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493)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494화(494/605)
대산(大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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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습니다. 공자님.”
“히익! 어, 어떻게 해! 와, 왔나 봐요!”
“응? 월영?”
혹시라도 사람들의 눈에 띌까 싶어 미미가 돌아오면 본가로 찾아가려 했더니, 비연을 뒤따라 등장한 사람은 익숙한 인물.
어머니의 최측근인 월영이었다.
아마 비연에게 연통을 주려고 출발한 사람을 쫓아 그대로 복주까지 온 느낌.
갑자기 나타나 살짝 당황했으나 어머니와 함께 우리를 구하려고 사지를 넘나들었던 전우였고, 우리를 구하기 위해서 애쓰던 모습도 생각나, 어머니를 뵌 것같이 반가워 다가가 양손을 붙잡으며 인사했다.
“월영, 오랜만입니다!”
그냥 보면 상원절을 즐기러 나온 여인처럼 꾸미고 있는지라 누군가에게 의심받을 염려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예, 공자님. 월영 인사드립니다. 강녕(康寧)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자, 일단 삼 층으로 오르시지요.”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인사는 했어도 이야기는 조용히 해야 할 것 같기에, 쉬고 있는 하인들에게 방 하나만 빨리 치워달라 부탁해 얼른 삼 층 방으로 월영을 인도했다.
그리고 방 안으로 들어서 차를 대접하자 월영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복청의 본가가 아니고 여기가 공자님의 집이라고 하시던데 어찌 된 일이지요? 여긴 분명히 제 기억으로는 화월루···. 더군다나 본가가 그리 넉넉한 것은 아니었을 텐데···.”
월영의 물음에 생각해보니 월영도 어머니와 복청에 살았던 사람.
아마 복주를 오가곤 했을 테니 여기가 무슨 자리였던지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복주에서 화화루와 함께 기루 양대 산맥이었던 장소니까 말이다.
그런 곳을 내가 떡하니 차지하고 있으니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본가의 자산이 이곳을 인수할 만큼 넉넉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아, 제가 인수(引受)했습니다. 지금은 기루가 아니고 반점입니다.”
내가 이 큰 건물을 인수했다는 말에 살짝 눈을 크게 뜬 월영.
월영이 뭔가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처가의 도움을 받으신 모양이군요?”
아마도 처가인 제갈가에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는데, 이 류청운 가오가 있지.
어깨를 펴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꽌시인 포형님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여긴 정말 오로지 나의 능력으로 구한 곳이니까 말이다.
“아닙니다. 오로지 제 능력으로 구한 것입니다. 사내가 어찌 처가의 도움을 받겠습니까?”
“공자님께서요?”
“어머니가 떠나신 이후로 할 이야기가 아주 많으니 천천히 이야기 나누시지요. 그나저나 서찰을 가져오셨다고 하셨는데···.”
“아, 그렇지요. 서찰.”
어머니 소식이 궁금해, 비연이 분명 서찰을 가지고 왔다고 했으니 그것부터 보고 이야기하자고 말하려 할 때였다.
방안으로 양손에 종이로 싼 뭔가 좋은 냄새가 나는 요리들을 잔뜩 들고 아내들이 들어섰다.
-끼이익.
“노공, 손님이 오셨다는데 그럼 식사를 같이···!”
“가가, 요리 사왔어요. 그런데 손님이···!”
월영의 얼굴을 확인하자 미처 말을 다 꺼내지도 못하고 멈춰 선 청이와 영영이.
둘이 눈을 부릅뜨고 멈춰서자 월영이 일어서 공손히 포권했다.
“두 분 다시 뵙는군요. 다시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청이와 영영이의 반응에 뒤따라 들어오는 소소, 미미, 가련이, 맹희 누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은 당연한 일.
넷의 입에서 누구냐는 의문이 흘러나왔다.
“누군데 영영아?”
“누구신데 실례되게 그러는 건데?”
“영영 언니, 누구신데요?”
그러자 다른 아내들의 질문에 정신을 차린 청이와 영영이가 얼른 마주 포권하며 인사했다.
“월영,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리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손님이 잠시 당황했습니다.”
“오랜만에 뵈어요. 월영. 가, 갑작스러운 방문이네요.”
그러자 미소를 짓는 월영.
“그분께서는 항상 청운님 걱정뿐인지라. 청운님이 잘 살고 계시는지 살펴달라 하셔서요. 그래서 제가 이리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청이와 영영이 뒤에 늘어선 아내들을 바라보는 월영.
