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104)
슈우우우욱!
손끝으로 들어온 힘이 온몸으로 흡수됐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그리고 세포 구석구석까지.
쏴아아아…….
바닥을 기고 있던 마나는 차오르다 못해 넘쳐날 지경.
갑자기 온몸에 힘이 솟아났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나직이 말했다.
“속성변환!”
꿀렁. 꾹.
순식간에 휘어 버린 검날들이 내 목, 팔, 어깨, 가슴을 짓눌렀다.
만약에 내가 보통의 몸이었다면 이 검날이 내 몸을 뚫었을 거다.
그만큼 날아드는 검날의 파동이 상당히 강렬했다.
그러나 코먼호크의 단단한 피부를 흡수한 내 피부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놈들 중에 진짜만 제거하면 나머지 놈들은 사라지는데…….
3시 방향. 저놈이 진짜다.
휙!
나는 손가락을 놀려 놈에게 마나구를 날렸다.
“흐억!”
놈이 종잇장처럼 날아가더니, 나무 위에 걸쳐졌다. 그리고 예상대로 분신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역시.”
딱.
나는 손가락을 살짝 튕겼다. 손가락에 스파크가 일더니.
펑!
바로 코앞에 커다란 구덩이가 파진 것이다.
“와!”
나는 엄지를 내세운 후, 카이에게 말을 걸었다.
-최곤데?
[끕하하하, 내가 좀 잘났지.]카이는 거만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말을 덧붙였다.
[너의 비루먹은 마나로 저놈들을 때려잡기에는 무리 같아 보이니, 내가 좀 도와주지.]“간다!”
꽈아앙!
퍼버펑펑!
쏴쏴쏴쏴!
마나를 물처럼 쓰며 놈들에게 공격을 퍼부었지만, 마나가 줄기는커녕 갈수록 늘어났다.
나는 신나게 공격을 해 댔고, 연구소가 불이 나면 팅거가 곧장 속성마법을 시전하며 불을 꺼뜨렸다.
주요 인물들을 어느 정도 잡은 후, 다음 구조 작전을 펼쳤다.
바로 신수 구하기. 그리고 숲으로 도망친 놈들을 사로잡기.
-타란, 시작하라.
[알았다.]도망친 놈들은 알타이칸에게 맡기면 된다. 녀석들은 한번 문 사냥감은 절대로 놔주는 일이 없으니까.
전투사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해, 전투사들은 그들의 자료를 긁어모으기 위해.
사태가 진정되자 지로드 교수와 그의 부하들은 철수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연구소에서 구조한 동물들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겸자.”
“여기요.”
“거기 조금 더 들어 봐.”
“예.”
아크리스에서 급하게 날아온 세이건과 헤인켈이 수술 보조를 해 주고 있다.
“윽, 이건 너무 심한데요?”
“어떻게 이런 짓을…… 놈들은 인간이 아니군요.”
세이건과 헤인켈이 작금의 상황에 분노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구조한 동물들의 배를 가르는 족족 포션 같은 게 들어 있었으니까.
그래도 알타이칸이나 유니콘 같은 녀석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그냥 위를 갈라, 이물을 꺼내면 되니까.
문제는 실버폿이나 호캣 같은 덩치가 작은 녀석들이었다.
이렇게 큰 걸 목구멍으로 쑤셔 넣어서 그런지, 질식하거나 식도 파열로 고생하다 죽은 동물도 많았다.
지금 임시 수술대 위에 천장으로 배를 드러내고 누운 호캣의 상황도 참담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정도였다.
나는 한숨을 삼키며 수술을 이어 나갔다.
문제는 이런 녀석들이 부지기수라는 거다.
“다들 장기 요양이 필요하겠군.”
나는 더욱더 피치를 올려 실험동물로 쓰인 녀석들의 몸속에서 이물을 제거해 주었다.
이게 마기 흡수장치라니 기도 차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고마버요.] [드루니, 감샤함니다.]회복한 동물들은 저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대기하던 마차에 올랐다.
녀석들은 투본산으로 가서 요양할 예정이다.
마나와 신성력이 충만한 투본산 만큼 녀석들에게 좋은 곳은 없으니까.
마차가 출발할 때였다. 파란 하늘에 황금색 글씨가 반짝였다.
[무적 체력Lv2 3105/10000]어쩐지, 수술할 때 전혀 힘든 걸 모르겠더라니까.
나와 보조를 맞춘 세이건과 헤인켈이 나중에는 힘이 들어 둘이 번갈아 자면서 보조했는데, 나는 꼬박 일주일을 쉬지 않고 수술만 했다.
아무리 상황이 급하다고는 해도, 체력이 받쳐 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터.
