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425)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426화(426/605)
몹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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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 다 끝나고 삼 층 룸으로 형님을 호출했다.
술을 먹이며, 술에 취한 형님의 마음을 슬쩍 떠보려고 말이다.
“매부, 무슨 일인가? 나를 다 찾고?”
조촐히 차려진 두 가지 안주와 술병.
그 술병 중 하나를 흔들며 대답했다.
“모처럼 둘이 술이나 한잔할까 해서 말입니다. 이 반점에 진정한 사내는 저희 둘 뿐이니 술잔을 기울일 사람이 형님밖에 더 있겠습니까?”
“아까 만들던 그 요리가 날 위한 것이었구만? 그나저나 일이 끝났으면 부인들과 시간을 보내야지. 내 자네 부인들의 눈총을 받을까 두렵네. 하하.”
부엌에서 내가 요리를 만들 때, 손님이라도 왔냐고 물었던 형님.
그 요리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걸 알자, 형님이 기분 좋게 웃으며 반대편에 자리를 잡으셨고, 그런 형님과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몸이 힘들지는 않으십니까?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요?”
“뭐 이정도야 해가 뜨기 전부터 일어나 무공 수련할 때 비하면 힘든 것도 아니지.”
“형님께는 항상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감사는 이 사람···.”
“아, 그러고 보니 장인께서 형님의 몸 걱정이 심하셨었는데. 한번 남궁가에 다녀오셔야지요?”“소소와 자네의 혼인 때 가면 될 일 아니겠는가?”
마침 타이밍 좋게 소소와의 혼인 이야기가 흘러나왔기에 얼른 기회를 잡아 되물었다.
“그나저나 형님, 저와 소소의 혼례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형님도 얼른 혼례를 치르셔야죠? 유교의 예로 아우나 여동생이 먼저 결혼하는 예는 없으니, 형님이 혼례를 치르셔야 저희도 혼례를 드리지 않겠습니까?”
“아···.”
내 말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 되신 형님.
예전에 호적이 파였을 때는 형님이 혼례를 드리든 말든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사면복권 되셨으니 순서대로 시집 장가가는 것이 유교의 도리.
그것을 지적하자 형님이 금방 난처한 얼굴이 되셨다.
자신이 여동생의 혼례를 막는 똥차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나도 몰랐는데. 류청운 순발력 지렸다.’
나도 말하기 전까지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
내 순발력에 감탄할 때 형님의 미안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것이 그리 되는구만. 이런 일이···. 미처 생각지도 못했네.”
“그렇지요. 형님. 그럼 제가 장인께 말씀드려 혼례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씀드릴까요?”
은근슬쩍 한 번 더 압박하자 형님이 정색하며 얼굴을 붉혔다.
“아, 아니네. 이 사람아 갑자기. 그 무슨···.”
“그럼 소소와 저는 마냥 기다리라는 것입니까?”
“아, 아니 그런 말이 아니고···.”
연이은 압박에 난처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형님.
이제 슬슬 고삐를 풀며 형님의 마음을 떠보기로 했다.
“어찌 그리 난처해하십니까? 혹 가문에서 정해주는 짝과는 싫으신 것입니까?”
내 물음에 형님이 움찔하며 대답했다.
“아, 아니네. 그런 것이···. 이, 이 사람이.”
뭔가 확실히 있긴 있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되물었다.
“설마? 따로 마음에 둔 처자라도 있으신 것입니까?”
“어허! 아, 아니라고 해도.”
연이은 정색.
강한 부정은 긍정의 의미.
분명 뭔가 있는데 속 시원히 말을 하지 않는 형님의 모습에, 형님이 가장 관심 있어 할 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슬쩍 더해 형님의 방심을 유도하기로 했다.
“뭐 아니라고 하시지만, 그러실 수 있습니다. 가운에서 정해주는 짝 그것만큼 어색한 것도 없을 테니까요.”
“응? 그게 무슨 말인가?”
역시나 관심 있어 할만한 주제를 꺼내자 관심을 드러내는 형님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가문에 정해주는 짝이란 서로 모르는 사이가 아닙니까? 얼굴도 모르는 사이로 혼례를 치르고 살을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니. 너무 어색할 것 같습니다.
제가 소소와 혼인을 하기로 약속해보니. 서로 마음에 들어서 하는 혼인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연모하는 마음을 가진 남녀가 만나 일가를 이루고 같이 산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음···. 그, 그런가?”
“그러니 혹시 마음에 드는 처자가 있으면 저에게 말씀해보십시오. 제가 꼭 도울 테니까 말입니다.”
“아, 아니네. 그런 사람 없네. 저, 정말이네.”
형님의 입을 열게 하려고 노력했으나, 형님은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속마음을 말씀하지 않으셨고, 생각해보니 소소의 일 때도 가문을 등지기까지 입을 함구하셨던 형님.
