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103)
평화롭던 연구소에 느닷없이 닥친 폭음.
사람들은 공포에 서린 외침을 쏟아 냈다.
“뭐, 뭡니까?”
“습격이다! 자료, 자료실을 사수하라.”
“실드, 실드 마법을! 보안 마법사!”
“아, 안 됩니다. 주문이 먹히지 않습니다.”
콰아아앙!
또다시 요란한 폭음이 들려왔다.
“으아아악!”
“아악, 사, 살려 줘.”
건물이 흔들리고 기둥이 무너지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비명을 내지르며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러나 운이 좋게 피한 사람은 어디까지나 입구에 있던 사람들, 마커스의 수술 장면을 참관하던 사람들은 무너진 건물 안에 갇히게 되었다.
갇힌 사람의 대부분은 연구소의 주요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이 정도 상황은 충분히 극복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중에 완즈 백작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황하지 마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완즈 백작이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완즈 백작의 무기는 바로 공명 마법. 소리로 공기를 진동시켜 건물도 흔들리게 만드는 마법이다. 자신의 말소리를 크게 키우는 것쯤이야 기초 중의 기초였다.
투다다닥.
쾅쾅쾅쾅.
“문, 문이 안 열려.”
“끄으윽, 다리, 내 다리.”
그러나 자신의 말을 귀담아듣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들 귀에는 들리지 않았던 것.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자신의 마법이 먹히지 않자, 완즈 백작은 당황했지만, 노련한 수장답게 바로 옆에 있는 마법사에게 명령했다.
“위블 마법사. 지금 뭐 하고 있습니까? 보호막을, 어서! 치료사를 보호하세요!”
다른 건 몰라도 마기 흡기장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치료사가 죽으면 안 된다.
완즈 백작은 치료사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 명령을 내렸다.
이번 연구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원로원으로부터 문책을 당할 거니까.
‘그건 안 된다. 어떻게 얻어 낸 능력인데.’
원로원에게 받은 능력으로 공명 마법의 능력을 키워 왔다. 조금만 더 지원받으면 조만간 1인자가 될 수 있다.
야욕에 물든 완즈 백작은 다시 한번 외쳤다.
“무슨 일이 있어도 치료사는 살려야 합니다.”
“실드!”
“실드!”
실드 마법을 위치는 마법사, 위블. 그는 시뻘건 얼굴로 계속 주문을 외치고 있었다.
‘이, 이거 왜 이러지?’
방어 마법으로 이 건물의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위블 마법사는 건물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은 즉시, 실드 마법을 시전했다. 당연한 대처.
그런데, 그의 마법이 막혀 버린 거다.
마커스가 이 건물 안에선 최고 실력자라고 느꼈던 마법사답게 위블의 마법이 완전히 막힌 건 아니었다. 그러나 평소에 비하면 1/3도 안 되는 수준.
그나마 그가 할 수 있는 건 자신 주변. 당연히 근처에 있던 마커스까지 혜택이 돌아갔다.
이건 완즈 백작이 바라던 바이기도 했다.
꽈광쾅쾅.
또다시 크나큰 울림과 함께 건물이 후두둑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건물 뒤 후문이 와장창 깨지면서 탈출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건물 안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우르르 후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때였다.
이미 연구소 입구에서 적들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던 지로드 교수가 외쳤다.
“준비!”
“옙.”
스무 명의 마법전투사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한 손에는 검을, 다른 한 손에는 방패를.
“으아아아아!”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오자, 지로드 교수가 외쳤다.
“쏴라!”
후우웅 퍼버펑펑!
슈우우웅!
쏴쏴쏴쏴쏴쏴쏴.
화염 공격이 시작됐다. 커다란 화염 불꽃이 날아갔고 화염 화살이 쏘아졌다.
“으윽!”
“컥!”
탈출하던 사람들이 입구에서 불화살을 맞고 쓰러지자, 뒤이어 나오던 사람들이 당황하며 외쳤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밖에서는 적들이, 안으로는 건물이 무너지고 있었다, 퇴로가 막힌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누군가 쓰러진 동료를 방패 삼아 도망치는 자가 생겼다.
그걸 본 사람들은 아주 잠시 동요했지만, 살겠다는 일념으로 즉시 행동에 옮겼다.
“이잇, 모르겠다.”
쓰러진 동료들은 이제 그들에게는 방패,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쿠과과쾅!
