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100)
* * *
쐐에에에엑!
하늘에는 그리핀 부대가.
두두두두두.
땅에는 자욱한 흙먼지를 날리며 질주하던 준마들이 어느 지점을 기준으로 세 갈래로 나뉘어 달려 나갔다.
그들의 목적지는 투본산과 나프레산, 델카우산으로 신수들이 갇혀 있는 목장이 있는 곳이다.
얼마 후, 각각 목적지에 기사들이 도착하자, 그들을 이끈 단장이 외쳤다.
“목장 입구를 막아라.”
촤좌좌좌좌좌!
각 목장에 도착한 기사의 수는 서른 명이 조금 넘었지만, 그들이 이끌고 온 병사들은 그들의 열 배.
병사들이 목장 입구를 에워싸자,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은 목장 사람들이 하나둘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히익, 뭐, 뭡니까?”
“대, 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난데없는 기사들을 등장으로 목장은 소란이 일어났다.
기사단장이 플린트 공국의 상농국의 인장이 박힌 서류를 손에 쥔 채, 크게 외쳤다.
“특별감사단이다.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밖으로 나오도록!”
곧장 대동한 상농국의 관계자와 기사단은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곳곳에서 위반사항이 튀어나왔고 목장은 즉시 폐쇄조치가 취해졌다.
축종별 사육 위반, 입출입 두수 기재 위반 등 죄목이 다양했지만, 가장 큰 죄목은 바로 신수의 불법 사육이었다.
이번 감사에 전권을 가진 마커스는 로이칸을 타고 다니며 명령을 내렸다.
“목장은 폐쇄하라. 여기 있는 자들을 모두 잡아들이고 구조한 신수들은 안정을 취하게 하라.”
이 과정에서 마커스는 유용한 정보까지 손에 넣었다.
* * *
감사에 앞서 미리 기사단장에게 귀띔했었다. 혹시 누군가가 몰래 건물 안으로 들어가거나 어디론가 사라지면, 잡지 말고 감시만 하라고.
그 결과.
“죄다 다모다에게 연락하는군.”
다모다라는 놈이 밀렵한 신수 관리자인 것 같군.
그놈을 잡아 족치면 윗선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나는 곧장 통신구를 집어 들고 우디올과 연락을 시도했다.
혹시 모를 연락을 위해 주벨로가 만든 휴대용 통신구를 우디올에게 하나 줬던 게 쓸모가 생긴 것.
=예, 대장님. 말씀하십시오.
“다모다라는 자를 알아 봐. 그가 중간 연락책인 것 같다.”
=알겠습니다.
레가시와 마찬가지로 ‘왜’라는 말을 묻지 않는 우디올. 성과 또한 레가시에 뒤지지 않았다.
목장에 남아 있는 놈들을 잡아들이고 자료를 압수하는 과정들은 상농관리들과 기사들이 할 일이었고, 나는 세 군데 목장을 돌면서 신수들을 관리했다.
이미 입수한 정보로 각각 신수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제공, 아픈 신수들은 치료소로 보냈다.
[고맙습니다. 드루이드!] [드루, 고마씀니다.] [드루니, 조하!]신수들은 팅거, 벨라가 내가 드루이드가 되자마자 알아차렸던 것처럼 내가 드루이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하며 나를 흐뭇하게 했다.
단 한 놈만 빼고는.
[야! 마커스. 가자!]누보뿐 아니라 고기까지 잔뜩 먹은 용새, 아니 헤츨링 카이가 짧은 다리를 건들거리며 말했다.
-가자니. 넌 안 가?
[내가 가긴 어딜 가?]-너 헤츨링이라면서? 그러면 레어나 뭐 그런 곳이 있지 않냐? 거긴 보석도 어마어마하게 많다던데.
어디선가 봤던 말을 입에 올렸다.
[쳇, 그깟 보석 따위.]-와, 그깟 보석이라니. 네놈은 우리 인간들이 그걸 손에 넣기 위해 죽도록 노력하는 걸 알기나 하냐?
[흥!]카이 녀석이 거만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표정과 모습은 거만한 목소리와 상반돼 보였다.
고개를 쳐들며 거만하기 짝이 없게 대답하는 팅거와는 달리, 카이 녀석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꼬리도 뭔가 좀 쳐진 거 같고. 심지어 등 부분에 보일락 말락 하는 아주 작은 날개마저 축 처진 게, 풀이 죽어 보였다.
나는 저런 표정을 잘 알고 있다.
