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110)
“도움 요청을?”
모헨 대공은 서둘러 대공저로 들어가 콜린스와 연락을 시도했다.
=대공 전하.
기다리고 있었는지, 통신구의 신호가 단 한 번 울렸을 뿐인데 콜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냐?”
=일이 생겼습니다. 불시검문에 걸렸습니다.
“불시검문이라니?”
=바인랜드 전역에 포션 전수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엘라로투스 제국은 다른 건 몰라도 포션에 관해서는 엄격하다. 하여 엘라로투스 제국은 자국의 세력권에 있는 나라를 상대로 정기적으로 전수조사를 해 왔다. 바인랜드도 그 안에 들어간다.
그러니 고작 그런 거로 자신에게 연락하지는 않을 터. 보다 큰일이 생겼다는 뜻이다.
“말해 보라.”
=오늘 아침, 템파론 지역에 있는 모든 시설이 털렸습니다.
“무엇이라?”
놀란 모헨 대공은 잠시 숨을 가다듬은 후, 말을 이었다.
“신수는 안전하겠지?”
=죄송합니다. 대처하기도 전에 신수구조대까지 들이닥쳐 신수들을 모조리 압수해 갔습니다.
“깊이 숨겼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랬습니다만 어떻게 된 일인지, 조사단이 위치를 너무나 정확하게 알아냈습니다.
콜린스의 상황 보고가 이어졌다.
불시에 습격한 조사팀은 포션이 있는 장소를 정확하게 찾아낸 것은 물론이고, 신수 사육장까지 신속하게 찾아내더라는 것이다.
“능력포션은 어떻게 되나?”
능력포션이란, 중화마기를 말하는 거다.
신수구조대가 신수를 숨겨 놓은 장소를 귀신같이 찾아 낸 바람에 템파론에 있는 신수는 모조리 다 압수된 상태. 이러한 상황에서 능력포션의 공급은 당연히 차질이 생길 수밖에. 콜린스의 입에서는 이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끄응.”
바로 몇 시간 전까지 중화마기가 부족하다며 닦달하던 원로원을 떠올린 모헨 대공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그 욕심 많은 늙은이들에게 뭐라고 보고를 해야 하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 원로원은 한 달의 유예기간을 자신에게 준 것이다. 한 달 뒤, 원로원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원로원은 곧바로 해독제를 끊어 버릴 거다.
모헨 대공이 데빌몬스터 퇴치 연합군에 가입한 것처럼, 원로원 중 몇 명도 가입된 상태.
언제든지 연합군 수뇌와 연락을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원로원은 신수밀렵의 주동자라며 연합군에 나를 고발할 게 틀림없다.’
발뺌할 수도 없을 정확한 증거물을 제시하면서.
꼬리 자르기. 자신을 그들에게 던져 버린 후, 원로원은 유유히 깊이 숨어 버릴 거다. 늘 그래왔듯이.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 달은커녕 일주일도 못 버틸 거다.’
모헨 대공은 한 달 뒤가 아닌, 당장 다음 날 자신의 목이 달려 있는지를 걱정해야 했다.
‘후우, 골치 아프게 생겼군.’
마기, 그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마기를 모으는 일이다.
주인에게 상납하는 마기는 날 것 그대로든, 중화를 하든 상관없지만, 원로원이나 자신 같은 자들은 중화마기가 필요하다.
중화마기는 마기의 능력은 그대로이지만, 신성력을 가진 사제나 신성기사의 눈을 피할 수 있으니까.
“다른 곳 상황은 어떤가?”
=데메롤에 유니콘과 알타이칸 몇 마리 있긴 합니다만, 그다지 기대할 만한 숫자는 못 됩니다. 다만, 카발라에서 수송되는 신수들이 있는데, 그놈들 숫자가 좀 됩니다.
“수송상황을 보고, 근처에 적당한 곳이 있으면 거기다 계류해 놔.”
=예, 알겠습니다.
“이번 데빌몬스터 출몰은 어디로 정했나?”
콜린스는 네 군데를 말했고, 그중 로나인이 주요 목표지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그 근처로 신수를 계류하면 되겠군. 어차피 마기를 흡기해서 중화시켜야 하니, 근처에 있는 게 나을 수도 있겠어. 카발라까지는 기습을 못 하겠지.”
=좋은 생각입니다. 분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그러면 출동 날짜는 언제로 할 생각인가?”
=그건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마탑에 가서 알아보겠네. 그쪽에서 준비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시작하지.”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모헨 대공은 곧바로 대공저를 나와 제피크 마탑으로 향했다.
* * *
나는 로나인으로 넘어가기 전에 율리시즈 백작에게 연락을 넣었다.
“아버지, 놈들은 지금 어떤 상탭니까?”
놈들이란 제피크 흑마법사인 블록, 세니아, 칼레이. 이 셋을 말하는 거였다.
=황실에서 내려온 마법사들이 감옥을 지키고 있다.
세 놈을 애틀리스로 이송할 생각이었던 올보그 황제는 이송 도중에 놈들이 탈주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해, 율리시즈 영지로 마법사를 파견했다.
