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541)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542화(542/605)
542화 홍소빙탕갑어(紅燒氷糖甲魚)
-콰득.
쪼그려 앉아 영영이가 사온 자라를 나무 막대기로 찔러보는 맹희 누님.
결국 잔뜩 성이 난 자라가 나뭇가지를 물어뜯자 맹희 누님이 놀라기보다는 신이 난다는 목소리로 외치셨다.
“왓! 이 녀석 문다!”
“조심해요. 맹희 언니.”
“괜찮아 내가 운남에 있을 때 갑어(甲魚)를 얼마나 많이 잡아봤는데. 그런데 이 녀석 맛있겠는데? 기운이 넘치는 것이 맛있어 보여. 꼭 머리를 내미는 것이···. 헤헤.”
”머리를 내미는 것이 뭐가요?“
”아니야. 뭐 기운찬(?) 운랑 생각이 나서.“
”?“
옆에서 자라와 놀고 있는 맹희 누님을 걱정하는 가련이.
하지만 뭔가 다른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으니, 둘 사이에 끼어들어 허리에 손을 감았다.
“둘 다 뭐 하는 겁니까?”
“아, 운랑! 왔어? 운랑이 잡을 때 편해지라고 갑어 기운 빼고 있었지.”
“선생님, 맹희 언니가 갑어 기운 뺀다길래 구경하고 있었어요.”
‘아니, 기운은 제 기운 빼는 거로 만족하시지 불쌍한 자라는 왜···.’
자라가 문 막대기를 잡고 밀당을 하고 계시던 누님의 재미난 핑계.
미소를 지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다가 손가락이라도 물리면 어쩌려 하십니까? 갑어에 물리면 손가락이 잘린다고요. 누님.”
“에이, 괜찮아. 내가 갑어 얼마나 많이 잡아봤는데. 이래야지. 나중에 운랑이 잡을 때 편하다니까?”
“정말인가요? 선생님? 정말 이렇게 기운을 빼면 잡을 때 편한가요?”
맞긴 개가 몽둥이로 맞겠는가?
하지만 아내들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어주는 것이 남편의 도리.
잘 모르겠지만 이럴 땐 아니라고 말하면 절대 안 되는 법이었다.
“그, 글쎄, 맹희 누님의 고향인 운남에서는 그리하는 모양이구나.”
“내 말 맞는다니까?”
“그럼, 정말 기운이 빠졌는지 확인해볼까요?”
“잡으려고?”
“예, 누님.”
누님이 장난치던 막대기를 넘겨받아 다시 자라의 입 앞에 내밀었다.
그러자 기운이 빠지긴 개뿔.
-콰득.
자라가 기운이 펄펄 나는지 재빨리 나무 막대기를 물어뜯었고, 녀석이 나무 막대기를 물어뜯은 순간 한 손으로 녀석의 목덜미를 틀어쥐었다.
원래 이렇게 자라가 뭔가를 물어뜯는 사이 목덜미를 쥐는 것이 자라 잡는 것의 시작이니까 말이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요리가 되어주어야겠구나.”
껍질 속으로 들어가려는 녀석과 나의 줄다리기.
놓치면 손을 물릴 수도 있으니 재빨리 녀석의 목을 잡아 올리자 길게 늘어지는 자라의 목.
길게 늘어진 녀석의 목, 복갑과 가까운 부분에 채도로 살짝 칼을 넣었다.
-서걱.
칼을 넣는 깊이는 목의 삼분의 일 정도.
칼이 녀석의 목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자 목에서 붉은 피가 울컥울컥 솟아올랐다.
자라를 잡는 방법이 이렇게 목덜미의 대동맥에 칼을 넣어 피를 빼는 방법이 정석.
녀석을 거꾸로 들고 기다리자 칼이 지나간 자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더니 곧바로 자라가 축 늘어졌다.
그러자 나를 지켜보고 있던 소소가 얼른 나의 실력을 칭찬했다.
“은공, 정말 빠른 손놀림입니다. 목덜미에는 혈맥이 있어 짐승이나 사람 모두에게 급소인데, 어찌 그렇게 정확하신가요? 마치 숙련된 검수 아니, 암부 같았어요.”
“그렇소? 하하, 소소의 칭찬을 받을 정도는 아닌데.”
“아니에요. 정말 빠르고 신속해 꼭 살수 같았어요.”
이게 칭찬인지 아닌지는 잘 구분되지 않았지만, 소소가 칭찬할만한 이유는 있었다.
뭐 그도 그럴 것이 전생에 자라는 정말 많이 잡아봤으니까 말이다.
빙탕갑어는 홍소빙탕갑어(紅燒氷糖甲魚) 또는 홍소갑어(紅燒甲魚)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데, 꽤 고급 요리인지라 호텔에서 찾는 사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중원인들은 자라의 고기를 오미육(五味肉)이라고 부르며 칭찬하는데, 자라의 고기에는 닭, 소, 양, 사슴, 돼지 다섯 가지의 맛이 난다나?
그렇기에 호텔 메뉴에도 꼭 있었으니까 말이다.
