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499)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500화(500/605)
용호탕(龍虎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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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은 중원인과 아주 가까운 생물이다.
중원 설화에서 인간을 창조한 것으로 알려진 여와와 복희는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뱀으로 그려지며, 중원인들이 좋아죽는 용도 결국 뱀의 연장선.
그런 이유로 뱀을 부를 때는 사(蛇)라고 부르기보다는 소룡(小龍)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전생에 한국인이 밖에서 뱀을 만났다면 ‘아, 뱀이다. 조심해야지.’ 같은 생각을 할 테지만, 중원인들은 좀 다르게 반응한다.
‘아, 뱀이다. 조심해야지!’가 아니라.
‘아! 뱀이네? 보신해야지!’ 이렇게 반응하는 것.
중원에서 뱀을 만나면 결코 놓아 보내는 법이 없는 것이다.
뱀은 정말 중원인에게 사랑받는 동물이자 음식 재료니까 말이다.
농경 사회에서 가장 큰 적인 쥐를 잡아먹어 주고, 또 단백질 함유량이 많아 못사는 농민들에게 아주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는 것.
그렇기에 중원의 뱀 요리 문화는 상당히 발달해 있는데,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뱀술은 물론이거니와 뱀 샤부샤부, 뱀 튀김, 뱀탕 아주 다양한 요리가 발달해 있는 것이다.
특히나 하오문의 본부가 있는 광주가 속한 광동요리(廣東料理)는 이 뱀 요리가 아주 유명한 곳.
뱀 요리를 하는 거리에 가면, 우리나라의 수산 시장처럼 현장에서 뱀을 직접 잡아 손질해 바로 요리해준다.
그렇기에 뱀으로 요리한다면 사람들이 다들 좋아할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뱀을 만져야 한다는 사실에 살짝 고민에 빠지자 영영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왔다.
“가가 왜요?”
역시 지능 이슈는 있지만 동물적 감각만큼은 뛰어난 영영이.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다름이 아니라 어떤 요리를 해야 할지는 생각났는데, 뱀을 만져야 하는 일이라서 말이다. 난 뱀 별로거든.”
“뱀이요?”
뱀이라는 말에 쫑긋해지는 영영이의 귀.
마치 고양이처럼 귀를 쫑긋한 영영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가가, 뱀 싫어하시는구나? 하긴 뱀 징그럽다는 사람 많으니까요.”
영영이의 말에 자연스레 끄덕여지는 고개.
영영이의 말에 동의하자 영영이가 턱을 한껏 세운 거만한 모습으로 말했다.
“하, 정말 가가는 제가 없었으면 어쩔뻔했어요? 정말 이래서 내가 필요한 것이라니까?”
오랜만에 등장하는 하찮은 영영이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
그 모습에 눈을 깜빡거리자 영영이가 나에게 다가와 귓가에 바람을 불며 속삭였다.
“가가, 내가 누구라고효?”
“영영이?”
“아니, 아니, 무슨 영영?”
“당영영?”
영영이의 장단을 조금 맞춰주자 고개를 끄덕이는 영영이.
“그래요. 당영영. 우리 사천당가가 뭐 하는 가문인지 잊었어요? 독하면 당가 당가하면 독. 뱀은 우리 사천당가가 최고라고요.”
영영이의 말에 생각해보니, 사천당가는 독을 다루는 가문.
사천에 갔을 때 여러 가지 독물들을 키우는 것을 보았기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천당가는 중원에서 가장 유명한 땅꾼 집안이니까.
‘우리 처가가 그거 전문이긴 해.’
“오호라! 그렇지! 처가가 뱀을 아주 잘 다루는 사천 당가였지?”
“그래요!”
오랜만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아주 거만해진 영영이.
뭐 잘난 녀석이 거만을 떨면 꼴사납지만, 우리 영영이는 거만을 떨어도 귀여운 영영이.
