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457)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458화(458/605)
보존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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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파사(波斯)국 상인들이 왜 화퇴(火腿)를 사 가는지가 궁금하셨군요? 보통은 잘 모르는 일인데, 항주 쪽에 아는 분이 계신 모양이군요?”
“예, 아는 분께 그 이야기를 들었는데, 궁금해서 말이지요. 파사국 사람들이 화퇴를 그렇게나 좋아합니까?”
그러자 내 질문에 고개를 젓는 상인들.
상인들이 약간 속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희도 그것 때문에 속상한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속이 상하신단 말입니까?”
“예, 류대인. ”
‘아니, 다른 놈이 다른 데서 화퇴를 사 가는데 왜 자기들이 속상해?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것인가?’
아무튼 중원 놈들 쪼잔한 건 알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상인들을 바라보자, 그중 하나가 대표로 나서서 설명했다.
왜 화퇴 때문에 자기들이 속상한지를.
“이걸 이야기하려면, 파사국 상인들이 먹는 음식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파사(波斯)국 상인들이 먼바다를 갈 때는 쌀, 밀가루, 건과(乾果 건조 과일) 그리고 육장(肉醬)을 챙긴다고 하더군요.”
“육장 말입니까?”
“예, 육장.”
육장이라면 고기로 담근 젓갈.
내가 이 시대 요리 전문이 아니라서 젓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송 시대에는 아주 다양한 젓갈을 담아 먹는다.
그런 젓갈 중에 소금에 절인 고기로 만든 육젓도 있는데, 생선 대신 고기로 담은 젓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원의 육장과는 좀 다른데, 푹 삭혀 먹는 것이 아니고, 큼지막한 고기를 소금물에 넣고 뚜껑을 닫아 보관하는 것으로, 한번 먹어봤는데 무척 짜고 뭐 그렇습니다.”
“아,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육장이라 해서 뭔가 했더니, 대충 설명하는 걸 들어보니, 염장 고기인 느낌.
대항해 시대 때도 염장 고기는 선원들의 필수식품이었고, 고대 로마 시대부터 항해할 때는 염장 고기를 챙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긴 배 여행에 고기가 없으면 되겠는가?
이 시대 선원들의 배 여행은 힘들고 고될 수밖에 없는데, 바람 방향에 맞춰 돛도 움직여줘야 하고 배에 따라서 노를 저어야 할 일도 있으니, 스테미너는 필수니까.
“그런데 육장과 화퇴가 무슨 상관이?”
그러나 페르시아 애들이 염장 고기를 싣고 항해를 하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대체 화퇴와 무슨 상관이냐고 다시 물었다.
염장 고기는 염장 고기고 화퇴를 구매하는 것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러자 대답 대신 되묻는 상인.
“파사국 상인들이 파사에서 떠나 광주까지 오고 나면, 돌아갈 때는 보급을 다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광주에 도착할 때쯤이면 식량이 떨어질 테니까요.”
“예, 물건을 많이 싣고 오는 파사국 상인들은, 보통 광주에 도착할 때쯤이면 식량이 다 떨어지지요. 그러면 저희 광주에 물건을 반쯤 내리고, 보급을 한 다음에 남은 물건을 가지고 항주로 가는 것이지요.”
“아, 양쪽에 물건을 나눠 파는 모양이군요?”
“원래는 광주에만 물건을 내렸었습니다. 그런데 물건을 반이나 항주에 내리게 된 것은 모두 화퇴 때문이지요.
저희가 다른 것은, 다 구해줄 수 있었는데. 그들의 육장을 대신해줄 물품을 찾을 수가 없었고, 항주까지 올라갔던 파사국의 배가 거기서 화퇴를 발견한 것이지요.
질 좋은 화퇴는 포강(浦江)에서 많이 나니까요.”
“아아. 무슨 말씀인지 이제 알겠습니다.”
대충 설명을 들어보니, 긴 배 여행에는 식량이 많이 필요하기에 다른 건 광주에서 다 구해줄 수 있지만, 염장 고기를 대신할, 장기 보존할 수 있는 고기를 준비해 줄 수 없었다는 말인 것 같았다.
이 시대 중원의 장기 보존식품, 더군다나 장기 보존할 수 있는 고기는 무척이나 드무니까 말이다.
아니,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되는 것.
냉장고가 없어서 발전할 법도 싶은데, 상하면 씻어서 향신료를 잔뜩 넣어 삶아 먹는 것이 이 시대 중원 사람들이 부패에 대처하는 방법.
‘버리면 아까우니까 말이지.’
그런 이유로 파사국 상인들은 항주까지 가서 고기를 보급해야 하니, 겸사겸사 물건을 항주까지 반절 남겨 가져가는 모양이었다.
“그깟 화퇴가 뭐라고···.”