형님은 입이 무척이나 무거운 분이셨고, 그리고 내가 방향성을 잘못 잡았다는 것도 깨달았다.
하랑이가 아무래도 지체 높은 집안의 여성스러운 여자들과는 다르게, 똑 부러지고 되바라진 데가 있어 통통 튀는 그런 매력이 있다지만, 형님이 좋아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하랑이는 유부녀.
그렇기에 다른 이들에게 손가락질받을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기는 더욱 힘들 터였으니까.
‘유부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더욱 이야기하기 힘들겠지? 내가 이거 정상적인 연애 전문가라 실수했구만.’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이유로 다음 날 아침.
어디 가서 쪽팔려서 말하기도 힘든 문제라는 사실에, 형님의 무거운 입을 열게 하기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비연.
아침에 스케쥴을 봐주러 온 비연에게 한번 부탁해보기로 한 것.
비연이라면 아무래도 이 시대의 커플 매니저이자 이쪽 방면에 전문가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기녀들은 어쩌면 불륜에도 능통한 직업.
그러니 굳이 형님이 자기 입으로 실토하지 않더라도, 비연이 형님을 살펴보면 대충 각이 나올 터.
비연에게 형님의 상태를 한번 봐달라고 부탁하려는 것이었다.
“비연, 비연은 그 뭐랄까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겠지? 그렇지 않소?”
내 물음에 눈을 깜빡이며 되묻는 비연.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뇨?”
“뭐 흠모하는 마음이랄까? 뭐 그런 것을 눈치채는 것 말이오.”
“···.”
분명 예전 같으면, 자기 평평한 가슴을 두드리며 자기가 이 방면에 최대 전문가다, 그러니 자기만 믿으라고 할 텐데 어두운 안색으로 침묵하는 비연.
비연의 반응과 표정에 의외란 얼굴로 물었다.
“대체 왜 그러시오? 그리 안색이 어두워져서?”
그렇게 비연의 가라앉은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자, 비연이 장탄식을 흘리며 대답했다.
“하···. 그래요. 저도 제가 그렇다고. 사내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만하던 때가 있었죠···. 하지만 천외천(天外天)이라고. 그것은 저의 자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어리석었죠.”
“그게 대체 무슨 말이요?”
갑자기 문자를 읊어대는 비연의 말에 의문을 떠올라자, 한숨을 푹 쉬는 비연.
비연이 염세적인 표정을 지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세상 부질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있더라고요. 멍청하고, 바보 같고 속 터지게 만드는 사내가. 무슨 짓을 해도 안되는 사내가. 하···.”
‘뭐지 임자라도 만났나? 그런데 다른 놈이 욕먹는데, 왜 내 기분이 나쁘지?’
더 이상 말을 걸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분위기.
뭔가 멘탈이 나간 것같은 느낌이기에 비연을 제외한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았다.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았으니까.
***
장고했지만, 결론은 일단 지켜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형님이 아무래도 자기 입으로 이 일을 이야기하기는 힘들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대뜸 불러서 ‘형님 지금 하랑이를 좋아하시는 겁니까? 그러면 절대 안 됩니다.’ 이러면 어느 누가 인정하겠는가?
사태를 관망하다가 결정적 현장을 잡아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뭔가 서로 옷을 벗고 있는 상황에서 들이닥치는 그런 것이 아니라.
형님이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못할 그럴 상황 말이다.
아직 하랑이 쪽은 형님의 마음을 눈치 못 채고 있는 것으로 보였으니,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니까.
또 마음 한편으로는 그간 형님을 지켜봐 온 정이 있으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조금은 더 믿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고.
일단 새로 온 주방 직원이고, 하랑이나 웅후가 막낸지라 잘 대해주려고 그러는 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형님은 사람이 좋은 분이시고, 더군다나 동생인 소소를 위해서 목숨까지 내던지는 의와 협이 충만한 바른생활 사나이 같은 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한번 믿어보기로 한 것.
하지만 내 그런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같이 부엌에서 일하자 천천히 드러나는 의심스러운 정황들.
가끔 형님이 혼자 헤실거리며 웃기도 하고, 혼자 멍한 표정을 짓는 것이 아무래도 이거 상사병에 빠진 것이 분명해 보였으니까.
‘그래, 사람이라는 것이 실수할 수도 있는 일이고, 또 그것이 여자 문제라면 응당 그럴 수 있는 일이지. 아무리 의와 협이 충만한 형님이라도 하반신이 뇌를 지배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결국 내 관망은 감시가 되었고, 주방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형님의 모습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내게 무슨 할 말이 있는가?”
“예? 아, 아닙니다. 형님. 그냥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사람 참. 하하.”
그러나 현재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지만, 무공을 익혀서 그런지 다른 이들의 시선에 예민한 형님.
