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508)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509화(509/605)
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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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날이 밝고 아침을 먹고나서 비연과 옥령이, 미미, 소소와 함께 조금 기다리고 있자, 한 무리의 관병들이 반점을 찾아왔다.
지휘사 하나와 관병 열 명.
원래 이정도 인원이면 중대장급인 지휘사가 아니라 소대장인 아장이 와야 하는데, 형님께서 지휘사를 보내신 모양이었다.
“류 대인, 저희 왔습니다. 가시지요.”
“아니, 이거 번거롭게 해드린 건 아닌가 싶습니다?”
중대장급까지 보내주신 것이 미안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자, 정색하는 지휘사.
“번거롭다뇨! 저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요. 지주 어른께서 철저히 하라 당부하셨으니 얼른 가시지요.”
“그, 그러면 조금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아무래도 이런 일은 익숙지 않아서.”
“류 대인 같은 선한 분에게는 힘든 일이실 테니 저희가 나서는 것입니다. 자 앞장서시지요.”
나 같은 소시민은 빚 받는 것도 마음이 힘들다는 표정을 슬쩍 지어주고, 얼른 지휘사를 따라 해룡 상단주의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관병까지 끌고 해룡상단주의 집을 찾는 이유는, 일을 편하고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
이게 송 시대 민원이라는 것이 그렇다.
과정과 절차가 좀 복잡한 것이다.
돈 떼어먹는 걸 고발하려면, 먼저 해룡 상단주의 집을 찾아가 약속어음인 회자를 내밀면서 돈을 달라고 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고, 거기서 놈이 돈이 없다고 하면 관아에 가서 놈을 고발하고 잡아들이는 것이 두 번째이다.
이후에는 놈의 장을 치고 한 달 말미를 준다고 하고 풀어주는 과정이 이어지는 것.
하지만 어제 헤어질 때 형님께서 내게 회자가 몇 장 더 있다고 하자,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제안하셨던 것이었다.
‘송 시대도 든든한 꽌시가 있으면, 관청에서 원스톱 서비스가 되더라고.’
“뭐라!? 내일 그놈 집을 다시 찾아가 돈을 받으려 한다고? 회자가 더 있어?”
“예, 형님.”
“그럼, 내 내일 아침 관병을 반점으로 보내줄 테니 돈이 없다면 바로 끌고 오게!”
“그렇게 해도 됩니까?”
“안 될 건 뭔가? 내가 된다는데? 내가 되면 되는 것이야.”
‘포 형님 당신은 그저 꽌시의 도덕책.’
그렇게 형님의 도움을 받아 해룡상단주의 집에 도착해 그의 집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계시는가요?”
문을 두드리자 문 입구에서 빠끔히 머리를 내미는 하인 하나.
“뉘시오?”
“또 뵙네요?”
“허억! 소저는!?”
어제 찾아왔던 비연의 모습에 하인이 움찔하며 뒷걸음쳤고, 우리는 하인을 지나쳐 곧장 집 안으로 들이쳤다.
그렇게 중원의 전통가옥인 사합원 안으로 들어서 주인이 기거하는 처소 앞에 도착하자, 안쪽에서 들리는 앓는 소리.
“에구구구···. 에구구···.”
“괜찮으세요?”
“보면 모르오!? 괜찮긴? 아파서 잠도 못 잤는데!”
괜한 첩에게 벼락같은 소리를 치는 녀석의 외침.
“아직 살만한가 보구나?”
“그러게요. 좀 더 맞아야겠네요?”
목소리에 힘이 넘치는 것이 아직 살만한 모양이었기에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마 대인, 계시는가?”
“응? 밖에 누가 왔나?”
“제가 나가볼게요.”
-덜커덩.
내 외침에 곧바로 처소의 문이 열리고.
달려 나온 눈이 쭉 째진 첩실이 나와 비연의 얼굴을 보고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그대로 주저앉았다.
“에, 에그머니나!”
‘Egg Money? 달걀은 필요 없고 돈은 받으러 왔지.’
마음속으로 복고풍 형님 개그를 한번 쳐준 후, 여인에게 다시 물었다.
“마 대인 계시오?”
“계, 계시긴 한데···.”
내 물음에 식은땀을 흘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한 여인.
“나 류청운이 빚을 받으러 왔다 그리 말씀해 주시오.”
여인을 향해 빚을 받으러 왔다고 말하자, 여인이 놀란 상태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항변했다.
“무, 무슨 말씀이셔요? 분명 관아에서 한 달 말미를 준다고 그리 말씀하셨는데? 어찌 하루 만에 와서 돈을 내놓으라 하시는 건가요!?”
