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mpire Star RAW novel - Chapter (425)
# 425
뱀파이어 스타 425화
[외전] 기자일지(記者日誌)(完) + 연재 후기2063년 여름.
삼십 대로 보이는 남자가 검은 장례복을 입고 다락방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여기저기 보이는 아버지의 흔적들을 슬픈 눈으로 본 사내가 박스 하나에서 낡은 갈색 가죽 다이어리를 꺼내 들어 펼쳤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는 사내의 얼굴은 무척 슬퍼 보였다. 첫 장을 펼치자 익숙한 아버지의 글씨가 보였다.
막 첫 장을 넘기려는 순간 다락방의 문이 열리며 남자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여성이 들어왔다.
여기저기 쌓인 박스 위에 앉아 우두커니 다이어리를 보는 남자를 슬픈 눈으로 본 여인이 말했다.
“조셉, 아버님 것이에요?”
“응…….”
여인이 남자 옆으로 박스를 가져와 그 위에 걸터앉자, 조셉이 물었다.
“신시아, 손님들은?”
“거실에서 이야기 중이에요. 평생 몇 안 되는 친구만 사귀셔서 얼마 오지도 않았네요.”
신시아가 허벅지를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리신 이후에는 더욱 왕래가 없었으니 그럴 만도 하잖아요.”
조셉이 고개를 끄덕이며 쓸쓸하게 말했다.
“그래, 그러셨었지…….”
신시아가 다이어리를 눈짓하며 말했다.
“그건 뭐에요?”
“아버지 기자일지 같아.”
“무슨 내용인데요?”
“뻔하잖아. 평생 배우 한 명에 대한 기사만 집요하게 쓰셨으니까.”
“하긴…… 또 그 사람 이야기겠네요. 얼마 전에도 영화가 나와서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유튜브에서 광고 영상은 봤는데 그 사람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어떻게 65세가 넘었는데 40대처럼 보일 수가 있죠?”
조셉이 피식 웃었다.
“글쎄. 그 사람은 영화를 찍지 않을 때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하잖아. 그때 뭔가 관리를 받겠지. 아니면 사람들 말처럼 그 뭐더라…….”
신시아가 웃으며 말했다.
“뱀파이어 스타?”
“아, 그거.”
“하하, 조셉. 그건 늙어서도 동안을 유지하는 스타들을 통칭하는 말이지, 진짜 뱀파이어란 뜻이 아니에요.”
“후훗, 그런가?”
“하긴 아버님께서 뱀파이어 스타라는 기사를 쓰며 여러 스타를 언급했을 때도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이 그 사람이었죠.”
“그래, 한수. 그 배우였지.”
“아버님 덕에 전 그 사람 팬들보다 더 많은 걸 알게 되었어요. 그 사람이 지난 40여 년간 총 26편의 영화를 찍었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걸요?”
“후후, 나도 그래. 알츠하이머만 아니었다면 아버지는 아직도 그를 쫓아다니고 있었겠지?”
신시아가 조금 슬픈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들은 병에 걸리고 길면 5년도 넘게 살았다던데, 아버지는 왜 그리 빨리 가셨을까요? 뭐가 그리 급하다고.”
조셉이 무릎 위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괴었다.
“그러게 말이야. 1년도 못 버티실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 병이 그리 빨리 진행되는 것도 이상했고. 의사 말이 젊을 때 뇌에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을 거라고 하더군. 그래서 병의 진행 속도가 빨랐던 것이고 말이야.”
신시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병에 걸리시고 육 개월쯤 후인가? 갑자기 워싱턴 대학교에 막스 무어란 교수의 이름이 사실은 블라드이고, 그는 하늘을 나는 능력을 가진 뱀파이어라고 하셨던 것 기억해요?”
조셉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지. 하…… 그때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헛소리 그만하고 정신 차리라며 고함쳤던 것이 무척 후회되니까.”
조셉이 고개를 떨구자 신시아가 그의 어깨를 매만졌다.
“아버님께서 기억을 빨리 잃으셨잖아요. 기억 왜곡도 무척 심했고…… 당신 탓이 아니에요.”
조셉이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친 후 신시아를 꼭 안았다.
“고마워.”
신시아는 화제를 돌리려는 듯 다이어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셉 그리핀의 아버지. 빌 그리핀의 기자 수첩이 궁금한데, 같이 볼까요?”
“하하, 그래. 역시 난 당신밖에 없나 봐. 같이 보자고.”
가죽 다이어리가 열리고 첫 장이 펼쳐졌다.
2023년 01월 29일.
드디어 2년 반의 잠적을 끝내고 그가 돌아왔다.
그동안 사라져 버린 그를 찾기 위해 학교로, 집으로.
천화그룹으로 찾아가 기다린 시간들에 대해 보상을 받은 기분이다.
