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438)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439화(439/605)
야스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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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화가 풀릴 때까지 내 근처에도 오지 마! 오면 확 깨물어버릴 거야!”
강아지처럼 하얀 이를 드러내며 귀엽게 위협하는 누님.
귀여운 모습에 팔뚝이라도 내밀며 다가갈까 싶었지만, 일단 침상에 걸터앉은 누님 앞에 의자를 가져다 두고 앉았다.
“어떻게 하면 누님의 화가 풀리시겠습니까?”
그러자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모습으로 날 추궁하시는 누님.
누님의 미끈한 다리가 불만이 많다는 듯 까딱까딱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 하나하나씩 다 설명해봐.”
전생에 주워듣기로는 저 포즈는 심리학적으로 거부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포즈.
심리학적으로 팔짱을 끼거나 다리를 꼰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고 싶지 않다는 의미니까 말이다.
일단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누님이 바라는 설명이 무엇인지.
“하나하나라면?”
“다른 부인이 많은 건 이해할 수 있어. 멋진 사내에게는 많은 여인이 따르는 것이니까. 짐승들도 그러잖아? 하지만 왜 나만 빼고 다른 부인들은 모두 청운이와 같이 사는 것인지, 왜 서찰을 한 통도 보내지 못한 건지.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해. 우선 영영이부터.”
아마 다른 부인들이 어찌해서 나와 같이 살게 되었는지 누님이 납득할만한 이유를 대지 못하면, 이거 아무래도 누님의 화를 풀게 하기는 소원한 일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쩔 수 없지, 누님 말대로 하나하나 설명할 수밖에.’
“알겠습니다. 누님. 영영이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몰랐는데, 운남에 찾아갔을 때 이미 영영이가 저를 좋아하고 있었더라고요?”
“응? 그때 몰랐어? 청운이 바보야?”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어쩜 그걸 모를 수 있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시는 누님.
당시에 청이만을 부인이라 소개했고 영영이가 마음을 잘 숨기고 있었기에, 영영이가 나에게 연심을 품은 것을 모르고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영영이가 나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계셨던 누님이셨다.
내 역천의 눈치와 비슷한 여자들만의 감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누님의 연륜이거나.
몇 살 차이는 나지 않지만.
“예? 예···. 저는 제가 맛있는 음식 잘 만들어주니까 그래서 제가 아니라 제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죠···. 환병 같은···.”
“정말 바보!”
누님의 바보라는 말이 비수같이 날아와 꽂혔지만, 일단 누님의 오해를 풀어야 하는 것이 시급했기에 설명을 이어갔다.
“예, 뭐. 아무튼 그래서 청이를 치료하려고 약왕 어른을 모시고 복주에 도착했는데······. 그후에는 소소가 찾아와서······. 미미가 목숨을 걸고 청이를······. 가련이의 부모님이······.”
그렇게 영영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소소, 미미, 가련이까지의 이야기를 끝내자 나를 지긋이 바라보시는 누님.
솔직히 내가 봐도 이건 납득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소소는 그 오라버니인 남궁현 형님을 구해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 처지였고, 미미도 청이를 구하려고 약속을 해버리는 바람에, 또 가련이는 목숨을 구하려다 보니까 이리된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다 의로운 일을 하려다가 그렇게 된 거라는 말이구나?”
“그렇죠.”
누님은 내 설명이 다 끝나자 고개를 주억거리셨다.
“응응. 청운이는 우리 백화를 살려주고, 야수궁의 개들이 더 이상 죽지 않게 해준 의로운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겠네.”
“뭐 의롭기까지야···.”
“그리고 같이 살게 된 것은, 그 후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고?”
“네. 누님. 미미와 가련이는 집도 없는 아이들이고···. 영영이야 계속 여행을 함께했고. 소소는 아무래도 관의 눈이 있으니···.”
그래, 솔직히 미미와 가련이는 집도 없는 불쌍한 아이들.
내가 안 거두면 갈대도 없는 녀석들이었다.
그렇게 누님의 심금을 울릴만한 이유를 대자, 누님이 잠깐 생각에 잠기셨다.
“흐응···.”
‘그럼 이제 된 건가?’
잠시 후 천천히 끄덕여지는 고개.
약간 뭔가 이해한다는 표정이었기에, 누님의 마음 이제 다 풀렸나 싶었지만, 누님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씀하셨다.
“그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도 나에게 서찰 한창 보내주지 못한 것과는 별개잖아? 서찰은 왜 못 보낸 건데? 나는 청운이가 나를 데려가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느라 그렇다고 이해하려고 했는데···. 서찰 못 보낸 건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들어.
제갈가에서도 몇 번이나 서찰 보냈으니까. 그때 끼워서 보냈어도 되었으니까. 제갈가에서 서찰 도착할 때마다 나 기다렸다구!”
솔직히 장인이 친 사고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라 거기까지 누님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또 여러 가지 일들을 수습하고 국공 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보니 누님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 사실.