직접 먹어본 바로는 글쎄?
피를 다 빼주자 자라는 이미 죽어있었고 녀석을 나무통에 넣은 다음 소소에게 부탁했다.
“소소, 뜨거운 물을 가져와 주겠소?”
“알겠습니다. 은공.”
잠시 후 소소가 뜨거운 물을 가져오고, 나는 소소에게 받은 뜨거운 물의 김을 살짝 날렸다.
그리고 뜨거운 김이 살짝 날아간 물을 나무통에 부었다.
-촤아악.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자라는 투명한 껍질을 한 꺼풀 가지고 있는데, 뜨거운 물을 부으면 이것이 마치 비닐처럼 일어나 벗기기 쉬워지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는 것.
김을 살짝 날리는 것도 이유는 있다.
너무 뜨거운 물은 자라의 껍질이 찢어지기 쉬우며, 너무 차가우면 벗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자라를 만져본 사람은 알겠지만, 자라를 요리하려면 껍질을 벗기는 것이 필수.
이것 벗기지 않으면 잡내는 물론이거니와 요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라의 몸을 뜨거운 물에 넣어 꼼꼼히 굴려준 후.
등껍질을 문지르자 마치 비닐처럼 일어나는 껍질.
등껍질부터 복갑(腹甲) 그리고 피부까지 모두 꼼꼼히 껍질을 벗겨 내고는 자라를 다시 찬 물에 한 번 씻었다.
“갑어에 껍질이 있는 것은 처음 알았군.”
“형님도 갑어는 처음이신가보군요?”
“그렇네.”
껍질을 깨끗이 벗겨 내고 신기해하는 형님의 시선을 받으며 자라를 도마 위에 올렸다.
-텅!
다음으로 할 일은 자라의 등을 따는 일.
짐승 대부분은 도축한 후 방혈을 하는 과정을 거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지만, 자라는 특이하게 등을 따는 것이 일반적이니까 말이다.
자라는 거북이와 다르게 말랑한 껍질 안에 뼈가 있고, 뼈도 그리 단단하지 않기에 내장을 제거하려면 등껍질을 따는 것이 일반적인 것.
-서걱.
등껍질의 테두리 살짝 안쪽에 칼을 넣었다.
이쯤이 자라의 뼈와 껍질의 경계.
그리고 그 테두리를 따라 칼을 돌리자 자라의 뚜껑이 그대로 열렸다.
뚜껑에 붙은 폐를 제거하고, 뚜껑 열린 내부를 바라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붉은 간과 작은 녹색의 주머니.
자라의 쓸개를 떼어 한쪽에 보관해주고 내장들을 들어냈다.
“작은 그릇 하나만 주겠소?”
“여기요. 은공.”
소소가 준비해 준 그릇에 찬물을 약간 넣고 쓸개를 터트렸다.
그러자 약간 녹색으로 변하는 물.
그것을 휘저어 한쪽에 준비해두고 본격적 자라 손질을 시작했다.
-탕!
자라의 손톱 발톱을 예쁘게 잘라주고, 다음으로는 꼬리를 삼분의 일쯤 잘라냈다.
꼬리는 먹지 않으니 제거해준 것.
그리고 자라의 앞다리와 뒷다리 부근의 허벅지 근육 안쪽 지방에 가장 많이 축적되는 부위의 지방을 대부분 제거해주었다.
이 기름기를 떼어내지 않으면 요리가 너무 기름질 수 있기 때문.
그렇게 간단한 작업이 끝나면 이어지는 것은 절단.
-탕! 탕!
먼저 채도를 내리쳐 자라의 목을 쳐 세 토막을 내고, 앞다리와 뒷다리도 두세 토막으로 잘라냈다.
마지막으로 남은 자라의 몸통은 세로로 가른 뒤 절단.
-텅! 텅! 텅!
배갑이나 등갑의 남은 부분을 잘라내 버리지 않는 이유는 자라는 배갑이나 등갑의 안쪽에 붙어있는 뼈를 제외하고는 모두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라는 거북이와는 다르게 등껍질이나 배갑이 부드러운 편인데 이게 익으면 마치 콜라젠처럼 변하니까 말이다.
따로 데어둔 등껍질을 제외한 자라의 고기를 모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그다음으로 해줄 일은 남아있는 피를 제거해주는 일.
잘라낸 자라의 고기를 물에 담가 충분히 피를 제거해주고 아까 준비해둔 자라의 쓸개즙을 탄 물에 자라를 재워주었다.
자라는 일반적인 고기라기보다는 약으로 보기에 이렇게 쓸개도 버리지 않고 고기를 재우는 데 쓰는 것.
다른 고기라면 고기에 쓴맛이 벤다고 난리가 날 일이지만, 자라 고기는 먹다가 쓴맛이 나면 아 여기 쓸개를 넣어주었다고 하면서 고마워하게 되는 요리니까 말이다.
고기까지 쓸개에 재워두는 모든 일이 끝나면 다음 과정.
-부글부글.
끓은 물을 가져와 웍에 붓고 거기에 으깬 생강과 마늘, 파를 넣어 자라의 고기를 넣어 살짝 데쳐냈다.
