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atile herald genius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미디어 믹스 (3)
* * *
6년 후 MANACA라는 예명의 여가수가 오리콘 차트를 휩쓸게 된다.
내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이 가수의 팬이었기 때문이었다.
알바를 하면서 가끔 그녀의 노래를 듣거나 위키나 이런 데서 그녀에 대한 글을 찾아 읽곤 했다.
그녀는 메이저 데뷔 전 약대 대학생으로 지내면서,
우타이테(인터넷 방송에서 주로 활동하는 아마추어 가수)로 활동하곤 했다.
그러다 3년 후 2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메이저 데뷔하여 인기 가수가 되었다.
현재는 20대 초반이라는 나이였다.
그녀와 접촉하는 방법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데뷔 전에 트이치에서 활동을 하곤 했으니까.
데뷔 후 예명 그대로 MANACA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트이치에 접속하여 검색 창에 MANACA를 입력했다.
검색 결과 몇 개가 떴다.
하나씩 눌러서 어느 스트리머가 마나카인지를 확인했다.
얼마 후 나는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마나카는 시청자의 리퀘스트에 따라 한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를 부르고 있었다.
“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에 시작되는~”
트이치 스트리머로서 그리 인기가 많은 축에 속하진 않았다.
대학교 공부에 바빠서 방송에 그렇게 시간을 투자하지 못 했다고 위키에 적혀 있던 것이 떠올랐다.
“여러분 어땠어요? 괜찮았나요?”
노래가 끝나자마자 마스크를 쓴 채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는 마나카.
눈 아래는 전부 검은 마스크에 가려져 있었다.
원래는 메이저 데뷔는커녕 취미 활동을 주변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들키는 게 부끄러워서 마스크를 쓴 채 방송을 하던 마나카. 그녀가 한순간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우연한 사건 때문이었다.
웹캠을 끄지 않은 걸 깜빡하고 마스크를 벗은 채 친구와 통화하던 것이 그대로 방송으로 나간 것이었다. 그렇게 밝혀진 그녀의 실제 모습이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 미인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일본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게 화제가 되어 연예 기획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메이저 데뷔를 한 이후에는 비주얼뿐만 아니라 가창력도 업계 톱클래스라는 게 드러나면서 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우연이라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다. 그 우연이 없었다면 마나카라는 인기 가수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데뷔 자체가 더 늦춰질 수도 있었으니까. 어쨌거나 재능 넘치는 미래의 대박 가수를 먼저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내 눈앞에 있었다.
“다음 곡은 뭐 부를까요? 보컬로이드든 애니송이든 엔카든 상관없어요.”
여러 장르를 뛰어난 가창력으로 즉석에서 소화해 내면서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고 있는 마나카. 그녀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입과 목 주변에 금빛 오러가 뚜렷이 보였다.
그럴수록 그녀를 오프닝 담당 가수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강해졌다.
나는 라바르 작가와 접촉할 때 했던 것처럼 그녀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귓속말 내용은 심플하게.
[노래 잘 듣고 있습니다. 하나 제안을 드리고 싶어서 귓말 했습니다. 혹시 가수 해 볼 생각은 없으신지요? 사실은 제가 작곡을 좀 하는 사람인데, 목소리가 제 신곡에 너무 잘 어울려서요. 관심 있으시면 이 메일로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 *
딱 잘라 거절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취미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기도 하고, 자기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갖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가수가 되는 데 아무 관심이 없을 리가 없다.
내 예상대로 그날 저녁에 마나카로부터 연락이 왔다
[관심이 있긴 한데 자세한 얘기 들어 볼 수 있을까요?]방학이기도 하고 딱히 원격으로 일해도 상관없었기에 나는 2주 동안 도쿄에 머물기로 돼 있었다.
나는 도쿄 체류 기간 중에 그녀와 만날 약속을 잡았다.
그녀와 만나게 된 곳은 도쿄역 근처에 있는 별다방 카페.
미리 앉아 기다리고 있는 푸른 원피스 차림의 여대생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은 역시나 마스크를 벗고 있어서 그녀의 얼굴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길거리에 지나가다 보면 한 번 쯤 돌아보게 만드는 미인이라고 할까.
본명은 코노에 마나카.
할아버지가 주일 미군이라고 위키에 적혀 있던데,
할아버지 쪽 영향을 많이 받은 덕분에 서구적인 마스크의 소유자였다.
이만하면 확실히 외모 때문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될 만했다.
“김민준이라고 합니다.”
이름을 밝히자 다소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마나카.
“외국인이셨나요? 워낙 일본어가 자연스러워서 몰랐는데…….”
“감사합니다. 네. 한국에서 왔습니다.”
“와. 한국에서 오셨구나. 그렇다면 혹시…… SN 쪽이랑 관계있으신 분이라거나?”
동방싱기, 소녀시절 같은 유명 가수가 소속된 SN 엔터테인먼트.
동방싱기가 워낙 히트를 쳐서인지 아직도 유명한 모양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건 아니구요.”
“그럼…… 어느 쪽에서 일을 하시는 분이죠? 작곡을 하신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어떤 쪽으로 작업을 하셨다거나? 혹시 유명 가수의 노래를 만들었다거나?”
“차근차근 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컨택이라는 건 처음 받아 봐서 흥분한 모양이다.
이런 저런 질문을 한꺼번에 쏟아 내고 있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유명 가수랑 작업을 한 적은 없구요.”
플라워즈는 3집으로 인기를 좀 얻긴 했어도 유명 가수 급은 아니다.
“아하……. 그러시구나.”
약간 실망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마나카.
아직 겨우 대학교 1학년인 그녀.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
꾸밈이 전혀 없는 느낌이었다.
