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atile herald genius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미디어 믹스 (5)
* * *
엔딩 곡으로 쓸 피아노 연주에 대해서 강혜진에게 얘기하니 그녀는 흔쾌히 승낙해줬다.
“저번 연주회 때 귀중한 곡을 줬었으니까 그 은혜는 갚아야지.”
“감사합니다.”
“멜로디는 대략 완성했다고 했지? 그럼 한번 들어볼까.”
“네. 들려 드려야죠. 녹음용 스튜디오를 하나 빌리기로 했으니까 위치 보내 드릴게요. 우리 거기서 보도록 하죠.”
“오케이~”
나는 보름 만에 혜진과 재회하게 되었다.
그녀는 해외에서 있을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듯했다.
나와 같이 연주한 곡이 워낙 호평이었기에 그걸 또 프로그램에 넣을 예정이라고 한다.
“잘됐네요.”
“전 세계의 음악 애호가들이 우리 음악을 듣는 거지.”
“이번에 작곡할 곡도 아마 세계에서 듣게 되겠죠.”
위플릭스를 위시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많아지는 추세였다.
옛날처럼 방송국에서만 방영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상의 수많은 채널을 통해 유통된다.
고로 하나의 뛰어난 작품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그럼 미리 짠 멜로디를 연주해 볼게요”
나는 미리 생각해 둔 엔딩곡의 멜로디를 연주했다.
이미 다 짜놓은 애니메이션 콘티를 유포데스크 쪽에 전달한 상태였다.
영상미가 장난이 아니라며 찬사를 받은 것은 물론이었다.
“곡 진짜 느낌 있다.”
“연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요.”
“그냥 첫 소절만 들어도 느낌이 온다고 할까…….”
피아노 천재의 감각인가.
나는 씨익 미소 지어 보이고는 연주를 계속했다.
애절한 느낌의 피아노곡이 녹음실 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혜진은 눈을 감고 그 곡을 음미하고 있었다.
연주가 끝나자 혜진의 박수 소리가 들렸다.
“브라보. 그럼 이번엔 내가 연주해 봐도 되지.”
또 나왔다. 그녀의 절대 음감.
연주를 한 번 듣는 것만으로 거의 비슷하게 복사해 내는 능력.
이건 뭐…… 하루토에 나오는 카피 닌자 선생님도 아니고.
“어때?”
“진짜 인간 녹음기가 따로 없네요.”
“그럼 이 곡을 갖고 좀 놀아볼까…….”
혜진은 자기 스타일대로 곡을 변형하기 시작했다.
역시 편곡의 센스가 보통이 아니다.
내가 작곡했던 오리지널보다 더 신선한 결과물이 나왔다.
확실히 혼자 편곡을 할 때보다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우리는 저번에 했던 것처럼 서로 번갈아 편곡하면서 곡을 완성시켰다.
“어때? 이 정도면 더 낫지 않아?”
나는 대답 대신 엄지를 들어 올려 보였다.
그녀를 부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두 번째 공동 작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 * *
완성된 작업물을 유포데스크의 호소카이에게 보냈다.
그는 내 엔딩 곡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들으면서 눈물 나는 줄 알았습니다. 이런 멜로 곡까지 잘 만드실 줄이야……. 피아노 연주도 굉장히 인상 깊네요. 이것도 혹시 김 상이 연주하셨다거나.”
“아뇨. 저보다 훨씬 연주를 잘하시는 분이 있어서요. 강혜진, 아니 세레나 강이라고 혹시 아실지 모르겠네요.”
“혹시…… 그 국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셨다는 젊은 여성 분.”
“오. 잘 알고 계시는군요.”
듣던 대로 호소카이는 음악 쪽에는 정통한 듯했다.
그는 내가 강혜진 같은 유명 피아니스트를 섭외했다는 것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가 은근히 음악 애호가라서요. 라이브로 본 적은 없지만, 뮤튜브로 연주를 듣기는 했는데. 그런데 이거…… 이런 분이랑도 친분이 있으실 줄이야.”
“운 좋게 그럴 만한 기회가 있긴 했죠. 그나저나 다음에는 엔딩곡을 불러 줄 가수가 필요하겠네요.”
“그렇네요.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써니 뮤직 쪽 담당자랑 얘기하던 참이었어요. 이번에 선행 공개한 오프닝이 워낙 좋았던 것도 있어서…… 베테랑 가수들도 관심을 많이 보이는 듯하더라고요.”
“오프닝 곡 공개한 게 확실히 도움이 됐네요.”
“물론이죠. 해외에서도 워낙 화제가 되서 스태프들도 의욕에 차 있는 상황입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이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다는 데 의욕이 안 날 수가 있겠나요.”