나는 기분이 좋아 혼자서 하늘에 박힌 글씨를 보고 웃었다. 뭘 하든 체력이 기본이니까.
기쁜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알타이칸이 당신에게 복종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치료한 야수의 특성을 이어받습니다] [복종시킨 야수의 특성을 흡수합니다]*알타이칸의 투지를 계승합니다.
게다가.
[신수가 당신을 은인으로 생각합니다] [신수는 당신의 조력자가 됩니다]생각지도 못한 보상이 쏟아져 나와 어안이 벙벙한 상황인데. 또다시 머리 위에서 번쩍였다.
드디어 신성력이 쌓이기 시작했다.
50이라는 수치가 어떤 건지, 궁금하군.
약속대로 카알리 왕은 내게 투본산을 넘겨줬으며, 나는 그곳을 동물들의 쉼터로 만들 생각이다.
이 사실을 나보다 더 좋아한 녀석은 따로 있었다.
[으헤헤헤, 이제 여긴 내 땅이다!]신수를 태운 마차가 무사히 연구소를 빠져나가는 걸 확인한 후, 우리도 로이칸을 타고 투본산으로 날아갔다.
카알리 왕이 내어 준 이들이 내가 지시한 대로 준비를 해 놨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투본산에 도착하자, 카이 녀석이 뛸 듯이 기뻐했다. 무엇보다 누보를 캐 먹다가 자도 방해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좋다나?
-카이, 너도 여기에 집 하나 지어 줘?
동물들은 자연에서 사는 게 제일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도 비나 눈을 피하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신수들이 잡혀 있던 어설픈 축사를 싹 밀어 버리고 쉼터를 곳곳에 지어 줄 생각이다.
물론 드워프 장인에게 부탁해서 만들 거다.
아. 드래곤은 레어가 따로 있을 테니, 필요 없으려나?
[난, 필요없…… 응. 지어 줘.]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을 보니, 역시 이놈도 자연에서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나름 정이 들었는데 말이지.
-그래.
[알지? 나 반짝이는 거 되게 좋아해. 천장과 벽에 보석 많이 박아!]-뭐?
녀석은 내 대답을 들을 생각을 하지 않은 채, 팅거와 대화를 이어 가고 있었다.
[내 보금자리도 마정석을 하나 박을까? 야, 벨라 넌 무슨 색이 좋냐? 난 초록색 마정석을 박을 생각인데.] [웅, 난 하얀색. 내건 하얀색 마정석으로 꾸밀래.] [클헤헤헤, 쪼잔한 녀석들. 그냥 잠자리를 마정석으로 만들어 달라고 해.]카이가 녀석들을 들쑤셨다.
[아, 그거 좋겠다. 야, 마커스!]-왜?
[들었지? 카이 별장 만들 때, 우리 쉴 곳도 함께 만들어라. 최고급 마정석으로, 앙?]-그래, 그런데 별장이라니? 카이 여기서 사는 거 아니야? 그래서 집을 지어 주려고 했는데.
[뭐야? 날 떼어 놓겠다는 소리였어?]카이 녀석이 화를 버럭 냈다.
-아니, 너 여기 좋다고 하길래. 나랑 지내면 집도 좁고, 누보도 없고…….
퍽!
-아! 아프다고!
카이 녀석이 다짜고짜 발로 다리를 찼다.
[누구 마음대로 날 버려?]그렇지 않아도 더러웠던 눈매가 더욱 사나워졌다.
-아니, 네가 여기 좋다면서? 네 땅이라고 좋아하던 놈은 누군데, 왜 내게 화를 내는 거야?
[그거야, 누보 먹고 싶을 때, 가끔 온다는 거지. 그러는 너는 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건데? 팅거에게 들으니까 너도 땅도 많다며? 앙?]후우우, 말하는 뽐새 하고는.
어떻게 팅거 녀석과 똑같냐! 카이 놈을 스피카에게 붙여 놓을 걸 그랬다. 그랬다면 호크 녀석처럼 복종하는 착한 놈이 되었을 텐데.
악악거리는 카이 놈과 놈을 내려다보고 있는 팅거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 * *
같은 시간, 올보그 황제와 카알리 왕이 대화 중이었다. 그들이 앞에 있는 건 커다란 수정구, 두 사람은 수정구로 소통하는 중이다.
“상상을 초월한 짓을 하고 있었더군요.”
올보그 황제가 먼저 운을 띄웠다.
“짐작은 했지만, 그런 연구를 하고 있는지는 몰랐어요.”
“보고서를 보면 바즈람이라는 작자가 이미 활동을 시작했군요.”
“네, 그런 것 같아요. 북부에서 활동하는 마법사인데, 예전부터 욕심이 많기로 유명했어요. 돈만 주면 뭐든지 다 하죠.”