이제 그는, 한 수는 또 다른 영화로 우리를 아니 나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들어 줄 것이다.
2023년 03월 02일.
오늘은 수 배우와 인터뷰를 했다.
항상 형이랑만 인터뷰를 해주던 그가
마음을 바꿔주어 무척 고맙다.
우린 한 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하고
함께 차도 마셨다. 그는 현재 정글에 살고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라고 하는데 그런 정글 속에서 함께 살 여인은 없을 테니 아마도 가족들과 살고 있겠지?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다.
2023년 04월 30일.
드디어 3년 만에 수의 새 영화가 개봉했다.
제목은 분홍 머리카락의 태양(The sun of pink hair). 매번 슬픔을 주제로 한 영화만 고집하던 그가 잠적을 끝내고 처음 찍은 영화가 로맨스라니. 그의 심경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2023년 08월 01일
수 배우가 다시 잠적했다.
개인적인 인터뷰라도 따고 싶지만 천화엔터테인먼트 측과도 연락이 안 된다고 한다.
분명 거짓말이겠지만 이쯤에서 물러나야 다음번에도 인터뷰 기회를 주겠지. 아마도 어느 정글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2024년 09월 12일.
벌써 1년째 감감무소식이다.
나는 요즘 활동하지 않는 수 배우 대신 그의 아들로 내정된 아미타브 칸을 취재 중이다.
학교에 다녀야 하기에 뉴욕에 있는 칸을 만나기 위해 가끔 수 배우가 다녀가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를 노려 그를 만나보려 한다. 아, 칸은 더 이상 배우의 삶을 살지 않는다.
듣기로는 로우 스쿨에 진학해 검사가 되려 한다고 들었다. 범죄자의 심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자가 체포도 잘한다나?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2025년 01월 01일.
드디어 나의 기다림이 결실을 맺었다.
학교에서 나오는 칸을 기다리던 도중 차에서 기다리는 수를 보았다.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어쩐지 그는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서운했지만 휴식 기간에 기자를 만난 것이 달갑지 않은 그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그는 곧 새 영화를 찍을 것이며, 그때는 나와 인터뷰를 해주기로 약속해 주었다. 이번에는 형 말고 나와만 인터뷰를 해달라고 졸랐다.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2026년 08월 10일.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면 날 찾을 것이라는 수는 슬픈 소식을 전해왔다. 그가 직접 전해온 것은 아니지만 소식을 들은 나는 한달음에 한국으로 날아갔다.
바로 천화 그룹의 이중환 회장이 고령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슬프게 울던 이장호와 눈물을 삼키는 수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게 보여 사진도 남기지 않았다.
2027년 02월 03일.
드디어 수의 영화가 개봉했다.
제목은 세 얼간이들(Three jerks).
작 중에 근육이 울퉁불퉁한 남자와 와인을 홀짝이는 섹시한 여배우가 나왔다.
수 배우와 셋은 친구인데 하는 짓이 전부 바보 같은 코미디 영화였다. 재미있는 건 자기들끼리는 무척 진지하다는 것인데 그래서 더 웃긴 것 같았다.
시나리오를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코미디 영화계에 새 바람이 불어올 것 같다.
일지를 보던 신시아가 말했다.
“이건 기자일지라기보다는 그냥 일기 같네요, 그렇죠?”
조셉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 배우에 대한 모든 것이 다 있는 것 같네. 다른 기자님들이 보시면 군침을 흘리겠어.”
“그러게요. 알츠하이머 전까지 모든 것을 기록해 놓으셨으니 말이에요.”
조셉이 미소 지으며 다시 다이어리의 기록으로 시선을 옮겼다.
2031년 04월 02일.
오늘 천화엔터테인먼트는 공식적으로 아미타브 칸이 수의 아들이 되었음을 공표했다.
재미있는 것은 칸의 성을 그대로 유지토록 하였다는 것인데, 이것은 칸의 의지였다고 한다.
길러준 아버지와 낳아준 아버지 모두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친하게 지내던 경찰이 이상한 말을 했다. 칸이 무슨 질환을 앓고 있다고, 수와 또 다른 남자가 가끔 찾아와 경찰청에서 진행하는 정신교정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곤 한다는 말이었다.
다른 기자들이 알면 가만두지 않을 텐데. 나라도 기사를 막아줘야겠다. 알려져서 좋을 일이 아니니.
2034년 09월 07일.
이런 세상에!
칸의 기사를 막았던 나의 노력이 보상을 받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수가 이것을 알고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그의 집에서 워싱턴 대학교의 교수와 UNHCR의 총재도 만났고, 천화그룹의 부사장, 이장호도 만났다.
다들 날 알아보고 환영해 주었다. 아마도 수에 대해 우호적 기사를 쓰는 나에 대해 미리 알고 있는 듯해 기분이 좋았다.
