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497)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498화(498/605)
무림비무대회(武林比武大會)
.
-삐걱.
“실례 좀 하겠소이다.”
점심 브레이크타임.
쉬는 중이라 들어와선 안 된다고 써 붙였는데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반점의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며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매서운 시선들.
허리에 다 같이 똑같은 검을 차고, 등에 수 놓인 글자는 맹(盟).
저것은 아마도 무림맹(武林盟)을 뜻하는 것이 분명하니 반점이 삽시간에 비상이 걸렸다.
도둑도 제 발이 저린다고, 무림맹에 절대 걸리면 안 되는 사람과 함께 있으니 비상이 걸려버린 것.
무림 경찰이 출동했는데, 무림 공적이자 가장 흉악범 마교 장로의 오른팔을 우리가 숨겨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
반점의 하인들은 몰라도 월희 같은 수뇌부는 초빈이 누군지 다 알고있으니, 사람 대하는데 이골이 난 월희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교도를 데리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가장 큰 죄일 테니까 말이다.
“아, 어쩐 일이실까요? 자, 잘생긴 무사님들?”
그렇기에 말을 더듬으며 무사들에게 찾아온 여유를 묻자, 영영이의 다급한 전음이 들려왔다.
[가, 가가 어쩌죠? 무림맹이라니, 초, 초빈이 반점에 있는 것이 들킨 것일까요? 분명 저번에 무림맹 갔을 때, 복청에 마교가 쳐들어왔었다고 말한 것 때문에 감시를 붙였나 봐요! 무림맹, 이 치사한 놈들!]‘영영아 무림맹이 원래 우리 편이야.’
무림맹이 치사하다니, 벌써 마교 며느리가 다 된 영영이의 말투.
영영이 답지 않게 제법 그럴듯한 추리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렇기에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제발 우리 영영이의 추리 허방다리가 되기를.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 맞는다데 지금이 제발 그때가 아니기를 말이다.
평소처럼 제발 팽가의 피가 진하게 발현되기를.
하필 반점에서 제일 똘똘한 청이가 미미, 가련이를 데리고 비연과 사업 이야기를 한다고 자리를 비운 틈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공자님께 폐를 끼칠 수는 없으니, 혹시라도 들킨 것이면 자결하겠습니다.]불안해 죽겠는데 옆에 있는 초빈까지 불안을 부추기는 상황.
다급하게 초빈에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초빈이 자결하면 내가 의심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의심을 뒤집어쓰는 것이니까 말이다.
[초빈이 자결하면 더 의심스럽지 않겠소?] [그, 그럼 어쩔까요? 혹시 들킨 것이면, 잡혀가서 제가 몰래 신분을 숨기고 있었다고 할까요?]내 말에 초빈이 자신이 다 뒤집어쓰겠다고 말했지만, 생각해보니 우리가 괜히 설레발을 칠 수도 있는 상황.
그리고 초빈은 마기가 풀풀 느껴지는 마공을 익힌 것도 아니라고 했으니, 잡아떼기도 좋을 터.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좀 후들대긴 했는데 설마.
[아니, 제발 잠깐만 그대로 있으시오. 그냥 다른 일 때문에 찾아왔을 수도 있지 않소?] [설마 그런 말도 안 되는. 상대는 무림맹입니다. 무림맹이 별일도 아닌데, 저리 다 같이 찾아올 리가 있겠나요? 더군다나 가슴에 호(虎) 맹호단입니다. 맹주 직속의 무력대인데 저들이 뭐 서찰 따위나 전하러 왔겠나요? 공자님이 무림을 너무 모르셔서···.]“아, 제갈 사모님을 찾아오셨다고요?”
문 앞에서 들려오는 반색하는 월희의 대답에 돌아가는 고개.
다시 초빈을 바라보자, 초빈이 괜히 목을 큼큼거렸다.
“흠흠···.”
‘누가 뭘 몰라?’
그때 들려오는 월희와 무사들의 대화.
“예, 제갈 부인을 뵙고자 찾아뵈었습니다. 맹주님의 서찰을 전하려고 말입니다.”
무림맹 무사들이 정말 서찰을 가져왔다는 말에, 그 무서운 마교 장로 혈화마녀 은소화의 오른팔 월영 초빈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붉게 물들었다.
아마도 쪽팔린 느낌.
“부인께서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안에서 기다리실까요?”
“감사합니다. 자 다들 안으로 들어가···. 응!?”
안으로 들어서 탁자 쪽으로 가려다가 우리 쪽을 바라보고 움찔하는 무사들.
분명 저번 일 때문에 내 얼굴을 알고 있어 저러는 것일 텐데, 초빈을 데리고 있는 상황에 괜히 가슴이 다시 철렁했다.
