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ng My Cooking Skills in a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604)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605화(605/605)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605화
도원결의(桃園結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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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쪽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영영이가 고개를 돌려 청이에게 물었다.
“미미 언니 왜 이렇게 늦지?”
“현원 법사님을 만났다고 했으니 좀 더 기다려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신 걸까?”
미미가 사라진 지 벌써 사흘이나 지난 상태였다.
먼저 돌아온 전대 투왕이 현원 법사를 만났으니 걱정하지 말라 말했지만, 그래도 벌써 사흘째.
아무래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창밖 고산 쪽을 바라보던 영영이가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는 점에 놀란 듯 소리쳤다.
“저기 온다! 미미 언니가 와!”
“어디?”
“어디요?”
창가로 우르르 몰려온 청운이의 다른 아내들.
모두가 창밖에서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미미를 찾을 때, 어느새 도착한 미미가 창문 안으로 깃털처럼 부드럽게 날아들었다.
그리고 창문 안으로 들어선 미미가 숨을 돌리기도 전에 쏟아지는 질문들.
“언니!”
“언니!? 현원 법사님께 무슨 말씀을 들으셨나요?”
“현원 법사님께 무슨 이야기를 들었어? 미미야?”
“자, 잠깐만!”
현원 법사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가 역시나 모두가 궁금해하는 최대 관심사.
청운의 다른 부인들 품에서 간신히 벗어난 미미가 한숨을 돌리며 탁자에 목함을 두 개 내려두었다.
“그건 천마와 싸우기 직전에 알려주라고 하셨어. 그러니까 그건 석 달 후에 알려줄게.”
“석 달 후에요?”
“석 달이나 기다려야 한다고요?”
무슨 중요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석 달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미미의 이야기에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당황한 그때였다.
탁자에 내려둔 목함을 보고 영영이가 미미에게 물었다.
“그런데 저건 뭐야? 뭔가 좋은 향이 나는데?”
뭔가 좋은 향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영이가 지금까지 먹어본 어떤 요리보다 더 향긋한 그런 향이랄까?
영영이의 물음에 미미가 얼른 정신을 차리며 설명했다.
“아, 그래. 이거부터 말하자. 이건 무당의 자소단과 소림의 대환단이야. 각각 두 개씩 들어있어.”
“자, 자소단!? 대, 대환단!?”
“이게 자소단과 대환단이라고!?”
약함 안에 들어있는 영약의 정체에 모두가 놀란 눈을 부릅떴다.
문파의 보물이 영약을 한 개도 아니고 두 개씩이나?
무당과 소림을 대표하는 영약이 하나씩만이라도 놀랄 일인데, 그것도 두 개씩이나 들어있다니까 말이다.
“응. 현원 법사님께서 천마를 잡는데, 도움이 되길 원한다고 하셨어. 자소단은 천검자 어른께서 같은 의미로 보낸 것이라고 하셨고.”
“그, 그런···.”
“역시 무림의 생불 아니십니까?”
천마를 잡는 데 도움이 되라니, 역시 무림의 가장 큰 어른들.
안에 모인 모두가 두 분의 마음 씀씀이에 감탄했다.
예전부터 천검자 어르신이 기녀들을 좋아한다거나 현원 법사께서 고기를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알음알음 들려왔는데, 역시 그건 두 분을 음해하려는 말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번 일이 끝나고 소림에 크게 시주해야겠습니다.”
“무당에도 감사를 전해야겠군요.”
“예, 저희 야수궁에서도 감사의 선물과 함께 사절을···.”
영약을 두 개씩 네 개나 내주었다는 말에, 가주들이 각자 무당과 소림에 어떤 방법으로 감사를 전 할지를 이야기하던 그 순간이었다.
이어지는 미미의 말에 다들 당황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소림이나 무당에 감사를 전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몰래 가지고 온 것이라고···.”
“아니, 법력 높으신 분이 설마 도···.”
도둑질이라 말하던 전대 투왕이 자기 입을 재빨리 막자 이어진 침묵.
“···.”
“···.”
잠시 후 찾아온 정적을 깨고 청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아무튼 잘된 일이에요. 이제 여, 영약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그, 그렇지. 이제 영약 문제는 해결되었군.”
“다행입니다.”
뭐 감사나 다른 문제는 떠나서 여섯 가문이 가지고 있는 영약을 모아도 영약은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었는데, 청이의 말대로 자소단 두 개와 대환단 두 개면 영약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동의했다.
그렇기에 다시 분위기가 밝아졌다.
지금 영약이 필요한 사람은 소소, 미미, 맹희 셋.