형님에게 몇 번이나 걸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나는 다른 방법을 내기로 했다.
“낭군님, 이런 이른 시진에 어째서 처소로?”
한창 바쁠 시간에 내 처소로 부르자, 미미가 신이 난 얼굴로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머리를 질끈 묶고 있는 머리 끈을 풀며 다가서기에, 화들짝 놀란 얼굴로 대답했다.
미미의 싸인은 이 머리 푸는 것이니까 말이다.
“시, 실은 부탁할 것이 있어서 불렀소.”
“그런 부탁 환영이에요.”
“아, 아니 그런 부탁이 아니고. 혀, 형님 때문에 불렀소.”
“응? 남궁 공자요?”
머릿결을 털며 다가서다가 형님 때문에 불렀다는 말에 눈을 깜빡이는 미미.
미미에게 그간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휘둥그레진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짓는 미미.
미미가 설마 그럴 리가 있냐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머, 어머, 어머머! 저, 정말요?”
“아무래도 잘 대해주는 것이 의심스럽단 말이지.”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렇네요. 몇몇 하녀들이 남궁 공자에게 잘 보이려고 했었는데, 한 번도 성공 못했다고 그랬거든요.”
“그런 일이 있었소?”
“네네.”
확실히 형님 정도면 가문도 그렇고 성품도 그렇고, 기녀 출신 하녀들이 넘볼만한 탐스러운 사내.
여태 목석같이 굴다가 하랑이에게 잘하는 것이 미미도 의심스럽다는 의견이었다.
“그럼 부탁이라는 것은 둘을 감시하는 일인가요?”
“그렇소. 둘이 아니라 형님을 감시하면 될 일이지.”
“확실히···.”
그렇게 형님의 일거수일투족은 미미의 감시하에 맡겨졌다.
그리고 그날 오후 미미가 생각보다 빠르게 대박 정보를 물고 나를 찾아왔다.
[낭군님 후원으로!]한참 요리를 마무리하고 있는데 들려오는 미미의 전음.
“내 측간 좀 다녀올 테니 여기 좀 부탁하오.”
“예, 청운님.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주방을 사람들에게 맡기고 밖으로 나섰다.
그러자 후원 한쪽 정자에서 손짓하는 미미.
얼른 미미쪽으로 달려가자, 미미가 후원 구석으로 나를 끌고 가더니 품 안에서 왠 서찰을 하나 꺼내 들었다.
“낭군님, 이거요! 제가 남궁 공자가 하랑이에게 건네는 것을 확인하고, 하랑이와 부딪혀 몰래 가져왔어요. 얼른 확인해요. 들키기 전에 다시 가져다 놓을 테니까.”
“아, 알겠소!”
미미가 소매치기를 했다는 말이었지만, 이건 아무래도 착한 소매치기.
재빨리 미미가 꺼내든 서찰을 펼쳐 내용을 살폈다.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믿기 힘든 내용.
「소저, 내 이렇게 서찰을 보내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해서 나와 같이 내일 저자 구경이나 가지 않겠소? 아이 때문에 힘들면 아이를 데려가도 괜찮소.」
‘아니! 형님 아주 그냥 대놓고 나가시겠는 것인가!?’
아이까지 데리고 데이트에 나오라는 형님의 말.
이거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부엌으로 달려가 형님을 끌고 나왔다.
장인어른 목덜미 잡고 쓰러지실 상황이 되면 안 되니까 말이다.
“아니, 이 사람아 요리 중에 갑자기 무슨 급한 일이라고···.”
형님을 후원 구석으로 끌고 와 서찰을 내밀며 물었다.
“형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응? 그, 그것을 어찌 자네가!?”
역시나 당황하는 형님.
하지만 대충 일이 어찌 돌아갔는지 눈치를 채셨는지, 내 물음에 형님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어제 거짓말해서 미안하네. 나도 아직 조심스러워서···.”
“아니, 이게 조심으로 될 일입니까? 명문가의 자제인 형님이 유부녀인 하랑이와?”
태평한 말에 버럭 소리치자 눈을 동그랗게 뜨시는 형님.
형님이 미쳤는지 껄껄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리셨다.
“뭐라? 아하하! 내가 연부인에게 서찰을 건넸더니 오해했구만. 이 사람.”
“아니, 오해라뇨 이렇게 증좌가 명백한데!”
“연 부인이 아니고, 설유 소저네. 내 설마 이미 혼례를 치른 연부인을···. 응? 자네 왜 그런 표정을 짓는가? 마치 몹쓸 사람 보는 표정을? 연부인 아니라니까?”
리설유.
웅후의 여동생이라는 소녀.
형님이 유부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은 되었지만, 설유는 고작 열일곱.
생일이 안 지났으면 열여섯.
형님 이거 생각보다 더 몹쓸 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