정원에 있다가 팬티만 입은 대머리 남자가 다가와 14년째 이 집에 갇혀 있다며 구해달라는 말을 들었지만 엘리자베스 페로우의 말에 의하면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친척이라고 했었다.
기분이 별로 안 좋았지만 수의 집에 들어와 본 것만으로 보상을 받은 기분이다.
2035년 02월 14일.
수의 새로운 영화가 개봉했다.
제목은 아들을 위한 노래(Song for son).
자신의 아들인 칸이 하이스쿨에 들어간 기념으로 아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여주는 끝 없는 부정이 눈시울을 붉게 물들게 만드는 좋은 영화였다.
그는 이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주연배우를 수상했지만 시상식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2039년 03월 03일.
2년 전 엘리자베스 페로우를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첫사랑을 만나게 되었다. 이름은 알리시아라고 했다.
잠시 인사만 나누었지만 무척 밝고 명랑한 아가씨 같았다.
하지만 나는 다시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그때는 반드시 고백을 해보고 싶다.
2040년 08월 10일.
수의 집 앞을 서성이다 작은 꼬마 아이의 손을 잡은 칸을 만났다. 이제 대학생이 된 칸의 표정은 아버지인 한 수의 표정과 똑 닮았다.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작은 아이가 무척 소중한 듯 손을 꼭 잡은 그에게 아이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이고르 삼촌과 마리나 이모의 아이라고 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수의 먼 친척쯤 되는 것 같았다. 아이는 무척 건강했고 밝아 보이는 여자아이였으며 이름은 정숙하다는 의미의 ‘아그네스’라고 한다.
수가 직접 지어줬다고 하는 걸 보니 가까운 친척인가 싶기도 하다.
다이어리를 읽던 신시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 아버님께선 이 집 가족이 되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조셉이 머리를 긁었다.
“허허, 내가 봐도 그러네. 가족 구성원이 되고 싶어 안달 난 것 같군.”
그때 다락방 문이 열리며 늙어버린 빌리의 얼굴이 보였다.
“조셉.”
“네, 삼촌.”
“손님들 가신다니 배웅하자.”
“예, 내려갈게요. 신시아 내려가자!”
“네에~~”
다이어리를 박스 위에 올려둔 조셉과 신시아가 다락방을 나서자, 노인이 된 빌리가 쓸쓸한 눈으로 동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다락방을 살펴보다 문을 닫았다.
아무도 없는 다락방에서 저절로 스르르 열린 다이어리가 한 페이지에서 멈춰져 펼쳐졌다.
2062년 06월 13일.
나는 나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안다.
나는 나의 기억이 점점 과거로 돌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가끔 내 머릿속에 실제 하지 않는 기억이 파고들 때면 현실과 망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깨어지고 조각난 기억의 편린을 모아 퍼즐을 맞출 때면 기억 속에 푸른 콧수염의 노인이 나타나 내가 평생 사랑했던 수가 괴물이라 말한다.
사람의 피를 마시는 뱀파이어라고.
그리고 그 기억에 끝에는 항상 붉게 번들거리는 무서운 눈동자가 있다.
그의 눈동자를 마주하면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파 꿈에서 깨버린다. 나는 나의 뇌가 정상이 아님을 안다. 그러하기에 이러한 기억의 왜곡이 일어남을 인정한다.
이제 나는 카론의 강을 건너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전에 소원이 있다면 나의 마지막에 내가 가장 사랑했던 배우 한 수가 배웅해 주기를 원한다.
나라는 사람이 평생 그의 팬이었음을.
그가 알아주었으면 한다.
1층의 거실. 장례식이 끝난 후 집에 모인 손님들이 외투를 입고 조셉과 신시아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조셉은 찾아준 손님들에게 일일이 답례를 하고 손수 문을 열어주었다.
“오늘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버님께서도 마지막 가는 길에 이렇게 많은 분께서 배웅을 와 주신 것에 대해 하늘에서나마 감사드릴 것입니다.”
인사를 한 조셉은 문을 열었음에도 밖으로 나가지 않는 손님들을 보았다.
모두가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진 눈으로 문밖을 보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문밖으로 시선을 돌린 조셉이 얼음처럼 굳었다.
조셉의 옆에 서 있던 신시아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수…… 한수 배우님?”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검은 양복을 입고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조셉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수…… 수 배우님…… 여기는 무슨 일로…….”
무표정한 한 수가 집 안으로 한 걸음을 들이며 묵직한 어조로 말했다.
“배웅을 하러 왔습니다.”
“아…….”
조셉과 신시아의 눈에 기쁨의 눈물이 번졌다. 거실 한쪽에 둔 아버지의 사진에 시선을 둔 조셉이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아버지…… 평생 그리도 찾으시던 그가 아버지를 보러 왔습니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는 빌 그리핀의 미소가 더욱 짙어져 보였다.