운이 좋은 사람들은 숲속으로 도망을 칠 수 있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입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투사들의 공격을 받아 쓰러졌다.
그러한 사람들 대부분은 연구소의 일반 직원들. 그 사이에 마법사도 끼어 있었는데, 그에게는 방패막이가 없었다. 그래도 이대로 죽기는 싫은 마음에 죽기 살기로 뛰어나가면서 손을 뻗었다. 지금까지 수십 번도 더 시도했던 마법.
후우웅!
허공에 밝은 빛이 물결치듯 일렁이더니 투명한 막 그를 감쌌다.
그때였다.
슈슉.
그에게 마법 화살이 쏟아졌다. 순간,
팅, 팅, 팅.
화살이 바닥에 떨어졌다. 실드 마법이 완벽하게 구현된 것.
그것 본 마법사들의 동공이 흔들렸다.
“되, 된다, 된다!”
“우와와와와, 이제 살았다.”
마법사들은 머리가 좋은 족속들이다. 상황 파악이 빠른 그들은 작금의 상황을 이해했다.
지금까지 막혔던 마력이 건물 밖에서는 해금이 되었다는 사실을 마법사들이 인지하는 순간, 상황은 순식간에 반전됐다.
“반격하라!”
완즈 연구소 마법사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 * *
건물 곳곳에 숨겨 놓은 마나차단석, 마법차폐석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오자마자 손끝으로 마나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기회는 바로 지금. 마법사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공격에 들어가야 한다.
지금이닷!
내게 등을 보이는 마법사들에게 공격을 시도하는 그 순간.
후우우웅!
“윽!”
갑자기 몸이 뒤로 휘청거렸다. 이건!
불이 튀어 나가는 것도 아니고, 화살을 쏜 것도 아니다.
내 앞에서 완즈 백작이 전투사들을 향해 손을 뻗었을 뿐인데, 땅이 흔들린 것처럼 몸이 앞뒤로 흔들렸다.
고막이 찢어지고 얼굴이 뜯겨나갈 것 같은 어마어마한 압력.
“크윽!”
지이익. 신발이 뒤로 밀려 나갔다.
이익. 나는 다리에 온 힘을 다해 버텨 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나처럼 버텨 낸 건 아니었다.
“아아아악!”
“으어어어!”
전투사들이 속절없이 쓰러져 버렸다. 심지어 날아가 버린 전투사도 보였다.
그런 와중에 두 번째 공격, 불화살이 날아갔다.
그때, 저 멀리 지로드 교수의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검을 들어 공기를 내려쳐라. 화살을 날려 버려라.”
지로드 교수는 그렇게 말을 하곤 손을 뻗어 허공을 가르는 행동을 했다.
후우웅!
바람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커다란 움직임.
진동하며 이리저리 요동을 치던 몸이 순식간에 멈췄다.
“후.”
팽팽한 증기압이 어디론가 새어 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
“하아압!”
“파이어스피…….”
내 앞에 서 있는 마법사 둘이서 공격 마법을 시동 걸었다.
딱, 딱, 딱.
나는 둘에게 마나를 날렸다.
앞만 신경 쓰느라 뒤는 안심하고 있던 그들.
“윽!”
“헉!”
정확하게 손과 다리에 공격을 당한 두 사람이 쓰러졌다. 완즈 백작과 또 한 사람.
나는 곧장 달려가서 곧바로 마나구속구를 채웠다.
두 사람이 그런 내게 소리쳤다.
“에, 에르 치료사 왜 이럽니까?”
“왜, 왜 이러는…… 이 새끼, 너 누구냐?”
“누구긴, 너를 잡으러 온 사람이지.”
그러나 내 말을 이어지지 못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뒤에서 또 다른 마법사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언제 왔는지, 기사도 세 놈이나 검으로 나를 노리고 있었고.
내 이럴 줄 알았지.
나는 크게 외쳤다.
“엘스테어 마법사님! 이놈들을 잡아 주십시오.”
엘스테어 마법사의 특기는 포획 마법. 손에서 그물 같은 마나가 뿜어져 나와서 상대를 옭아매는 마법이다.
영향력이 반경이 5m 내외이긴 하지만, 내가 던진 놈들은 충분히 엘스테어 마법사 반경 안으로 들어갈 터.
나는 잡은 두 사람을 힘껏 던졌다.
그리곤 나는 ‘플라이’를 외치며 날아올랐다.
그 순간, 지로드 교수 쪽에서의 공격이 시작됐다.
“쏴!”
