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atile herald genius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새로운 가족 (3) (완결)
* * *
신후와 다시 만나는 건 거의 10년 만의 일이었다.
카페에 앉아 신후와 오랜만의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로 소년 점핑에 연재를 시작한 내 차기작이 앙케이트 1위를 하며, 히어로 학교 만큼의 흥행이 기대되고 있다는 것.
영화 시나리오가 하나 할리우드에 3백만 불에 팔렸다는 것.
완구로 시작한 내 회사 히어로 스튜디오도 순조롭게 성장하여, 서울, 도쿄에 오프라인 숍을 몇 군데 런칭했다는 얘기도 했다.
“하시는 일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히어로 학교 VR도 해 봤습니다만, 정말 시대의 변화는 빠르다는 것을 느꼈죠.”
“맞아. 요즘에는 현실보다 가상공간에서 여가를 보내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으니까.”
“심지어 사무실 없이 가상 오피스에서 소통하며 일하는 VR 오피스가 화제가 되기도 했죠.”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AI는 이미 몇몇 직업을 대체했고 그 만큼의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10년 후엔 어떻게 변화해 있을 지 알 수 없는 굉장히 흥미로운 시대였다.
“하지만 형만은 변함이 없으시군요. 어떤 분야에서건 그 누구보다 활발히 활동하시고 계시니까 말입니다.”
“덕분에 말이지.”
아이들이 자라면서 내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덕분에 차기작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또한 그동안 게임, 애니메이션 등 여러 업계에서 일하며 작업한 콘셉트 아트를 모아 일본, 미국, 프랑스, 영국에서 해외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지금은 미술 분야의 큰 손이 된 에밀리아의 협력을 받아서. 그녀와는 거의 20년 가까이 파트너십을 계속해 나가고 있었다.
“솔직히 형이 이 정도로 성공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재능이 갖고 있더라도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지 않고 허송세월하는 이들도 세상엔 적지 않으니까요.”
“그렇긴 하지. 사실 나도 몰랐어. 처음 아는 형한테 게임 일러스트 외주를 받을 때만 해도 말이야.”
얻은 재능을 활용하고 어필하러 부단히 애를 썼다.
그것이 새로운 기회로, 그리고 또 새로운 기회로 이어졌다.
“후회 없게 매일 열심히 산 건 확실하지.”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젊음은 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전부 실현하기 위해서 달리고 또 달렸다.
덕분에 내 지난 20년에 후회라는 것은 없었다.
아마 첫 번째 인생에서 실패를 맛보지 않았다고 한다면, 나는 이만큼 노력할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지금은 크리에이터 업계에서 형만 한 영향력을 끼친 사람은 없죠. 형과 형의 작품을 보면서 저 또한 형의 팬이 된 것 같습니다.”
“고마워. 내 팬은 언제나 환영이지.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무슨 일로 부른 거야?”
“단지 축하를 드리러 왔을 뿐입니다. 이제 곧 떠날 때가 된 것 같아서요. 아. 그러고 보니 한 가지 말씀 드릴 것이 있었는데. 혹시 제 목소리가 거슬리시진 않았을지 신경 쓰이는군요.”
“목소리?”
“아. 시스템 음성 말입니다.”
멋쩍어 하고 있는 신후.
시스템 음성이 사실은 신후가 녹음한 거였다니…….
시스템 양이 아니라 알고 보니 시스템 군이었나?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것을 알아 버렸다.
“녹음하느라 애를 쓰긴 썼죠. 아무튼 20년 간 당신을 지켜보며 즐거웠습니다. 그 어떤 책, 영화보다도 즐거웠습니다. 당신 덕분에 이 세계의 많은 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일종의 보람을 느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신후.
“당신과는 언제 또 만나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도 후회 없이 멋진 삶을 사시기를…….”
신후의 몸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카페 안의 다른 이들은 아무도 인지하지 못 하는 듯했다.
“그럼 안녕히…….”
다음 순간 신후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 * *
짧았지만 나는 녀석과의 추억을 곱씹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재능 흡수나 재능 감지 능력은 이전과 그대로였다.
신후는 떠났지만 목소리라는 형태와 나와 함께 할 터였다.
시스템 양…… 아니 시스템 군으로서…….
어둑어둑할 무렵…….
집안으로 들어가자 향긋한 음식 냄새가 풍겨오고, 앞치마를 두른 예린이 고개 돌려 물었다.
“자기. 어디 갔다 왔어?”
“그냥 오랜 친구 좀 만나러 오느라…….”
“오랜 친구?”
“훈련소 동기……. 아니 내 인생의 은인이라고 할까.”
“그래? 아무튼 저녁 준비 거의 다 되 가니까 애들 좀 불러줄래?”