확실히 송의 국법은 곤장 스무 대를 맞으면 한 달을 유예해주는 것이 공식 룰.
비연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비연이 품 안에서 회자 한 장을 꺼내 흔들었다.
“오늘은 다른 회자 때문에 찾아왔거든요.”
“다, 다른 회자요!?”
여인의 놀란 얼굴.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마운정이라는 놈이 누워있는 처소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 마대인 아무래도 나, 나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러자 안쪽에서 다시 들려오는 호통 소리.
“아니,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어찌 나간단 말이오!”
하지만 첩실로 보이는 여인이 안쪽에 다른 회자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리자, 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한다는 놈이 총알같이 튀어나왔다.
“류, 류 대인께서 다, 다른 회자를 들고 찾아오셨어요···.”
“다, 다른 회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달려 나온 마운정.
비연의 손에 들린 다른 교자를 본 놈이 내 바지춤을 붙들며 사정했다.
“류 대인, 어제 며칠만 말미를 주시면 제가 마련해 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사정하는 마운정.
녀석이 붙잡고 있는 바지춤을 잡아빼며 말했다.
“이 사람아 그건 다른 교자 이야기고···. 내 자네가 신용이 좋다고 해 여러 장 받았는데, 이러면 어쩌는가?”
“제발, 개봉에서 물건을 판 돈이 며칠 후면 당도할 테니 그때까지만 말미를 주십시오!”
녀석이 개봉에서 물건을 판 돈이 곧 도착할 것이라고 사정했지만, 저건 거짓말이었다.
여자에 빠져서 근래 두 달 동안 거래도 제대로 안 했다고 들었으니까 말이다.
“어허, 이 사람. 내 항 사람들에게 듣기로는 분명 두어 달 동안 생선 사 가는 게 뜸했다 그리 들었는데···.”
그렇기에 그것을 지적하자 녀석이 양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이고, 석 달 전에 거래한 대금입니다요!”
“석달 전에 거래한 돈이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면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법. 더군다나 알고 보니 자네 여기저기 회자를 내고 돈을 융통했다 하는데, 그 돈이 도착한다 해도 나에게 올지 알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통 사정해도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녀석이 자기 첩실에게 소리쳤다.
“가서 패물을 가져오너라!”
“패, 패물을요!? 하, 하지만 그건 저에게 선물로···.”
아마 첩실에게 사준 패물을 가져오라고 하는 모양.
이미 예상했던 전개에 뒤에서 미미가 피식하고 웃었다.
오늘 그래서 미미를 데려온 것이니까 말이다.
“이것아! 다시 사주면 될 것 아니냐! 내가 죽으면 너는 무사할성싶더냐! 어느 집에 하인으로 팔려 내 대신 빚을 갚게 될 터인데!?”
살벌한 녀석의 외침에 마지못해 안으로 뛰어 들어가 패물을 가지고 나오는 여인.
‘아니, 이 새끼 뭐 이렇게 많이 사줬냐?’
전생이었으면 첩에게 작업이라도 당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마당에 깔린 돗자리에 여인의 옷부터 장신구, 비단에 모피까지.
꽤 여러 가지 패물들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패물이 깔리자 녀석이 패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그러면 일단 그 회자만큼 물건으로 가져가시지요! 개봉에서 꽤 큰 돈을 주고 산 것들이니 파시면 본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녀석의 말에 고개를 돌리며 전문가를 호출했다.
이런일이 있을 줄 알고 미미를 데려온 것이니까 말이다.
‘우리 미미가 이런 고급품 전문이거든.’
훔치려면 가격대를 알아야 하는 것은 필수.
그냥 보기만 해도 견적이 나온다는 미미였으니까 말이다.
중원 제일의 도둑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중원 제일의 감정사라는 이야기도 되는 것이니까.
전생에 해커들을 보안 전문가로 고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미미, 와서 확인해보겠소?”
그러자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온 미미가 깔린 돗자리에 책상다리하고 앉아 마치 도사처럼 감정을 하기 시작했다.
“자, 어디 보자. 비단부터 할까?”
먼저 깔린 비단을 펼쳐 확인해보는 미미.
미미가 나무판에 휘감긴 검은 비단을 손에 잡자 마운정이 옆에서 얼른 미미를 향해 말했다.
“그것이 바로 낙양(洛陽)의 흑사 입니다! 제가 살 때만 해도 은자 팔십 개를 주고 산 상등품······.”
뭐라고 옆에서 잔뜩 떠드는데, 놈이 뭐라고 하든 신경 안쓰고 비단을 펼쳐 천천히 확인해보는 미미.