“다행이네요. 좋은 영상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 전해 주세요.”
“넵. 알겠습니다!”
일주일 뒤 가수 섭외와 관련하여 연락이 왔다.
내 엔딩 곡을 맡아 줄 사람은 베테랑 여가수로 유명한 AIKU였다.
20년차 베테랑 싱어송라이터로 멜로 송의 여제로 이름 높은 분이었다.
애니메이션 쪽으로도 유명한 작품의 주제가 및 엔딩 송 몇 개를 맡은 경험이 있었다.
그 정도 베테랑이 내가 작곡한 곡에 극찬을 아끼지 않은 데다 가수로 참여하고 싶다고 한 것이다.
이때는 다른 일이 바빠 수록에는 참여하지 못 했지만, 써니 뮤직 쪽에서 녹음해 보내 준 곡을 들으니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보이스 톤도 가창력도 이 엔딩곡에 이만큼 잘 들어맞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엔딩곡에 이어 주제곡 작업이 끝난 상황에서,
호소카이로부터 본편 애니메이션 제작도 잘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슬슬 보이스 수록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성우 섭외도 다 끝난 상황이죠?”
“네. 그렇습니다.”
주인공 성우 역에는 코드 피어스라는 히트작 주연으로 유명했던 후쿠하마.
금발 히로인 역할에는 소드마트온라인의 히로인 역으로 열연했던 코마츠.
그밖에도 여러 베테랑 성우 또는 주목 받는 신인 성우가 포진돼 있었다.
“성우 녹음 일정도 다 정해졌구요.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말입니다. 직접 녹음 현장을 보러 오시는 것도 괜찮을 듯싶네요.”
“오. 그래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안 그래도 어떤 식으로 녹음을 하나 궁금하기는 했었다.
겸사겸사 인기 성우분들도 직접 만나보고 싶었으니까.
* * *
보이스 녹음은 유포데스크 본사가 아닌 따로 녹음 스튜디오를 빌려 진행됐다.
녹음실에 들어가자 프로듀서 호소카이와 감독인 시마자키라는 중년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귀살의 칼날을 감독을 맡았던 인물로 전투 씬 연출에 정평이 있는 사람이었다.
시마자키는 내가 보낸 오프닝 콘티에 대해 극찬을 했다.
“콘티를 읽어 보면서 아주 온몸에 닭살이 돋더라구요. 저도 김 상한테 지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 겠습니다.”
“네. 믿고 있겠습니다.”
내 콘티가 동기부여가 됐다면 좋은 일이었다.
내가 참여하든 아니든 최대한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으니까.
두 베테랑 중년 아저씨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오늘 출연하기로 한 성우들이 한두 명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늘 수록에 참여하는 것은 총 5명이었는데 그중에는 물론 남녀 주연인 후쿠하마와 코마츠도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스카프에 중절모로 한껏 차려 입고 온 마른 남성.
이제 마흔이 된 중년 아저씨라는 인상이 전혀 안 들고, 오히려 3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동안이었다.
“안녕하세요, 후쿠하마 씨.”
호소카이는 나와 후쿠하마를 서로 소개해 주었다.
“오. 이 분이 원작자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김민준이라고 합니다. 코드 피어스에서 인상 깊게 봤습니다. 오늘 녹음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히어로 학교의 원작자님을 직접 뵈니 이거 영광이네요.”
곧이어 히로인 배역을 맡은 코마츠도 들어왔다.
젊고 귀여운 인상이었지만 나름 10년차가 넘은 베테랑이었다.
써니 뮤직 산하 프로덕션에서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가 일 순위로 캐스팅된 것은 스폰서가 써니 뮤직인 것과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뭐 그것과는 별개로 실력도 출중하고 인기도 많았기에 우리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
두 베테랑을 필두로 오늘 수록에 참여할 다른 3명의 성우도 모습을 드러냈다.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눈 후에 녹음이 시작됐다.
“그런 하찮은 재능을 가지고선 히어로는 될 수 없어.”
“누가 뭐래도 난 히어로가 될 거야.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부족한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히어로를 그만두도록 권유하는 히로인.
절대 히어로가 되어 주겠다는 주인공의 진심어린 외침을 듣고 동요하는 장면이었다.
아까 인사하던 때의 유들유들한 목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정이 묻어나는 목소리.
조이라보 때 베테랑 성우 분을 보던 때와 같은 충격이었다.
목소리만으로 순식간에 그 세계 속에서 주인공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졌다.
‘역시 프로는 프로구나.’
특히 업계에서 일인자를 차지했던 베테랑들의 재능은,
범인이 따라 가기 힘든 영역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
보이스 수록까지 성공적으로 끝난 이후,
3학년 1학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은 무렵.