귀여운 표정을 짓고있는 영영이에게 부탁했다.
“그럼, 영영아 저자에 가서 사(蛇) 좀 몇 마리 사 오겠느냐? 손질도 좀 도와주면 좋겠는데?”
나 대신 뱀을 사 와 손질 좀 해주면 안 되느냐고 물었을 때였다.
그러자 영영이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 뱀을 왜 사요! 잡아 오면 되는데? 가가 요즘 돈 많이 벌었다고 그렇게 돈 허투루 쓰면 안 돼요. 가가께서 힘들여서 버는 돈이잖아요.”
자기도 마누라라고 제법 잔소리가 는 영영이의 모습.
돈 아끼는 것도 좋은데, 뱀을 잡겠다고 하는 영영이의 말에 되물었다.
직접 잡을 필요까지는 없으니까 말이다.
“잡아? 뱀을?”
“네, 마침 겨울이라서 굴에 꼭꼭 숨어있을 테니 굴 하나만 발견하면 한 번에 수십 마리라고요. 잠깐만 기다려봐요. 제가 금방 잡아 올 테니.”
잠시 후 영영이가 가련이, 맹희 언니를 데리고 자기의 땅꾼 재능을 보여주겠다며 재빨리 출동했다.
난데없이 후원으로 말이다.
가련이는 없이 살던 시절에 뱀고기 제일 좋아했고, 맹희 누님도 운남 밀림에서 간식으로 자주 드셨다고···.
그렇게 한겨울 후원에서 때아닌 뱀 사냥이 시작되었다.
***
“여기다!”
후원 조경석 틈 조그만 틀을 가리키며 영영이가 외치자, 맹희 누님이 백화에게 냄새를 맡게 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백화도 여기서 뱀 냄새가 난데!”
“좋아! 가련아 네가 나설 차례야.”
“알겠어요. 언니!”
-덜커덕.
가련이가 나서 조경용으로 가져다 둔 바위를 밀자 드러나는 큰 구멍.
영영이가 거침없이 구멍에 손을 집에 넣더니 뱀을 줄줄 꺼내기 시작했다.
-탁! 탁탁!
겨울이라 정신없는 뱀을 꺼내자마자 바닥에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치는 영영이.
뱀들은 정신을 채 차리기도 전에 축 늘어져 뱀 고기 되었다.
“영영 언니 대단하세요. 어쩜 그리 잘 잡으세요?”“그야 뭐 본가에 있을 때 심심하면 가지고 놀았으니까. 아! 구렁이다!”
손끝에 딸려 나온 큼지막한 구렁이에 반색하는 영영이.
영영이와 가련이, 맹희 누님이 큼지막한 구렁이에 침을 꼴깍 삼켰다.
“살이 엄청 토실하네요.”
“이건 이따가 구워 먹자. 비늘 싹 벗겨서 짚불에 구워 먹으면 맛있어.”
“그럴까?”
무슨 뱀굴에서 제비뽑기하듯 뱀을 꺼내는 영영이.
그렇게 뱀을 줄줄 꺼내던 영영이가 이어서 꺼내 든 것은 살무사.
구경하던 나는 영영이가 꺼내든 살무사에 화들짝 놀랐으나 영영이가 살무사를 보며 반색했다.
“복사(蝮蛇)다!”
-탁탁!
재빨리 바닥에 머리를 후려쳐 살무사를 실신 상태로 만든 영영이.
왜 이번에는 죽이지 않나 했더니, 영영이가 나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가가, 복사가 사내에게 그렇게 좋대요. 이건 장 소숙자한테 약으로 만들어 오라고 해야겠어요.”
“그, 그래?”
어디에 좋은지는 묻지 않아도 뻔했고, 그렇게 잡아들인 뱀은 한 스무 마리 정도.
생각보다 양이 적다고 영영이가 투덜댔지만, 일단 생각했던 재료는 모두 준비된 상태.
