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388)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389화(389/605)
조기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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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털이 분명히 나 있는데, 대체 이것이 뭐란 말이오?”
시행착오를 겪느라 고생했던 생각에서 빠져나와 사마결의 물음에 대답했다.
“유락(乳酪)을 아시오?”
“유락이야 당연히 알지만, 그럼 이것이 그럼 유락이라는 말이오!?”
유락이란 치즈를 뜻하는 말.
내가 치즈를 언급하자 사마결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털 난 모두부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모두부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쿰쿰한 냄새에 코를 움켜쥐고,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어왔다,
“아무래도 유락으로는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그리고···. 어이쿠 이 쿰쿰한 냄새. 설마 이거 썩은 것 아니오?”
생긴 것이야 당연히 털이 숭숭 난 모두부이기에 치즈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일.
그러나 우유의 단백질을 응고시켜 만드는 치츠와 콩의 단백질을 응고시켜 만드는 두부는 전혀 다른 음식이지만, 그 원리는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 점이 있다.
둘 다 응고제를 이용해 단백질을 응고해 만드는 것이니까 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발효 과정만이 차이가 날 뿐인데, 모두부는 그 발효 과정까지 넣었으니.
같은 원리로 만드는 음식이기에 같은 범주에 묶어도 무방한 것.
전생에는 이 모두부를 중원의 치즈라고 불렀으니까.
맛도 거의 비슷한 느낌이고, 굳이 따지자면 식물성 치즈 정도라고 보면 될까?
“뭐 그 비슷한 녀석이오. 썩었다기보다는 맛있게 변했다 뭐 그리 보면 되는데···.”
“서, 설마 썩은 것을 황제께 올릴 작정이오? 황제가 드시고 아프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쩌려 그러시오!”
아무래도 썩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 모습에 당황한 사마결.
황제가 먹고 탈이라도 나면 어쩌냐는 물음이었지만, 저걸 먹는다고 병이 날 리도 없고, 나도 뭐 변명거리는 있었다.
“황제께서는 내게 요리를 만들어 오라 하셨지, 직접 드신다고 하지는 않지 않았소?”
“아니, 그래도 요리라는 것이 먹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리고 황제께서 친히 드셔주시면 감사할 따름이지만, 꼭 음식을 맛보는데 황제께서 나설 필요가 있겠소? 룡체가 걱정된다면 황명의 수행 결과를 아뢰는 날, 주변의 다른 사람이 먹어주면 되는 일이니 괜찮소.”
“생각해보니 그렇긴 한데···.”
송 황실에 기미(氣味) 상궁 같은 제도가 있지는 않은 것 같지만, 굳이 걱정된다면 태감이나 다른 사람을 시켜도 될 일이고, 또 그 자리에 있을 것이 뻔한 누군가에게 먹이면 되는 일.
뭐 황제의 황명에 모두부를 떠올릴 때 사마결의 물음과 같은 생각을 하긴 했었다.
아무래도 이런 식의 음식은 다들 처음일 테니, 곰팡이 털이 난 두부를 과연 황제에게 올릴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잘 생각해보니 굳이 황제가 직접 먹지 않아도 되는 일이고, 날 좀 더 고생하게 만든 사마결에게 먹여도 되는 일.
그도 이 황명이라 부르고 내기라고 쓰인 이 문제에 보증인이나 마찬가지니, 요리를 올리는 자리에 참석하게 될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 이유로 사마결을 향해 미소를 씩 지어주자, 그가 내 시선에 눈을 깜빡이다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다른 사람이라면···. 서, 설마?”
‘설마는 무슨 설마냐? 결아. 네가 먹어야지.’
그래, 모두부를 먹을 사람은 사마결 확정이었다.
사마와 제갈끼리 대화를 주고받는데 많은 말은 필요 없었다.
알아서 서로 눈치를 까면 되니까.
그것이 원래 사마와 제갈의 대화법.
삼국지에도 보면 우리 제갈 형님과 역적 사마의가 전장에서 만나서 서로 ‘이 새끼 대체 무슨 짓을 할까?’ 생각하며 눈치 싸움 많이 했었으니까.
그것이 사마가와 제갈자의 보통의 대화법 아니겠나.
“설마 룡체를 보중하는 일인데 싫은 것이오?”
“그, 그럴 리가 있소이까···.”
내 질문에 마지못해 대답하는 사마결이었다.
***
“그러면 이틀 후, 내 황궁에서 이것을 요리할 테니. 황제께는 잘 준비하고 있다. 그리 아뢰시오.”
“알겠소. 정말 괜찮은 것 맞겠지요?”
“그렇게 걱정되면 같이 먹어주기라도 하면 되겠소?”
혹시 먹고 병이라도 나는 것은 아닌지 몇 번이나 거듭 물으며 집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마결.
사마결이 나를 찾은 목적을 해결해주었으니 차나 한잔 마시고 가라고 권했지만, 그는 내 차를 거절했다.