영영이는 당가의 멸세독인대법이면 충분하고 가련이는 권왕이 뭔가 방법이 있다고 했기 때문에 영약이 필요한 것은 셋이었다.
그렇기에 요 며칠간 가문에 있는 영약들을 다 공개하고 서로 나누기로 했지만, 영약이란 것이 흔한 것도 아니고 모두 긁어보아도 한 사람이 다 쓸 양밖에 되지 않았던 것.
조금 경지를 높이는 것이라면 모르겠는데, 각자가 바라보는 것이 최소 화경의 경지니 영약이 부족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영약은 충분해진 상태.
곧바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면 자소단은 소소가, 대환단은 전대 투왕께서 반드시 미미가 먹어야 한다고 했으니, 미미가 먹도록 하고. 각 가문에서 모을 영약은 맹희에게 몰아주면 되겠군. 야수궁은 음이나 양의 기운에 크게 영향이 없다고 했으니까.”
“그러는 것이 좋겠소.”
“좋소이다.”
빠르게 영약이 분배되고 대략적인 이야기가 끝나자, 하나씩 나서서 말하는 각 가문의 가주들.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듯 먼저 검왕이 나서서 말했다.
“소소는 그럼, 당장 나와 함께. 새 검부터 구해야겠구나.”
“알겠습니다. 아버지.”
“그리고서 영약을 먹고 바로 경지를 뚫어보자꾸나.”
저번 격돌에 부러진 검을 새로 구하고 경지를 뚫어보자는 것이었는데, 그 말에 미미가 나서 현원 법사님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달했다.
“아, 현원 법사님께서 소소는 천검자 어른께 가보라고 하셨어요.”
“현원법사께?”
“예, 소소의 검이 검왕 어르신의 검보다 천검자 어르신의 검과 더 비슷할 것이라고.”
잠깐 생각에 잠겼던 검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과 현원 법사님의 말씀이 같았던 것.
딸은 혼자 깨달음에 이르러 새로운 길을 내기 위한 마지막 걸음 앞에 도달해 있었으니, 이제 내공이 채워지면 필요한 것은 무(武)로서의 깨달음이 아니라 심(心)으로서의 깨달음.
도가의 가르침이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았으니까.
“아, 그런가? 눌러 제압하는 우리 남궁의 검이 아니라. 소소의 검은 구도의 검이었으니 그 말이 맞겠군. 알겠네. 이야기 전해줘서 고맙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렇게 검왕과 소소가 시선을 교환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에 들려온 목소리는 당가의 독왕의 목소리였다.
“영영아, 우리는 사천까지 다녀오는 것은 힘들 것 같으니, 여기서 대법을 펼쳐야겠다.”
“여기서요? 여긴 독이 없잖아요?”
“왜 없더냐. 이 녀석아. 우리 당가 만큼 여기도 독을 많이 가진 놈이 있지 않더냐.”
“여기도? 아!”
독왕의 말에 영영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독왕의 시선이 저 멀리 며칠 전 부상으로 모두가 신세를 졌던 약왕의 장의문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와 내기를 위해서 약왕이 천하를 돌며 독을 수집했다는 것은 아주 잘 알려진 사실.
의형이 잡혀갔는데, 거기도 좀 도와야 하는 것은 당연했으니까.
아무래도 가가와 장진은 꽌시 아니겠는가?
이럴 때 돕지 않으면 언제 돕겠는가?
그리고 이어진 것은 권왕의 목소리.
“가련아 우리는 이대로 한적한 곳으로 가자꾸나.”
“예, 알겠어요. 아버지.”
다른 말 없이 그냥 한적한 곳으로 가자는 이야기.
가련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황보가의 가주가 나서 권왕에게 물었다.
“아버지 가련이에게는 영약은 필요 없겠습니까?”
아닐 때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동생으로 인정했는데 가련이가 밀릴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러자 고개를 젓는 권왕.
그가 아들을 향해 말했다.
“일단 거기 가서 이야기 하자꾸나. 너도 따르거라 가문에 남길 가르침이니.”
“예, 아버지.”
그렇게 세 가문의 이야기가 끝나자 청이의 어머니가 청이를 향해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청아, 어제 복주 지주께서 연통을 보내왔더구나. 겨울에 북쪽에서 실어 온 얼음이 가득 찬 능실(凌室)이 준비되었다고.”
빙공을 수련하는 데는 추운 곳이 필요했는데, 여기는 그런 곳이 없어 복주 지주께 도움을 요청했었다.
얼음을 보관하는 능실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어제 그 대답이 온 모양이기에 청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빙공을 연마하기에 지금 딱 좋은 장소니까.
“그러면 저희는 그곳으로 가지요.”
“그래.”