김민혁일 당시 종종 유기동물 보호센터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같은 보호센터에 주로 다녔던 터라 친해진 동물들이 꽤 됐었다.
크고 험악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봉사자들도 무섭다며 접근을 꺼리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녀석들이 내가 돌아갈 때 저런 풀죽은 표정을 지었다.
하여 나도 모르게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가자.
[응.]웬일인지, 카이는 뻗대지도 않고, 투덜거리지도 않고 투다닥 뛰어와 내 손을 잡았다.
그렇게 카이를 데리고 로이칸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신음이 들려왔다.
[아파…… 구해…… 줘.]뭐지? 나는 감각을 높여 주변을 둘러봤다. 카이와 팅거, 벨라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소리 들었지?
[응.] [웅.] [알타이칸이 아픈 거 같은데?]카이의 입에서 알타이칸이라는 말이 나오자. 팅거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뭐? 알타이칸? 어쩐지!]대답은 내가 아닌 팅거가 했다. 팅거는 말을 하자마자 휘익 날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날아왔는데, 화난 표정이 역력했다.
[야, 마커스. 저기에 알타이칸이 갇혀 있어.]-알타이칸? 걔도 신수야?
어느새 나는 달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설명은 벨라가 해 줬다.
[아니, 걘 반신반몬이야.]-아, 그러면 그 종도 실버폿처럼 얌전한 애들이야?
[그건 아닌데, 마나가 아주 많아.]우리보다 빨리 날아간 팅거가 어느 동굴 앞에 가 있었다. 카이를 발견했던 동굴보다 조금 더 작았고 역시 마나실드석이 커다랗게 하나가 박혀 있었다.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조심할 필요가 없으니까 나는 문을 아예 부수고 들어갔다.
“에, 그러니까 얘들이 알타이칸?”
내가 보기에는 시베리아 호랑이처럼 생겼다. 덩치만 더 컸을 뿐.
그런 맹수들 세 마리가 다 죽어 가고 있었다. 원인은 카스카 왕자와 같았다.
쇠사슬에 박힌 징이 살을 파고들었던 것. 다른 점이 있다면, 왕자는 발목이었지만, 지금 내 앞에 쓰러진 알타이칸들은 발목과 목에 쇠사슬이 묶여 있었다.
그리고 몸 군데군데 상처도 심했고.
“학대를 당했군.”
호랑이처럼 생긴 녀석이니, 분명 성격도 보통은 아닐 터. 이 녀석들을 길들인다는 명목으로 두들겨 팬 모양이다.
학대한 놈들도 똑같이 당해 봐야 한다. 그래야 자신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알 수 있지.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그놈들, 학대범들에게 똑같이 해 주고 싶지만, 일단은 이 녀석들 치료가 우선이다.
나와 팅거는 서둘러 녀석들의 몸에 감긴 쇠사슬을 풀어줬고 그 자리에서 마나치료술로 치료해 줬다.
쏴아아아!
이제는 총천연색의 마나가 원하는 만큼 뿜어져 나왔다.
눈에 띄게 상처가 줄어들더니, 잠시 후, 알타이칸은 일어날 수 있었다.
[고맙다.]그중 한 명이 유독 상처가 깊었는데, 아무래도 이 녀석 성격이 제일 센 모양이다. 나는 그 녀석에게 말했다.
-넌 아직 다 나은 건 아니야. 치료소에 가서 치료받을래?
[괜찮다. 혼자 낫는다.] [낫긴 뭘 나아? 하여간에 고집은.]카이가 고집을 부린 알타이칸에게 툭툭툭 걸어가더니, 앞발을 알타이칸 이마에 얹었다.
화아아아.
갑자기 카이 녀석의 눈동자와 같은 보라색의 빛이 동굴을 밝혔다.
카이의 앞발에서 엄청난 마나가 뿜어져 나온 것.
내가 알타이칸들을 치료해 준다고 줄어든 마나가 대번에 맥스까지 차올랐다.
“오!”
얘, 대용량 휴대용 배터리네. 그것도 즉시 충전되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카이 이 녀석을 옆에 둬야 할 이유가 내 쪽에서 생겨버렸다.
완전히 치유된 알타이칸들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서 내가 말했다.
-만약에, 너희 구역에서 살기 힘들어지면 내 영토로 와라.
누구보다 위치에 밝은 벨라가 알타이칸에게 내 영토의 위치를 알려 줬다.
-단, 그곳은 하나의 규칙이 있다.
[뭔가?]-이유 없는 살생은 금물이고, 서로 도우며 살아갈 것.