월영이 좀전의 말과 분위기에 이상함을 느꼈는지, 영영이와 청이 뒤에서 무슨 일인지를 살피고 있는 다른 아내들이 누군지를 물어왔다.
“그나저나 이리 번듯한 전각도 생기시고, 밝은 부인의 얼굴을 뵈니. 그분께 괜한 걱정이었다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데 뒤에 있는 분들은?”
항상 이런 질문이 반복될 때마다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왜일까?
괜한 목을 한번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크흠. 제, 아내들입니다.”
“아, 아내들? 한, 둘, 셋, 넷···. 여, 여섯? 설마 전부는 아니겠지요? 영영 아가씨의 마음을 공자님이 받아줄 것으로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러자 역시나 나오는 익숙한 반응.
이곳을 떠나기 전 영영이가 어머니를 시어머니처럼 어머니라 부르기도 했기에, 아마 영영이는 내 사람이 당연히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머지는 의외라는 그런 대답.
괜히 죄인 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왠지 이 대답 할 때마다 내가 쓰레기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저, 전부 맞습니다.”
그러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월영이 되물었다.
“첩을 이리 많이 두셨다고요!?”
“아니, 첩이 아니라 부인을···.”
“?”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깜빡여지는 월영의 눈.
지금은 천마신교가 있는 십만대산은 통틀어 서역이라 부르는 땅이지만, 송의 국법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지 이해 안 된다는 그런 표정이었기에, 얼른 아내들이 사 온 요리들을 빼앗아 식탁에 내려두며 말했다.
“서로 간에 할 이야기가 아주 많을 것 같으니, 천천히 식사나 같이하시면서 이야기 나누시지요. 이게 금방 끝날 이야기가 아닌지라.”
‘내가 몇 번 설명해봐서 아는데, 이게 아무리 압축해서 풀어도 한세월이고, 듣는 사람의 인지능력을 벗어나더라고.’
과정들을 이해시키는 데는 아주 긴 이야기와 인식의 변환이 필요했으니까 말이다.
***
식탁에 아내들이 사온 음식을 차려두고 식사 시작 전에 일단 서로를 소개했다.
아직 서로에 대해 궁금하다는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쪽은 제 다른 아내인 남궁 소소, 황보 가련, 모용 미미, 그리고 마지막은 남만 야수궁의 맹희 누님.”
“이쪽은 ‘천마신교’에서 어머니의 심부름을 오신 월영이라는 분입니다.
그러자 역시나 양쪽에서 터져 나오는 외침.
서로에게 서로를 소개하자 역시나 양쪽 다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전부 치, 칠대세가의 아가씨들이라고요!? 그리고 야수궁까지!?”
“교(敎)에서 오신 분이라고요!?”
아내 쪽에서는 우리 엄마가 혈화마녀라는 이야기는 모두 알고 있는데, 실제로 천마신교의 사람을 마주하니, 이미 한번 만났던 청이와 영영이를 제외하고는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일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월영도 내가 정파 그것도 칠대세가와 야수궁의 딸들과 혼례를 올렸다니 놀라울 테고 말이다.
하지만 아내들이 먼저 곧 놀란 안색을 회복하더니 월영에게 포권했다.
아무래도 그간 천마신교에 대한 내성을 키워준 것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남궁 소소라 합니다. 신교 그러니까 어머님의 사람이셨군요?”
“화, 황보 가련이에요. 처음 뵙겠어요.”
“모용 미미입니다.”
“맹희라 해요. 이야기는 이미 들었어요.”
반대편은 아닌 것 같지만.
극도로 당황한 것은 도리어 월영.
월영이 아내들의 인사를 듣고는 낭패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고, 공자님. 대체 어, 어떻게? 다 처라고요? 그리고 다들 소화님과의 관계를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아가씨들 아니, 부인들의 가문에서는 혹시 청운님과 소화님이 부모 자식의 연을 맺으셨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아니지, 정파인들이니 청운님과 저희가 연관되었다는 것을 알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테니 부인들께서만 아시는가 보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리 부담을 줄 일이었으면 찾아오지 않을 것이었다는 대답과 낭패한 듯한 월영의 표정.
월영의 걱정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들 알고 계시니 걱정하지 마셔도 됩니다.”
“예!? 알고 계신다고요!? 그런데도 괜찮다고요?”
