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405)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406화(406/605)
불모지(不毛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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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이 되어서야 간신히 도착한 복주.
원래 해가 지면 성문을 열어주지 않지만, 성벽 아래서 위쪽을 향해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으면 쪽문이라도 열어주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이 상태로면 내일 아침까지 성문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그러면 밤이슬을 쫄딱 맞을 테니까.
우리끼리라면 상관없는데, 문제는 내 뒤에는 정화와 다른 두 선공의 가족들과 아이들까지 있는 상태.
밤이슬을 맞는 것은 아무래도 피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저기 오늘 성문을 지키는 아장이 누구신가?”
그러자 횃불을 비춰 나를 확인하는 관병들.
관병 중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었던지 그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어찌 성문을 지키는 아장을 찾···. 허억! 지주 어른의 의형제 아니십니까!? 아, 아장 어른! 아장 어른!”
잠시 후 두더지 잡는 기계의 두더지처럼 성벽에 두 머리가 다시 쏙하고 올라왔다.
“어찌 이리 호들갑을 떠느냐 밖에 누가···. 헉! 어르신!”
나와 눈이 마주치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된 아장.
“내 발걸음을 서둘렀는데, 해가 져버리는 바람에···. 일행도 많으니 어찌 좀 안 되겠나?”
난처한 표정으로 웃자, 화들짝 놀란 아장의 머리가 망치를 얻어맞은 두더지처럼 곧바로 성벽에서 사라졌다.
-꾸구구궁.
그리고 두 머리가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성문이 열림과 동시에 아장과 관병들이 뛰어나와 도열 했다.
“어르신! 어서 들어가시지요! 밤이슬을 맞을 뻔하셨습니다!”
앞장서며 나를 성안으로 인도하는 아장.
그에게 미안한 듯 말하자 그가 정색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이고. 이거 고마워서 어쩌나.”
“고맙긴요. 어서, 어서 들어가시지요. 미리 사람을 보내 알리셨으면 미리 성문을 열어두었을 것인데. 다음부터는 그리하시지요.”
“아이고 고맙네.”
적당히 급행료를 쥐여 주고 들어선 복주.
영업을 끝내고 등불이 켜진 류가만 점 앞에 도착해 오 층 짜리 우리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이제야 집에 돌아왔구만.’
그러자 번을 서던 하인이 입구에 도착한 나를 확인하고는 인사도 하지 않고 계단으로 내달렸다.
-후다다다닥.
“오셨습니다! 오셨어요!”
하인들이 위로 뛰어 올라가며 외치자 일 층부터 차례대로 밝아지는 건물.
곧 마지막 층의 방들에 불 세 개가 동시에 켜지더니, 뭔가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다이렉트로 내다 꽂는 둘과 층마다 있는 누각의 난간을 밝고 뛰어내리는 하나.
-꿍! 꿍! 꿍!
떨어지는 셋을 피해 이리저리 몸을 움츠리자 곧 세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가!”
“선생님!”
“은공!”
영영이, 소소, 가련이였다.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계단 내려오는 시간도 아까워 오 층에서 뛰어내린 셋.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미소를 지어주자 셋이 나를 향해 달려들며 외쳤다.
“자, 잘 들어있었소?”
“가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은공, 어찌 이리 늦으셨습니까? 보고 싶어서 애간장이 녹아버리는 줄 알았어요.”
“선생님,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압도적 에어백 사이에서 느끼는 포근함, 집에 돌아온 것이 확실했다.
거의 한 달 보름만의 복귀.
한여름에 떠났는데 초가을에 돌아왔으니 다들 내가 무척이나 보고 싶고, 걱정되었던 모양이었다.
우리의 복귀가 이리 늦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갈 때야 경공을 펼치는 미미 등에 업혀 갈 수 있었지만.
돌아오는 길은 정화와 다른 두 선공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까지 데리고 와야 했기에, 배와 육로만을 사용해 직접 이동해야 했으니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
범순인 어른을 통해서 군선을 잡아타고 마차까지 빌려서 타고 왔음에도 이정도가 한계였던 것이었다.
“미안하오. 다들 일단 올라가서 이야기합시다. 내 할 이야기가 많으니.”
“네, 가가. 얼른 가요!”
“청아, 그리고 미미 언니도 동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려주세요.”
“선생님 동경 이야기 궁금해요.”
내 팔을 잡아끄는 셋.
셋에게 끌려 올라가기 전에 얼른 고개를 돌려 월희에게 부탁했다.
데려온 사람들에게도 임시 거처는 준비해줘야 했으니까.
