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523)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524화(524/605)
요리과거(料理科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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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방 대총관을 데리고 형님을 찾아갔다.
강변 쪽의 땅을 사려고 말이다.
야시장을 열려면 강변과 주변의 땅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땅을 사려면 형님의 ‘도움’이 살짝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강변 땅은 건물을 세울 수도 없는 모래밭과 무른 땅이 대부분.
더군다나 우기에는 물이 넘칠 수도 있어서 대부분 채소밭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여긴 땅 주인이 없어 관에 돈을 주고 사야 했던 것.
“아이고 형님!”
“이게 누구야 내 아우 아닌가? 이 사람아, 자주 좀 들르시게.”
“죄송합니다. 형님.”
“아니네. 내 아쉬워서 한 소리지 바쁜 사람 자주 올 수야 있겠는가? 그래 어쩐 일인가? 이 형님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도 있는가?”
너무 형님의 도움이 필요할 때만 찾아서 그런지, 이제는 첫 마디가 무슨 도움이 필요 하느냐로 시작하시는 형님.
미안하긴 한데 도움받으려고 찾아온 것 맞으니,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실은 동생이 땅이 좀 필요해서 말입니다.”
“땅? 어느 땅이? 동생이 땅에 관심이 있었나? 내 아우가 필요하다면 내 어떤 놈이 가진 땅이라도···.”
누가 가진 땅이라도 당장 빼앗아 줄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그러나 중원 최대 종교인의 아우들이 감히 그럴 수야 있겠는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높이 올라갈수록 높은 의무가 필요한 법.
뭐 그걸 떠나서 전생의 강남처럼 비싼 땅도 아니고, 괜히 콩알만 한 땅 빼앗았다는 소문이 나 봐야 사람들에게 욕만 뒈지게 먹지 득보다 실이 많은 것.
형님의 말씀에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하, 아니, 형님, 남들이 가진 땅 말고요. 우리가 그래도 연성공 형님의 아우들인데 남의 땅을 그냥 빼앗을 수야 있겠습니까?”
“예끼, 이 사람아 나도 그냥 해본 말이네. 크헤헤.”
“아하하, 형님의 우스갯소리에 이 동생 깜짝 놀랐습니다.”
내 말에 개구쟁이처럼 웃으시는 형님.
형님 역시 중년 개구쟁이셨다.
중년 개그 신동이랄까?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형님께 너스레를 떨자, 형님이 자기 개그가 통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물어오셨다.
“그래? 자네 놀라게 하려고 한 것인데 자네가 놀랐으면 성공이지, 그래 그건 그렇고 어느 땅이 필요한가?”
“실은 저의 반점 앞에 강이 하나 흐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 강변의 땅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잉? 강변?”
강변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한 형님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이 시대에는 치수가 그렇게 완벽하지 않아 여름 우기가 되면 무조건 범람하고 쓸려나가거나 토사가 쌓이길 반복하는 것이 강변이니까 말이다.
퇴적물이 쌓여 늘어나는 일도 있지만, 그건 그야말로 도박성 투자.
샀다가 땅이 줄어들 수도 있으니 강변은 선호하지 않는 것.
예전에 강남이나 여의도도 모래땅이라서 사람들이 농사나 짓는 그런 땅이었다고 들었으니, 형님의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런 쓸모없는 땅을 뭐 하려고? 동생이 땅에 대해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강변 땅은 하등쓸모가 없네. 차리라 땅이 필요하면 내 저자 쪽에 알아봐 주겠네. 내 아우가 산다면 어느 놈이 팔지 않겠는가?”
‘아니, 형님, 그건 좀 전에 말했던 그냥 빼앗는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농담이라면서요.’
형님의 말씀에 마음속으로는 깜짝 놀랐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분명 연성공 형님께 폐가 된다고 말씀드렸고 강탈과 거의 다른 없는 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아마도 동생을 생각하는 형님의 따듯한 마음이 담겨있어 그런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살짝 감동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생각해보면 형님이 동생을 아끼는 마음이 너무도 커, 한번 말을 했음에도 살짝 아주 살짝 합법과 범법의 경계를 넘겠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크···. 빼앗아서라도 챙겨주겠다는 형님의 마음. 이것이 바로 중원 꽌시의 정수.’
마음을 가라앉히고 형님을 향해 말했다.
이번에는 굳이 빼앗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그건 다음을 기약하자고.
‘아니, 어쨌든.’
“전각을 올리고 그럴 것이 아니라 노점들이 장사할 땅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노점?”
“예, 형님. 강변에 야시장(夜市場)을 열어보려고 말입니다.”
“야시장?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그게 뭔가?”
“야시장이 무엇이냐 하면, 아무래도 복주는 여름에 무더운 곳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낮보다는 해가 진 다음 장사하는 저자를 만들어보려는 것입니다. 시원한 강변에 말입니다.”
