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109)
* * *
본관에서 나온 두 사람은 마차가 세워진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귀빈용 주차장으로 마커스가 앉아 있는 마차 대기소와 거리가 좀 있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졌다.
물건을 들고 걸어가고 있는 사람은 모건상단의 바인랜드 지부장, 콜린스였다.
콜린스와 월트셔, 이 두 사람이 모건상단 내에서 신수밀렵 책임자들이다.
콜린스가 입을 열었다.
“이번 물건은 지난번보다 훨씬 강력할 겁니다.”
“음…….”
콜린스의 말에 버겐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확실히 지난번 설법 때, 신도들의 반응이 좋아지긴 했지.’
버겐은 레온 주교가 신도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이 불만이었다. 자신의 신성력이 레온 주교보다 못한 것도 아닌데 신도들이 레온 주교만 찾는 게 늘 불만이었다.
그런데 콜린스가 준 이 포션을 사용한 후로는 자신의 설법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신도들이 집중하기 시작한 것.
그런데 지난번 거보다 효과가 더 좋다고?
버겐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런 버겐을 슬쩍 곁눈질로 보더니, 콜린스가 은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조만간 드디어 기다리시던 ‘온전한 힘’을 흡수하시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 차기 대주교 자리는 바로 버겐 부주교님 게 될 겁니다.”
“허허허, 그게 어디 쉬운 자리랍니까?”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버겐의 눈빛에 이채가 돌았다.
사제라면 누구나 원하는 자리, 노아 교단의 대주교.
그러나 레온 주교가 버티고 있는 한, 살아생전 꿈도 못 꿀 자리였다.
이변이 없는 한, 차기 대주교는 레온 주교였다.
‘온전한 힘.’
콜린스가 말한 온전한 힘만 가진다면, 대주교 자리는 자신이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버겐이 희망 회로를 돌릴 때, 마차 한 대가 두 사람 앞에 멈췄다.
콜린스 쪽에서 준비한 버겐이 타고 갈 마차였다.
콜린스는 지금까지 들고 있던 상자를 버겐에게 건네주면서 넌지시 말을 건넸다.
“부주교님,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한 군데만 누락을 좀 시켜 주십시오.”
“어디를 말하는 겁니까?”
“로나안이요.”
“로나인이라면…… 크루아에서 마차로 이틀 거리에 있는?”
“예, 바로 거깁니다.”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콜린스를 보며 버겐은 잠시 주춤했다.
‘황도에서 너무 가까워서 좀 껄끄럽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우리 제국 땅도 아니니. 괜찮겠지?’
로나인은 황제가 마커스에게 데빌몬스터 소탕을 부탁하면서 하사한 땅이었다.
그러니 엄밀히 따지면 카발라 제국의 땅은 아니다.
버겐은 마차에 올라타면서 대답했다.
“그럽시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어차피 보고가 늦게 올라올 겁니다.”
“감사합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버겐을 태운 마차가 출발했다.
* * *
방금 로나인이라고 했지?
크루아에서 마차로 이틀 거리에 있는 로나인은 한 곳밖에 없다. 바로 내 땅.
일단 뭘 늦춰 달라고 하는지는 짐작이 안 되지만, 좋은 일이 아닌 건 틀림없다.
-팅거, 벨라!
[저 사람, 주변을 맴돌라고? 알았다.] [그럼 난 마차를 따라가 볼게.]내가 여기서 사라지거나 주변을 어슬렁거린다면 의심을 살 게 틀림없다. 나는 팅거와 벨라에게 지시를 내린 후, 템파론으로 돌아왔다.
“마차로 주변을 유람하고 온 것 치고는 괜찮은 거래이지 않습니까?”
아노아의 총지배인 에반이 웃으면서 내게 고급스럽게 생긴 작은 상자를 손에 쥐여 줬다.
이 상자, 크기는 다르지만, 버겐 부주교가 받아 간 것과 똑같이 생겼네.
딸깍.
상자 안에는 구슬같이 생긴 게 들어 있었다.
“능력강화 포션입니다. 몸에 지닌 능력치를 높여 줍니다. 물론 알고 계시겠지만요.”
에반이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설명을 해 줬는데, 이 포션만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검사가 되고, 마법사가 되고 힐러가 된단다.
버겐 부주교가 여길 온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
“삼켜도 되고 눌러서 터뜨려 흡입해도 됩니다만, 흡입하는 게 효과가 빠를 겁니다.”
