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435)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436화(436/605)
대리자(代理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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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맹희 누님과 하오문이?”
“전서구가 가져온 서찰의 내용은 그것뿐이에요. 무거우면 안 되니까요.”
비연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물었으나, 전서구에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없어, 서찰은 중요한 정보만을 담은 전보처럼 온 상태.
“그런데 맹희 누님이 누구예요?”
“이게 말하자면 복잡한데, 간단하게 말하면···. 내 또 다른 부인이라고 할까?”
“네? 청운님의 다른 부인이라고요!?”
“그, 그렇지. 남만야수궁 궁주의 딸인데···.”
일단 비연에게 맹희 누님이 누구인지 짧게 설명하자, 비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마신교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신 지 얼마 되기도 전 이번에는 야수궁이니까 말이다.
“시, 신교가 전부가 아니고. 야, 야수궁까지? 대체 어떻게?”
솔직히 난 아무것도 안 했고, 장인이 굴린 눈덩이가 이렇게 커 저버린 상태였기에 비연의 물음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원래 데릴사위가 그래···. 시키면 나도 모르는 혼례도 해야 하고···.’
“나, 나도 잘 모르겠소.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 그렇지요. 자, 잠시만요. 마음을 좀 진정시키고요. 놀랄 소식을 연거푸 두 번이나 들었더니 마음이 진정되지 않네요.”
“그럼 잠깐 쉬고 있으시요. 내 미미부터 찾아올 테니.”
잠깐 마음을 진정시킬 시킬 시간을 비연에게 허락하고, 아직 영업이 끝나지 않았지만, 곧바로 후원으로 뛰쳐나가 미미부터 찾았다.
복주에서 광주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육백 킬로미터.
빨리 가자면 미미가 필수였고, 보통 이맘때 미미는 영영이와 후원에서 놀고 있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었다.
“미, 미미!”
후원 정자에 둘이 같이 누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내 목소리를 듣고 두 마리 몽구스처럼 고개를 쳐드는 미미와 영영이.
간만에 자신을 찾는 내 목소리에 미소를 지었다가, 헐레벌떡 달려오는 내 표정과 분위기에 점차 미미와 영영이의 표정이 의문으로 변했다.
그리고 뭔가 큰일이 일어난 것을 감지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왔다.
“낭군님, 미미 부르셨나요? 근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왜 이렇게 다급하게?”
“가가, 미미 언니는 왜 그렇게 급하게 불러요?”
숨을 한번 고르고 머릿속에 맴도는 말 중 가장 급한 말을 내뱉었다.
“미미, 나와 당장 광주에 좀 가야겠소!”
“광주요? 광주라면 더 남쪽? 갑자기 광주는 왜?”
“가가, 왜 그러시는데요? 진정하고 말해봐요. 갑자기 이 저녁때 광주는 왜 가자고 하시는 건데요?”
영영이가 일단 진정하고 대답해보라 말했지만, 지금 진정하게 되었나?
다급한 목소리로 다시 소리쳤다.
“매, 맹희 누님이 광주의 하오문과 충돌해, 하오문도 수십이 죽고 맹희 누님의 일행이 다쳤다는구나!”
그렇게 내가 진정 못 하는 이유를 알려주자, 영영이와 미미가 비연이 나에게 소식을 알려주었을 때와 같이 반응했다.
“네에!? 맹희 언니가요?”
“맹희라면 그 야수궁에서 오신다는 소저!?”
그리고 놀란 미미와 영영이의 목소리 뒤로, 나를 따라온 것으로 보이는 비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청운님, 대모님이 무공이 고강한 분, 되도록 팔왕중 한 분을 모셔 오는 게 좋겠다고 하셨는데···. 미미 언니의 정체를 드러내긴 그러니, 권왕 어르신과 청이 언니를 모셔가세요.”
“무공이 고강한? 팔왕 중 한 분을?”
“예, 아무래도 충돌이 있었으니···.”
비연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확실히 두 조직 간에 충돌이 있었고, 그 충돌에 사람까지 여럿 죽고 상한 상태.
대모님이 나에게 손해날 일을 말씀하시지는 않았을 테니 고개를 끄덕였다.
맹희 누님을 보호하고 있다고도 했고, 생각해보니 대모님의 말씀대로 무공이 고강한 사람이 필요하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전생의 지혜로 비추어 보면, 지금 이 사태는 두 조직간 유혈사태가 터진 상황.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조직간 유혈사태가 터졌을 때는 서로 엘리전으로 가든지 아니면 화해해야 하는데, 우리가 하오문과 엘리전 갈 것은 아니니 그러자면 중재할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전생의 조폭 영화에서도 이런 조직간 충돌이 일어나면, 전국구 네임드가 중재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긴 했었지.’
‘나 종로 사시미인데, 내 얼굴 봐서 화해들 하지.’
그리고 그런 중재 역할로 전국구 네임드 만큼 좋은 사람도 드물고.
더군다나 그 네임드가 우리 편이라면 반드시 필요했던 것.