“그러게나 말이네. 녹포(鹿脯)를 사 가도 되는 일을.”
그런데 약간 의문인 것도 있었다.
화퇴가 저장식품은 맞는데, 배 위의 습한 환경에서는 그다지 좋은 보존식품이 아니었던 것.
더군다나 살라미나 다른 햄들이 그냥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화퇴의 조리법은 물에 삶아 먹는 것으로 배 위에서는 많은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긴 배 여행에 화퇴는 그리 좋은 음식이 못될 것 같은데···.”
그렇기에 혼잣말하듯 중얼거리자 상인들이 다 같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류 대인도 음식을 만드는 분이라 잘 아시는군요?”
“예, 맞습니다. 류 대인. 배 위에서 곰팡이가 나서 못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중원에서 구할 수 있는 고기는 그것이 전부이니 어쩌겠습니까?”
‘결국은 보급 문제였군. 그나저나 화퇴라···.’
궁금함은 해결되었는데, 이걸 가지고 어찌 시박사로 연결할지 그게 떠오르질 않았다.
***
팔왕 회합으로 무척이나 다행인 점이 있다면, 약왕의 원기를 상할뻔했다는 말에 아내들이 이제 선을 지킨다는 것.
진이 빠질 때까지 노력해야 했던 이전과는 다르게, 가볍게 한두 번으로 나는 숙면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약왕이 미안하다며 지어온 약이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 마치 앵꼬 직전 자동차 같던 내 몸에 체력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약과 함께 또 다른 조치가 취해지고 있었지만.
“어디 보자 얼마나 뜨거운가.”
-쪽.
영영이가 눈을 뜨자마자 하인들이 가져온 탕약에 새끼손가락을 넣고 휘휘 저었다.
그리고 대충 온도를 맞췄는지, 그것을 내 입 앞에 대주며 말했다.
“가가, 여기 쭉 드세요.”
“아, 써서 먹기 싫은데···.”
“그러지 말고 얼른 드세요. 제가 수당도 챙겨놨어요.”
“수당?”
“네네. 그러니까 얼른 드세요. 자자, 쭈욱 쭉.”
괜스레 투정을 한번 부리자, 쓴 약을 먹고 먹으라고 수당을 준비해뒀다는 영영이.
마음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탕약을 들이켰다.
혀끝에 느껴지는 쓰디쓴 맛.
탕약을 다 들이켜자마자, 영영이가 어디서 꺼냈는지 팬더 모양 수당을 입안으로 쏙 넣어주었다.
그러자 곧 쓴맛은 사라지고, 수당의 달콤한 맛이 혀끝에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 이것이 참 행복이구나.’
약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제는 세수.
영영이가 하인이 떠온 물을 가져와 탁자에 올리고는 내 목에 수건을 둘러주었다.
그리고 자기의 팔을 걷어붙였다.
세수까지 시켜주려 하는 것이었다.
“자, 가가 세안하셔야죠.”
“이건 그냥 내가 하면 안 되겠느냐?”
세수까지 시켜둔다는 영영이의 행동에 그냥 내가 하면 안되냐 묻자, 영영이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절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최대한 체력을 온존해야죠. 그러니까 가가는 가만있어요. 부엌일도 사람들 시키고 최대한 줄여야겠어. 원기가 상할 뻔했다잖아요. 하···. 나는 최근에 시작했는데, 분명 내 탓은 아닐 거야.”
비교적 자기 오마케 해금은 최근이기에, 내 원기가 상할 뻔한 사태에 자기 책임을 없을 것이라는 영영이.
영영이가 이렇게 온갖 수발을 드는 것은, 모두 그 원기 때문이었다.
원기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기운이라는데, 그게 훼손되면 명이 줄어든다나?
그렇기에 이렇게 영영이뿐만 아니고 다른 아내들까지 나를 애지중지하는 것이다.
체력의 한계가 명확하다면, 다른데 체력을 낭비하지 말고 한군데 집중하자는 뭐 그런 결론 이랄까···.
결국 영영이의 손길에 얼굴을 맡기고, 양치까지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노공, 일어나셨어요?”
“낭군님, 이쪽으로 오세요.”
“운랑” 잘 잤어?
모여서 아침을 먹고 있는 아내들.
아내들이 마련해주는 자리에 앉자 바로 음식이 나왔다.
아침은 쌀밥에 우육면 국물.
그리고 짜차이.
밥을 한술 뜨고 있을 때였다.
반점 입구로 비연이 들어서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침 스케쥴을 봐주러 온 모양이었다.
“청운님, 언니들 간밤에는 잘 주무셨나요?”
비연은 밥을 먹고 있는 우리를 보더니 밝은 얼굴로 쪼르르 달려왔다.
“비연이구나.”
“비연 왔습니까? 아침은 먹었습니까? 먹지 않았으면 같이 먹어도 됩니다.”