‘이래서 전생에 도둑질하고는 발 뻗고 자기 힘들다고 한 것이었어.’
일단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걸어 나가 무사들에게 인사했다.
다른 일이라는데 괜히 제 발 저린척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아이고. 맹에서 오셨다고요?”
“류 대인을 뵙습니다. 무림맹 맹호단 단주 권융이라 합니다.”
“아, 권대협이셨군. 그래, 제 부인은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어쩐 일로?”
역시나 내 얼굴을 아는 책임자의 대답.
무사 중 대장으로 보이는 권융이라는 자에게 포권하자, 그가 마주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 다름이 아니라 올봄 무림비무대회(武林比武大會)가 열리는데, 부인과 류 대인이 거기 참석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맹주께서 무림비무대회에 초대하셨습니다.
어차피 저번에 대장원을 하신 남궁 부인도 참석하셔야 하니, 부인들을 모두 모시고 참석해달라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무림비무대회?”
“무림인들이 자기들의 실력을 겨루는 그런 대회입니다.”
권융이 무림비무대회에 관해 설명했지만, 무림 비무 대회는 뭔지 알고 있었다.
무림의 후기지수(後起之秀) 그러니까 뛰어난 후배들을 모아두고 서로 실력을 겨루게 하는 것.
무림인들이 유망한 힛트맨들을 모아두고 서로 치고받게 하는 것이다.
혼례를 올리지 않고, 아직 별호가 없는 그런 어린 제자들의 무협판 재롱잔치라고나 할까?
‘아이고 우리 제자 잘한다. 검초가 날카로우니 사람 잘 찔러 죽이겠다.’
뭐 그런 잔치인 것.
“아, 무엇인지는 알고 있소. 그런데 청이는 어째서?”
소소야 저번 대장원이라서 저번 수상자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이라면 이해되지만, 청이는 어째서인가 싶었는데, 들려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까마득한 후배들의 실력을 평가해 주십사 뭐 그런 이야기지요.”
솔직히 청이는 무공을 배우기는 했지만, 아픈 이유로 무림에서 활동한 전력도 없고, 별호도 장진 녀석이 제갈무후라는 허무맹랑한 별호를 붙여주었지만, 그것도 금방 잊힌 상태.
내력으로야 무림 최고라지만, 저들이 말하는 까마득한 후배에 속하는 것이 청이인 것.
나이도 얼마 차이 나지 않고.
그런데 그런 청이에게 실력을 평가해 달라는 것으로 보아서는 고수의 시선으로 심판 같은 것을 봐달라는 말이 분명했는데, 그러니 뭔가 재미난 상황으로 보였던 것이다.
“아, 그렇구려. 그런데 저는 그럼 부군으로?”
뭐 그건 그렇고 그러면 나는 남편 자격으로 같이 참석해 달라는가 싶어 묻자, 미소를 지은 무사의 목소리.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류 대인께는 무림 비무대회를 축하할 요리를 만들어주십사 하는 요청입니다.”
“아, 축하 요리 말이군요?”
재롱잔치에 잔칫상이 빠질 수 있나?
나에게 그 잔칫상을 부탁할 모양이었다.
원래 무림비무대회는 무림 최고의 잔치나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하, 그런데 내가 이제 그런데 찾아다닐 군번이 아닌데?’
하지만 좀 꺼려지는 것도 사실.
올봄이면 국공 발령이 난 후일 수도 있고 이거 애매한 상황이었던 것.
대 송 제국의 국공이 하찮게 출장 요리를 다닐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출장 요리를 불러도 시원찮을 상황에서 말이다.
“여기 서찰이 있습니다. 무림맹의 맹주 무림군자(武林君子) 유지명 어른께서 보내신 것입니다.”
“아, 고맙소이다.”
무림맹주가 보낸 서찰을 받아 들자 서찰에 쓰여있는 내용은 역시나 맹호 단주 권융이 말했던 내용.
와서 무림비무대회를 빛내줄 요리를 만들어 달라는 말이었다.
솔직히 보수는 차고 넘칠 지경이었다.
이건 그냥 돈주고 자리를 빛내달라 요청하는 그런 느낌.
무림 맹주 정치력 만렙이라더니, 이런 식으로 돈을 뿌리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서찰을 보며 잠시 고민하던 중이었다.
입구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손님이 찾아오셨단 말입니까?”
들려오는 청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반점 입구로 청이와 미미, 가련이와 비연등이 들어서고 있었다.
아마 월희가 사람을 보내 청이에게 연통을 준 모양이었다.
장부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복청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는데, 비연이 따라온 것으로 봐서는 이야기를 다 끝내지 못하고 온 느낌.
청이의 등장에 갑자기 옆에서 사람 깜짝 놀라게 터져 외침에 터져나왔다.