“응.”
나는 2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불렀다.
예준이는 음악실에서 열심히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예준아, 슬슬 저녁 먹자.”
“네. 조금만 더 치고 갈게요.”
예준이 치고 있는 곡은 프란츠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였다.
내가 저번 주 주말에 가르쳐 준 것이었는데, 한 주도 안 되서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있었다.
‘옛날 추억이 자꾸 떠오르네.’
20년 전 가연 예고에서 이 곡을 처음 연주해 주던 시절 말이다.
사실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은 그때였을 지도 모른다.
이현민. 박철환. 김준희. 엘레나.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수많은 인연을 만난 것은 가연 예고 시절이었다.
평생의 배우자가 될 소중한 이를 만난 것도 바로 그곳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미역국과 제육볶음, 잡채 등등 화려한 한식이 세팅돼 있었다.
놀랍게도 모두 예린이 직접 만든 음식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요리를 해 주시는 분이 따로 있었지만 최근 들어 예린이 직접 요리를 하고 있었다.
삼명 백화점의 CEO로 활동하면서 예린은 틈틈이 요리를 배우고 있었다.
밤늦게 퇴근하면서 틈틈이 뮤튜브로 요리 방송을 챙겨 본다는 듯했다.
“음~ 점점 실력이 느는 것 같네. 이만하면 전문 요리사 뺨치겠어.”
“그렇게 말해 주니까 열심히 만든 보람이 있네.”
예린은 맛있게 식사하는 민예와 예준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 했던 내 아이들은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다짐.
그것을 아내는 요리를 통해 실천하고 있었다.
* * *
저녁밥을 먹고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있는 넓은 작업실.
외부 작업실에 가기 귀찮을 때나 철야 작업이 필요할 때 쓰는 방이었다.
30평 아파트 거실 규모의 크기에 컴퓨터, 태블릿, 작곡용 장비 등등 온갖 창작 활동에 필요한 것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우리는 주말마다 이곳을 사용하곤 했다.
내가 민예와 예준과 함께 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서였다.
그 새로운 프로젝트란 단편 웹툰이었다.
2년 전 신춘문예에 당선된 예준이의 단편 소설 작은 방.
그것을 웹툰으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물론 민예와 예준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기에, 이 프로젝트를 하자고 설득하는 데만 거의 1년이 걸렸지만, 겨우 겨우 두 달부터 시작하여 이제는 거의 완성 단계에 있었다.
예준이는 시나리오 및 감수 역할.
콘티와 작화는 나와 민예가 맡기로 돼 있었다.
근래 들어 가장 즐겁게 진행하고 있는 작업이었다.
내 아이들과 함께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내 오랜 꿈이었으니까.
물론 아이들의 생각은 나와는 조금 다른 듯 했지만 말이다.
“아. 귀찮아…….”
“민예야, 한숨 쉬지 말고. 얼마 안 남았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지.”
“그래야죠. 근데 친구들이랑 유럽 여행 허락해 주시는 건 잊지 않으셨죠?”
“당연하지.”
온순한 예준과는 달리 민예는 꽤나 말괄량이였다.
언제 철이 들까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딸아이의 미래에 대해서는 딱히 걱정은 없었다.
예린을 닮은 것인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었으니까. 실제 그녀가 연재하고 있는 웹툰은 업계 톱이라 불릴 정도의 작화력을 바탕으로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었다.
“이 부분은 주인공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게 흐름 상 더 낫지 않아요?”
“음……. 확실히 그렇네.”
민예는 콘티 제작을 거의 20년은 해 온 나도 놀랄 만큼 날카로운 지적을 하기도 했다.
쉬엄쉬엄 작업하라고 예린이 가져다 준 과일을 먹으며 우리는 한동안 작업에 몰두했다.
“이쯤이면 대략 완성된 거 같은데요?”
“어디 보자.”
우리 가족의 첫 작품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모니터는 우리의 2달간의 작업물을 비추고 있었다.
예준이는 자기의 소설이 훌륭하게 웹툰화된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예도 물론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만 해도 둘은 꽤 다투었었다.
얘가 쓴 소설은 노잼이라는 둥.
얘가 그리면 자기 소설의 진가를 담아내진 못 할 거라는 둥.
그렇게 다투던 두 아이는 만족스럽게 자신들의 작업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갑자기 서로의 재능을 인정해주고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평범한 스토리도 만화로 만드니까 봐줄 만하네.”
“아니. 작품의 핵심이 되는 스토리가 좋으니까 만화가 사는 거지.”
모처럼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싶더니 아직은 요원한 듯했다. 그래도 뭐…… 서로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기는 일일 지도 모른다.