이건 이번에 구조한 신수들 모두에게 했던 말이고, 자신들의 동료들과 이동하겠다고 대답한 신수들도 있었다.
[고맙다. 생각해 보겠다.]그렇게 말한 후, 그들은 숲속으로 달려갔다.
알타이칸이 나를 은인으로 생각한다는 금색 글씨가 허공에 박히는 걸 보면서 우리는 로이칸을 타고 임시 본부로 돌아왔다.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카이는 로이칸과 함께 숲에서 머물기로 했다. 만에 하나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었을 때, 소란이 일어날 게 틀림없으니까.
다행히 순순히 카이는 말을 잘 들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하루 24시간 중 20시간 이상 비몽사몽이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헤츨링들은 하루에 80%를 잠으로 보낸다나?
어쨌든 내가 신수들을 구한다고 동분서주하는 동안, 임시 본부에는 소독제와 항생제, 수액 등 유행병 치료에 필요한 물품들이 도착해 있었다.
역시 신속 정확한 율리시즈 백작이다.
나는 곧장 율리시즈 백작에게 연락했다.
“고맙습니다. 아버지.”
=다행히 근처에 협력 상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걸로 괜찮냐? 치료사들은?
앨버부르크 치료탑에 도움을 요청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지 않냐는 뜻이었다.
“아크리스 크리턴슨 왕께 지원을 부탁해 이미 도착했습니다.”
=그거 잘됐군.
아크리스 왕국이 가까이에 있어서 나는 플린트 공국과 협상이 끝난 직후, 크리턴슨 왕에게 요청해 유행병에 경험자들을 지원받았다.
당연히 치료사들과 업무진들도 도착했는데, 슈타인 행정관이 그들을 인솔해 왔다. 덤으로 벤도르 기자까지.
벤도르 기자는 신수 구조 활동까지 취재했는데, 적당한 시기에 터뜨릴 생각이다.
물론 그 시기는 내가 정해 줄 것이고.
다행히 유행병은 초기였기 때문에 빠르게 진정되었다. 그리고 전국으로 예방만 하면 되는 상황.
생각보다 빠른 진압으로 플린트 공국의 왕은 크게 기뻐하며 나를 왕궁으로 초대했다.
“마커스 율리시즈 백작이 아니었다면, 우리 공국은 아주 곤궁에 빠졌을 겁니다.”
아크리스 왕국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왕은 나를 아크리스 왕국의 직위로 불렀다.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호호호, 겸손하다더니, 역시 듣던 대로군요.”
플린트 공국의 왕인 챈드라 카알리.
미모의 카알리 왕은 아주 화통했다.
그녀의 관심사는 공국의 안위.
하여 그녀는 행정관들의 투명성을 강조해 왔다고 했다.
이것 역시 우드올이 알아다 준 정보.
“그래서 나는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카알리 왕은 의지를 내비치며 내게 물어왔다.
“그래서 말인데, 백작은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어떻게라니요?”
“백작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 백작에 관해 좀 알아봤어요.”
나 또한 플린트 공국 왕을 조사하고 왔으니, 딱히 미안해할 건 없다.
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왕은 대륙아카데미 마법부 출신.
그녀가 아카데미 수학할 때는 물론이고, 졸업하고도 사람들은 그녀가 플린트 공국의 왕세녀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그녀가 왕이 된 후, 그 사실이 밝혀졌다고 했다. 그것도 극소수에게.
그 극소수 중 한 무리가 바로 결사대들이었고.
그렇다고 내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굳이 밝힐 필요는 없지.
나는 싱긋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런데 이런 말을 굳이 내게 털어놓는 이유는 뭐지?
“이번 일, 분명 마신과 연관이 있는 거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우리 공국에서 일어났을까요?”
이런 말을 하려고 밑밥을 깔았던 거로군. 나는 편히 말을 받았다.
“중립국인 스턴 왕국이 옆에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스턴 왕국 주변에 산세가 높고 목장이 많은 곳이 바로 여기 플린트 공국이고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하나.”
지금까지 여상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 나가던 왕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졌다.
“마기를 흡수한 마나는 중화되어 버린다.”
레온 주교의 입에서 나왔던 말이 카알리 왕 입에서 흘러나왔다.
“달리 말하면, 마기를 마나 속에 숨길 수 있다는 말이죠. 그리고 그 연구를 한 작자가 바로 우리 공국에 있답니다.”
마기를 숨겨서 신성기사들이나 사제들의 눈을 피하는 것도 연구의 결과였다고?
“예?”
“그리고 그 작자가 원로원의 지원을 받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