에반은 사용법까지 설명해 주면서 다음부터는 경매 3부 때 입장해도 된다며 귀띔까지 해줬다.
로이칸이 있는 산으로 오니, 카이가 인상을 썼다.
[그 악취 나는 쓰레기는 왜 가지고 왔어?]-이거 말이야?
에반에게 받은 상자를 들어 보였다.
[크윽, 그래, 그것 말이야. 내가 붙잡혀 있었을 때도 그 냄새 때문에 짜증 났었는데.]-투본산을 말하는 거야?
[그래. 그나마 그때는 누보를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참을 만했는데. 후!]카이가 상자를 향해 입김을 불자.
화르륵!
갑자기 상자에 불이 붙었다.
-야, 왜 그래? 하마터면 다칠 뻔했잖아.
[손 멀쩡한데 엄살은!]-아니, 그럴 뻔했다고.
불에 강한 주먹이라, 이 정도 화력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긴 했다만.
-그런데 왜 이걸 태우고 그래?
[그래야 마기가 사라지니까. 아니면 공기 중에 마기가 계속 맴돌아서 기분 나빠.]-어, 마기라면 이거로 제거하면 되는데?
나는 품에 넣어 둔 테일채찍을 꺼냈다.
[그건 또 뭐냐?]-이렇게.
나는 채찍을 들고 남아 있는 마기를 향해 휘휘 흔들었다. 그러자. 후웅, 마기가 채찍으로 빨려 들어왔다.
[와! 그거 재밌는데? 아니, 그런 걸 가지고 있으면서 왜 여기까지 이 냄새가 나는 걸 가지고 왔어?]-그러면 사람들이 있는데, 이걸 휘저을까? 날 얼마나 이상한 놈으로 보겠어?
카이에게 대답하면서 오늘 본 것을 복기했다.
아노아 경매장 총지배인 에반이 내게 중화마기를 능력강화 포션이라 팔았다. 그런데 그것과 같은 것을 버겐 부주교가 받아 갔다.
마기도 마나처럼 몸이 강해지는 역할을 할 거니, 버겐은 힘을 원하는 거다.
그리고 로나인이 그들의 대화 속에 등장했다. 그들은 로나인에서 뭘 하려는 걸까?
로이칸과 카이가 시장에서 사 온 고기를 뜯어 먹고 있을 때, 멀리서 새가 날아오고 있었다. 팅거였다.
[야, 데빌섀도우가 뭐냐?]-뭐?
[집으로 들어간 놈이 혼자서 중얼거리던데? 데빌섀도우 준비가 끝났냐면서.]-혼자서?
[응.]통신구로 어딘가로 연락을 한 모양이네.
-다른 말은 들을 거 없어?
[오늘 저녁에 모인다고 하던데?]잠시 후, 벨라가 와서 베건 부주교는 템파론을 지나자 다른 마차로 갈아탔다고 말해 줬다.
템파론을 지나면 국경이 나오고 그 너머가 카발라 제국이다.
-고생했다.
두 녀석은 힘든지, 과일 몇 조각 먹고 로이칸 등 위에서 잠이 들었다.
그날 저녁, 나는 로이칸을 타고 버겐 부주교를 만났던 장소로 날아갔다.
카이의 넘쳐나는 마나로 우리 모두에게 은신술을 시전할 수 있었으며 들키지 않고 무사히 저택으로 잠입할 수 있었다.
늦은 저녁이라, 환하게 불이 밝혀진 방이 눈에 들어왔다.
둥근 회의용 테이블에 7명이 앉아 있었고, 낮에 봤던 남자가 회의를 주관하고 있었다.
“시그나, 트리시, 마로카, 그리고 로나인, 이렇게 네 군데 동시 출동 시킵시다.”
“그런데 콜린스 의장님. 그 네 군데 중에 로나인이 황도와 제일 가깝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렇다면 피닉스 기사단이 로나인을 가장 먼저 사수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목적에 어긋나게 될 건데. 차라리 트리시를 빼고 프리츠를 집어넣는 게 어떨까요?”
“프리츠를?”
“크루아 황도와 마차로 반나절밖에 걸리지 않고, 영지민들도 많으니, 로나인보다 프리츠를 먼저 보호하려 할 겁니다.”
“일리가 있습니다만, 우리의 목적은 피닉스 기사단 이하 데빌몬스터 토벌 부대를 로나인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는 겁니다.”
“아, 그래서 이 세 곳이 모두 황도와 많이 떨어진 곳이군요.”