황제께서 자신의 보고를 듣기 위해서 기다리실 테니, 빨리 되돌아가 보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그를 문밖까지 배웅하자 그가 문턱을 넘어서다 말고 멈춰서,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말을 꺼냈다.
“저기···.”
“어허. 괜찮다니까 그래도요. 무슨 걱정이 그리 많으신지···. 설마 내가 먹고 죽는 음식을 만들겠소이까?”
대체 몇 번을 물어보는 것인지 이제 슬슬 짜증이 난다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의 이런 병적인 걱정은 그의 핏줄에서 기인한 것이긴 했다.
의심이 많으니 우리 제갈 형님의 공성계(空城計)에 쫄아서 병력을 물린 일화가 있는 그 사마의의 자손이니까 말이다.
‘아무튼 애는 착한 것 같은데, 가끔 이리 역적의 핏줄이라는 티를 낸다니까?’
그의 걱정에 유전자라는 게 참 무섭다고 생각하며 대답하자 고개를 젓는 사마결.
사마결이 고개를 저으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니, 그것이 아니고. 저희가 그 알고 지낸 지도 꽤 오래되지 않았습니까?”
“아, 뭐 그렇지요. 제 혼례식 때 뵈었으니.”
“예, 해서. 크흠. 서로 호형하는 것은 어떤지? 제가 들어보니 저와 연배가 비슷한 것 같은데, 벗으로 지내는 것은 어떨까 해서 말입니다. 제 할아버지 일로 은혜도 입었으니···.”
서로 호형하는 친구가 되자는 말은 조심스러운 친구 관계로 시작하자는 말.
역적의 자손과 친구가 되는 일이라 살짝 고민이 들었지만, 솔직히 사마결이 무슨 죄겠는가?
그 선조가 문제이지.
항상 애는 착하다고 유능하다 생각했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묻고 더블로 끌고 가주기도 했고.
“좋소이다.”
“오오! 역시 황제 폐하의 말씀같이 류형은 화끈한 데가 있습니다!”
내가 친구로 지내준다는 말에 기뻐하는 사마결.
“뭐 화끈하기까지야. 아무튼 앞으로는 그러면 벗으로 지냅시다. 사마형.”
그렇게 사마결과 친구를 먹자 그가 신이 난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류형, 혹시 원사(圓社)의 원우(圓友)로 활동하고 계십니까?”
“원사? 원우? 내 처음 들어보는데 그것이 무엇이오?”
어떤 단체에 가입되어있냐고 묻는 사마결.
처음 듣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딱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허, 저런 어찌 류형 같은 분이 원사의 원우로 활동하고 계시지 않는다니. 성현들께서 원사에 들어가지 못하면, 늙을 때까지 제대로 된 풍류를 즐길 수 없다고 하셨는데···.”
‘송 시대 한량들 사이에서 뭔가 유행하는 문화가 있나?’
복주에서 지내다 보니 수도 유행에는 민감하지 않아 몰랐는데 뭔가 아주 안타깝다는 표정.
대체 원사가 뭔가 궁금함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 사마결의 설명이 이어졌다.
“원사란 축국(蹴鞠)을 차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류형.”
“아하.”
‘축구를 차는 모임이라면. 아, 조기축구?’
원사가 뭔가 싶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기축구회.
송 시대에는 축국이라는 송나라만의 축구 경기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전생의 축구와 유사점이 많은 유명하고 체계적인 스포츠로, 큰 마을 행사 같은 것이 벌어지면 축국 경기 또한 벌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혼자 볼을 트레핑 하는 백타식(白打式)이라 불리는 묘기 축구와 한 팀 열두 명이 하는 축국 경기로 나누어져 있는데, 아마 사마결도 축국을 좋아해서 조기축구회에 소속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내 일이 바빠.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소. 사마형.”
전생에 중, 고등학교 때 볼 좀 찬다는 소릴 들었지만, 커서는 해본 적이 없고 송나라 축국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사실대로 이야기하자, 사마결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물었다.
“그러면 혹시 저희 원사(圓社)의 원우(圓友)가 될 생각은 없으십니까? 우리가 벗이 되었으니 축국(蹴鞠)이나 한번 차시지요.”
조기축구회 가입 권유.
나도 축구를 싫어하지 않으니 살짝 호기심이 동했으나 복주에서부터 거리도 멀고 몇 번 참석도 못 할 것 같아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흥미가 동하기는 하는데, 제가 복주에 기거하다 보니 아무래도 거리가 멀고 자주 못될 것 같아서···.”
“저런. 조정의 고관대작분들이 모여서 하는 원사이기에 제가 꼭 소개해 드리고 싶었는데···.”
‘아니, 이 자식이! 그런 건 먼저 말해야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마결이 말한 원사란 그냥 조기축구회도 아니고 국회 조기축구회.
이건 무조건 가입이었다.
전생에도 국회 조기축구회라고 여야 의원들과 기자들이 모여 공을 차는 모임이 있었는데, 이건 인맥을 넓히는데 최고의 모임.
