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550)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551화(55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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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화 천북량분(川北凉粉)
“여기서 요리를 만들어 파실 거라고요? 류 대인.”
“이 산속에서 말인가요? 청운님?”
요리를 만들어 판다는 내 말에 방 대총관과 비연이 당황한 눈을 깜빡였다.
이런 산속에서 요리를 만들어 판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 시대 사람들이야 당연히 등산하는 사람들이 겪는 욕구를 모를 테니까 말이다.
슬슬 산을 오르다가 갈증이 나면 시원한 동동주 한 사발 들이켜고 안주로는 매콤하게 무친 도토리묵 한 점.
그것이 바로 산행의 묘미인데 말이다.
‘캬···.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지.’
“그렇소. 우리 반점에 손님이 가득 찼을 때, 조용히 묵을 손님을 보내는 곳으로 쓰면서, 이 위에 백운봉 용천사에 오가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요깃거리로 팔려고 하오. 그러면 뭐 최소한 적자는 안 날 테니까 말이야.”
여기서 큰 이득을 낼 필요는 없었다.
적자만 면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써도 되는 것.
어차피 수익이야 다른 데서 충분히 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보기엔 이거 대박 날 사업.
불공드리러 더운 복주에서 산을 오르는데 목을 축일 곳이 있다?
‘이걸 대체 어찌 그냥 지나치냐고.’
“용천사에 오가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음식을 사 먹고 가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맞아요. 청운님. 시주하러 가는 분들이 뭔가를 사 먹고 가려고 할까요?”
역시나 이어지는 방 대총관과 비연의 걱정스러운 목소리.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산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산을 오르면 땀이 날 수밖에 없는 법. 땀이난 사람들이 찾을 수 밖에 없는 간단한 요리들을 팔 생각이요.”
“간단한 요리요. 가가?”
요리 이야기가 나오니 역시나 가장 먼저 튀어나온 영영이.
영영이에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오늘은 그것이나 한번 만들어볼까? 그리고 걱정되면 여기서 노점을 열고 잠깐 팔아보는 것은 어떻소? 나는 자신 있으니까 말이야.”
“노점이라. 예전 생각이 나요. 가가. 그때 저랑 청이랑 소소랑 미미 언니랑 재미있었는데.”
노점을 해보지 못한 가련이와 맹희 누님이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
“선생님, 노점 꼭 해보고 싶습니다.”
“운랑, 나도 노점 해볼래!”
가신들이 확신하지 못할 때는 권위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리 제갈의 방법.
제갈공명이 처음 군사가 되었을 때 의심한 놈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던가?
확실한 실력행사로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었지 않았는가?
나는 요리로 그것을 보여줄 작정이었다.
***
“건물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였지?”
반점으로 돌아와 방 대총관과 마지막으로 건물의 상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려는데 문제는 없겠냐고 말이다.
“예, 류 대인 문짝을 새로 하고 청소를 좀 해야 할 것 같지만, 그 정도면 닷 세 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오늘과 내일 요리를 만들어서 확실히 내 실력을 보여주고, 다음날부터 수리하면 일주일이면 끝난다는 이야기.
고개를 끄덕이며 내 대략적인 계획에 관해서 설명했다.
세세한 것은 아니고 뭘 팔지를 말이다.
“산속의 그곳에서는 술과 한두 가지 요리를 팔 생각이오.”
“그렇게 단출하게 말입니까?”
“그렇소. 술은 관영 주창에서 황주를 가져다 팔기로 하지.”
“가까우니 관영 주창을 쓰는 게 좋겠다는 말씀이군요?”
“형님께 말하면 거기까지 가져다주실 테니까 말이야.”
“확실히 그건 좋은 생각입니다.”
팔 술을 이야기하자 고개를 주억이는 방 대총관.
바로 산 아래서 술을 가져온다니 그녀의 눈에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되는 모양이었다.
내가 팔 메뉴는 동동주와 묵.
그중에 동동주는 따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이 근처에 관영 주창이 있으니 거기서 가지고 오면 되니까 말이다.
중원에 무슨 동동주가 있냐고 할 수 있지만, 한국이나 중국의 술 제조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쌀을 이용해 탁주를 만들고 그것을 가라앉혀 황주를 만드는 것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
그렇기에 동동주 또한 당연히 존재하는데.
사람들에게 동동주에 관해서 물으면 다들 막걸리와 비슷한 술이 아니냐고 대답하거나, 막걸리에서 맑은 윗부분을 동동주라고 하는 것이 아니냐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래 동동주는 막걸리나 위에 뜬 맑은 부분이 아니다.
막걸리는 발효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탁주를 말하지만, 동동주는 청주 그러니까 완전히 발효된 술을 말하니까.
탁주를 완전히 발효시켜 아래 침전물을 가라앉히면 아주 맑고 투명한 술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동동주.