“그렇습니다. 만약, 로나인의 소식을 듣더라도, 그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작업이 끝나 있을 겁니다.”
짝짝짝짝.
갑자기 회의하다 말고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역시, 지부장님이십니다.”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다들 콜린스라는 자에게 아부를 퍼부었다.
“어차피 토벌대들에게는 소식이 늦게 전해지겠지만, 그래도 은밀히 작업하는 게 편할 테니까. 로나인은 여기부터 작업을 시작할 겁니다. 덩컨!”
“예. 지부장님.”
“제피크 마탑에 연락을 해서 시그나, 트리시, 마로카에는 각각 열 마리 정도만 뿌리고, 로나인을 공격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로나인 공격할 때, 중앙에서 시작하라고 해. 거기 큰 산이 하나 있지 않나?”
롱턴산을 말하는군.
“롱턴산입니다.”
역시.
“그래, 거기가 산새도 깊고 동물들도 많이 산다니까, 거기부터 시작하라고 해. 그럼 외부에서 봐도 잘 모를 거다.”
“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데빌섀도우, 그놈은 어떻게 생긴 놈일까? 그리고 그놈은 어떤 공격을 해 올까?
그때, 콜린스라는 자가 입을 열었다.
“지시가 내려오는 즉시, 행동을 개시한다. 기다리는 동안 정비할 거 있으면 하고, 신수들을 많이 확보해 놔. 수집이 끝나자마자 바로 작업에 들어가야 하니까.”
그다음에는 그다지 중요한 내용이 없었다. 나는 돌아와 올보그 황제에게 연락을 취했다.
물론 통화할 때, 벨라가 실드를 쳐 주어서 혹시라도 있을 도청을 차단했다.
나는 올보그 황제에게 바인랜드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니까 포션 전수 조사를 시행하라는 말이군요.
엘라로투스 제국과 바인랜드 공국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관계다. 그러나 한 가지 예외가 있다. 바로 포션.
의약품인 만큼 반드시 검역을 거쳐야 했고, 밀수에 관해서는 엄격하게 관리 중이다.
“예, 포션 전수 조사는 불시 조사도 포함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불시 점검입니다. 그래야 밀수한 놈들을 잡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사제까지 끌어들였다니, 충격이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거대 교단의 부주교까지 넘어가다니. 저 또한 놀랐답니다. 올보그 황제 폐하.
“이 사실을 알릴 사람은 레온 주교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겠군요. 레온 주교에게는 내가 말하지요.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나는 모든 것을 올보그 황제에게 맡길 생각은 없다. 신수들만 구조하고 나면 바로 카발라 제국으로 넘어가서 놈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 놓을 거다.
=포션 조사단은 내일 아침 당장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신수 구조팀을 함께 출동시키지요.
“예.”
나는 올보그 황제에게 신수가 갇힌 장소를 이야기해 준 후에 통화를 끝냈다,
그런 후, 나는 신수들이 갇혀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쉿.
나는 팅거와 벨라, 그리고 카이에게 주의를 준 후, 건물 안으로 잠입했다.
물론 건물 안에 잡힌 동물들에게도 조용히 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
나는 기력을 없는 동물들에게 마나를 불어넣어 줬고, 철장의 문을 열어줬다.
-알겠지? 내일 내가 신호를 보낼 때까지는 참고 있어야 해.
[녜.]* * *
한편, 원로원의 호출을 받은 모헨 대공은 원로들에게 책임을 추궁받았다.
지난번과 똑같은 내용으로.
“마기 공급이 늘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자꾸 줄어들게 된다면 주인께서 화를 내실 겁니다. 주인님이 화를 내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죠?”
“……예.”
“일을 이따위로 하면, 해독포션이 필요 없다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척!
원로원 중 한 명이 모헨 대공에게 주머니를 하나 내밀었다.
“다음 달 해독제요. 반드시 성공해야 할 것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원로원을 나온 모헨 대공은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놈들이 주는 걸 넙죽넙죽 받아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먹은 건 아니고 흡입한 거였지만, 마기를 워낙 많이 흡기한 모헨 대공은 해독약이 없으면, 신성기사나 사제들에게 곧바로 정체가 드러나게 된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시키는 걸 했던 모헨 대공은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가 자유의 몸만 되면 너희 원로원은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겠다.’
매번 원로원을 나설 때 하는 맹세를 또다시 한 후, 대공저로 돌아온 모헨 대공은 비서관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콜린스 지부장이 통신구로 도움 요청을 세 번이나 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