아무래도 자라는 흙내나 잡내가 날 수 있으니 이렇게 한번 데쳐 잡내를 한 번 더 제거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데쳐낸 고기를 한쪽으로 치우고 아까 빼두었던 동그랗게 떼어낸 자라의 등껍질도 데쳐 주었다.
긴 과정이었지만 이것이 바로 자라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과정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기 위해서 화구에 웍을 올리고 돼지기름을 넣어 라드를 뽑아주었다.
-촤아아아.
돼지기름이 흘러나오며 나는 고소한 향이 폭발하는 웍.
삽겹살 굽는 향이 주방에 가득했다.
아까 떼어내 핏물을 빼고 데쳐낸 자라의 동그란 껍질을 가져와 표면에 육각형의 칼집들을 넣었다.
이미 한번 데쳐냈기에 약간 젤리처럼 변해 부드럽게 펄럭거리니 칼집을 내기에 아주 좋기 때문이다.
자라의 등껍질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지 않고 이렇게 표면에 칼집을 내는 이유.
원래는 이 자라의 뚜껑도 모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요리에 널어 먹는데, 황제의 곡강연(曲江筵) 낼 요리라니 일부러 자르지 않은 것이다.
자라 요리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다른 고기 요리와 구분하기 힘드니, 껍질을 남겨 데코에 사용하려는 것.
누가 봐도 자라 요리로 보이게 말이다.
달궈져 고소한 향기를 풍기는 웍에 으깬 생강과 으깬 파를 던져넣었다.
-치이익.
돼지기름의 고소한 향과 함께 흘러나오는 파와 양파의 진한 향.
돼지고기의 고소함이 향긋함으로 변하고 제일 먼저 준비해두었던 자라의 등갑을 던져넣었다.
-츄와와와와와악!
수분이 약간 있어서 그런지 뿜어지는 유증기.
유증기가 사그라들자 자라 껍질의 모습이 드러났다.
기름에 튀겨져 넣었던 칼집이 벌어져 마치 거북이 등껍질처럼 변한 모습.
-카각. 카각.
국자로 표면을 긁자 바삭하게 튀겨져 맛있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데코이자 식감에 이용할 자라의 등껍질이 준비되었고.
바로 본 요리를 서둘렀다.
-치이익.
생강과 파의 향이 가득 우러난 웍에 자라 고기들은 넣어주었다.
-쪼르륵.
이어서 넣은 것은 소흥주인 월주.
자라의 고기를 넣자 흘러나오던 구수한 향이 소흥주의 한약 느낌의 향과 섞이고, 자라 고기의 겉이 충분히 볶아졌다 싶을 때 물을 부어주었다.
-촤아아.
-후욱. 후욱.
물이 빨리 끓어오르게 풀무를 두어 번 밟아주자 솟구치는 불길.
자라 요리의 특징은 처음에는 강한 불.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
은근한 불에 은근하게 오래 끓이는 것이 자라 요리.
솟구치는 불로 웍의 온도를 빠르게 올렸다.
-부글부글.
그리고 고기가 끓어오를 때, 이미 넣었던 대파와 생강을 건져내고 추가 재료들을 투입했다.
추가 재료는 간장과 송 시대 설탕인 사당.
-쪼르륵.
-촤악!
각각의 재료들을 추가하자 간장의 눅진함과 달콤함이 살짝 코끝을 자극했다.
그렇게 한 식경.
고기들이 충분히 익었을 때 마지막 재료 미초(米醋)를 넣어 풍미를 끓어올렸다.
녀석을 미리 넣지 않은 이유는 끓이다가 식초의 시큼함이 다 날아가 버릴까 싶어서.
마지막으로 전분을 넣어 국물을 걸쭉하게 만들면 요리 끝.
“다됐군.”
“흐응. 맛있는 냄새.”
“정말 좋은 냄새군요.”
어느새 다가온 영영이와 맹희 누님의 기대에 찬 목소리.
큰 그릇을 가져와 자라의 고기들을 담고 마지막으로 그 위에 아까 튀겨두었던 자라의 등껍질을 올렸다.
그리고 남은 전분 소스를 거북이의 등껍질에 뿌려 요리를 완성했다.
튀겨진 껍질로 스며드는 소스와 그 아래 숨겨진 자라 고기가 가득한 요리.
이것이 바로 중원인들이 보약으로 생각하는 빙탕갑어, 홍소빙탕갑어(紅燒氷糖甲魚) 또는 홍소갑어(紅燒甲魚).
황제의 곡강연(曲江筵)에 낼 테스트 요리 완성이었다.
이제 아내들에게 이것의 맛을 보여주고, 반별(斑鱉)을 잡아 와 거대한 사이즈로 한 번 더 테스트 해보는 것이 남은 일.
아내들을 향해 외쳤다.
“자, 다들 먹어보러 오시오!”
관가의 곡강연에 낼 홍소빙탕갑어(紅燒氷糖甲魚) 미니어쳐 버전을 먹기 위해 아내들이 일 층으로 모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