누님 처지에는 이게 서운할 수밖에 없는 일일 테지만, 거짓말이나 변명하면 아마도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싶었다.
누님의 말대로 바빠서 연락 못 했다고 하면 그건 그것대로 기분이 나쁠 테니까 말이다.
다른 일 때문에 자기를 생각조차 못 했다면 누가 좋아하겠나?
더군다나 아까 누님은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것을 싫어하시는 느낌.
‘사나이 류청운 정면 돌파다!’
그렇기에 정면으로 돌파해보기로 했다.
“누님, 그건 정말 죄송합니다. 그건 제 잘못이에요. 제가 사죄드릴게요. 그리고 잘못한 만큼 앞으로 더 잘할 테니 마음을 푸세요. 누님의 마음이 풀릴 수만 있다면 제가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자 보이는 것은, 꼬아진 누님의 다리가 다시 반대편으로 꼬아지는 장면.
다리가 반대편으로 꼬아졌다는 것은 더욱 마음을 닫겠다는 표시.
‘아, 이거 아닌가? 그냥 거짓말이 더 나았나?’
이거 아무래도 망했나 싶었을 때였다.
-툭.
그러나 잠시 생각에 잠겼던 누님의 다리가 풀어지더니, 곧이어 누님의 팔짱이 풀어지며 들려오는 목소리.
“정말 속상해!”
팔을 늘어트린 채 두 주먹을 꼭 쥐고 서운함을 표시하는 누님.
때는 이때다 싶어 다시 누님을 끌어안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거 내가 못이기는 척 양보할 테니 얼른 눈치껏 안아주라는 표시니까.
‘내 마음이 오픈되었다! 어서 나를 안거라!’
“누님, 많이 서운하셨죠. 그렇지만 정말로 걱정했어요. 하오문놈들이랑 싸움이 나셨다고 하셔서. 정말 다친 데는 없는 거죠?”
이번에는 타이밍이 맞았는지, 잠시 가만히 있던 누님께서 살짝 부끄러운 목소리로 대답하셨다.
“···응.”
그리고는 역시나 못 이기는 척 내 품으로 파고드셨다.
“운랑, 이제부터는 정말 잘해야 해? 내가 두고 볼 거야?”
“운랑?”
“시, 싫어? 그럼 청운이라고 불러?”
“아뇨. 조, 좋습니다. 운랑.”
마음이 풀렸는지 어느새 애칭까지 만들어 불러주시는 누님.
다행스럽게 이미 호칭 저작권을 가진 아내들과 겹치지는 않는 것 같기에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대로 누님이 마음이 흡족해질 때까지 안아주다가, 마음이 풀린 누님을 데리고 아내들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품속에 안겨 있는 누님이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물어오셨다.
아무래도 아직 더 해명할 것이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운랑, 그런데 다른 부인들과는 어떻게 되었어?”
“어떻게 되다뇨?”
“하, 합방 말이야···.”
“어···.”
다른 아내들과 진도를 어디까지 뺐냐고 물어오시는 누님.
연상의 누님이라 그런지 들어오는 돌직구가 정말 묵직했다.
이거 정말 말 잘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잠깐 늦어진 내 대답에 누님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씀하셨다.
뭔가 다 이해한다는 투로.
“뭐 그럴 수 있지. 운랑은 남자니까.”
“아, 아니, 그것이···.”
정작 제일 민감한 부분이 이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한번 마음이 풀어지자 누님은 이해심이 바다와 같이 넓은 분이 되어있으셨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남다른 이해심을 보이시는 누님이셨다.
“괜찮아. 남자는 그···. 참기 힘들다고 들었으니까···.”
이래서 전생에 많은 남자가 연상 사귀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
마음을 놓은 것도 잠깐이었던 것.
누님의 이해심에 감탄하고 있는데, 내 감탄이 허무하게도 난데없이 누님이 아기에 관해서 물어오기 시작하셨다.
“그럼, 아기는?”
“예!?”
“아기 말이야. 청이나 영영이는 아기 가졌겠지?”
“아, 아뇨! 아, 아기라뇨!”
영영이가 아기 노래를 부르고 있긴 했지만, 아기는 아직 생기지 않은 상태.
정색하며 대답하자 누님의 갑자기 얼굴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뭐, 뭐지? 왠지 불안한데?’
“그, 그래!? 정말이지!?”
“그럼요.”
누님이 저리 기뻐하면 나도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갑자기 불안해지는 마음.
역천의 눈치가 발동하나 싶은 상황에, 누님이 살짝 부끄러운 목소리로 물어오셨다.
“그래? 운랑, 그럼, 말이지. 아까 소원 들어준다고 했잖아?”
“그, 그렇죠?”
소원권을 함부로 풀었다가 아내가 추가되는 일을 겪은 후로, 나는 소원권을 보수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누님은 이미 혼례 확정.
그렇기에 안심하고 소원권을 풀었는데···.
누님께서 가장 들어주기 힘든 소원을 요구하셨다.
“그럼, 내 소원은 제일 먼저 아기를 가지는 것으로 할래.”