동동주라는 이름은 붙은 이유는 완전히 발효가 끝나면 식혜처럼 밥알이 술 위에 동동 뜨기에 동동주.
그러니 가까운 관영주창에서 동동주인 황주를 가져오려는 것이다.
뭐 마음만 먹으면 우리 반점에서 가져올 수 있는데, 거리도 멀고 무게도 있으니 가까운 관영 주창을 이용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었다.
뭐 가볍게 막걸리를 팔수도 있었지만 동동주를 파는 것은, 이것이 도수가 높기 때문.
원래 등산 끝나고 분명 술 한잔을 하고 집에 가련했는데 눈떠보면 집인 것이 국룰 아니겠는가?
“다른 한 가지는 지금부터 만들지.”
일 층으로 내려가 역시나 청이에게 부엌 입장을 부탁했다.
“청, 그···.”
“예, 다만 항상 몸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알겠소.”
말을 꺼내기도 전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하는 청이.
역시 눈치 백 점인 우리 제갈청이 곧바로 영영이에게 이번 요리에 들어갈 재료를 부탁했다.
“영영아, 저자에 가서 완두(豌豆)를 좀 사다가 주겠느냐?”
“완두요? 콩 말이군요. 그 초록색?”
“그래, 네 말이 맞는구나.”
“얼마나요?”
“글쎄? 나중에도 써야 하니 한섬만 사 오너라.”
영영이에게 부탁한 재료는 다름 아닌 완두콩.
묵을 쑨다고 하면서 영영이에게 완두를 시킨 이유는, 우리야 녹두를 사용한 청포묵이나 도토리묵을 사랑하지만 중원에서 가장 사랑받는 묵은 바로 완두묵이기 때문.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묵이지만 중원에서는 청포묵보다 완두묵을 압도적으로 좋아한다.
완두묵을 보통 량분(涼粉) 이라고 부르는데.
그래, 당면(唐麪)의 다른 이름 중 하나인 삭분(索粉), 선분(線粉), 사분(絲粉), 량분(涼粉)중 량분과 섞어 부르는 것.
이것이 다 표준이 없기 때문인데, 이참에 당면과 구분을 확실히 지어주기로 했다.
당면인지 묵인지 헷갈리지 않도록 말이다.
뭐 국공(진)인 내가 표준어 좀 만들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래도 우리 쪽에서 당면의 이름을 분조(粉条)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겠어.’
점심의 쉬는 시간이라 그런지 주방에 보이지 않는 주방 식구들.
잠시 후 영영이가 커다란 포대를 가지고 부엌으로 들어서고, 영영의 도움을 받아 완두콩을 물에 불리기로 했다.
“영영아, 그것 좀 깨끗한 물에 씻어주겠느냐?”
“알겠어요. 가가. 손이 더 필요하면 다른 사람을 불러올까요?”
확실히 우리 둘이 하기에는 많은 양.
고개를 끄덕이자, 영영이가 가장 만만한 맹희 누님과 미미 그리고 가련이를 불러왔다.
하인이나 주방 식구들은 잠시 쉬고있어서 아무래도 부르기 미안했던 모양이었다.
“왜? 영영아, 무슨 일인데? 운랑, 뭐 도와줘?”
“선생님,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그렇게 도착한 아내들과 완두묵 만들 준비를 했다.
완두콩을 깨끗하게 씻어 물에 불리는 것.
“맷돌도 두 개 가져오거라.”
“그건 제가 가겠어요. 선생님.”
가련이가 가져온 맷돌을 씻어 준비하고, 콩이 불리는 대로 바로 완두를 갈기 시작하자, 예전에 아내들과 같이 만들었던 화산의 두부가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아내들과 뭔가를 만들 때는 묵이나 두부같이 말랑말랑한 것만 만드는 것 같은 느낌.
희한한 일이라고 생각할 때, 가련이가 불린 콩을 가지고 지나가다가 내 몸을 툭 하고 밀치자 그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앗, 죄송해요. 선생님. 일할 때는 좀 작게 해야겠어요.”
‘그, 그렇지 말랑말랑해야지.’
왠지 모르게 말이다.
-슥슥슥.
그리고 완두를 갈아 가장 먼저 한 일은 완두 전분을 내리는 일.
천으로 된 주머니에 간 완두를 넣고 물속에서 완두를 익숙한 손길로 주물주물 주무르면.
‘익숙하게 말랑말랑해.’
아니, 말랑말랑한 것이 아니라 완두에서 뿌연 국물이 흘러나오는데, 이 국물을 모아 가라앉히면 그것이 바로 완두의 전분.
완두를 갈아 물에 전분을 뽑아내고, 그 뽑아낸 전분을 가라앉혀 전분을 따로 모았다.