오프닝, 엔딩 애니메이션 콘티에서부터 작곡, 작사, 가수 섭외까지 수많은 분야에서 활약한 이번 애니화 작품의 공개 날이 다가왔다.
한국에서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스트리밍 사이트와도 제휴에 일찌감치 성공하여,
스트리밍을 통해 한일 양국에 거의 동시에 1화가 선행 공개될 예정이었다.
애니메이션 방영이 머지않은 시간.
우리 가족들은 모두 거실 TV 앞에 앉아 있었다.
“이제 곧 시작되네요.”
이내 몇 달 간 고생하며 참여한 히어로 학교의 애니화 작품이 TV 화면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누나 희연도 진지한 얼굴로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들이 내 애니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어머니는 소위 막장 드라마를 즐겨 보시고 아버지는 대하 사극 매니아에 누나는 미국 드라마 덕후였다.
하지만 내 작품의 애니화 작품이라는 말에 다들 같이 보자고 난리였다.
인트로 장면이 지나고 나오는 오프닝.
오프닝 영상을 보며 아버지가 만족스럽게 미소 지으셨다.
“뭔 가사인지는 모르겠는데 노래 되게 괜찮네.”
이것이 음악의 대단한 점 중 하나였다.
언어라는 장벽을 초월해서 뭇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다.
누나도 감자칩을 깨작깨작 먹으며 감탄하고 있었다.
“와. 잘 만들었네~ 대박이다~.”
“이것 때문에 일본에 왔다 갔다 했던 거구나. 수고했어, 우리 아들.”
어머니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짓고 계셨다.
그 누구보다도 우리 가족들한테 이렇게 인정받으니 몹시 기뻤다.
1화 방영이 끝나자 호평이 이어졌다.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연일 히어로 학교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전 세계는 히어로 학교 열풍] [전 세계 만화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한국인 작가의 작품]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의 정상에 선 한국인]쏟아져 나오고 있는 인터넷 기사.
소위 국뽕을 자극하는 기사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그 주인공이 되니 썩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거기다 만화 업계의 유명인에게서도 극찬의 코멘트가 나오기도 했다.
[투피스의 오오타 작가도 히어로 학교 극찬해]기사 내용을 보니 투피스의 오오타가 자기 블로그에서 내 작품을 칭찬했다는 것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애니메이션 히어로 학교를 보고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근래 들어 본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보고 있다 보니 20년 전 제 애니메이션이 처음 방영된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 때의 초심을 되살리며 앞으로 남은 기간 열심히 연재하려고 합니다. 히어로 학교의 원작자인 김민준 작가님도 건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역대급 작품이라는 호평은 2, 3화에서도 이어졌다.
한일 양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그 퀄리티가 화제가 되면서, 미국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업체에서도 계약을 타진해 왔다.
위플릭스 같이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가진 업체인 만큼 그 계약금도 억대였다.
애니메이션 관련 수익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 굿즈 판매가 시작된다면…… 로열티 수입이 어느 정도 일지 상상도 안 갔다.
이런 상황에서 마벨 코믹스의 편집장인 제프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민준, 히어로 학교가 잘나간다는 소식 듣고 그저께 애니를 봤는데 장난이 아니던데? 스토리, 음악, 영상미 뭐 하나 마스터피스더구만.”
“감사합니다.”
제프는 한 가지 놀라운 사실도 전해 왔다.
“스테인 리 씨도 보신 모양이더라고. 미국에서도 워낙 화제가 되니깐 말이지.”
“스테인 리 씨가요?”
스테인 리. 마벨 엔터테인먼트의 명예 회장.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등 수많은 세계적 인기를 뽐내는 슈퍼 히어로를 창조한 분으로, 현재 세계 영화계를 주름 잡고 있는 마벨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기초를 쌓은 미국 대중 문화계의 거물이었다.
“응. 극찬을 하더라고. 지금까지 본 애니메이션 중 최고라고 말이야. 스테인 리 씨가 그렇게 남의 작품을 그렇게 칭찬하는 건 나도 처음 봐서 놀랍더라.”
“스테인 리 씨가 그렇게 말씀하셨다니…… 후우…….”
이거 감격에 말을 잇기가 힘들 정도였다.
스테인 리 같은 거물한테까지 인정받을 줄이야.
“그래서 원작자인 자네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얘기하던데. 일본 쪽 일이 너무 바쁘지 않다면 한번 만나서 점심이라도 같이 하는 건 어때.”
“저야 영광이죠.”
그런 거물을 직접 볼 수 있게 될 줄이야. 물론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스테인 리 씨를 꼭 만나보고 싶다고 흔쾌히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