“네에!?”
“안돼?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다면서? 설마 거짓말 한 거야?”
누님의 누구보다 아기를 먼저 가지겠다는 포부.
소원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문제는 이거 순서를 내가 정할 수가 없다는 것.
그리고 지금도 누구보다 아기를 먼저 가지고 싶다는 영영이가 틈만 나면 나를 노려오는데, 이게 경쟁으로 이어지면 현재 상황보다 더 혹독한 위기가 찾아올 것 같았기 때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영영이나 가련이, 청이나 미미가 이미 아기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니, 이거 함부로 들어준다고 대답했다가 혹시 약속을 못 지키면 파멸 확정.
“누, 누님. 제가 정말 그 소원 들어드리고 싶지만, 아기는 하늘에서 점지해 주시는 거잖아요? 제가 누님의 소원을 들어드리고 싶어도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그것이랄까? 다른 부인들의 아기가 먼저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소원이 좋지 않을까요?”
“음···. 그런가?”
“그럼요! 그러니 좀 더 누님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소원으로···.”
이해심 많은 누님이라 그런지, 내 설명에 장자를 낳고 싶다는 포부를 살짝 접는 듯했지만, 누님이 주먹으로 손바닥을 짝하고 두드리더니, 나를 겁먹게 하는 미소를 지으셨다.
뭔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그래, 운랑 말대로 순서는 정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요. 그건 제가 못 정하죠.”
‘살짝 후달렸는데 잘 넘긴 건가?’
누님이 이해하신 듯했기에 다행이다 싶었을 때였다.
“그러면 순서는 안되니까 숫자로 하자!”
“예!?”
“순서는 운랑이 지키기 힘들지만. 숫자는 더 낳게 해줄 수 있잖아? 다른 부인들보다 무조건 한 명이라도 더 낳게 해줘! 운랑 닮은 예쁜 아이로.”
순서로 못 이기면 양으로 승부하겠다는 누님.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누님한테는 아주 중요한 문제인 느낌이었다.
“누님, 하지만···.”
“이것도 못 들어준다고 하지 마. 나 많이 양보했으니까!”
그렇기에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뭔가 하나는 들어줘야 했으니까 말이다.
그것이 탈수기의 세탁물처럼 짜내지는 인생 확정이라도.
“아, 알겠어요. 누님. 노, 노력해 볼게요.”
“아니, 노력 말고 반드시 들어줘야 해.”
“예, 바, 반드시.”
그렇게 위험한 약속을 하고 나자, 완전히 마음이 풀린 누님이 내 목에 매달려, 그간 마음에 두고 하지 못하던 이야기들을 꺼내 쏟아내기 시작하셨다.
“고마워 운랑! 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 아! 운랑, 그런데 말이지 내가······.”
나를 언제부터 좋아했으며,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으며,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누님의 그런 말을 듣다 보니 이거 분위기가 야릇해지고 있었고.
결국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만으로 성이 차지 못하셨는지, 말끝에 살포시 입을 맞춰오시는 누님.
누님의 애틋한 사랑 고백에 받아주지 않을 수 없었다.
-츕.
야수궁이 본가라 그런지 누님 아주 개방적이고 오픈 마인드를 가지신 훌륭한 분이셨으니까.
그렇게 입맞춤을 끝내고 나서였다.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버린 것인지, 내 옷소매를 잡아채시는 누님.
갑자기 누님의 손길이 소매 안쪽을 파고들었다.
“누, 누님? 이 이런 건 호, 혼례를···. 아니, 최소한 본가로 돌아가서···.”
그동안 밀린 진도를 한 번에 다 빼시겠다는 누님의 행동에, 일단 누님을 제지했다.
부인들도 기다리고 있고, 최소한 첫날 밤은 본가로 돌아가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
그렇기에 누님의 손목을 잡았지만, 누님이 금단의 단어를 내뱉으셨다.
“다른 부인들은 다 했다면서? 운랑, 누님만 믿어.”
지금, 이 순간 가장 못 믿을 분이셨지만.
그래, 또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다른 부인들은 다 했는데, 본인만 안 해준다고 서운해할 터.
하지만 장소와 아래층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끊는 것이 맞았는데.
누님의 다음 동작이 내 이성을 끓어 놓으셨다.
누님의 다음 동작.
침상 위에 올라가 엎드린 누님이 나를 돌아보며 말씀하셨다.
“이리 와. 운랑···.”
‘커헙!’
무공을 익힌 무인이었다면 칠공에서 피를 토해버릴 자세.
남자의 피가 쏠리게 하는 자세와 멘트였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왜 엎드려서?”
“싫어? 야수궁은 첫날밤은 다 이렇게 하는데? 이래야 아기도 잘생기고···.”
아···. 야스궁.
야수궁은 본인이 야수가 되는 곳이 아니라 사내를 야수로 만드는 곳임이 분명했고.
정말 처가로 부족함이 없는 곳이 확실했다.
사흘간 비축한 체력이 바로 고갈될 예정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