“오호라. 복주는 여름에 무더우니 해가 진 시원한 강변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곳을 만들려 하는구먼?”
역시 관리답게 내가 하는 말인 무슨 말인지를 금방 알아차린 형님.
야시장에 대한 개념을 대략 설명하자 형님이 무슨 이야기인지를 깨닫고 고개를 주억거리셨다.
‘알고 보면 형님 엘리트라니깐?’
워낙 허술하게 생겨서 그렇지, 알고 보면 형님은 엘리트중의 엘리트.
행정과 사법고시를 동시에 패스한 것과 마찬가지인 분이니 금방 알아채시는 것이리라.
내가 형님의 명석함에 감탄할 때, 형님이 걱정하지 말란 투로 말씀하셨다.
“강변 땅이야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게. 그 일대의 땅을 원하면 다 살 수 있게 해줄 테니까 말이야.”
“정말이십니까?”
“그럼, 아무도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싸게 줄 테니 걱정하지 말게.”
전생의 강남이나 여의도도 모래땅일 때는 산다는 사람 나타나면 정부에서 싸게 줄 테니 더 가져가라고 했다더니, 여기도 그런지 원하는 만큼 준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형님.
형님이 관리를 시켜 가져온 지도를 보고 사고 싶은 땅을 표시하고 나자, 형님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으셨다.
“내 땅값은 최대한 싸게 뽑으라 할 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야시장을 열면 상세원(商稅院)의 세리들도 보내줄 테니 자네가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보시게.”
송나라에서는 노점을 탄(攤)이라 부르는데, 노점 장사를 하려면 세금징수원인 세리가 근무하는 곳을 지나며, 2퍼센트의 과세(過稅)와 3퍼센트의 주세(住稅)를 합쳐 5퍼센트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니 형님의 말은 내가 야시장을 세우면 거기 상세원의 출장소를 세워주겠다는 말.
노점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원스톱으로 편하게 세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이다.
‘캬. 생선 사러 왔더니 배 따고, 비늘치고, 간까지 해서 구워서 포장까지?’
형님의 세심한 아우케어 서비스에 기뻐할 때였다.
아직 챙겨줄 것이 남았는지 더욱 퍼담아 주시는 형님.
“아, 그리고 강변은 이제 자네 땅이니 마음대로 하시게.”
“예? 돈도 아직 안 냈는데요?”
분명 땅값을 뽑아준다고 해놓고 돈도 내기 전에 내 땅이라고 하시는 형님.
형님이 도리어 내게 되물으셨다.
“자네 설마 돈을 떼어먹을 생각인가?”
“예!? 아니, 설마 제가 그러겠습니까?”
“그래, 그럼 어차피 낼 것이고, 돈을 내면 자네 땅 아닌가?”
“그, 그렇죠?”
“어차피 자네 것이 될 것이니, 지금부터 자네 것이라고 하는 것인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돈 낼 거라며?”
“어···. 그게 그렇게 되나요?”
‘아니, 이건 대체 무슨 논증법이냐?’
처음 보는 형님 식 논증법.
중원 꽌시 논증법으로 보이는 형님의 설명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고, 관청을 나서는 내 손에는 땅문서가 들려있었다.
“의형제라 듣긴 했는데, 이리 막역한 사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류 대인.”
명절에 친가 들린 것처럼 두둑이 챙겨주는 형님의 모습에, 방 대총관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따랐다.
***
“노공, 관청에 간 일은 잘되었습니까?”
“잘 되었소. 이리 땅문서도 먼저 받아왔지.”
방 대총관과 반점에 들어서자 간 일은 잘되었냐고 물어오는 청이.
형님께 먼저 받아온 땅문서를 흔들자, 청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왔다.
“먼저 말입니까?”
나처럼 전생한 것이 아닌 송나라 사람 청이도 이 정도 꽌시 서비스는 처음 보는 모양이었다.
청이의 반응으로 보아 어쩌면 형님 꽌시의 역사를 쓰고 계실지도?
“형님이 힘을 좀 써주셨소.”
“저런, 고맙게도. 그러면 올라가서 쉬시겠습니까?”
멀리 다녀왔으니 청이가 쉴 거냐고 물어왔지만, 오늘은 생각보다 처리할 일이 많았다.
“아니오. 할 일이 좀 남아서. 미미를 좀 불러주겠소? 식반행과 주행의 수장을 불러들여야 할 것 같은데?”
“네, 노공.”
청이에게 천리전음으로 미미를 불러달라 부탁하고, 미미를 통해 곧바로 주행과 식반행의 수장을 불러들였다.
“찾으셨습니까? 류 대인.”
“찾으셨습니까요?”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날 듯이 달려온 둘.