그렇지 않아도 관에 얼굴을 팔아야 하는데, 국회 조기축구만큼 얼굴을 잘 팔 수 있는 곳도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마형께서 그리 권하시면 제가 또 당연히 입회하여야지오.”
“아니, 분명 거리가 멀고···.”
“허허,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까? 하하. 다른 어른들께서 아주 좋아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다들 만나 뵙고 싶어 하셨었는데. 제가 데려가면 다들 놀라시겠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마결이 말한 조기축구회는 아무나 입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관대작이나 그 자식들 그리고 그들에게 추천받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VVIP를 위한 조기축구회였던 것.
당연히 사마결이 내 추천인이 되기로 했지만, 그 조기축구회 방문은 황제와의 일을 처리하고 진행하기로 했다.
인맥이고 뭐고 다 좋은데 일단 어린 황제의 황명을 처리하는 일이 시급했으니까 말이다.
***
-팅. 팅팅.
웍에 넣은 기름이 달구어지며 웍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름이 충분하게 달구어진 느낌.
두부를 굽기 위한 기름은 유채유에 참기름을 섞은 고소한 기름.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그윽하게 어선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기름의 향이 아주 좋습니다.”
“유채유에 참기름을 삼 할 정도 섞은 것이오. 그래야 고소하면서 튀겼을 때 겉이 바삭해지거든.”
“아, 향만 이리 좋은 것은 아니군요?”
“그렇소. 그럼 이제 이걸 튀겨봅시다.”
모두부 판을 덮고 있던 천을 걷자 드러나는 두부 위에 자란 솜사탕 같은 털.
정화도 털이 난 두부는 처음이기에 털 난 두부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두부를 바라봤다.
“이런 걸 정말 먹을 수 있다니···.”
준비된 기름에 털이 난 두부를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떼어 바로 기름 속으로 떨궜다.
-촤아아아아아아!
그러자 흘러나오는 구수한 향과 바로 사그라드는 털.
솜사탕 같은 모두부의 털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어 두부의 표면에 달라붙었다.
넉넉하게 채운 기름에 튀겨지는 두부는, 곧 털이 사라져 그냥 튀긴 두부인지 아닌지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변했다.
그냥 보면 일반 두부를 튀겼다고 오해할 수도 있는 모습.
자세히 보면 털이 표면에 매생이처럼 달라붙었는데, 입 안에 넣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원래 모두부를 먹는 방법은 두세 가지정도 된다.
이렇게 튀겨 고춧가루와 화초, 소금, 후추를 섞은 가루에 찍어 먹거나, 생으로 증류주인 백주와 앞에 나열한 재료들에 버무려 먹는 방법.
또 다른 것은 요리의 부재료로 조미료처럼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오늘은 누구라도 탈이 나면 내가 난처해지니, 모든 균을 살균해서 맛만을 즐기는 두부구이로 준비하는 것.
이렇게 구운 두부는 구운 치즈와 맛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촤아아.
고소한 두부구이 냄새가 어선방에 가득 퍼지고, 두부구이가 완성되기까지 양념장을 준비했다.
화초와 후추 말린 생강, 소금을 섞어 만드는 파우더.
그리고 간장에 식초를 조금 섞은 단순한 간장 소스 두 가지를 말이다.
이 모두부는 발효된 두부 자체의 진하고 꾸덕꾸덕한 맛을 즐기는 요리.
정말 즐기는 사람들은 살짝 구워 그 진한 고유의 맛을 즐기지만, 약간의 호불호가 있기에 그 향과 맛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특유의 향과 맛을 죽일 수 있는 화초와 생강 소금 파우더를 준비해 주는 것이다.
진한 풍미만을 즐기라고 말이다.
화초와 말린 생강 가루, 후추 같은 조합의 파우더라서, 모두부가 썩어서 취두부와 같이 악취가 나서 저런 재료들에 찍어 먹는 것이라 오해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모두부의 맛은 콩 단백질이 발효 과정에서 치즈처럼 변해 정말 진한 풍미가 느껴지는데, 향을 한국인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딱 청국장.
딱 그와 같은 향이 나기 때문이다.
콩의 단백질을 고초균과 누룩균으로 발효했으니, 똑같이 콩을 고초균과 누룩균으로 발효한 청국장과 똑같은 향이 느껴지는 것.
그렇기에 모두부를 처음 먹는 한국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진한 풍미와 함께 청국장 향이 난다는 의견이 일반적.
다 익은 하나를 건져내 입 안에 넣자, 뜨거운 두부의 진한 치즈 맛과 함께 역시나 살짝 쿰쿰한 청국장의 향이 살짝 느껴졌다.
“좋소. 아주 잘 만들어졌소.”
노릇하게 구워진 모두부를 접시 위에 올리고, 두 가지 양념장과 함께 황제의 어전으로 향하기로 했다.
“자, 그럼 가볼까?”
‘그나저나 대놓고 관직을 달라면 좀 그런데. 어찌 예쁘게 말을 해야 하려나?’
뭐든지 말하기만 하면 두 배가 될 내 보상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서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