그런데 다른 장인들은 모두 가문에 돌아가 계시고 현재 복주에 있는 것은, 권왕 장인 한 분뿐.
비연의 말대로 가장 빨리 픽업할 수 있는 권왕 장인을 찾으러 가기로 했다.
“미미, 그럼 일단 가련이가 무공을 수련하는 곳으로 갑시다. 권왕 장인도 거기 계실 테니까.”
“알겠어요!”
오랜만에 미미의 등에 업히자 곧바로 저 아래 보이는 복주의 강줄기.
미미가 바닥을 박차고 올라 전각들의 끄트머리만을 밟으며 해변으로 쏘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변을 따라 거슬러 올라 복주와 복청의 중간쯤 되는 곳에 도착할 때쯤이었다.
-콰쾅!
해안 쪽에서 물기둥이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낙조에 반짝이며 무지개를 뿜어내는 거대한 물기둥이 말이다.
“저쪽인가 봐요!”
미미가 곧바로 거대한 무지개가 반짝이는 해변으로 몸을 틀자, 들려오는 권왕 장인의 기쁨에 찬 목소리.
“그래, 그렇게 하는 것이다! 하하하! 잘했다! 잘했어!”
최근에 가련이가 뭔가 감을 잘 못 잡아서 계속 수련이 지지부진하다고 한탄했었는데, 아마 그 실마리가 풀린 느낌.
우리가 근처에 내려서자, 장인이 우리를 확인하고는 신이 난 목소리로 외쳤다.
“오오! 사위 왔는가! 잘 왔네! 이런 기쁜 자리에는 당연히 지아비가 와야지! 들어보게 가련이가 드디어 모든 가르침을 깨우쳤네!”
장인의 말로는 그가 창안한 무공은 몇성, 몇성 이렇게 나눠두긴 했지만, 단계적으로 경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고 했었다.
자연지기를 빨아들여 위력을 내는 것이기에, 그 정수만 깨우치면 가련이의 큰 가슴으로 잔뜩 자연기지를 빨아들여 장인보다 더 큰 위력을 낼 수 있다는 것.
대체 가슴이 무슨 상관인지는 아직 잘 이해가 안 되지만.
그러나 그 정수를 깨우치는 데 가련이는 좀 시간이 걸리고 있었는데, 좀 전에 그 구간을 돌파한 모양이었다.
맹희 누님의 일로 마음이 급하기는 했지만, 일단 같이 축하했다.
무공에 평생을 바친 분이 그 비원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경하드립니다. 장인어른. 비원을 이루심을 축하드립니다. 가련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하하하. 그래, 고맙네. 아직 내가 심상 속에서만 상상하던 마지막 절초가 남았지만, 그건 가련이가 이루어야 할 숙제겠지.
그나저나 자네가 여기까지는 어쩐 일인가?”
때마침 찾아온 연유를 물어오시는 장인의 물음에 기회다 싶어 얼른 대답했다.
“아! 다름이 아니라 우려했던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우려했던 일?”
“실은······.”
오대세가 통합 데릴사위 류청운을 데릴사위로 두려면 여러 가지 사전 정보들이 필요했는데.
권왕 장인은 이미 류청운 사용 설명서에 적혀있는 취급 주의 사항 중 하나인 야수궁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 상태.
더군다나 가련이에게 며칠 전에 맹희 누님이 오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한 상태였기에, 그것을 전달받았는지, 맹희 누님이 하오문과 충돌해 사람들이 여럿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자,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하오문 놈들이 말이더냐!?”
“예, 장인어른.”
이유가 어쨌든 감히 하오문 따위가 어딜 덤볐냐는 듯한 물음.
장인이 흥분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사람 수십이 죽었다면 점창쪽에 일이 알려질 수 있겠군.”
“예, 맞습니다.”
“그럼 어찌할 예정인가?”
“아, 실은 그 때문에 장인어른을 찾은 것이었습니다! 실은 하오문 쪽에 저를 도와주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이······.”
장인에게 대모님의 조언을 알려주고 동행을 부탁하고 났을 때였다.
장인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내가 거기 동행하긴 힘들 것 같아.”
“예? 어째서 말입니까?”
“일단 점창에 일이 알려질지 모르니 다른 가주들과 상의해야 하고, 또 내가 그런 장거리를 경공으로 오갈 수 있는 몸이 아니네. 내 말을 하진 않았지만. 내 단전에 금이 가, 그런 오랜 시진 내공 운용을 할 수 없음이야.”
“저런 몸은 괜찮으신 것입니까?”
단전에 금이 갔다는 것은 무림인에게 큰일이기에 놀란 얼굴로 되묻자, 빙그레 미소를 짓는 장인.
“내 자네가 손주 안겨줄 때까지 살아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게.”
장인은 걱정하지 말란 뜻으로 한 말일 테지만, 저거 정말 위험한 말이었다.
지금 영영이도 가련이도 아기를 가지기 위해 자기 차례가 올 때마다 전심전력으로 애쓰는데.
잘못하면 내년이 본인의 제삿날이 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말이니까 말이다.
