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atile herald genius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미디어 믹스 (4)
* * *
작곡은 마무리됐지만 아직 녹음 작업이 남아 있었다.
집에 있는 장비로 녹음한 것이라 아직 음반으로 낼 퀄리티는 아니었기에, 나는 신사동 고양이 형에게 연락해 스튜디오를 빌리기로 했다.
“형. 다음 주에 스튜디오 좀 빌려도 될까요?”
“어. 괜찮은데. 이번에는 무슨 일에 쓰려고?”
“제 작품, 히어로 학교 아시죠?”
“알다마다. 단행본 사서 요즘 잘 보고 있어.”
인기에 힘입어 일본에서 단행본이 발매된 데다, 한국에도 정식 번역본이 출시된 상태였다.
물론 역대급 판매량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일본에서 주간 코믹 랭킹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일 양국을 합쳐 이미 2백만 부가 팔린 것이다.
애니화가 방영될 무렵이면 4백만 부 돌파는 물론이요,
애니화가 히트를 치면 1천만 부도 가시권에 들어올 터였다.
이러한 판매 호조에 미국 출판사에서도 계약을 타진해 오기도 했다.
마벨 코믹스 최연소 연재 작가로서의 유명세도 있었기 때문에,
그쪽에서 제시해 온 계약 조건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50만 불의 선인세.
선인세만 무려 6억 가량을 줄 수 있다고 나온 것이었다.
은행에만 비치해 둬도 이자 수익이 상당하지 않을까.
“단행본 잘 나가더만. 요번에 미국에서도 출간 계약했다며?”
“네. 그렇죠.”
“그런데 히어로 학교는 왜? 혹시 애니 주제가 같은 거라도 만드는 거야?”
“네. 눈치가 빠르시네요. 요즘 애니화를 추진하고 있어서 오프닝 곡을 만들어야 돼서요.”
“혹시 네가 작곡, 작사 모두 맡아서 한다는 거야?”
“맞아요.”
“와. 진짜 너는 못 하는 게 뭐냐……?”
굳이 말하자면 하나에 집중하는 거라고 해야 되나?
욕심을 갖고 여러 가지 일을 열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원래의 내가 가진 숨겨진 재능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서 형네 스튜디오를 좀 빌리려고요. 일단 멜로디 같은 거 대체로 작곡은 끝났는데, 정식으로 낼 음반이니까 레코딩도 전문적인 곳에서 해야 되니까요.”
“알았어. 필요한 거 있으면 또 얘기하고.”
“네. 고마워요. 형도 혹시 일본 쪽 일감 쪽 생각 있으면 얘기하세요. 사실 이번에 써니 뮤직이랑 일을 하게 되면서 그쪽 인맥이 좀 생겨서 말이죠.”
“써니 뮤직이라, 와. 저번 스퀘이드 오닉스도 그렇고 또 큰 데랑 작업하는구나. 내 얘기를 해 주면 나야 고맙지.”
확실히 음악 업계인들에게 일본 음반 시장은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세계 2위의 규모인 데다 요즘 K-POP의 영향력 덕분에 진출하기도 나아진 면이 있으니까.
신사동 고양이한테 그동안 진 빚을 이런 식으로라도 갚을 생각이었다.
나는 신사동 고양이의 스튜디오를 빌려서 녹음을 마친 후,
완성된 버전을 써니 뮤직 측에 전달했다.
“이걸 김 상이 작곡하셨다고요?”
써니 뮤직 측 사람들도 내 음악에 대해 호평을 표시했다.
학원 배틀물이라는 장르에 맞는 박진감 넘치는 음악이었다.
써니 뮤직 엔터테인먼트는 유니버셜 뮤직 그룹, 위너 뮤직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3대 메이저 레이블인 만큼, 이들과의 인맥은 향후 내 음악의 미국 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제 마나카와 함께 실제 녹음을 하기에 앞서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남의 의뢰를 받아 만들었는데, 지금은 온전히 내 작품을 위한 곡을 만드는 것이라 의욕이 샘솟는다고 할까.
나는 2시간 만에 가사 작성을 끝마쳤다.
* * *
오프닝 곡 녹음 날이 찾아왔다.
완성된 곡에 내 가사 내용대로 가수의 음성을 붙이는 작업이었다.
나는 녹음 스튜디오에서 오랜만에 마나카를 직접 만나 볼 수 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요? 가수 생활은 할 만한가요?”