“월희야 사람들에게 방을 좀 내어주겠느냐?”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르신. 예 일행분들은 저희가 방을 안내할 터이니 올라가 보시지요. 부인들께서 애타게 기다리셨습니다.”
“그래, 고맙구나.”
월희에게 일행들의 방 배정을 맡기로 나는 바로 오 층으로 올라갔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지체한다면 원망 들어 벌릴 것 같으니까.
그렇게 거의 두 달 만에 간신히 내방에 들어설 수 있었다.
매일 청소했는지 깨끗한 내방.
“아이고, 집이구나.”
침상에 털썩 주저앉자 재빠르게 달려드는 셋.
“가가, 옷 주세요.”
“은공, 세검 시켜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선생님, 저는 발을 씻겨드리겠습니다.”
청이와 미미가 씻으러 간 사이, 방에 들어서자 나를 침상에 앉히고 옷을 벗긴다, 세수시킨다, 발을 씻겨준다, 바쁜 셋이었다.
그렇게 씻는 것까지 끝나자 청이와 미미가 방으로 들어섰고, 내 침상에 여기저기 편하게 앉은 다섯을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무엇도 아닌 국공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 기뻐할 이야기니까.
“실은 이번에 황제께 요리를 만들어드리고······. 해서, 태후께서 국공으로 임명한다는 성지를 내년에 내려주신다는구나.”
“저, 정말요!? 선생님?”
“정말입니까!? 은공?”
“가가, 정말이에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되묻는 셋.
고개를 끄덕이자 셋이 와르르 나를 덮쳤다.
“꺄아아악! 우리 가가가 이제 국공이라니! 국공! 역시 우리 가가!”
“저희는 그럼 이제 국공의 부인? 은공 너무 떨립니다. 이렇게 금방 해내실 줄이야!”
“구, 국공!? 좋은 거죠? 그렇죠? 선생님?”
“어, 그···. 커흡.”
햄버거 놀이를 하는 것도 아닌데 셋이 막 올라타 버리니 느껴지는 거대한 압박.
나중에 신이 나는지 청이와 미미까지 끼어든 햄버거는 내가 반쯤 실신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 햄버거는 순살 패티가 다섯 장인 펜타 버거였으니···.
그 압박감이 대단했던 것.
‘살려!’
***
내 얼굴이 새파래질 때까지 계속되었던 햄버거 놀이가 끝나고, 아내들이 각자의 방으로 되돌아가 막 잠을 청하려 할 때였다.
시원한 가을바람이나 쐬면서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막 창문을 열어두고 누우려던 순간.
-끼이익.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셨다.
‘햄버거로 부족했단 말인가!?’
설마 청이와 미미처럼 축하를 빙자한 남편의 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방문을 살폈다.
들어선 여인의 정체에 따라서 쉬지도 못하고 또 힘을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청이나 미미는 양심이 있으면 오지 않았을 테고, 남은 건 가련이나 소소, 영영이인데. 가련이면 오늘 난 죽었다고 봐야 하는데···. 제발 가련이만 아니길···.’
제발 초식 동물로 가장한 육식녀인 가련이만 아니기를 기도하며 방문 앞을 살폈다.
그러자 흘러드는 달빛 속에 보이는 것은 다행스럽게 영영이.
‘살았다!’
영영이는 아직 오마케 해금이 아니었기에 안심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얼른 이리 오거라 영영아. 내 무척 보고 싶었느니라.”
“정말요? 진짜요?”
“그럼.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우리 영영이 꿈에도 나왔느니라. 꿈속에서 얼마나 영영이를 불렀던지.”
“피···. 거짓말인 건 아닌데 그래도 기분이 좋네요?”
내 말에 달빛 속에서 배시시 웃는 영영이.
오늘따라 영영이의 미소가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이라도 좀 맞춰주어야 하나?’
그렇게 이불 한쪽을 들추고 안으로 들어오라고 할 때, 그제야 느껴지는 이상한 점.
영영이가 이상하게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애착 이불인가?’
내방에도 이불이 있는데 굳이 자기 이불을 뒤집어쓰고 온 영영이.
내가 없을 때 혼자 자기 허전해서 애착 이불이라도 만들었나 싶었는데···.
영영이가 사뿐사뿐 걸어와 누워있는 내 얼굴 바로 앞에 섰다.
그리고는 평소의 영영이의 특징인 톡톡 튀는 말투로 뭔가를 물어오기 시작했다.
“가가, 생각해 보니까요. 정말 웃긴 것 있죠?”
“뭐가 말이냐?”
“아니, 생각해보니까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버지나 할아버지 말씀 한 번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더라고요.”