네 가문의 이야기가 끝나자 들려온 것은 미미의 말.
미미가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저는 고산에서 쭉 수련할 계획입니다.”
죽간을 받기는 했지만 가르침이 필요했기에 현원 법사께서 조금 도와주시겠다고 하셨던 것.
그 말에 고개를 주억이는 전대 투왕.
마지막으로 이어진 목소리는 야수궁주의 걸걸한 목소리였다.
“맹희는 각 가문의 영약들이 도착하는 대로 덕구와 백화만을 끌고 가까운 이주(夷州)의 밀림으로 들어가자꾸나. 너뿐만 아니고 덕구와 백화의 야수성도 끌어올릴 필요가 있으니까.”
“알겠어요. 아버지.”
복주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커다란 섬 이주.
운남과 비슷한 곳이고 배를 타고 하루면 갈 수 있다니 그곳으로 향하기로 한 것.
그렇게 모두의 계획이 정해지자 청이가 나서 청운의 다른 아내들에게 말했다.
“언니들 잠시 밖으로.”
“응? 알겠어. 청아.”
“알겠어.”
청이의 말에 청이를 따라 밖으로 나서는 영영이, 가련이, 미미, 소소, 맹희.
후원으로 향하면서 청이가 하인 하나에게 부탁했다.
“중요한 일이니 가서 비연과 옥령이를 이리 나오라고 해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제갈 부인.”
하인이 재빨리 둘을 데리러 반점 위로 사라지고 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은 커다란 복숭아나무 앞.
복숭아나무는 생각보다 봄이 따듯한지, 아니면 복주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꽃망울이 한껏 부풀어있는 상태였다.
“왜 청아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거야?”
복숭아나무 앞에 도착하자 청이에게 물어오는 영영이.
영영이의 물음에 청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잠시만요. 옥령이와 비연이 도착하면 말하겠습니다.”
“그래. 알겠어.”
잠시 기다리자 반점에서 후원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비연이 옥령이를 부축하며 나타났다.
“부르셨어요. 언니들?”
“부르셨습니까?”
독은 모두 해독되었고, 지금은 회복을 기다리는 상태.
독에 상한 목 때문에 옥령이는 약간 목이 쉰 상태였는데.
둘이 복숭아나무까지 다가오고 나서야 청이가 말을 시작했다.
“아마도 홀해 복숭아꽃은 비가 온다면 이대로 필 듯합니다.”
그 말에 침울해지는 여덟.
청이의 말대로 곧 피어도 이상하지 않을 복숭아 꽃망울에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 어두워진 분위기 속에 청이가 하나하나를 둘러보며 말했다.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두. 석 달 후 노공을 되찾고 이 복숭아나무에서 피었던 꽃이 열매가 되어 빨갛게 익을 때 혼례를 드리면 되니까.”
청이가 하나하나의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떡이자 마주 고개를 주억거리는 여섯.
“그래, 꽃보다 열매가 탐스럽고 크잖아! 천마 그년에게 꼭 가가를 되찾아서 혼례를 치르고 말겠어!”
“그래요. 꽃이 피었을 때도 예쁘겠지만 복숭아가 열리면 더 탐스럽고 아름다울 거예요. 선생님 기다리세요!”
“반드시 은공을 되찾도록 해요!”
“그래, 우리 운랑을 되찼아서 반드시 복숭아가 익을 때 혼례를 올리자!”
“낭군님. 기다리세요!”
그렇게 모두가 투지를 불태울 때 이어지는 청이의 당부.
청이가 옥령이와 비연을 바라보며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옥령이는 하루빨리 몸을 회복해 노공께서 돌아오실 때는 아픈 몸을 보이지 않도록 하고, 몸을 회복하는 대로 비연을 돕도록 합니다. 그리고 비연에게는 특별한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러자 자리에서 부복하며 대답하는 옥령이와 비연.
“알겠습니다. 청이 언니.”
“마, 말씀만 하세요. 이 비연 목숨을 걸고 언니들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둘의 대답에 청이가 반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수련을 떠나는 석 달. 반점이 문을 닫고 장사를 하지 못하는 날이 없도록 하세요.”
“네?”
조금 당황스러운 명에 비연의 시선이 반점과 청이 양쪽으로 오가던 그때.
청이의 마지막 말이 흘러 나갔다.
“노공께서 돌아오셨을 때 그분이 계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점의 문이 닫혀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시면 저희를 얼마나 책망하시겠습니까?
그러니 장사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반점의 장사를 이어가는 것은 곧 노공의 의지를 잇는 것. 비연 부탁드립니다.”
청이의 마지막 말에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이르게 핀 복숭아꽃 하나가 여덟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