그들이 갇힌 감옥은 마밸리 연구소에서 제작한 마법실드 장치가 되어 있다.
그곳에서 그들은 마나 구속구를 차고 있었는데, 올보그 황제가 보낸 마법사들은 그들에게 마력차폐석으로 만든 특수 수갑을 채웠다.
마나 구속구에 마력차폐 수갑까지, 놈들은 마법을 쓸 수 없다.
“다행이군요. 셋은 상태가 어때요?”
=셋 중에 한 놈의 성격이 아주 괄괄해. 툭하면 감옥에서 꺼내 주지 않으면 가만히 안 놔둘 거라며 협박하고 있지.
“블록이라는 놈이죠?”
=그래. 나머지 둘은 얌전하게 있긴 한데, 매일같이 책이라도 보게 해 달라고 간수들을 괴롭히고 있지.
“아버지 부탁이 있습니다.”
=뭐냐?
“주벨로 마법사님과 세리나 마법사와 독대를 시켜 주십시오.”
마법사 중에는 자신의 연구만 이어 나가기만 하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하지 않는 족속들이 많다.
그러니, 자신의 실력향상을 위해 마신의 편에 서는 일을 스스럼없이 행하지.
세니아도 그런 인물 중 한 사람이다.
나는 주벨로 마법사를 통해 세니아와 거래를 했다.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 주면 감옥에서라도 그녀의 연구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일이 잘 끝나면 사면을 위해 노력해 주겠다고.
그리고 짐작대로.
=세니아 마법사가 거래에 응했습니다.
나는 곧장 카발라 제국으로 날아갔다.
카발라 제국의 국유지였던 로나인은 산세가 높고 나무가 빽빽한 숲이 우거져 농사를 짓기에 좋은 곳이 아니다.
땅이 좁고 인구가 많아 경작지가 부족하다면 모를까, 넓은 영토를 자랑하는 카발라 제국에서 굳이 벌목까지 하면서 농사를 지을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값어치가 있는 광물이 매장된 곳도 아니다.
이러한 환경적인 이유로 로나인은 내 소유가 되기 전부터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정착민들도 거의 없는 상황.
동물이나 몬스터가 살기에 이상적인 땅이었다.
내 소유가 된 지금은 동물들이 더욱더 많아졌다.
이러한 상황을 이종족인 드워프로부터 간간이 보고를 받았다.
카발라 제국의 국경지대에 살던 드워프들은 내 제안에 따라 이곳, 로나인으로 거처를 옮기거나 아예 율리시즈 영지 옆의 로나인-1 영지로 이주하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적이 드물고 먹을 거 풍부하고, 무엇보다 그들을 도와주는 베어독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거. 그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건 율리시즈 영지에서 베어독과 함께 일을 하면서 베어독의 매력에 홀딱 빠진 오킬즈와 롤랑 영감님들이 동료들에게 자랑했기 때문이다.
이곳 로나인에는 50명이 조금 안 되는 드워프들이 살고 있다.
물론 그들과 잘 맞는 베어독들과 함께.
카발라 제국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로나인 영지에서 제일 가까운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는 거였다.
고기, 곡식, 채소, 과일 할 거 없이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은 죄다 박박 긁어모았다.
나는 주문량이 제일 많은 정육점 주인에게 지시했다.
“주문한 건 자네가 책임지고 시장 앞 공터에 모아 놓도록.”
“1시간 내로 가져가시기 편하게 포장도 완벽하게 해 놓겠습니다.”
“좋군. 그리고 나머지 것들은 언제까지 준비가 되겠나?”
“이틀만 시간을 주십시오.”
“그러지.”
잠시 후, 물건이 준비되자, 로이칸이 로나인으로 실어 날랐다.
드워프 마을에 로이칸이 처음 물건을 내려놨을 땐 드워프들이 반색했다.
“허허허, 빈손으로 와도 될 것을 뭐 이렇게 바리바리 챙겨왔습니까?”
그러나 그게 몇 번이고 반복되고 먹을 것이 쌓여 가자, 슬슬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연장자 드워프인 던피 영감이 물었다.
“이거 아무래도 심각한 일이 벌어질 것 같소이다. 뭡니까?”
눈치가 빠른 영감이다.
“조만간 데빌몬스터의 습격이 있을 것 같습니다.”
“데빌 몬스터라면 그때 그 난리가 났던?”
“예. 그래서 당분간은 그냥 집안에서 생활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습격이 끝날 때까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장소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혹시 대피소를 지으라는 게 그것 때문인가요?”
나는 드워프들에게 방공호를 로나인 영토 곳곳에 지어달라고 주문했다. 판테라나 베어독이 들어가도 넉넉한 크고 넓은 방공호부터, 작은 동물이 지낼 작은 방공호까지 여러 군데 지어 달라고 말했다.
“그런 셈이죠.”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광경은 본 적이 없습니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늑대와 베어독이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저기는 또 어떻습니까?”
던피 영감이 가리키는 곳엔 판테라와 여우가 사이좋게 고기를 나누어 먹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유니콘과 말이 당근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이곳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동물들에게 경고했다.