이제 드래곤 & 피닉스 수프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용봉탕(龍鳳湯)말이다.
먼저 큰 닭을 한 마리 준비해 털을 싹 벗겼다.
물론 유교식으로 엉덩이를 통해 내장을 꺼내 최대한 닭의 모양을 살려서 말이다.
이것은 상징적인 요리.
맛도 좋아야 하지만 그 모습을 살려야 하니, 용과 봉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영영아, 저기 저놈으로 좀 손질해주겠느냐?”
“알겠어요. 가가.”
팔을 걷어붙인 영영이가 평소에 자기가 가지고 다니는 단검을 하나 꺼내 재빨리 뱀의 목을 도려냈다.
그리고 목 아래부터 항문까지 칼을 쭉 그어 뱀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모두 꺼냈다.
정말 숙달된 솜씨.
뱀 요리 전문점에서 못해도 십 년은 일했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 내가 잊고 있었지만, 우리 영영이 복어 손질법도 배웠던 그런 아이.
영영이의 또 다른 재주를 확인하며 놀라워할 때 영영이의 물음이 들려왔다.
“가가, 쓸개도 필요해요? 사내들은 이거 술에 타서 먹던데?”
영영이 말대로 뱀을 잡으면 크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검지 한마디 크기의 쓸개가 나오는데, 뱀 요리를 먹으러 가면 반드시 술에 타서 한잔 나오는 것이 기본.
하지만 쓸개까지는 필요 없었다.
탕을 끓일 것인데 쓸개를 넣으면 탕이 써지니까 말이다.
“아니, 별로 필요는 없는데? 그냥 버리거라.”
쓸개는 그냥 버리라고 말했을 때였다.
오리구이를 구울 장작을 가지러 왔던 하랑이가 얼른 영영이게 부탁했다.
“당 부인! 저, 저주세요!”
“하랑이가 먹으려고?”
“아뇨. 웅후 좀 먹이려고요. 요즘 기운이 좀 없어서.”
한쪽에서 양파를 까고 있는 웅후를 바라보자 맹렬하게 고개를 젓는 녀석.
하지만 하랑이의 매서운 눈매에 움찔한 녀석은 뱀 쓸개를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크흑···. 씁니다.”
“원래 입에 쓴 약이 몸에도 좋은 법이지.”
그렇게 뱀 쓸개의 향방이 결정된 후.
영영이는 나무통에 뱀의 몸통을 넣더니 거기에 끓고 있는 뜨거운 물을 부었다.
-촤악!
그러고는 손을 재빨리 움직여 뚜껑을 닫는 영영이.
영영이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뱀을 손질할 때는 죽었어도 이리 뚜껑을 닫아야 해요. 몸이 움직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뜨거운 물을 부어준 후, 꺼내서 한번 훑으면 비늘이 싹 벗겨져요.”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뱀 손질법과 중원의 뱀 손질법은 사뭇 다른데, 흔하진 않지만 전생의 한국에서 뱀 손질이라면 보통 껍질을 쫙 벗기는 것이 보통.
하지만 중원에서는 저리 뱀을 뜨거운 물에 집어넣고 손으로 쫙 훑어주는데, 그러면 뱀의 가죽은 남고 뱀의 비닐만 홀랑 벗겨진다.
중원은 고기만 먹는 것이 아니라 뱀의 가죽도 먹기에 저리 비늘만 홀랑 벗겨주는 것이 보통.
-촤아악
잠시 후 뜨거운 물에서 꺼낸 뱀을 위에서부터 쫙 훑어내린 영영이.
영영이 손끝에 뱀의 투명한 비늘이 전부 벗겨졌다.
“손질 끝!”
뱀손질을 기계처럼 해낸 영영이의 숙달된 모습.
가련이와 맹희 누님이 그 모습을 보고 환호했다.
“멋있어 영영아!”
“영영 언니 대단해요!”
영영이에게 뱀을 넘겨받았으면 이제 내가 나설 차례.