둘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는데, 삼 층 룸에서 따듯한 타를 한잔씩 따라주며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대답을 내놓았다.
“노점이 우리 반점에서 장사할 수 있게 해주겠네.”
노점 장사를 허락하겠다는 말에 뛸 듯이 기뻐하는 둘.
“오오오! 정말이십니까?”
“여, 역시! 대인이십니다요!”
식반행의 수장과 주행의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 땅겨다 쓴 빚을 갚을 수 있게 되었으니 아마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시원하리라.
하지만 이야기는 이제 시작.
둘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한 말이니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거든? 한국식 화법의 매서움을 보아라 어리석은 중원인이여.’
“아, 물론 다른 요릿집들과는 다르게 운영할 걸세.”
“다르게?”
“다르게 말입니까요?”
지금까지 운영해오던 요릿집과 반점의 공생관계와는 다른 시스템으로 가겠다는 내 말에 둘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생각하는 바가 있었던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혹시, 세금처럼 돈을 받으려 하시는 것입니까? 그건 저희도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물론이지요. 류 대인. 뭐 작은 가게들은 모르지만 류 대인의 반점은 복주에서 가장 큰 곳. 이런 곳에서 장사한다면 당연히 내야지요.
주변에 터도 적고 하니 입구 정원 같은데 자리를 잡아야 할 테니까요.”
둘도 나에게 어느 정도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돈은 돈이고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아니, 돈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네.”
“예? 아니라면? 그럼?”
영문을 몰라 눈을 끔뻑거리는 둘.
방 대총관을 바라보며 턱짓했다.
입 아프니 대신 설명하라고.
그러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종이를 펼쳐 드는 방 대총관.
방 대총관이 밥풀로 자기가 펼쳐 든 종이를 벽에 붙이더니, 프레젠테이션하듯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두 분. 이 류가 반점의 대총관을 맡고 있는 방철림 이라고 해요.”
“아, 방 대총관? 반갑소이다. 나는 또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있어 누군가 했소.”
“우리도 이야기는 들었소이다. 반갑소.”
“예, 반갑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제가 이리 나선 것은, 류 대인께 명 받은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예요.”
“그래, 얼른 설명해보시오.”
둘이 채근하자 방 대총관이 미소를 지으며 종이의 첫 줄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선 반점 근처에는 장사할 곳이 많지 않아 장사하는 노점들을 위해서, 류 대인께서 주변 땅을 매입해 장사할 곳을 만들어 주기로 하셨어요.
“땅을!?”
“땅까지?”
장사할 땅을 매입했다는 말에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둘.
놀란 둘에게 방 대 총관의 설명이 이어졌다.
“거기에 물 사용이 편하도록 우물도 파주기로 하셨어요.”
“우물을!?”
“우물까지 파주신다는 말이오?”
“그뿐만이 아닙니다. 류 대인께서는 요리에 통달하신 분. 장사하는데 필요한 요리법도 가르쳐준다고 하셨습니다.”
“오오! 여, 역시 류 대인이십니다!”
방 대총관의 말에 주행의 수장이 놀라 소리쳤으나 식반행의 수장이 그를 팔꿈치로 툭 치며 눈치를 줬다.
조건이 좋으니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면 류 대인께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역시나 들려오는 조심스러운 질문.
그의 질문에 방청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류 대인께서는 일단 모든 노점이 몰려드는 것은 원치 않으세요.”
“음. 확실히 어중이떠중이 다 장사를 하게 할 수는 없지.”
“우리도 가려 뽑아 보낼 생각이긴 했소.”
괜히 반점 장사 허락해줬는데, 와서 깽판을 치면 자기들도 면목이 없으니 한 번 걸러 보낼 생각이었나 본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 이상.
“아뇨. 일할 반점은 저희가 직접 뽑겠습니다.”
“직접?”
직접 뽑겠다는 말에 둘이 서로를 쳐다보고는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뽑는다는데 뭐 어쩔 것인가?
억울하면 연공성 형님보다 더 높은 끗발을 데려오면 되는 일이니까.
그리고 그런 둘을 향해 방 대총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 직접. 해서 과거(科擧)를 열려고 합니다.”
“과, 과거?”
“예, 요리과거(料理科擧)랄까?”
야시장 여는데 홍보는 필요했고, 이 시대에는 광고 방송이 없으니 이벤트를 열어 대대적 광고를 하려는 것.
야시장에서 장사할 노점들을 모아두고 상도 주고 맛도 궁금하게 만들면 나중에 오픈했을 때 사람들이 쏟아지지 않겠는가?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방청림의 설명에 둘이 눈을 깜빡였다.
노점 장사 허락해달라고 했는데, 난데없이 요리 과거 연다니 아무래도 당황스러운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