그렇게 한참을 모으자 준비된 전분 덩어리.
-후욱후욱.
화구에 불을 세게 올리고 바로 물을 올렸다.
커다란 솥에 잔뜩 말이다.
“자, 이제 이것을 물에 풀어주면 되오.”
아내들에게 만드는 법을 설명하면서 물이 끓기 전에 빠르게 만들어둔 전분을 물에 풀었다.
물이 끓어오르면 전분이 물에 풀어지기도 전에 굳어지기 때문에 빨리 움직여야 하는 것.
그렇게 전분을 물에 풀어 끓이다 보면 뿌연 물이 조금씩 투명해지며 끓어오르기 시작하는데, 부글거리며 거품이 펑펑 터지며 주변으로 뜨거운 국물을 튀기니 아주 조심해야 한다.
-퐁! 풍! 푸웅!
“다들 이쪽으로 오지 마시오.”
“가가도 조심해요. 뜨거워요.”
방패처럼 나무 뚜껑을 하나 들고 바닥이 타지 않게 냄비를 휘젓다 보니 느껴지는 저항감.
이것은 묵이 어느정도 잘 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
완두묵이 잘 쑤어졌는지를 확인하려면 물에 떨어트려 보면 되는데, 찬물에 한 방울 톡 하고 떨어트리자 동그랗게 고형으로 변하는 완두묵.
곧바로 아내들에게 그릇을 가져와 달라 부탁했다.
“얼추 다 끓은 것 같으니 다들 그릇을 가져오시오. 이걸 그릇마다 나눠 담아야 하니까 많이 가져와야 하오.”
“알겠어. 운랑.”
“알겠어요. 낭군님.”
곧바로 아내들이 가져온 그릇에 완두묵을 가득가득 채우자, 채울 때마다 완성되는 완두묵.
물론 서너 시간 굳혀야 했지만, 바로 먹는 방법도 존재한다.
구멍 뚫린 그릇에 넣고 물로 떨어트리며 올챙이 같은 모양을 만드는 것.
강원도의 올챙이국수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데, 우리에게는 더 좋은 방법이 존재한다.
“청! 여기 좀 도와주겠소?”
“예, 노공. 제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그렇소. 이 그릇을 아주 차갑게 만들어 주면 좋겠는데.”
“알겠습니다. 노공.”
무림 급냉기 청이가 존재하는 것.
그렇게 청이에게 묵 그릇 하나를 급랭시켜달라 부탁하자 빠르게 굳어진 묵.
그릇을 바로 도마 위에 뒤집어엎자 아주 예쁜 모양의 묵이 드러났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예뻐. 두부랑은 또 전혀 달라요.”
“그러게? 운랑 이게 뭐야?”
맹희 누님과 아내들의 시선에 량분(涼粉)이라고 대답해주었다.
“량분입니다.”
“우리가 아는 량분이랑은 좀 다른데요. 가가?”
“약왕께서 좋아하는 그 량분은, 분조(粉条)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요리지. 앞으로는 그것을 분조로 부르고 이것을 량분이라 부르자꾸나.”
슬쩍 표준 이름을 어필하고 다음으로 시작한 작업은 바로 양념장.
중원의 모든 장은 매운 기름으로 시작하니, 오랜만에 화초, 등초, 마초를 꺼내 절구에 빻아달라 부탁한 후, 빻은 마늘과 화등마초 삼 형제를 같은 비율로 섞어 준비했다.
-치이이익!
그릇에 담겨있는 마늘과 화등마초 삼 형제 위로 달군 기름을 붓자 곧바로 끓어오르는 기름.
기름이 끓어오르며 마늘의 진한 향과 함께 화등마초의 기름이 그릇 안에서 가득 솟아올랐다.
“흐응 좋다.”
향잘알 영영이도 기뻐하는 모습.
마늘에 소금 살짝.
거기에 참기름과 쌀 식초인 미초를 넣고, 송 시대 설탕인 사당 추가.
도마 위에 엎어둔 묵을 조심스레 칼로 썰어 면발을 만들어 주었다.
전생이야 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도토리묵 무침이지만, 중원인들은 모든 재료로 국수를 만들어 먹는 국수에 미친 민족.
우리의 묵밥과 비슷하게 이걸 약간 굵은 면발처럼 썰어 위에 양념장을 뿌려 비벼 먹는 것이 보통이니까 말이다.
-탁탁탁.
빠르게 면발처럼 썰어낸 묵을 그릇에 옮겨 담고 그 위에 양념장.
이렇게 요리를 완성하면 이것이 바로 사천 북부의 묵인 천북량분(川北凉粉).
“자, 그러면 맛을 보고 내일부터 노점 장사를 시작해볼까?”
내 말에 아내들이 우르르 그릇으로 몰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