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403)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404화(404/605)
수많은 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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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요리까지 어선방에서 밖으로 향하자 사진탁(四镇桌) 코스가 끝이 났다.
내 요리인 모란연채(牡丹燕菜)와 함께 나간 것은 총배호두리(蔥扒虎頭鯉)라는 황하에서 나는 제일 좋은 잉어로 만든, 파를 곁들인 호랑이 머리 잉어구이.
운조부유육(雲罩腐乳肉)이라는 두부를 곁들인 고기 요리.
그리고 해미승백채(海米升百彩)인 양배추와 끓인 말린 새우탕이었다.
총배호두리는 연장자를 존경한다는 의미를 담은 요리이고, 운조부유육은 유래가 좀 특이하다.
정권을 잡기 위해 자기의 딸과 아들까지 사정없이 잡아죽인 측천무후였지만, 공주 하나만은 무척이나 예뻐했는데.
그 공주가 시집갈 때 안타까운 마음에 자기 젖을 고기에 발라 먹었다 해서 만들어진 요리라는 유래는 가진 것.
‘아니, 예뻐하는 건 예뻐하는 건데. 다 큰 딸에게 젖은 왜 먹이냐고···. 하지만 중원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게 또···.’
그리고 해미백승채는 상서로움과 기쁨을 기원하는 요리.
“사진탁이 모두 나갔으니 바로 팔대건을 준비하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청운님. 육수를 가져오고 찜기를 올리거라!”
“예, 정화선공.”
이제 이어지는 것은 팔대건(八大件) 코스.
팔대건은 전오위(前五為) 후삼위(後三為)로 나뉘게 되는데, 국물 요리인 전오위는 쾌삼양(快三樣), 오류어(五柳魚), 어인(魚仁), 계정(雞丁), 폭학포(爆鶴脯).
후삼위는 달콤한 요리로 채워지는데 팔보반(八寶飯)、첨발사(甜拔絲)、탕초리척(糖醋裡脊).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소미(四扫尾) 코스로 낙양 수석의 모든 요리가 끝이 난다.
사소미는 어시삽화(魚翅插花) 금후탐해(金猴探海) 개우쟁춘(開魷爭春) 벽파산환(碧波傘丸)의 네가지 요리.
벽파산환의 원형은 알 수 없으나 전생에는 식초를 가미한 새콤달콤한 계란국을 벽파산환으로 대신했다.
이 국은 환송을 뜻하는 의미로 이 계란국까지 나가면 낙양수석의 모든 요리가 끝이 나는 것.
손님들도 이게 나오면 먹고 자리를 뜨는 것이 룰인 것이다.
-쪼르륵.
계란국에 식초를 풀어 마지막으로 간을 하고, 그것을 그릇에 예쁘게 담아 정화에게 건넸다.
“사소미를 내가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정화 선공.”
그러자 바로 쟁반에 담아 잔칫상으로 향하라 지시하는 정화.
이마를 묶었던 천을 풀어내자 이미 흠뻑 젖은 천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새벽부터 달린 스물네 가지 코스의 완성.
잠시 쉴 때 앉으라 가져다 둔 의자에 털썩 앉아 고생한 정화와 두 선공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다들 고생했소.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저희야 고생이랄게 있나요? 청운님께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청운님께서 고생하셨지요. 그나저나 낙양수석 말로만 들어보고 직접 보지 못했었는데, 이리 직접 만들어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맞습니다. 낙양수석의 스물네 가지 요리를 만들어보다니!”
“어찌 이리 청운님은 수많은 요리를 알고 계신 것입니까?”
낙양 수석을 만들어봤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선공들.
추가로 만들어 둔 분량이 있으니 더 필요하면 내가면 될 것이고, 저녁 연회는 다른 이가 맡기로 했기에 한 시진쯤 쉬다가 슬슬 정리하고 나가려 할 때였다.
태후전 태감인 이헌이 어선방으로 뛰어 들어와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여기 있었구만. 이보게 소연성공.”
“이헌 태감 어른. 어찌 이곳까지 행차하셨습니까?”
“태후께서 아침 연회가 끝나자 급하게 처소로 돌아가시더니, 지금 자네를 찾으시네. 얼른 나와 함께 태후전으로 가세.”
‘아, 그냥 알아들으셨으면 눈치만 채고 마시지, 나는 왜 또 부르시냐···.’
태후가 불렀다는 말에 아무래도 다리가 좀 후달렸다.
***
태후는 곤성절 마지막 날 아침을 손꼽아 기다렸다.
대신들과 황제가 특별히 연성공의 의제에게 부탁해 생일상을 차리라 부탁했다 들었으니까 말이다.
보통 생일상에 오르는 요리야 수십수 백번 먹어보았지만, 연성공의 의제가 만드는 요리는 다를 것이라 들었으니 기대가 되었던 것.
또 겨울에 먹었던 웅장이 정말 맛있었기에 기다려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 황제를 위해 몇 번 요리했지만, 그건 태후가 먹어보지 못했으니까.
“태후마마 연회장으로 행차하시지요.”