-탕! 탕!
먼저 으깬 마늘과 파를 후려쳐 향이 잘 우러나게 한 후 닭을 먼저 삶아주기로 했다.
목이버섯과 밤, 대추까지 넣어서 마치 삼계탕을 끓이듯이 말이다.
원래 용봉탕은 삼계탕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말이다.
먼저 끓인 삼탕 물에 뱀을 끓이는 것이 기본적인 조리법.
이건 뱀 샤부샤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글부글.
그렇게 한 시진, 그러니까 두 시간 정도 푹 끓여준 삼계탕에 뱀고기를 넣고, 양파와 마늘, 참기름과 후추를 추가.
마지막으로 삼십 분 정도 뱀을 넣고 끓여주면 이것이 바로 중원의 용과 봉이 어우러진 요리.
드래곤 & 피닉스 수프.
큰 그릇에 닭을 담고 뱀을 적당히 닭에 걸치고 뜨거운 국물을 부어 먹음직스러운 한 그릇을 만들었다.
그릇에 빠끔히 대가리는 내민 닭이 그릇 밖을 내다보며, 거기 뱀 한 마리가 휘감긴 모습.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내들 앞에 용봉탕을 내려두었다.
그러자 그 약간 거부감 드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내들.
“아, 닭으로 봉을 상징하고 뱀으로 용을 상징한 요리군요.”
“가가, 이 요리가 이름이 뭐예요?”
“용과 봉이 어우러진 요리, 용봉탕이란다.”
“용봉탕. 선생님 정말 훌륭한 요리 같아요.”
그렇게 완성된 요리를 가지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반점 입구로 들어서는 사람들.
반점 입구를 바라보자 무림맹에서 온 권융이 무사들과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류 대인 식사하러 왔습니다.”
요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오픈 시간.
마침 잘됐다 싶어 권융을 향해 말했다.
“아, 권 대협 그렇지 않아도 잘 오셨소이다. 마침 무림비무대회를 위해서 준비한 요리가 완성되었는데, 한번 살펴보시지요.”
“오옷!? 벌써 말입니까?”
무림비무대회 요리가 완성되었다는 말에 얼른 식탁으로 다가온 권융.
그가 용봉탕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아, 무림비무대회에서 용봉작호식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하며 만들어보았습니다. 용봉작호식을 상징하는 용봉탕입니다.”
용봉탕을 소개하고 났을 때.
멈칫하는 권융.
권융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아주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류 대인, 이걸 어찌 말씀드려야 할지.”
“?”
머뭇거리는 그에게 되물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데 못하는 분위기였으니까 말이다.
“혹시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오? 편하게 말씀해 보시오. 무림맹에서 부탁한 요리를 만들어보는 과정이니, 요구한 조건에 부합되지 않으면 다른 것을 만들어드릴 테니.”
그러자 청이의 눈치를 보던 권융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시, 실은 이 무림맹에서 열리는 무림비무대회는 본디 용과 호랑이가 싸우듯 서로 무공의 수위를 겨루는 순수한 무의 대결.
금방에 와서는 너무 용과 봉이 결정되는 용봉작호식에만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다고 하여···. 크흠···.”
그러니까 이 말은 출제자의 의도와 수능을 보는 학생들의 해석이 다르다는 이야기.
‘하아···. 어쩐지. 장진을 믿은 내 잘못이지.’
장진의 잘못을 철석같이 믿은 나의 잘못이겠거니 생각하며 대답했다.
“용과 호랑이의 대결. 마침 거기에 어울리는 요리도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정말입니까?”
“그렇소. 용호탕(龍虎湯)이 있지.”
“용호탕!”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반색하는 권융.
고개를 돌려 영영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영영아, 고양이도 잡아 올 수 있겠느냐?”
용호탕은 고양이와 뱀으로 끓이는 탕이니까 말이다.
‘이건 뱀보다 더 싫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