“무림맹 맹호단 단주 권융! 만년빙화(萬年氷花) 제갈청님을 뵈옵니다!”
“뵈옵니다!”
이등병이 장군을 만났을 때나 들려올 목소리가 아닐까 생각되는 상황.
무릎까지 한쪽 꿇고 아주 대가리를 박을 기세.
역시 무림은 애든 어른이든 여자든 남자든 센 놈이 최고였다.
‘그나저나 만년빙화는 또 뭐냐?’
그리고 자기들 멋대로 청이의 별호까지 지은 느낌.
나쁘지 않은 별호였기에 청이가 따로 지적하지 않고 되물었다.
“아, 맹호 단주셨군요? 그나저나 어쩐 일로?”
청이의 물음에 맹호단주 권융이 최대한 정중한 어투로 말했다.
나에게 이미 한번 설명하고 두 번째 설명하는 것이지만, 도리어 나에게 설명할 때보다 더욱 공손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맹주께서 이번 봄에 열리는 무림비무대회에 참석하셔서 후기지수의 실력을 보아주실 수 있느냐. 그리 부탁하셨습니다. 여기 서찰이 있습니다.”
권융이 내민 서찰을 받아 든 청이가 내용을 한번 훑어보더니 나를 바라봤다.
“서찰에는 노공께도 다른 제안을 한다는데, 그게 무엇입니까?”
아마 청이의 서찰에 내게 한 제안에 관한 내용이 있는 느낌.
“아, 무림비무대회를 빛낼 요리를 만들어 달라 그런 제안이셨소.”
청이의 질문에 대답하자, 내 말에 고개를 주억거린 청이.
잠시 후 청이가 무사에게 되물었다.
“그나저나 무림비무대회가 언제입니까? 봄이라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러자 무사가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더니, 얼른 대답했다.
“아마, 청명(淸明)쯤이 아닐까 싶습니다.”
“청명?”
청명은 24절기 중 한식날 정도 되는 시기. 4월 초쯤.
권융에게 청이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안 되겠습니다.”
그러자 당황한 표정이 된 맹호 단주.
이렇게 단칼에 거절당할 거로 생각하지 못했는지, 맹호 단주가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 어째서 말입니까? 아, 아니. 혹, 참석 못 하실 이유라도 있습니까?”
맹호단주 권융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청이.
저건 참석 못 할 이유가 있다는 말이었는데, 나도 모르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졌다.
‘대체 참석 못 할 이유가 뭐지?’
그렇게 속으로 청이가 무슨 핑계를 댈지 궁금할 때, 청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청명에는 복숭아꽃이 핍니다. 그러니 참석할 수 없습니다.”
“예?”
‘아, 맞네. 청명에는 복숭아꽃이 피지?’
생각해보니 청이의 말대로 청명에는 복숭아꽃이 피는 것.
그건 내 혼례가 그때 치러진다는 말이었다.
청이의 말에 다른 아내들도 고개를 주억거리는 모습.
그날은 내년에 가장 중요한 날이 아니고 아내들 평생에 가장 중요한 날일 테니, 당연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으니라.
당황한 무림맹의 무사들만 눈을 끔벅이기에 내가 대신 설명했다.
“아, 실은 내 아내들과 혼례를 치르기로 했는데, 아마도 그때쯤이 아닐까 싶어서 말이오.”
“예에!? 류대인께서 부인분들과 혼례를 그때 치르신단 말입니까!?”
“크흠. 뭐 그렇게 되었소.”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는 맹호 단주.
그가 얼른 사과했다.
“죄,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권유 전에 저희가 그런 것을 살폈어야 했는데.”
“아니오. 뭐 우리가 알리지 않은 것을 어찌 알겠소.”
“그럼 다른 분들도 당연히 안될 테니 맹주께 그렇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끌고 온 무사들을 데리고 얼른 반점을 나섰다.
“뭐야! 괜히 놀랐네! 애 떨어질 뻔했어!”
없는 애가 떨어질 뻔했다는 영영이의 자해공갈단급 멘트.
그렇게 헤프닝이 끝나나 싶었는데, 무림맹의 무사들이 며칠 후 두 번째로 찾아왔다.
며칠 전과 조금 다른 제안을 들고 말이다.
“류 대인, 올 무림 비무대회는 가을에 열기로 했고, 류 대인의 요리는 요리법을 사려고 하는데 되겠습니까?”
우리 혼례에 참석하기 위해서 비무대회는 가을로 미뤄버리고, 요리도 내가 직접 오는 것이 아니라 요리법만을 사 가고 싶다는 이야기.
두고두고 무림비무대회를 기념하며 먹을 수 있는 그런 요리를 만들어 달라는 말이었다.
‘이 정도면 할만한데?’
이 정도면 할만한 제안.
돈도 많이 준다는데 아주 솔깃한 제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