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mpire Star RAW novel - Chapter (157)
# 157
뱀파이어 스타 157화
17장 출이반이(出爾反爾)(9)
스필버그를 따라 포그츠 자동차 지하 트랙으로 향한 수의 눈에 유려한 곡선을 뽐내고 있는 스카이 블루색의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보닛에 손을 올린 스필버그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이 녀석이 Zukunft V8입니다. 포그츠 자동차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중 처음으로 시저 도어(Scissors doors)를 장착한 녀석이죠. 최고 속도는 360㎞/h, 제로 백은 2.2초, 1,500마력의 어마어마한 괴물이죠. 재미있는 것은 안전에 필요한 모든 내장재를 사용하고도 무게가 1.1톤밖에 안 나간다는 것입니다. 믿어지십니까? 주행에 필요한 재료 외의 모든 내, 외장 재료를 빼버린 람보르기니 세스토 엘레멘토 (Lamborghini Sesto Elemento)가 999㎏였습니다. 그런데 이 차는 모든 재료를 포함해도 101㎏만 더 나가는 모델이죠.”
스필버그는 Zukunft V8이 아주 마음에 드는 듯 말했지만 수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비싸겠군요.”
“하하, 당연하죠! 가치가 있으면 값을 지불할 수 있습니다. 이 녀석은 280만 불(한화 약 30억)에 출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호? 반응이 별로군요. 차를 좋아하지 않으십니까?”
“좋아합니다.”
“그렇지요? 남자치고 차 안 좋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지요. 저도 친구 덕에 1차 출고되는 차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1차 출고는 딱 50대 한정이라고 하더군요. 2차부터는 출력을 낮춰서 양산 모델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포그츠 자동차는 예로부터 일반인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의 차를 생산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예, 좋은 생각입니다.”
“아참, 운전면허가 없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수는 평생 수많은 차를 운전해 왔지만, 현재의 생에는 공식적인 운전면허가 없었다.
“네, 아직 없습니다.”
“네, 미리 이야기를 듣고 광고 중에 수 씨가 직접 주행을 하는 장면은 삭제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기는요. 어떤 국가에서는 운전면허가 없는 모델이 주행하는 광고는 상영이 금지되기도 하기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참 살기 힘든 세상이지요. 법이라는 테두리 때문에 창작과 상상력이 제한되면 안 되는 것인데…… 후, 이런,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컨셉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저쪽으로 앉으시지요.”
스필버그는 간이 의자 네 개가 나란히 있는 의자로 수를 안내해 앉은 후 말했다.
“컨셉을 확인하셨지요?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꿈을 꾸는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그렇지요? 맞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컨셉 서류를 만들었나 보군요. 하하. 그럼 다시 조금 전에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좋은 배우란 어떤 것이냐는 질문을 드렸었습니다.”
“예.”
스필버그가 긴 장발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감독 입장에서 좋은 배우란 감독의 제작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움직여 주는 배우입니다.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자신이 분석한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자신이 그 캐릭터와 동화되는 배우가 가장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겠지요.”
수는 아무 말 없이 스필버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캐릭터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 캐릭터는 살인마입니다. 여러 사람을 죽였지요. 그리고 또 살인할 것입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설정이라고 가정해 볼게요. 시나리오에는 분명 그가 살인한 배경과 계기, 현재 왜 살인을 이어가는지에 대한 서술이 있을 겁니다. 배우는 그것을 자세히 읽어보겠지요? 자신의 배역이니까요.”
“네, 그렇습니다.”
“자, 그것을 토대로 배우가 재현해 낼 캐릭터는 살인마의 현재 모습일 겁니다. 그렇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제작을 맡은 감독의 입장으로 말해 보겠습니다. 감독은 이 살인마가 살인한 이유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떻게 보든 살인은 나쁜 것이니까요. 하지만 살인마에게 드러나는 미미한 감정의 변화로 과거의 어떤 사건이나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럼, 감독의 의도를 따라가기 위해 배우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바로 현재를 바꾸는 것입니다. 내가 잔혹한 살인마로 보았다고 하더라도, 살인할 때마다 미미하게 눈가를 떤다거나, 머뭇거리게 될 것입니다. 즉, 감독의 의도를 반영하려면 캐릭터의 현재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수가 반론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영화의 흐름상 마지막에 설명되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스필버그가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그것을 반전 영화라고 하지요. 하지만 말입니다. 제작을 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힌트를 주려 합니다. 우리는 일어나는 역사적 사실을 관찰하고 있는 관찰자가 아니라, 영화를 시청하고 있는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목적인 사람들입니다. 미스터 한도 연기를 하고 계시니 영화를 보다가 충격적 결말을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아, 주인공이 그래서 그때 그런 표정이나 행동을 한 것이구나.’ 그렇지요?”
“네, 있습니다.”
“맞습니다. 영화 제작자는 관객에게 끊임없이 힌트를 던집니다. 그것을 알아채는 사람도 있지만 알아채는 사람이 많은 영화를 결코 좋은 영화로 볼 수 없지요. 그만큼 뻔한 스토리가 되고 그렇다는 것은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도 되니까요.”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배우가 자신이 분석한 캐릭터와 감독이 의도한 캐릭터 사이에서 충돌을 일으킵니다. 단지 견해의 충돌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그것들은 가끔 영화 제작 자체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미스터 한. 당신은 만약 그러한 충돌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하겠습니까?”
