태감 정충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그렇게 사마결을 불러오라고 명한 황제가 초조한 마음으로 후전(後殿)을 오락가락할 때였다.
밖에서 들려오는 태감의 목소리.
“폐하 집현원 시두학사 사마결 들었사옵니다.”
“오. 들라 하여라!”
사마결이 도착했다는 소리에 그를 얼른 안으로 들이자 사마결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신 사마결, 황제 폐하의 부르심을 받고 왔나이다.”
“오, 그래 사마결. 내 자네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연성공의 의제가 나와의 내기 아니, 황명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고 왔으면 해서 말이야.”
“연성공의 의제를 살펴보고 오란 말씀입니까?”
“그래, 태감의 말이 그가 혹시라도 황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어쩌냐 묻기에···.”
용이 말끝을 흐리자. 그의 말을 들은 사마결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너무 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 어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황제가 물음을 띄우자 사마결이 역시나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
“그의 재주가 아주 비상하니 황심을 결코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할아버지의 일로 사마결은 그의 재주를 무척이나 신뢰하는 느낌.
용이 탐탁지 않은 얼굴을 하자 사마결이 미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만약에 그가 황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잠시 실망스러우실 수 있으나 달리 생각해보면 그것도 황제 폐하께 기쁨이 되는 일일 것입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린가? 그가 황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나에게 기쁨이 된다고?”
“예, 황제 폐하.”
“그가 황명을 수행하지 못하는데 어찌 그것이 나에게 기쁨이 된다는 말인가?”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마결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다시 한번 고개를 조아리며 물었다.
“혹 황제께서는 그가 황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벌을 내리실 생각이시옵니까?”
“아, 아니 그럴 수야 없지. 황실에서 스승으로 모시는 주공(周孔)의 자손인 연성공의 의제가 아닌가.
스승의 자식은 사형제나 마찬가지이기에, 굳이 이야기하자면 그도 나의 의제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는데, 나와 어울려준 일로 벌이라니 그건 안될 말이지 않겠느냐.”
사마결과 내기를 했다는 말에 용 자신도 내기해보고 싶어 말한 것인데, 그런 일로 벌을 한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는 연성공이 아끼는 의제니까 말이다.
그러자 들려오는 사마결의 대답.
“아닙니다. 폐하 벌하셔야 하옵니다.”
“뭐라? 벌을 하라고?”
그가 황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에게 기쁨이 될 거라더니, 이제는 연성공의 의제를 벌하라는 말에 용이 눈을 크게 뜨자 사마결이 역시나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혹 황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그를 반드시 벌해야 하는 이유가 있사옵니다.”
“이유가 있다?”
“예, 그에게 벌로 벼슬을 내려 옆에 두시고, 맛있는 요리를 자주 만들어달라 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그가 황명을 잘 수행해도 잘못 수행해도 모두 황제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아! 그래, 그리하면 되겠구나!? 그래서 황명을 수행해도 수행하지 못해도 나의 기쁨이 될 것이라 한 것이구나?”
그가 궁 밖에서 만들어 올렸던 삼피사나 그가 궁 안에서 만들어 올렸던 냉면이나 자신을 흡족하게 만들었던 요리.
사마결의 말대로 자신의 명을 잘 지켰다면 자신이 기쁠 것이고, 또 명을 잘 지키지 못하더라도 사마결의 말대로 벌로 벼슬을 내리고 옆에 두면 되니. 그의 말대로 둘 다 황제인 자신의 기쁨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연성공의 의제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이고.
‘확실히 연성공의 의제 재미있는 사람이었지.’
사마결의 조언에 용이 기뻐하며 그를 칭찬했다.
“확실히 사마 가문의 후손이라 그런지 네가 지혜가 아주 뛰어나구나.”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럼 이틀 기다려봐야 하나···.”