“난 둘 다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스토리, 작화 둘 다 충실할 때 빛나는 게 만화니까. 그건 그렇고 작품도 완성됐겠다. 정식 웹툰으로 런칭할 준비도 해야겠지?”
“그렇네요. 뭘 하면 되려나요?”
“이런 웹툰이 있다고 출판사 쪽에 보여 주고 계약부터 해야겠지. 그건 말이지. 나보다는 너희가 직접 해 줬으면 좋겠어.”
“우리가요?”
“당연하지. 난 옆에서 콘티랑 작화에 대해 조언을 좀 해 줬을 뿐이고, 실질적으로 작품을 완성해 낸 건 너네 둘이니까 말이야. 레이버 웹툰 쪽 사람한테는 미리 연락은 넣어둘게.”
나와 나인 작가, 준희의 편집자였던 임형택.
우리 셋이 관여한 웹툰이 모두 히트를 친 덕분도 있어, 지금은 레이버 웹툰의 사업부장까지 승진해 있었다.
그라면 내 아이들을 잘 도와줄 터였다.
“해 보죠 뭐.”
“이만한 퀄이면 읽어 보자마자 바로 계약하자고 난리일 거 같은데. 안 그래?”
“내 소설 원작이니 화제성도 충분하겠지.”
자신 있게 말하는 두 아이를 나는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앞으로도 둘이 함께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는 것이 아버지로서의 작은 바람이었다. 언젠가는 함께 작업한 만화가 내 만화를 넘어 세계 판매 부수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내 아들, 딸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것을 나는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때문에 세계 최고의 크리에이터로 계속 남아 있는 건 어려울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내 아들, 딸과 경쟁해야 될 지도 몰랐기 때문에.
하지만 아이들이 나보다 더 뛰어난 작품을 만들게 된다면, 기꺼이 일인자의 자리를 내놓을 생각이었다.
‘앞으로 몇 년 후면 그런 날이 오게 될까…….’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었다.
* * *
[완결 후기]그저 감개무량합니다.
전작인 스펙 매니저라는 작품의 완결이 15년도였으니,
거의 5년 만에 완결이라는 것을 해보는 셈입니다.
이전 유료화 공지에서도 밝혔듯 전업 작가의 길에 도전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완전히 글과는 관련 없는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에 치여 살며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5화 쯤 써보고 그만두기를,
반복하며 살던 제가 본격적으로 다시 작가의 꿈에 도전하게 된 데는
한 가지 계기가 있었습니다.
그건 작년 가을 쯤에 보았던 한 스트리밍 방송이었습니다.
한 웹소설 작가 지망생 분이 쓰시던 방송이었고,
그곳에서 저는 작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지망생 분을 보았습니다.
글을 본격적으로 제대로 써보겠다 하는 스위치가 켜진 것은…
그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가려했지만 능력의 부족으로 갈 수 없었던 길.
매일 최선을 다하고 결국엔 성공을 이루시는 그 분의 모습을 보며,
작가라는 꿈에 대한 열정이 다시 타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후 퇴근 후나 주말 동안 친구를 만나거나 노는 대신,
글에 시간을 투자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두 작품? 정도를 쓰고 엎고 반복한 후,
작년 12월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쓰게 된 것이 이 작품입니다.
2달 동안 15화 정도를 쓰고 수정하고를
반복하다가 올해 1월부터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9개월이 지난 현재.
이렇게 완결 후기를 쓰게 됐습니다.
이번 작품을 쓰면서 김민준이라는 주인공에 감정 이입을 하며 썼던 것 같습니다.
저도 실패한 작가 지망생이었고 다른 업계에 온 이후에도,
스스로에게 재능이 없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며 살아가던 사람이었으니까요.
나한테 재능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
그것이 재능 흡수라는 소재를 쓰게 만든 주요 동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글을 쓰며 개인적으로 힘든 순간도 많았습니다.
아쉬운 점을 지적해주시는 댓글에 매일 반성하고,
재미가 없어 독자 분들이 떠나가시지 않을까 두려워하면서,
어떻게든 좋은 글을 뽑아내려 애썼던 9개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본업과 병행하여 글을 쓴다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즐거운 기억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비루한 인생에서 모처럼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신 것은,
독자 여러분들의 덕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진 능력에 비해서 과분한 성적이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4~5화 정도 외전을 연재한 후에,
바로 다음 작품을 준비할 예정에 있습니다.
장르는 아마 이번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장르를 구상 중입니다.
새로운 도전이 되겠지만 이번 작품을 연재하며 얻은 교훈과 노하우를,
모두 녹여내서 쓰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없는 재능을 노력으로 채워 독자님들이 읽으시며,
즐거움을 느끼실 만한 그런 작품을 쓰려고 합니다.
그럼 다음 작품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