“그래요. 이헌 태감 갑시다. 오늘 연성공의 의제가 어떤 요리를 만들어 올릴지 기대됩니다.”
“예, 마마.”
그렇게 도착한 연회장.
황제와 이미 차려진 여덟 가지 요리가 태후를 맞았다.
“태후마마 곤성절을 경하드리옵니다.”
“벌써 사흘째인데 인사는 그쯤 하지요 황상.”
“예, 마마.”
공손히 인사하는 황제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앉은 자리.
차려진 여덟까지 요리는 냉채 요리였다.
“오. 이것은 날이 더운 여름이라 냉채 요리를 준비했나 보군요. 이리 예쁘게 담기다니 저것은 산이고, 저것은 기러기, 서책으로 보이는 것도 있고, 저것은 당 시대의 용포로 보이는군요.”
날이 더우니 시작요리는 차가운 냉채 요리.
태후는 화려한 모습의 여덟 가지 요리를 하나하나 맛보기로 했다.
하나도 놓치기 어려울 만큼 다들 화려하고 맛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달걀을 살짝 덮은 소고기 요리와 사슴의 힘줄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편육과 다섯 가지 향이 밴 고기 요리.
참기름의 향이 살짝 도는 동충하초는 참으로 고소했고, 연잎의 향이 향긋하게 올라오는 무침 또한 입맛을 돌게 했다.
그뿐인가? 초가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잉어 모양의 죽순 무침.
마지막으로 담백한 두부와 거위의 발로 만든 요리는 상큼한 오이와 버무려져 고소하고 상큼했다.
절로 찬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맛있습니다. 하나하나가 다 독특한 맛이고 그 어느 것도 빠지지 않으니 정말 훌륭한 요리입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태후마마?”
“물론입니다. 황상. 역시 연성공의 의제. 제 곤성절 요리를 한다고 고생하고 있을 텐데 나중에 상이라도 내려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이 요리들의 이름이 궁금한데, 혹 누가 요리에 이름이 무엇인지 들었습니까?”
태후의 물음에 얼른 뛰어나와 대답하는 어선방 태감.
태감이 머리를 조아리며 태후께 아뢨다.
“지금 요리는 전팔품(前八品) 팔개냉반(八個冷盤)이라 하는 요리인데, 네 가지 고기와 네 가지 채소로 만든 요리라 합니다.”
“오호라.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말이군요?”
“예, 마마. 전팔품 요리는 각각의 요리가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그것이 상징하는 것은 복(服), 례(禮), 도(韜), 욕(欲), 예(藝), 문(文), 선(禪), 정(政).
태후의 섭정으로 천하 만물이 안정되었음을 칭송하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오오. 깊은 그런 뜻이.”
태감의 설명에 태후는 기분이 좋아졌다.
각기 모든 요리가 그 의미가 있고, 그것들이 자신의 섭정, 곧 치세를 칭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요리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던 것.
이리 모든 요리가 뜻이 있고 그 짜임이 있으니, 연성공의 의제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도 알 수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여덟까지 요리를 맛보며 잠시 기다리자 이어서 나오는 네 가지 요리.
제일 첫 요리가 태후 앞에 놓이자 고소한 국물의 향이 솟아올랐다.
자주 먹었던 닭의 향이 나는 것으로 보아 닭고기 국물인 느낌.
천천히 숟가락을 가져가 그 국물을 맛봤다.
-후륵.
입안에 퍼지는 진하고 고소한 육수의 향.
가운데 만들어진 모란이 너무 예뻐 차마 흐트러트릴 수 없었지만, 자신을 위해서 만들어진 요리니 맛보지 않을 수 없었기에 조심스레 모란을 흩었다.
그리고 모란의 가운데를 헤치자 면발이 드러났다.
곤성절에 면 요리를 올리는 것은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
빠져선 안 되는 요리이기에 태후가 미소를 지으며 그 면발을 입으로 들이켰다.
-후르륵.
소 연성공도 아마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올린 것 같으니까.
그런데 신기한 일이었다.
익숙한 면발의 느낌을 기대했는데, 입안으로 들어가자 마치 사르르 녹아버리는 것 같은 면발.
그리고 아주 달콤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익숙한 맛.
“이것은? 무의 맛이 아닙니까?”
어선방의 태감에게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마마, 무로 면발을 만들어 그것으로 만든 국수라 하옵니다.”
“오호라. 무로 만든 면이라. 입안에 들어가면 녹아 없어지니 정말 맛있습니다.”
-후르륵 후륵.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면발을 신나게 들이켜는 어린 황제의 모습이 태후의 눈에 들어왔다.
워낙 면을 좋아하니 어쩌면 당연한 모습.
태후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
“그래, 이 요리의 이름은 무엇이라 합니까?”
“예, 태후마마. 모란연채(牡丹燕菜)라 한다고 하옵니다.”
“오오, 그래서 모란이 예쁘게 수 놓여 있었군요.”
그렇게 몇 번 면발을 들이켤 때였다.
왠지 익숙하게 들리는 이름.
모란연채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었던 것.
‘어디서 들었더라?’
잠깐 젓가락을 멈추고 어디선가 들어봤던 이름을 떠올려봤다.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날듯도 말듯도 한 상태.