그럼 이대로 이틀 더 기다려야 하나 싶었지만, 하지만 또 마냥 기다리기는 힘들어서 용은 사마결에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황명을 내리기로 했다.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크흠. 그래도 연성공의 의제가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살펴보고 오겠느냐?”
그러자 사마결이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신 집현전 시두학사 사마결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잠시 후 황명을 받은 사마결이 후전을 나와 궁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땡볕이 비치는 오후 제갈가로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은 우리가 익히 아는 사마결.
의관 때문인지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사마결이 접객당에 앉아있다 내가 나타나자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했다.
“아이고 류 공자.”
“사마 공자. 이 무더운 날 이 시진에 조정에 계셔야 할 분이 어찌 이곳을?”
“이게 다 류 공자 때문이오.”
“저 말입니까?”
자신이 땀을 흘리며 이곳을 찾은 이유가 나 때문이라는 사마결.
내가 무슨 뜻이냐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황제께서 황명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살짝 살펴보고 오라 하셔서 말이지요.”
“황제께서 말이오?”
“그렇소.”
“어허 이런 황공할 일이.”
아마 어린 황제가 내기 문제를 내고 그 답을 내가 잘 찾고 있는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원래 아이들의 호기심은 참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 혹시 성공하셨소? 털이 났지만, 짐승이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천한 것.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던데?”
난도 높은 문제를 받은 것은 일부 사마결의 책임도 있으니, 그에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얄밉게 대답하기로 했다.
“뭐, 어렵긴 했지만···. 힘들 정도는 아니어서···.”
“허어! 역시 류 공자 이시오. 혹시 그 대답을 보고 갈 수 있겠소? 황제께서 저리 성화시니 답을 알리지는 않을 것이지만, 내 확인하고 가야 할 듯해서 말이오.”
꼭꼭 숨겼다가 요리를 보이는 날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지만, 황명을 받고 왔다니 어쩔 수 없었다.
황제가 궁금하다는데 살짝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보여주어야지.
“알겠소. 마침 나도 확인하러 가야 했는데, 일단 따라오시오.”
그렇게 그를 데리고 간 곳은 동경 제갈가의 후원 한편.
후원 구석에 도착해 바닥의 대나무 발을 치웠다.
그러자 드러나는 토굴.
입구에 있던 등잔에 불을 켜고 그를 안으로 인도했다.
“자, 들어오시오.”
“이런 곳에 있단 말이오?”
“그렇소이다.”
계단처럼 만들어 둔 입구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자 나타난 것은 더운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서늘한 원룸 크기 정도의 작은 공간.
그 공간 한편에 나무로 만든 틀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것이오?”
“그렇소. 잠시만 기다리시오.”
궁금해하는 사마결에게 미소를 지어준 뒤, 틀 위를 덮은 대나무 발을 치웠다.
그리고 틀 안쪽을 등잔으로 비춰 사마결에게 그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눈을 깜빡이는 사마결.
그가 황당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터, 털이 분명히 나 있는데, 대체 이것이 뭐란 말이오?”
그의 물음에 며칠 동안 이것을 만들기 위해 했던 시행착오들이 떠올랐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진 것이었으니.
“뭔가 생각나셨습니까?”
“낭군님, 뭔데요?”
받을 상을 생각해보라는 말에 청이와 미미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어왔었다.
하지만 자신감 있게 말한 것과는 다르게 이번 요리는 테스트해볼 시간이 필요했다.
털이 났지만, 짐승이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천한 것, 거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요리이지만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 몇 번의 테스트가 필요했던 것.
다만 비슷한 음식을 만드는 것은 몇 번 구경한 적 있으니, 그것을 참고해서 만들어볼 예정이었다.
‘앞으로 아흐레 정도 남았으니 두 번에서 최대 세 번 정도는 만들어볼 수 있겠군.’
“낭군님?”
“노공?”