비단을 한번 쓰다듬어보기도 하고 가까이 눈에 대고 확인해보기도 하고, 또 하늘에 비춰보기도 한 미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걸 낙양에서 만든 것이라고 들었다고요?”
“예, 물론입죠! 제가 개봉에 갔을 때 낙양에 들러 직접 샀으니까 말입니다.”
“저런, 사기를 당하셨네요.”
“사기!?”
사기라는 말에 눈을 끔뻑이는 마운정.
미미가 흑사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
“낙양의 흑사는 이리 올이 넓지 않아요. 흑사가 아주 촘촘해 이리 팔에 대면 살결이 보일까 말까 하는 것이 낙양의 흑사지요. 이건 보면 이리 팔이 다 비쳐 보이지 않나요? 이건 낙양 옆 언사(偃師)에서 만들어진 물건이에요.
몸이 비칠 듯 말 듯 해야 사내들이 좋아하지 이리 다 보이면 신비감이 없기에 이건 가격이 싸요.”
‘아! 데니아!’
무슨 말을 하나 들어봤더니, 낙양과 언사의 물건은 데니아 차이가 있다는 말.
데니아란 원래 섬유의 굵기를 지칭하는 말인데, 우리가 보통 접할 수 있는 것은 여성 스타킹에서.
살살 들어보니 지금 저놈이 가져온 것은 20데니아 정도이고, 정말 낙양의 흑사는 40데니아 정도라는 말인 것 같았다.
‘중원인들이 뭘 좀 아는구만? 스타킹은 무조건 40데니아 아니겠어?’
40데니아가 상등품이라면 당연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
확실히 미미의 말대로 청이가 애용하는 흑사로 만든 옷은 안쪽이 비칠 듯, 말 듯한 것이 그 참된 맛이라 할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건 은자 스무 냥밖에 안 해요.”
“그, 그럴 리가!?”
“의심스러우면 비단을 파는 포목점 주인에게 물어봐도 좋아요.”
녀석이 미미의 말이 의심스러운지 포목점 주인 하나를 호출했으나 도착한 포목점 주인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아이고 틀림없습니다. 언사에서 만들어진 흑사가. 이런 건 비단을 다루는 사람도 잘 알지 못해 속곤 하는데, 어찌 아셨습니까요?”
그렇게 이어진 감정.
물건이 나올 때마다 얄미운 미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 담비의 털이라고요? 아뇨. 이건 은여우의 털이에요. 원래라면 은자 오십 개는 하겠지만, 관리가 좋지 않아 털이 많이 죽었네요? 은자 서른 개가 좋은 가격이에요.”
“부, 분명 담비라고 듣고 샀는데?”
“다들 그렇게 알고 속아요. 서로 비슷하거든요.”
“이 금 장신구는 속에 쇠가 들어있는 것이 분명해요. 들어봤는데 같은 금의 무게보다 무거워요. 믿지 못하시면 갈라보셔도 돼요.”
-서걱!
“저, 정말 안에 쇠가!”
“이 금귀걸이는 금만 살짝 입힌 것이고요.”
“이것도 말입니까!?”
“이 능라 여기 무늬가 삐뚤어졌죠? 이건 하급품이에요. 만들다 실수한 것 같은데?”
“분명 상등품이라고 했는데!”
“어머, 한 분이 이렇게 많이 사기를 당하기도 쉽지 않은데···. 물건 보는 눈이 왜 이리 없으실까···.”
녀석이 산 물건의 팔십 퍼센트 정도는 사기이거나 눈탱이.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중원이니까 말이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곳이 서울이라고? 눈감으면 이미 이 세상 사람 아닌 것이 여기 중원이야.’
결국 녀석이 마당으로 꺼낸 물건 대부분이 우리에게 넘겨지고 나서야 회자 한 장에 대한 금액이 정리되었다.
“하, 하하. 그래도 어떻게든 맞춰졌습니다. 남은 돈은 제가 반드시 한 달 안에···.”
녀석의 첩실은 자기가 선물로 받았던 물건이 다 털려 울상이 되었지만, 어떻게든 회자 한 장을 막아낸 놈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늘은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
거기에 비연이 품 안에서 다음 회자 한 장을 더 꺼내 들며 말했다.
“그럼 다른 회자를 계산해볼까요?”
그러자 녀석이 바닥으로 털썩 주저앉았다가 엉덩이가 아픈지 위로 솟구쳐 올랐다.
“끄아아악!”
‘이거 근데 왜 재미있냐?’
중원 조폭들이랑 일수 걷으러 온 것 같은 느낌이들어 이상하게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