“마기 중화장치, 이거로 마기를 공급받고 있는 놈들이 꽤 많더군요.”
“점점 더 많아질지도 몰라요.”
“그렇겠죠. 마신이란 존재는 사람들의 욕망을 교묘히 이용하니까요.”
마신의 대리자인 원로원은 싹이 보이는 자들에게 미끼를 던진다. 자신의 탐욕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뭐든지 할 수 있는 자들이니 미끼를 무는 건 아주 쉽다.
그들이 원하는 걸 아주 조금씩 던져 주며 맛을 보게 한다. 거기에 중독된 자들이 원로원에게 충성을 다짐하게 되고 시키는 일을 수행하면 점점 더 큰 보상을 준다.
한번 빠지게 되면 헤어 나올 수 없게 되는 거다.
“흐음, 그렇다고 모건상단의 머레이 그자가 원로원의 일원이라니, 짐작은 했지만…….”
말을 하는 올보그 황제의 눈빛에 힘이 들어갔다.
‘때가 왔군.’
올보그 황제는 모건상단의 머레이가 아크리스 왕국의 전 국왕과 관계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모건 상단을 없애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거대상단인 만큼 모건상단이 당장 무너지면 엘라로투스는 물론이고 대륙 경제에 크나큰 타격이 온 것이기에 시간을 벌고 있었을 뿐.
대비책이 마련된 지금, 이제는 봐줄 이유가 사라졌다.
“모건상단의 린튼 백작, 그자도 제거해야 해요.”
“린튼?”
“네, 아크리스 왕국에서는 월트셔 남작으로 활동한 자인데, 원로원의 연락책으로 보여요.”
“또 다른 이름이 있을 수도 있겠군요.”
“그럴지도 모르죠. 보고서에는 언급이 되어 있지 않은데, 린튼 백작, 그자가 바즈람 마법사의 연락책일 거예요.”
카알리 왕이 월트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올보그 황제 앞에 종이 하나가 내밀어졌다.
올보그 황제가 ‘린튼?’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순간부터 보좌관들이 조사한 내용이다.
“흠, 모건 상단에서 무역을 담당하는 자로군요.”
“주로 축사에 관계된 업무를 맡고 있는데, 이번 신수밀렵의 주요 인물이지요.”
“용케, 잡히지 않았군요.”
“네, 그자가 하우프만 마법사를 원로원에 연결한 자이기도 하고요.”
올보그 황제와 카알리 왕이 월트셔의 처분을 의논하고 있을 때, 아크리스 저택으로 돌아온 마커스 또한 월트셔를 떠올리고 있었다.
* * *
조금 전 우디올로부터 자료가 도착했다.
바로 월트셔의 행적.
나쁜 짓이란 짓은 다 하고 돌아다니는 놈이 발도 넓다.
“아니 이 바즈람이라는 마법사는 어떻게 월트셔와 줄이 닿았지?”
바즈람 마법사는 제피크 마탑과 연관이 있는 자였고, 월트셔는 아크리스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자였다.
지리상으로는 상당히 먼 곳이다.
게다가 월트셔가 마법사면 또 모를까, 그렇지도 않은데,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지?
나는 두 사람의 연관성을 떠올리며 보고서를 계속 읽어 내려갔다.
어쩌면 보고서에 두 사람을 엮는 고리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한참 읽어 내려가는데, 옆에 놔둔 휴대용 통신구에서 알림음이 들렸다.
“이 밤에, 누구지?”
통신구를 연결하니, 조금 낯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장님. 레우습니다.
레우스, 최근 만난 대륙아카데미 출신 동기 중 한 명이다.
“그래. 무슨 일이지?”
=다름이 아니라 우리 제국의 황자 전하, 그러니까, 메피스 황자 전하께서 실종되셨습니다.
“뭐?”
메피스면 최근 구루병이 호전되고 있다는 롤린스 제국의 황자다.
“황궁에서 기거하는 분이 어떻게 사라져? 경계가 장난 아니게 삼엄하던데.”
=최근 황자 전하께서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차 온천으로 가셨습니다.
“온천?”
=예, 영험한 온천이 있다고 그곳으로 가셨는데, 도중에…….
레우스의 말이 이어졌다.
레우스의 스승인 기사단장이 황자의 호위를 맡았다. 그런데 이동 중에 황자가 사라진 것. 그 과정에 아무도 다치거나 죽은 자가 없었다. 그냥 황자만 증발해 버렸다. 당연히 기사단장이 의심을 받았고, 감옥에 갇혔다.
=절대로 그런 분이 아닙니다. 대장님, 부디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레우스가 말을 덧붙였다.
=누가 황자 전하를 납치했는지, 짐작이 가는 자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