完
뱀파이어 스타 연재 후기
먼저 그동안 뱀파이어 스타를 아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4월에 첫 연재를 시작해 해가 바뀐 1월에서야 완결을 보았습니다.
뱀파이어 스타의 집필을 시작한 것은 1월 경이었으니 꼭 1년 만에 하나의 글을 완결 지었네요.
뱀파이어 스타는 참 많은 역사적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글이었기에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글이었습니다.
또한 총 17권이라는 장편이 된 악마의 음악: Other Voices보다 더 긴 글이었네요.
사실 연재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도 정말 이 글이 완결되었는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제 데뷔작인 악마의 음악 : Other Voices보다 더욱 애정을 가졌던 글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또한 끊임없이 행복을 찾아가던 전작의 케이와는 달리 그의 슬픈 과거, 또 그 주변인의 과거들의 베이스가 된 감정이 ‘슬픔’이었기에 그 애잔함이 더욱 진하게 가슴에 남는 것 같습니다.
어땠나요, 여러분?
저와 함께한 수의 일생 이야기는 재미있으셨을까요?
부디 바랍니다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으시더라도 보는 동안 함께 시간 여행을 하는 듯 재미있으셨기를 빌고 또 비는 마음입니다.
사랑해 주셨던 분들께 저만의 비밀을 말씀 드리려 합니다.
저는 꿈속에서 참 많은 것을 봅니다. 여러분이 보셨던 이야기들도 상당 부분 제 꿈속에서 본 꿈의 내용입니다. 오픈 채팅방에 계신 분들께는 말씀드린 바 있지만 유치원 때 일화 하나가 있어요.
어머니께서 오랜만에 선생님을 만나고 오셔서 말씀해주셨어요. 선생님은 경우라는 아이가 이상한? 혹은 범상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씀하셨대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어느 날 선생님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질문을 하셨던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하더군요.
선생님이 질문했습니다.
“여러분. 그림을 잘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어떤 아이는 좋은 스케치북을 산다, 또는 좋은 물감을 산다. 혹은 연습을 많이 한다. 사진을 많이 찍는다 라고 답했대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말했대요.
“잠을 많이 자야 해요.”
선생님이 물었다고 해요.
“왜 잠을 많이 자야 하지?”
“잠을 많이 자면 꿈을 많이 꾸고, 꿈을 많이 꾸면 그림 그릴 것이 많아져요.”
저는 그런 아이였어요. 나이를 먹은 지금도 꿈에서 참 많은 것을 봅니다. 그리고 그 꿈을 작가라는 직업을 통해 여러분들과 나눌 수 있어 무척 행복하답니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에 나온 역사적 진실들은 소설적 장치와 합쳐지며 왜곡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실제의 역사라 믿는 분은 없으시길 바랍니다. 물론 역사적 사실이 가미된 것이기에 많은 진실 속에 거짓이 숨어 있는 것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자, 이제 차기작 이야기를 해볼까요?
서비스 작품으로 무료 공개 중인 귀신전을 제외하고 제 글은 악마의 음악 : Other Voices에서 음악을, 뱀파이어 스타에서는 연기를 다루었습니다. 다음 글은 ‘미술’이라는 장르를 다루어 볼까 합니다. 대략적인 내용을 말씀드릴게요.
먼저 제목은 ‘화룡[畫龍]’입니다. 한문을 잘 아시는 분은 눈치채셨겠지만 불 화(火)자가 아니라 그림 화(畫)를 썼습니다.
말 그대로 ‘그림을 그리는 용’이라는 뜻입니다. 주인공은 조선 시대 마지막 거장으로 불렸던 오원 장승업이며, 생의 마지막 순간 도자기 가마니 속에 들끓는 불을 그리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불이 되기 위해 가마나 속으로 기어들어가 생을 마감했던 그가 현대 시대로 와 벌어지는 일에 대한 글입니다.
그는 거지였습니다. 부모님의 얼굴도 모르고 시장에서 만두를 훔쳐 먹다 동네 거지 왈패들에게 만두를 빼앗기고 두들겨 맞다가 지나가는 양반에게 구함을 받게 되지요.
명나라를 오가는 역관의 집에서 종살이를 하던 승업은 명나라의 뛰어난 그림들을 훔쳐보고 따라 그리며 스스로 그림을 익힙니다.
그리하여 그에게는 명품, 명작을 알아보는 눈이 있지요.
그러한 눈과, 조선 시대 왕의 어진까지 그리라 지시를 받았던 천재 화가의 솜씨를 가진 장승업은 현대에서 어떤 일을 벌이게 될까요?
부디 궁금해 해주셔서 다음 글에서도 여러분과 함께 꿈을 꾸게 되길 빌겠습니다.
우리 꼭 다시 함께해요. 그동안 많은 성원과 사랑을 보내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경우經雨올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