“정신이 없더라고요. 보컬 트레이닝에다 춤 연습에다가……. 가수니까 노래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있어요.”
“요즘 가수는 엔터테이너에 가까우니까요. 특히 일본 쪽은 더 그렇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그런 거 같아요. 방송 출연으로 뜬 경우도 좀 있으니까. 그래도 작가님만 하겠나요? 만화 스토리에, 일러스트에, 작곡까지 바쁘시니까 되게 수고하시는 것 같아요. 창작의 고통이라는 게 꽤 크다고 들었는데.”
“글쎄요. 고통스럽다고 느낄 때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즐거움과 보람이 훨씬 크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오늘 같이 신인 가수의 녹음 현장을 직접 볼 기회라는 게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니까.
“슬슬 시간입니다”
“그럼 갔다 올게요~”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마나카가 녹음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녹음실 밖에 남아서 녹음 현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내가 앉은 의자 옆에는 키가 큰 남자 매니저가 앉아 있었다.
원래는 AKV48 계열 아이돌의 매니저를 했다고 하는 사람이었다.
“요즘 잘 하고 있나요?”
“네. 정말 대단한 애를 발굴하셨어요.”
“그 정도인가요?”
“요즘 아이돌 애들 보면 얘처럼 비주얼이랑 노래 둘 다 되는 애가 거의 없거든요. 한국 아이돌 연습생들처럼 치열한 육성 과정을 거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마나카는 다르더라고요. 보컬 선생님이나 댄스 트레이너 분들도 얘는 천부적인 센스가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거 잘됐네요.”
내가 발굴한 원석이기 때문일까.
왠지 내가 뿌듯한 기분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기회만 주어지면 앞으로도 더 성장해 나갈 테니까요.”
“네. 물론이죠. 매니저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런 훈훈한 얘기를 주고받는 와중 본격적인 녹음이 시작되었다.
나는 헤드폰을 낀 채 마나카의 목소리를 들었다. 보컬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해서 그런지 트이치 방송에서 부를 때보다 발성은 더 깔끔해진 느낌이었다. 대형 기획사이기도 하니 제대로 된 트레이너를 구해 준 것 같았다.
“그저 강해지고 싶다고 바랬어~”
후렴구에서 터진 그녀의 폭발적 가창력.
역시 보통 재능이 아니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나는 녹음실 안을 향해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마나카는 나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 짓고 나서 노래를 계속했다.
성공적으로 녹음을 끝내고 나는 곡을 유포데스크의 호소카이에게 보냈다.
그것을 영상과 결합시키면 이제 준비는 끝이었다.
나는 다음 주에 있을 제작위원회 정기 회의에 그것을 보여 줄 계획이었다.
어떤 반응이 나올지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 * *
2주 만의 정기회의 날이 되었다. 민준이 오프닝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은 써니 뮤직 직원을 통해 제작위원회 멤버들에게 알려져 있는 상황이었다.
일러스트, 시나리오, 작곡 모두 프로 레벨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청년인 민준. 하지만 그런 민준의 소문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작곡까지 맡는다니. 그 부분은 아무래도 프로한테 맡기는 게 낫지 않을까 보는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원작자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너무 간섭하다가 망한 케이스가 없는 것도 아닌데. 혹시나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맞아요. 아무리 다방면에 능하다고 해도 한 분야에 10년 넘게 몰두해 온 프로만 하겠나요?”
참여 회사들은 모두 상당한 금액을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망하면 자신들에게 책임을 화살이 올지도 모른다. 이들은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제작 초기 단계니까요. 오늘 회의에서 마침 오프닝을 공개한다고 하니까 그 때 보고 판단하면 되겠죠.”
“원작자라고 눈치 볼 것 없이 확실히 말을 해야겠군요.”
“물론 그래야겠죠. 엇. 슬슬 오시는 모양입니다.”
문이 끼익 열리고 있었다.
민준이 호소카이와 함께 회의실 안으로 들어오자, 회의실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
* * *
‘하긴…… 원작자의 지나친 간섭으로 보일 수도 있겠군.’
회의 참석자들이 하는 얘기는 들어오면서 본의 아니게 엿들었다.
아무래도 나에 대해 불신을 가진 이가 몇 명 있는 모양이었다.