둘의 물음에 대답도 잊고 생각에 빠져있다가 다시금 나를 불러오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아! 그래, 생각났소. 하지만 나도 직접 만들어본 적은 없어서 몇 번 만들어봐야 할 것 같으니 만들면서 알려주겠소.”
“네, 노공, 무엇일지 무척 기대됩니다.”
“저도요. 낭군님.”
그날 오후부터 황제의 문제를 풀기 위해 테스트를 해 보기로 했다.
-스걱. 슥슥슥.
오랜만에 들려오는 맷돌 돌아가는 소리.
점심때 물에 깨끗하게 씻어 불려둔 콩을 맷돌이 곱게 갈고 있었다.
맷돌을 돌리는 것은 청이 그리고 맷돌의 구멍에 숟가락으로 콩을 열심히 넣는 것은 미미.
내공이라도 쓰는지 믹서기처럼 돌아가는 맷돌의 구멍에 미미가 아주 민첩한 손동작으로 콩을 쏟아놓고 있었다.
“둘 다 대단하오. 이렇게 빠르고 곱게 갈리다니. 그리고 미미 잘 보이지도 않는데 어찌 그렇게 구멍에 잘 집어넣으시오?”
맷돌을 빠르게 돌리는 청이의 힘도 대단하지만, 구멍이 보이지도 않게 돌아가는데 거기에 콩을 숟가락으로 퍼넣는 미미는 더 대단.
내가 놀랍다는 목소리로 말하자 미미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원래 늙은이가 가르쳐준 전낭을 빼는 것을 응용한 것인데, 빼는 대신 넣는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미미의 대답은 소매치기 기술을 이제는 콩을 넣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말.
그 대답에 청이와 어색하게 웃어 버렸다.
“아하하. 그, 그랬소?”
“아하···. 하···. 미, 미미 언니 대단합니다.”
그렇게 콩을 갈고 간 콩을 끓여 콩물을 준비하자 감격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미미.
“낭군님, 마치 이것은 화산파에서 두부 만들던 것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오, 그것을 어찌 알았소? 설마 화산파에서 두부 만들 때 나를 살펴보았소?”
화산파에서부터 우리를 따라다녔다고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콩을 갈고 콩물을 끓이는 것만 보고도 두부를 만든다는 것을 알아챈 미미.
칭찬하듯 말하자 미미가 발그레해진 볼을 어쩔 줄 몰라 하며 대답했다.
“예, 화산파에서 두부를 만드실 때. 근처 나무 위에서 낭군님의 모습을 훔쳐보았거든요. 얼마나 가슴이 설레던지.”
“그런 일이 있었소?”
“예, 그런데 이제는 제가 낭군님과 두부를 만든다니, 가슴이 뜁니다.”
미미의 과거 고백.
그때는 멀리서 두부 만드는 것 구경만 했는데, 이젠 자신이 직접 거기에 끼어서 만들 수 있다니 새삼 내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었다.
미미의 고백에 미소를 지어주고, 그렇게 콩물을 휘졌고 간수 대신 식초와 소금으로 간이 간수를 만들어 두부를 만들었다.
이번에 만들 것은 연두부보다는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두부.
물을 적당히 빼기 위해 돌을 눌러두고 나자 청이가 궁금한 듯 물어왔다.
“그런데 노공. 어째서 두부는 만드시는 것입니까? 분명 황제께서 내신 문제는 ‘털이 났지만, 짐승이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천한 것.’인데 두부는 털도 없고 천하지도 않지 않습니까?”
두부는 매끄럽고 부드럽지, 털이 없는데 왜 이걸 만드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두부까지 만들었으니 이제 비밀을 살짝 알려줄 때.
미미와 청이를 혼란에 빠트릴 멘트를 날려주었다.
“이제 이 두부에 털을 자라나게 할 작정이오.”
“네? 두부에 털을 자라나게 한다고요?”
“두부에?”
내 대답에 청이와 미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서로를 바라봤다.
두부에 털이 자라난다니 당연히 이해하기 힘든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