쏴쏴쏴쏴쏴쏴.
지금까지 내가 맞을까 봐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던 엘라로투스 전투사들의 공격이 시작된 것.
그들의 손에서는 끊임없이 화염이 뿜어져 나왔고 화살이 튀어나왔다.
“으아아악!”
“컥컥컥커억!”
이쪽 저쪽 할 것 없이 날아드는 불화살을 쳐 내며 서로에게 공격을 해 댔다. 그러나 이미 기세는 엘라로투스 전투사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러나, 완즈 연구소 마법사들의 공격도 만만치 않은 상황.
콰앙!
갑자기 아군, 엘라로투스 전투사들 진영에 큰 불덩이가 떨어졌다.
“끄아아아!”
불꽃이 몸에 번진 전투사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이 미친!”
나는 날아가면서 외쳤다.
“속성변환!”
그러면서 팅거에게 외쳤다.
-팅거! 빨리.
[알았어. 속성변환!]나와 팅거의 활약으로 불은 물이 되어 진정되었지만, 화염에 화상을 입은 전투사들은 괴로워했다.
“끄으윽!”
“으아아악!”
나는 곧장 그들이 있는 쪽으로 날아가 마나치료술을 시전했다.
우우우웅!
그때, 언제 날아왔는지, 머리 위에서 벨라가 내게 마나를 불어넣어 줬다.
부상자들을 완전히 치료해 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진정만 시켜준 후, 다시금 날아올랐다.
“두고 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나는 놈들에게 당한 걸 그대로 갚아 줬다.
펑버펑!
화르륵, 불이 타오르자 건물이 무너져 내리려고 했다. 그건 안 될 일이다.
놈들을 쓰러뜨리는 건 목적에 맞는 것이지만, 건물 안에는 동물들이 있다. 건물이 타오르는 건 안 된다.
나는 외쳤다.
“속성변환!”
그러나, 타오르는 연구소는 진화가 되지 않았다. 불이 물로 변하지 않았던 것.
마나를 너무 많이 쓴 까닭이다.
“안 돼!”
나는 팅거를 애타게 불렀다.
-팅거!
[아, 알았다고.]팅거가 속성변환을 일으켜 연구소 진화작업에 들어갔다.
마나가 남아 있지 않은 지금, 이제는 몸으로 놈들을 때려잡을 일만 남았다.
그때, 갑자기 벨라가 소리쳤다.
[마커스! 뒤!]후우웅.
뒤에서 검날이 날아들었다.
“이야압!”
나는 검날을 피한 후, 검날의 주인에게 손을 뻗었다.
휘유우.
마나가 날아가다 말았다.
아직 공격하기에는 마나가 덜 찬 것.
그때, 뒤에서 또다시 검날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옆에도.
마법사들 한 놈이 일루전 마법을 쓰고 있는 것.
이럴 때는 본체를 때려잡으면 된다. 가짜들의 검에도 베이면 죽는다. 조심해야 한다. 나는 놈들의 검을 피하며 기회를 노렸다.
놈의 마나는 8천이 조금 넘은 상황. 평소라면 충분히 해 볼 만한 상대다.
그러나 지금의 내 상황으로는 버겁다. 솔직히 말하면 많이 버겁다.
지금은 놈의 검날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그런데.
한 놈이 세 놈이 되더니, 순식간에 불어나 9명이 내게 검을 겨눴다.
“아…….”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나는 아군 진영으로 시선을 모았다.
지로드 교수는 물론이고 엘스테어, 루즈텍 마법사 모두가 적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심지어 진투사들 마저 모두 싸우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방법은 하나. 몸빵뿐이다.
휘이익.
나는 있는 힘껏 날아올라 바로 눈앞에 다가온 녀석의 검을 후려쳤다.
깡!
툭. 검이 바닥에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눈앞에 다가오는 검날.
쓰윽, 쓱, 쓱.
날카로운 소리가 나를 에워쌌다. 나를 노리고 있는 검이 벌써 네 개.
날아오를까?
아니면 자세를 숙여서 서로 부딪치게 만들까? 팅거. 벨라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마나를 쏴 달라고.
그때였다.
[야!]하늘 위에서 카이 목소리가 들렸다.
-카이!
로이칸을 탄 카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을 뻗어 봐.]-바빠. 너랑 장난칠 시간 없어!
[아, 진짜 말 많네, 뻗어 봐!]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 그때. 갑자기 손으로 강한 힘이 빨려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