“저는 사실 작곡가라기보다는 크리에이터에 더 가까운 사람입니다. 음악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더 이름이 알려진 편이죠.”
“어떤 분야요?”
“히어로 학교라고 혹시 들어 봤어요?”
“네. 들어보긴 했는데…….”
소년 점핑에서 투피스를 제치고 거의 2달 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흔치 않다.
여기에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콤비의 작품이라는 것 때문에 더 주목을 받고 있었다.
투피스나 하루토가 일본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생각하면, 히어로 학교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만화가 왜요?”
“전 그 작품의 원작자입니다.”
“정말요? 그 만능 크리에이터로 유명하신?”
마나카는 다시금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본격적으로 그녀에게 부탁하고 싶은 내용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애니화를 위한 오프닝 영상을 제작 중이라서요.”
“와. 대박이네요.”
“LIZA라는 분이 맡으시기로 했는데 어떤 분인지 아시나요?“
“당연하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라 라이브도 갔었는데“
“어쨌든 그분한테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대체할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저를?”
마나카는 믿기지 못 하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라면 다른 가수를 찾아도 되실 텐데……. 기획사나 뭐 이런 데서.”
하지만 그녀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는 것.
그밖에도 그녀가 가진 스타성을 활용해서 오프닝 곡을 제대로 띄워 볼 생각이다.
사전 공개를 결정한 마당에 곡이 히트를 친다면 애니도 동반 상승하게 될 것이다. 김칫국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벌써 그녀의 무도관 콘서트에 울려 퍼질 내 곡을 상상하고 있었다.
“크리에이터로서 최선의 작품을 내고 싶으니까요. 제 곡을 완성시켜 줄 수 있는 건 당신이라고 생각했어요. 거기다 스타성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는 확실히 재능이 있었다.
나는 그녀가 노래를 부를 때 나오던 황금빛 오러를 떠올렸다
다른 스트리머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압도적인 재능이 있었다.
“관심은 있지만 사실 학교 공부도 있고 해서…….”
“어떤 공부를 하시는 데요?”
“약사가 되고 싶어서 약대에 다니고 있어요.”
그녀가 약대에 진학한 이유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약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던 친절한 약사 선생님을 보고서 그렇게 되고 싶다.
사람들을 치유해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는 것을.
이 꿈 때문에 기획사의 제안을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약대를 포기하고 가수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게 만든 한 마디가 있었다.
그녀를 설득해 연예계로 끌어 들인 프로듀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마나카 씨의 노래는 약을 파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마나카의 표정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할 듯싶었다.
“관심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 주세요.”
나는 연락처가 담긴 쪽지 한 장과 함께 CD를 하나 건넸다.
“이건 뭐죠?”
“이번 오프닝 곡의 샘플이 들어 있습니다. 이것도 들어 보시고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집에 있는 장비로 녹음한 거라서 음반으로 낼 음질은 아니지만,
곡이 어떤 느낌인 지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퀄리티는 됐다.
“생각해 보고 연락 주세요.”
그녀가 와줬으면 나로서는 더 바랄 게 없다.
가수로 데뷔하는 부분은 써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쪽에 연락을 하면 충분했다.
저번 정기회의 때 명함도 받아 놓은 상태라서 내가 잘 소개하면 일사천리로 흘러 갈 거다.
잘 데뷔시키고 이대로 인연을 이어 나가면,
이번 오프닝 곡 이외에도 내가 만든 다른 곡을 발표할 때도 도움이 될 거다. 해외에서는 그다지 힘을 못 써서 갈라파고스란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일본의 음악 시장 자체는 세계 2위 규모니까.
나머지는 그녀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 * *
그녀에게서 연락이 없은 지 꽤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3일 째가 되서야 연락이 왔다.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
좋은 결단을 내려 주었다.
나는 곧바로 써니 뮤직 엔테테이먼트 쪽에 연락했다.
이런 좋은 유망주가 있는데 계약할 생각은 없냐고 귀띰하고 프로필을 보낸 것만으로,
그쪽에선 적극적으로 마나카 채용에 나섰다.
솔직히 데뷔를 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언제든 가능한,
비주얼과 가창력이었기 때문에 이상할 것도 없었다.
써니 뮤직 쪽에서 나에게 어떻게 이런 인재를 발굴했냐며 몹시 고마워한 것은 물론이었다.
나는 곧 이어 그녀를 오프닝 송 담당 가수로 쓰고 싶다는 의사도 전했다.
아직 무명 가수에게 인기 만화의 애니화 작품의 오프닝이 맡겨진 것이었기 때문에, 확실히 좋은 기회라고 기획사 측에서도 판단한 듯했다.
히어로 학교의 오프닝 곡은 공식적으로 그녀의 데뷔곡이 되었다.
며칠 후 유포데스크의 호소카이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몹시 흥분한 목소리였다.
“LIZA 씨 대신에 오프닝을 맡아 줄 가수 얘기는 들었습니다.”
“오. 그렇시군요.”
“그 친구가 불렀다는 커버 곡을 들었는데 와…… 말이 안 나올 정도던데요?”
“대단한 친구죠. 스타성도 충분하고.”
“네. 그리고 써니 뮤직 쪽 관계자한테 샘플곡도 전달 받았습니다. 어느 작곡가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오프닝 콘티 콘셉트랑 딱 들어맞고 곡 자체도 중독성 있더군요. 작곡가가 누군지 아시나요?”
“아. 그건 접니다.”
“김 상이요?”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웬만한 프로 뺨치는 수준의 곡이었으니까.
“그럼 오프닝 곡 부분은 제가 맡게 됐으니 완성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프닝 영상은 이번 달 말까지는 완성될 예정이다.
역대급 오프닝의 완성이 얼마 멀지 않았다는 게 실감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