마교와 정파는 개와 고양이 같은 또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 같은 존재.
마교 장로의 아들에게 딸들을 내려줬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인지, 월영이 자기 머리를 움켜쥐며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생에는 그런 말이 있었다.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돈이 부족한 게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그러니 결혼이 거절된다면 생각해봐야 한다.
신랑의 사회적 위치나 출세가 좀 부족한 것은 아닌지.
그런 면에서 보면 국공이라는 출세와 사회적 위치는 거의 끝판왕급 출세이자 위치.
반란을 일으켜 황제의 보위에 오르면 모를까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출세이니 거절당할 리는 없었다.
또 우리 처가들은 다들 무림 가문.
아무리 무를 숭상하는 가문이라지만, 모든 가문원을 무인으로 채우는 것은 하책.
전생에도 재벌 드라마나 조폭 드라마 보면, 가문에 판검사나 의사 하나씩은 사위로 들이려 하지 않던가?
힘이 있으면 권력을 원하고 권력이 있으면 건강을 원하는 것은 사람들의 이치.
그러니 나는 무림 가문에 있어 거의 일등 신랑감이라 할 수 있는 것.
누가 뭐래도 ‘국공’이니까 말이다.
“예, 다들 흔쾌히 허락하셨습니다.”
“흐, 흔쾌히!?”
“예, 제가 작은 벼슬길에 올라 황명이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는지라···.”
“벼슬!? 공자께서 벼슬길에 오르셨다고요? 분명 서책을 읽으라면 읽는 시늉만 하고, 소화님 몰래 춘화를 보다가 걸린 적도 있으셨는데!?”
월영의 말에 꽂히는 시선.
아내들이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망할. 몸 녀석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것이야!?’
몸의 만행 때문에 소싯적 흑역사가 낱낱이 밝혀지는 상황.
손으로 괜히 화끈거리는 얼굴에 바람을 부치며 대답했다.
“예, 국공에 올랐더니 다들 흔쾌히···.”
“?”
살짝 머리를 내 쪽으로 가까이하며 눈을 크게 뜨는 월영.
다시 말해보라는 그녀의 행동에 다시 한번 탁탁 끊어 대답했다.
“국. 공.”
그러자 머리를 움켜쥔 월영이 나에게 부탁했다.
“청운님, 죄송한데 잠시 쉴 곳을 내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여행이 고단했는지 말씀을 못 알아듣겠군요.”
국공이라는 두 글자는 아무래도 천마신교인들에게도 충격적인 단어인 모양이었다.
***
잠깐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가 끝나고 나온 어머니의 서찰.
어머니의 편지는 붉은 홍지(紅紙)에 검은 먹으로 아주 곱게 쓰인 것이었다.
「청운 보세요.
혹시나 걱정하고 있을 것 같아. 아니, 우리 아들이면 분명 이 어미를 걱정하고 있겠지요?
그렇기에 이리 월영을 통해 서찰을 보냅니다.
이 어미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청운이 걱정할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분의 은혜로 저는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음···. 그리고 잘하면 중원에 한 번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건 언제가 될지 아직 확답을 드릴 수가 없네요.
아, 그래도 너무 늦지는 않을 것이에요. 올해 안에는 분명히 갈 것 같으니까요.
여기 대산 생활을 지루해하시는 분이 하나 있는데, 그분이 올해 같이 가자고 하셨거든요. 그분을 모시고 가면, 청운이 절대 잊을 수 없는 맛있는 요리 해주셔야 해요. 알겠죠?
아, 혹시 손주는 태어났나요?
청 소저나 청운이를 닮았으면 아주 귀여울 텐데, 부디 다음에 만날 때는 식구가 늘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월영편에 살림에 도움이 되라 돈을 조금 보냈으니 부담가지지 말도록 하세요.
옆에서 챙겨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보내는 돈이니까요.
월영은 옆에 두고 수족처럼 부리라 보냅니다.
청 소저에게 혹시나 부담될까 싶어 보낼까 말까 걱정했는데, 전서구로 소식이라도 보내고 싶으니 이해해 달라 부탁합니다.
어머니에게 보낼 서찰이 있으면 적어서 월영에게 건네세요.
전서구로 월영이 이쪽으로 보낼 테니까요.
대산(大山)에서 어머니가.」
“음···.”
아기가 생기지 않았어도 식구는 이미 충분히 많이 늘었기에, 서찰을 받고 놀라실 어머님의 표정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