‘잘못하면 사망 클리셰라니까?’
“아···. 하하···. 그, 그러셔야죠.”
다른 장인들은 각자의 가문에 있어 동행할 사람이라고는 권왕 장인뿐이었는데, 장거리 여행은 힘든 몸 상태라는 대답.
다른 가문 같으면 미미를 데려가서 결정적인 순간 미미가 투왕이라는 사실을 알리면 되지만, 상대는 하오문.
돈을 주고 정보를 언제 팔아먹을지 모르니 미미의 별호를 오픈하기에는 좀 애매했다.
“그럼 어쩐다···.”
어째야 하나 턱을 쥐고 고민하자 권왕 장인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뭘 그리 걱정인가? 내가 못 하면 내 대리자(代理者)가 가면 되는 일인 것을.”
“예? 대리자?”
대리자라는 말에 당연히 장인의 대리자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련이를 바라보자, 권왕 장인이 자기 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그것을 가련이에게 내밀었다.
“아, 아버지 이것은?”
권왕 장인이 꺼내 든 것은 얇은 재질의 검은 장갑.
시커먼 묵빛을 흘리는 철로 겉을 감싼, 전생의 전술 장갑과 비슷한 모양의 장갑이었다.
“심해의 묵철로 만든 흑룡수투(黑龍手套). 이 아비의 신물이니라. 가련이 네가 이것을 가지고 사위를 따라가거라.”
저걸 낀 주먹에 잘못 맞으면 피부가 아니라 뼈가 갈려 나갈 것 같은 무시무시한 검은 장갑.
조폭의 필수 연장을 챙겨준 장인의 말에 가련이가 입술을 꽉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버지. 제가 아버지의 신물을 가지고 가서 선생님을 돕겠어요.”
“그래, 그럼 나는 남궁세가에 연통을 넣고 다른 가주들을 이곳으로 모이라 해야겠구만. 다들 그럼 빨리 움직이자꾸나.”
“예, 장인어른.”
그렇게 연장까지 수여 받고 자리를 뜨려 할 때였다.
“아차! 가련아 너는 잠시 나에게 몇 가지 당부를 듣고 가거라. 하오문 놈들과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수투의 사용법도 듣고 가거라.
자네는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게.”
“예? 예, 알겠어요. 아버지.”
“알겠습니다. 장인어른.”
그냥 손에 끼고 줘패면 되는 일인데, 연장 사용법을 가르친다는 장인의 말.
대화법도 가르친다는데, 중원 조직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 같으니, 일단 미미와 반점으로 되돌아가 다른 아내들을 준비시켰다.
그리고 옥령이에게 별도로 암부 쪽 라인을 돌려, 혹시 광주에서 일이 소문이 나고 있는지 살펴달라 부탁했다.
오늘 출동 맴버는 가련이, 청이, 소소, 미미.
혹시나 권왕의 대리인 가련이로 이름빨이 부족할까 싶어, 대외적으로 가장 먹히는 별호인 검후의 별호를 가진 소소를 추가했고, 힘쓸 일 있으면 역시나 청이.
거기에 날 업고 갈 미미까지 하니 네 명.
영영이에게 좀 미안했지만, 최근에 잘해줘서(?) 그런지 영영이는 미소를 지으며 잘 다녀오라며 웃었다.
“집은 제가 잘 보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가가. 한 명은 남아있어야 하니까.”
“어, 그래. 잘 부탁한다 영영아.”
왜 순순히 보내주나 궁금할 지경이었는데.
“그나저나 영영이가 순순히 보내주는 게 수상한데?”
내 혼잣말에 다른 아내들이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가 다 같이 가고 영영이 혼자 남으니, 돌아오면 며칠은 혼자 은공을 독점할 수 있으니 그런 것이에요. 그렇게 이야기가 되어있거든요.”
“잠깐 참으면 며칠 독점할 수 있다고 좋아서 그렇습니다. 노공.”
“낭군님, 영영이를 아직도 모르세요?”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육체에 대한 권리가 아내들 사이에서 거래된 느낌.
광주에 다녀와서가 좀 걱정이었지만, 일단 그건 그때의 나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그렇게 가련이가 도착해 짐을 싸고, 막 광주로 출발하려 할 때였다.
“가, 같이 가요! 청운님!”
평소에 기녀들이 입는 옷이 아니라 무복을 입고 나타난 비연.
옷차림을 보아하니 단단하게 준비하고 온 모습.
화화루를 비우고 우리를 따라간다는 말이었는데···.
“비연도 따라간단 말이오?”
“예, 하오문의 일이니 제가 있어야 마음이 놓입니다. 그리고 제가 따라가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에요.”
확실히 대모님보다야 비연이 더 믿을만했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그럼 같이 갑시다. 청이가 비연을 업어주면 되겠군. 그럼 갑시다!”
“예, 노공.”
“예, 은공!”
광주에서 맹희 누나가 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서, 나와 미미, 청이, 소소, 가련이, 비연까지 여섯의 인영이 광주 방향으로 쏘아져, 관도에 긴 먼지를 남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