‘아니, 그건 자랑이 아닌데···.’
자기가 불 속성 효녀라고 셀프 인증해버리는 영영이.
뭐 영영이가 말은 저리해도 뭐 무공연습하라는 거 빼먹고 놀러 다닌 정도의 일일 테지만 말이다.
범생이가 야간자율학습 한번 땡땡이치고는, 자기 아주 큰 잘못 저질렀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말인 것.
“그래?”
“네, 가가.”
“그런데 뭐가 웃긴단 말이냐? 그게 웃긴 일은 아니지 않느냐?”
하지만 그래도 그게 웃긴 일은 아니지 않냐고 물으며 영영이를 바라보자, 영영이가 약간 위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렇게 한 번도 두 분의 말씀을 지키지 않았는데, 지금은 지키려고 애쓰는 게 웃긴다는 말이었어요.”
“그렇지만 영영아 두 분은 말씀은 잘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정말요?”
“그럼. 그 어른들의 말씀은 모름지기 너를 생각해서···.”
“정말로요?”
“그럼···.”
설교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른들의 말씀은 잘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유교남 다된 것처럼 영영이에게 설명을 늘어놓고 있을 때.
-툭.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누워있는 내 시야에 갑자기 저 멀리 영영이가 들어온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영영이가 뒤집어쓴 비단 이불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흘러드는 달빛 속, 두 기둥 사이 저 앞에 문짝이 보이고 있었던 것.
잠깐 현실 인지 기능이 떨어져 머리가 멍해졌다.
왜 갑자기 이불이 사라지고 그 너머가 보이는지, 양쪽의 기둥은 무엇인지, 그런 생각이 뇌에서 처리가 안 되고 있었던 것.
과도하게 쏟아진 정보에 처리 속도가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건!?’
하지만 잠시 렉이 걸렸더라도 밀려들었던 정보는 차례차례 처리되었다.
그리고 처리 끝에 머리가 토해낸 결론.
설마 내가 상상하는 그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며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영영이의 얼굴을 바라보기 위해서.
그러자 시야에 들어오는 유려한 곡선.
곡선을 따라 시야를 올리자, 어둠 속 살짝 볼을 붉힌 채 영영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 혼례 전까지는 합방하지 말라 하셨는데, 생각해보니 지킬 필요 없잖아요? 지금까지 두 분이 말씀 한 번도 안 지켰는데? 그리고 뭐 가가께서 큰일도 해내셨고···. 또 저도 더 이상 기다리긴 힘들고···. 헤헤···.”
-꿀꺽.
영영이가 지금, 이 순간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었지만, 영영이의 말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좀 전에 시선을 올리며 시야에 들어온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것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으니까.
‘서, 설마 영영이에게 없는 것은 개념뿐만이 아니었단 말인가!?’
없었다.
어디에도 없었다.
다시 확인해도 없었다.
그래, 영영이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지지 않은 개념과 마찬가지로 살과 살이 만나는 부분에 완충작용을 할 인체의 필수라 할 수 있는 그것이 어디에도 한점 한 톨도 보이지 않았던 것.
얼마 번에 동경에서 밀림을 보고 왔더니, 더욱 확연하게 차이 나는 메마른 언덕.
내 시선을 느낀 영영이가 부끄럽다는 듯 자기 손으로 있어야 할 것이 없는 자리를 가리며 물었다.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은 초경이 지나면 생긴다는데 저는 안 생기더라고요. 좀 이상한가?”
-도리도리.
영영이의 물음에 고개를 백사십사 헤르츠로 저으며 맹렬히 부정했다.
있어야 할 것이 없다지만, 그것이 반드시 이상하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렴 그건 절대 이상한 게 아니지!’
“저, 절대 아니니라 영약아 아니, 영영아.”
“그래요? 가가, 그럼 약속 계속 지킬까요? 아니면 어길까요?”
긴 여행에서 돌아왔으니 머릿속에서는 쉬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으나.
영영이의 물음에 가로 저어지는 머리.
영영이를 향해 진지함을 담아 대답했다.
“영영아, 내가 혹시 말한 적 있더냐?”
“뭘요?”
“이 가가는 좀 위험한 불효녀를 좋아한다고? 아니, 불(不)이 들어가면 다 좋아한다고?”
“까르르륵.”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영영이가 이불속을 파고들며 꺄르륵 웃었다.
오늘 나는 불모지(不毛地) 탐험하는 탐험가.
중원의 볼모지 내가 완전히 정복하리라.
모두 후대를 위해서···.
중원에 불모지가 많으면 황사도 생기고 그러잖아···. 아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