일단 같이 나온 요리들을 맛보며 생각해보기로 하고 태후는 젓가락을 움직였다.
잉어구이와 두부가 들어간 고기 요리.
그리고 권심채(卷心菜 양배추)와 새우로 끓인 국.
맛이 훌륭해 다시 한번 그 이름을 묻자 태감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이것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총배호두리(蔥扒虎頭鯉), 운조부유육(雲罩腐乳肉), 그리고 해미승백채(海米升百彩)라 한다고 하옵니다.”
‘응? 운조부유육?’
운조부유육이라는 대답에 멈춘 생각.
그리고 태후의 기억 속에 가물가물하던 모란연채의 이름이 어디서 들어보았는지가 떠올랐다.
모란연채라 했지만, 저것의 이름은 그냥 연채.
무측천이 요리사에게 지시해 자신을 뜻하는 ‘무’로 요리를 만들라 해 만든 요리니까 말이다.
그리고 운조부유육이란 당의 악녀이자 폭군이었던 무측천이 그 딸을 시집보내는 것이 슬퍼 자기의 젖을 짜 고기에 발라 먹었다 해서 유명해진 요리이니까 말이다.
‘어찌 곤성절에 무측천의 요리를 두 가지나? 설마? 스물네 가지라면?’
태후는 떠오른 생각에 태감에게 되물었다.
“설마 이 요리 전부 낙양수석입니까?”
“오오, 어찌 아셨습니까? 태후마마. 맞사옵니다. 그리 들었사옵니다.”
“내 한번 들어본 요리라 궁금했는데, 이리 먹을 수 있어 참으로 좋습니다.”
태후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지만, 그러나 속은 지금 복잡했다.
소연성공이 곤성절에 무측천의 요리를 낸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었던 것.
송은 그 통치 이념을 유교에 두는 나라.
자신의 자식인 딸과 아들을 죽이고 대소신료들을 잡아 죽인 무측천은 유교에 예에 비추어 보면 엄청난 악녀니까 말이다.
그런 악녀의 요리를 내었다?
연성공의 의제인 소연성공은 요리에 의미를 두어 요리하는 자.
얼마 전에도 황궁 앞에서 삼피사를 요리했으니 이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고 태후가 요리의 이름을 맞추자 느껴지는 대소 신료들의 시선이 그런 태후의 의심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묘하게 자기의 눈치를 보는 듯 힐끔거리는 대소신료들의 시선.
그러니 이후의 요리들을 맛있게 먹진 했지만,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에 마음 놓고 즐길 수는 없었고, 연회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태후전으로 되돌아갔다.
“누가 지금 게 있습니까?”
“예, 태후마마. 부르셨사옵니까?”
태후의 부름에 바람처럼 나타난 암부.
옥령이가 없으니 바뀐 아이였는데, 태후는 그 궁녀에게 명령했다.
“가서 부주를 들라 하세요.”
“예, 마마!”
그가 그들의 부장을 부르러 사라지고 얼마 안 돼 나타난 암부의 부주.
태후가 그의 얼굴을 보고는, 원래 어두운 얼굴이지만 그의 얼굴이 오늘은 한층 더 어둡다고 생각하며 물었다.
“오늘 연회에 연성공의 의제가 곤성절 요리로 낙양 수석을 올렸습니다. 아는 바가 있습니까?”
“낙양수석이라면?”
“저 무측천이 즐겨 먹었다는 요리에요.”
“그, 그것이···.”
자기의 말을 못 알아듣는 암부의 수장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묻는 태후.
그녀가 다시 알아듣게 설명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대업 이야기가 샌 것 같은데, 짐작 가는 바가 없습니까?”
그렇다.
소연성공의 요리.
문무백관들의 시선.
자신의 계획이 새버린 게 분명했다.
그러니 연성공의 의제는 자신에게 위험을 알리려고 한 것이 분명한 느낌.
그게 아니라면 문무백관들과 뜻을 함께해 경고한 것이거나.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그, 그런···.”
“아마도 고맙게 나에게 일이 틀어졌음을 알리려고 했거나 문무백관들과 소연성공의 뜻을 함께하는 것 같은데 어찌 생각하나요?”
태후의 물음에 암부의 부주가 땅에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후, 후자일 것입니다.”
“후자? 어찌 그리 생각합니까?”
태후의 물음에 고개를 조아린 채 대답하는 암부의 부주.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신이 오늘 알아낸 것인데. 그, 그의 처가가 제갈가라 하옵니다.”
“응? 그는 분명 남궁가의 여식과 혼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분명 그의 처가는 태후가 알고 있기로는 남궁가.
제서까지 내렸었기에 고개를 갸웃하자 암부의 수장이 이마를 땅에 댄 채 대답했다.
“그, 그것은 그의 수많은 처가 중 하나일 뿐. 그는 생각보다 거물이었습니다. 마마.”
“예? 수많은 처가요? 그게 무슨?”
대체 무슨 처가가 많을 수가 있다는 것인지 태후는 암부의 부주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암부의 부주 이젠 듣는 것뿐만 아니라, 말도 잘 못 하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