이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 말에 복종해야 한다고. 싫다면 죽든지, 아니면 떠나든지.
그리고 내게 반항하는 놈들까지 깨끗하게 해결했다. 수하로 삼거나, 치워 버렸다.
지금은 탄의 친구들, 판테라들이 위계질서를 잡고 있는 상황. 육식동물들은 살아가기 위해서 최소한의 사냥을 하고 지낸다.
나는 사 온 고기를 뜯고 있는 동물들에게 다시 한번 경고했다.
-잘 들어라. 당분간은 절대로 사냥은 금지다.
[사냥 금지, 굶어 죽는다.] [우리 죽는다.]육식이 주식인 녀석들이 앓는 소리를 해댔다.
-당분간만이다, 내가 주는 비상식량을 먹고 버텨라.
나는 여기 판테라의 우두머리에게 말했다.
-보우, 네가 잘 감시해라.
[알았다.]동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던피 영감이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놈들을 두고 떠날 순 없소이다.”
“저도요.”
“크흐흠, 내 생각도 같습니다.”
던피 영감을 중심으로 드워프들이 대답을 해왔다.
[신기하군.]호캣으로 변신한 채, 로이칸 옆에서 고기를 물어뜯던 카이가 말했다.
-뭐가?
[자신의 안위가 제일 중요한데, 저 드워프들은 왜 저러는 거지?]-동물을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너라면 친구를 버리고 가겠냐?
[친구?]-그래.
[흠, 약한 놈이 센 놈을 보호하는 게 유행인가?]-그런 게 어딨어?
[여기 있지. 너도 우리 중에는 제일 약한데 되게 강한 척하며 우리를 보호하려 하잖아.]-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어이가 없어서 말을 못 잇고 있는 사이에 체리를 쪼아 먹고 있던 팅거가 카이에게 말했다.
[마커스, 쟤가 원래 그래. 얼마나 강한 척하는데.]팅거, 카이, 벨라가 나를 쳐다보면서 한마디씩 했다.
[날지도 못하고, 마나도 없고, 그렇다고 신성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능력이 하나도 없는데 말이지.] [그건 맞다. 불쌍한 놈.] [맞앙, 마커스 엄청 불쌍해, 그래서 우리가 도와줘야 해.]마법을 따로 배우지 않고도 몇 가지 마법을 다룰 줄 아는 정도가 됐는데, 마나가 없다니! 능력이 없다니!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나를 측은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벨라가 눈에 들어왔다.
벨라가 뭐라고 했었지? 숨만 한번 들이켜면 내가 가진 마나량 정도는 그냥 빨려 들어온다고 했던가? 신성력도 그렇다고 했던가?
그 비슷한 말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팅거, 벨라. 로이칸, 카이, 그리고 나.
이 중에서 내가 제일 힘이 없긴 하네. 녀석들의 말이 맞았네.
어휴, 어쩌다 이런 엄청난 놈들에게 엮여서 이러고 있냐.
그때였다. 던피 영감이 물었다.
“우리가 도와줄 건 없소?”
“대피소를 만들어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음, 혹시 무기 같은 건 필요 없소? 그놈도 창으로 찌르거나 화살에 맞으면 죽을 거 아니오?”
“그렇긴 합니다. 아. 혹시 이런 거 만들 수 있습니까?”
“어떤 걸 말입니까? 말해 보시오.”
“보통 화살보다 훨씬 가늘고 뾰족한 화살이 있으면 좋겠는데요. 그리고 화살촉에는 독을 넣을 수 있는 용기도 있으면 좋겠고요.”
“호, 어떤 걸 말입니까?”
드워프들이 눈을 번쩍이며 내 말에 관심을 보였다.
“이거 오랜만에 힘을 좀 써야겠군.”
“정교한 작업은 내가 전문이지.”
“어허, 무슨 소리.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바로 화살촉이야. 꽂히자마자 바로 독이 확 퍼져 나가는 부분.”
호기심 많은 드워프들은 새로운 전투 무기를 만들면서 즐거워했다.
* * *
마커스가 로나인 영지에 도착하고 이틀 후, 버겐 부주교는 콜린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오늘 밤, 로나인을 시작으로 하루 간격으로 일어날 겁니다. 말씀드린 대로 로나인의 소식은 묻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 파견 나가 있는 연락병으로부터 보고가 들어왔다.
그리고 곧바로 보고가 이어졌다.
버겐 부주교는 자신이 늦출 수 있는 한 최대한 늦게 교단에 이 사실을 알렸다.
즉각 기사단이 출진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 연락이 이어졌다. 이번 역시 버겐은 알고 있는 지역인 마로카였다.
예정된 마지막 장소인 마로카로 기사단이 파견될 때까지 로나인에 관한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연합 토벌대는 로나인으로 제일 먼저 출동해야 했지만, 보고도 되지 않고 누락된 상태.
버겐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로나인은 벌써 초토화가 됐겠군.’
한편, 로나인에서의 상황은 버겐의 짐작대로 초토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버겐의 짐작과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었다.