그들의 걱정을 아예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원작자가 작품에 너무 간섭해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온 케이스가 없지는 않으니까. 그런 상황에 대부분 그림 쪽 일을 해왔던 내가, 오프닝 음악 제작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탐탁지 않게 생각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때마침 잘된 일이네.’
나는 이들의 걱정을 모두 불식시킬 만한 무기를 가져왔다.
이걸로 다른 원작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면 되는 거다.
“안녕하세요. 도쿄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뭐 이젠 익숙해져서 괜찮습니다.”
인사치레를 한 후에 자리에 앉아 진행 상황 발표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전체적인 미디어 믹스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
“뮤튜브, 니야니야 동화(일본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등 인터넷 매체는 물론, 방송국과도 이번 오프닝 공개에 대해 일정 협의를 끝낸 상태입니다.”
그 밖에도 도쿄나 오사카의 주요 역에 애니화 기념 옥외 광고를 설치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해, 유저들의 이목을 끌 준비는 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내가 참여한 오프닝 영상 공개로 ‘히어로 학교’ 라는 작품의 시작을 알릴 것이다.
“다음은 호소카이 상의 차례군요. 오늘 오프닝 영상 발표를 하신다구요.”
“네. 오프닝 영상 제작도 끝났으니, 제일 먼저 여러분들에게 보여 드리고 평가를 들어 보고자 가져왔습니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각 스폰서 회사를 대표해서 참석한 인원들인 만큼 주 타깃층과는 달리 30-40대가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이 분들 의견을 주의 깊게 듣고 수렴하겠다는 것보다는, 현재의 제작 상황에 대한 보고와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제스쳐의 의미가 강했다.
이래나 저래나 작품 제작비를 대주는 사람들이니까.
곧 오프닝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 * *
“언젠가부터 나는 꿈을 꾸고 있었어.”
MANACA의 나직한 음성과 함께,
오프닝이 화면에 나타나 있었다.
위원회 멤버들은 벌써부터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초반부터 임팩트 있는 영상미와 음악이었다.
하지만 제일 힘을 준 부분은 후렴 부분이었다.
마나카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함께 나오는 주인공의 멋진 전투씬.
유포데스크는 페이쓰 시리즈, 귀살의 칼날을 제작하며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내가 건넨 오프닝 콘티 속 전투 시퀀스를 부족함 없이 완벽하게 구현해 내고 있었다.
이 오프닝을 보는 게 다섯 번째인데도 전율이 느껴지고 있는데,
이걸 오늘 처음 보는 다른 제작위원회 멤버들은 오죽 하랴.
오프닝 영상이 끝이 나자 회의실 안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울려 퍼졌다.
“이건 지금껏 제가 본 것 중 가장 나은 오프닝 같습니다.”
“와……. 정말 소름이 돋네요. 이걸 사전 공개하면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도 난리 나겠는데요?”
아까 나의 오프닝 제작 참여에 의문을 표시했던 아저씨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그저 오프닝의 퀄리티에 감탄하고 있을 뿐이었다.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퀄리티.
스폰서 측의 투자 의욕도 한층 올라갔을 거다.
그럴 만도 하다. 오프닝만 봐도 이건 대박이겠다 감이 올 테니까.
일주일 후 웹 상에 히어로 학교의 오프닝이 공개됐다.
그리고 반응은 우리가 예상한 이상으로 폭발적인 것이었다.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팬들 사이에서도 난리가 났다.
[와……. 진짜 역대급 오프닝이네 ㄷㄷ 히어로 학교 요즘 폼도 대박인데 애니도 역대급으로 잘 뽑은 거 같네] [작곡, 작사 보니까 MJ라고 적혀 있던데? 작곡 실력도 미쳤다] [가수는 누구지? 노래 레알 잘 부르는데?] [마나카라는 신인 가수라는데? 대박이다. 가창력도 쩌는데 예쁘기도 겁나 예쁘네]영상이 뮤튜브에 공개되자 한일 네티즌은 물론,
해외에서까지도 오프닝에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못 했다.
이렇게 애니화 작품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은 와중 나는 다음 작업을 시작했다. 내 곡의 퀄리티에 대단히 만족한 스폰서(써니 뮤직) 측에서 주제곡과 엔딩 작업도 부탁해 온 것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결과였다.
그래서 엔딩 곡도 어느 정도 멜로디 정도는 구상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엔딩 곡은 애절한 느낌의 피아노곡이다.
고로 피아노를 연주해 줄 사람도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그 역할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한 명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