수가 잠시 고민했다.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감독의 제작 방향도 중요하지만 장님 손을 붙잡고 따라가면 절벽으로 떨어지는 법, 잘못된 것을 알고 그냥 따라갈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겪어보지 않아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하, 무척 신중한 분이군요?”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아주 좋은 습관입니다. 그럼 제가 답을 드리죠. 아, 이건 제 의견이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 감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평생을 고민했지만, 아직 딱 맞아 떨어지는 답을 구하지 못한 사람이니까요.”
“경청하겠습니다.”
스필버그가 박수를 한 번 친 후 수의 시선을 모으고 말했다.
“당신이 할 일은 소통입니다.”
수가 무슨 말이냐는 듯 자신을 보자, 스필버그가 일어나며 말했다.
“배우가 감독을 찾아가 소통한다. 감독이 배우를 찾아가 소통한다. 양쪽에 이해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면 포기하지 않고 설득한다.”
스필버그가 의자 뒤로 돌아가 등받이에 팔을 기대고 말했다.
“감독이 소통을 그만두는 순간 영화와 배우의 연기는 충돌을 일으킵니다. 그러므로 감독은 어떠한 경우에도 배우와의 소통을 그만둬서는 안 됩니다. 가끔 그런 감독이 있긴 하지요. 강압적으로 자신의 생각대로,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감독. 하지만 당신이 이름을 들어본 감독이라면 그런 사람은 결코 없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수를 만족스러운 눈으로 본 스필버그가 말했다.
“배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감독을 찾아야 합니다. 왜 이런 장면을 넣었습니까? 나는 왜 이 시점에 이런 행동과 말을 해야 합니까? 끊임없이 질문하세요. 당신의 질문을 귀찮아할 감독은 없습니다. 인간은 남을 가르치면서도 배우는 존재입니다. 또한, 남을 설득하면서도 배우는 존재이지요. 감독 역시 배우와 소통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성장하는 존재입니다.”
수가 스필버그를 빤히 보며 물었다.
“만약 그래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됩니까?”
“자신이 설득될 때까지, 상대가 납득할 때까지 덤벼드세요. 그것은 결코 감독의 권위에 대드는 행위가 아닙니다. 오로지 멋진 창작물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전투적 자세입니다.”
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습니다. 그럼 제 쪽에서 질문하겠습니다.”
스필버그가 양손을 펼치며 웃었다.
“환영합니다. 하세요.”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하, 이런! 의표를 찔렸군요.”
스필버그가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은 후 깍지를 꼈다.
“나는 이번 광고에서 당신이 해주어야 할 일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무엇입니까?”
“꿈을 꾸어 주세요.”
“……무슨 뜻입니까?”
“진짜 꿈을 꾸는 아이가 되어 주세요. 당신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없습니다. 물론 그 컨셉에 있는 것과 같이 미래의 현실에 대해 망상에 빠져 활짝 웃는 남자가 되어주면 가장 좋은 것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당신의 미래에 당신이 꿈꾸어온 것이 현실이 되는 상상을 해주세요.”
수가 다시 한번 컨셉 서류를 들추어 보았다. Zukunft V8의 광고 컨셉은 한 남자가 창고에서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지켜보며 활짝 웃는 컨셉이었다. 감정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그린 그림이 떠올라 현실이 되는 세상은 참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수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수의 표정을 보고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한 스필버그가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지요. 부모님이 계십니까?”
“안 계십니다.”
“아…… 죄송합니다, 유감이군요.”
잠시 머뭇거린 스필버그가 수를 보며 말했다.
“어릴 때 돌아가셨습니까?”
“성인이 된 후였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렇게 해보죠. 부모님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속으로 떠올려 보시겠어요?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가정해 볼게요. 만약 그 병이 없었다면 부모님이 살아계셨겠지요? 그럼 현재의 당신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생각해 보시겠어요? 사랑하는 부모님이 아직 내 옆에 살아계시고 이렇게 배우가 된 당신을 보며 흐뭇해하시는 것을 상상해 보면 어떨까요?”
수의 얼굴이 살짝 굳는 것을 본 스필버그가 눈치 빠르게 말했다.
“꼭 부모님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직 어리지만, 당신도 사랑을 해 본 적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놓치고 싶지 않았던 여인에게 그때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아! 여기서 후회스러운 감정은 빼주셔야 합니다. 현재 그녀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아도 좋아요.”
수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 많은 사람을 상대해 본 스필버그는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부모의 이야기도, 연인의 이야기에도 모두 표정이 굳어졌다. 분명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것이구나.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허구로 가자.’
스필버그가 수의 표정을 살피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이런 상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은 영생을 사는 존재입니다. 아니, 수명이 한 만년쯤 된다고 생각해 보죠. 당신은 인간들 틈에 섞여 많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당연히 많은 재산을 모아뒀겠죠? 시간이 많으니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유명한 축구 선수…… 아, 이건 얼굴이 팔리니 안 되겠군요. 뭐 어쨌든 재벌로 살 수 있고, 누구든 도울 수 있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어때요? 멋지지 않나요?”
수의 얼굴이 굳어지다 못해 바위처럼 변하는 것을 본 스필버그가 진땀을 흘렸다.
‘소통이 어려운 사람이구나. 듣기로는 아직 어리다고 했는데, 어떤 인생을 살아왔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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