“왔소 비연?”
비연까지 테이블에 앉히고 식사하며, 제일 먼저 어제 상인들과 나누던 이야기를 꺼냈다.
저녁에는 팔왕 어른들 상대하느라고 어제 상인들과 나눴던 이야기에 대해 상의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시박 중 가장 부유하고 이문이 많이 남는 시박이 파사시박이라는데, 그 파사 시박이 왜 광주와 항주에서 시박 하는지를 알아냈소.”
“아, 어제 상인들에게 그것을 물으셨나 보군요? 그래 뭐라 하던가요?”
“보급 때문이라더군. 파사 상인들은 배에 반드시 육장과 비슷한 고기를 싣는데, 중원에서는 그걸 구할 길이 없어 항주에 들린다고 하더군. 육장 대신 화퇴를 사려고 말이야.”
“배에 싣고 다니면서 먹을 고기를 사러 말입니까?”
“그렇다더군.”
“화퇴는 오래 보관하면서 먹을 수 있으니 그런 모양이군요?”
“그런 것 같소. 비연.”
대략적 이야기를 풀고, 거기에 자세한 설명을 붙였다.
어제 상인들이 했던 이야기 대부분을 말이다.
그러자 청이와 비연이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거의 동시에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노공, 그렇다면 그 육장 여기서 만들 수는 없습니까?”
“청운님, 그 육장을 여기서 만들 수 있으면, 파사 상인들을 이쪽으로 불러 모을 수 있을 테고, 그러면 시박을 하러 상인들이 모여들 테니, 자연스레 시박사도 설치해달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먼 길을 이동해 화퇴를 반드시 산다는 것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아, 염장 고기를 만들어, 파사 상인들을 끌어모으고 시박사 설치를 건의하자 그런 말이군? 좋은데?’
둘의 의견에 곧바로 세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손님들보다 훨씬 일찍 시작된 우리의 아침 식사가 끝나고, 곧바로 팔보상단 소속 상인들을 불러 모았다.
큰 사업 제안을 해보려고 말이다.
파사 상인들을 끌어모으려면 이놈들이 필수기 때문이었다.
삼층 방에서 잠시 기다리자, 하나둘 방으로 들어서는 상인들.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하자, 상인 하나가 물어왔다.
“류 대인 어쩐 일로 저희를 찾으셨는지?”
“아, 다름이 아니고. 혹시 이 복주에서도 장사해보실 생각이 없습니까? 각점(분점)을 내는 것이지요.”
“각점 말입니까?”
내 제안에 눈치를 보는 상인들.
광주보다 큰 매력이 없어 보이니, 눈치를 보는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기녀들 때문에 왔는데, 복주는 발전하는 도시라 잠재력은 크지만, 선뜻 투자는 힘든 모양이었다.
그러면 매력적인 제안들을 내놓으면 될터.
준비된 제안들을 하나하나 꺼내놓았다.
“실은 복주 지주께서 제 의형 되시는데, 이 복주를 발전시키려면 시박사가 필요해, 조정에 시박사 설치를 건의드리고 있거든요.”
“복주지주께서 의형이시라고요? 그리고 복주에 시박사를 말입니까?”
“예. 형님의 비원이시지요. 대인들께서 마음만 먹으신다면, 제가 형님께 말씀드려 많은 편의를 봐 드리겠습니다.”
편의를 봐주겠다는데도 머뭇거리는 상인들.
이정도로는 역시나 부족한 느낌.
아까 청이, 비연과 상의했던 것을 더 풀어놓았다.
“제가 어제 듣기로는 파사 상인들이 가져오는 물품, 항주에 절반이나 빼앗기는 것을 무척이나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은데. 여러분께서 저를 조금만 도와주신다면 그 물품 빼앗기지 않고 여러분이 모두 매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파사 상인들의 물건을 말입니까?”
“그것을 어찌? 류 대인께서?”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파사국 상인의 물건을 나 따위가 어찌 모두 팔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냐 묻는 것 같은 눈빛.
미소를 지으며 계획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다.
“우선, 제가 여러분께 각점을 낼 생각이 있냐 물은 것은, 파사국 상인들의 물건을 매입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류 대인 파사국 상인이 복주에 정박하려 하지는 않을 텐데요? 그들은 항주에 반드시 들러야 하니까 말이죠.”
상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항주 말고 이 복주에 반드시 들릴 이유, 만들어주면 되니까.
“제가 파사인들의 육장, 만들 수 있다면 어떻습니까? 그러면 굳이 그들이 항주까지 가려 하지 않을 텐데요?”
“파, 파사인들의 육장을 만들 수 있단 말입니까!?”
“파사인의 육장을!?”
염장 고기를 만들 수 있다는 말에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상인들.
물론 나는 염장 고기는 못 만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보존식품을 만들 수 있을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